제 19 장 배신 (2)
무림에서 사파의 연합인 대사련과 정파의 연합인 무림맹을 상대로 비등한 힘을
자랑하고 있는 홍련교의 진법은 그 이치는 알고 있기는 했지만, 직접 대해 본
적이 없었던 장천으로선 크게 놀랄만한 위력이였다.
한사람 한사람의 힘이라면 장천의 상대가 되지 않는 자들이였지만, 그들의 진을
이루어 힘을 합치니 그로서도 크게 경악할 힘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채재재쟁!!]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검들을 처내기는 했지만, 이어서 뒤에서 또 다시 검이 밀
려오고 그것을 처낼때면 또 다시 양 옆에서 수많은 검들이 밀려오니 정신을 차
릴 수가 없었다.
'아! 이것이 진법이란 말인가!'
무공에만 힘을 들였을 뿐 진법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이 없었던 장천으로선 한
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의 진세라는 것은 조금 비겁한 행동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던 그였기 때
문이다.
하지만 직접대해보니 비겁하다기보다 경이롭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암혈당의 진법이 이러하다면 무림에서 이름난 소림의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
나 무당의 진무칠성진(眞武七星陣)은 어떠한 위력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으
나 지금은 그것에 대해 생각할 때가 아닌지라 도를 휘두르며 이 진법을 파해할
방법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싸우다보니 장천은 어느 순간 그 진법의 이치를 어느정도 찾아
볼 수 있었다.
'사방에서 밀어온다고는 하지만, 각자 찔러오는 검은 크게 다르다. 그것을 움직
이고 있는 자를 찾아야 하는가!'
그들의 공격을 막으며 돌아보던 장천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을 움직이는 자를
찾을 수 있었으니 그는 바로 명령을 내리는 당주였다.
'어쩔 수 없군.'
품에서 단도를 갈무리 한 장천은 진세가 움직이는 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아무리 뛰어난 진세라해도 그것이 인간이라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 한
순간 그 틈이 보였다.
"섬광비도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장천은 품에서 비도를 꺼내 던지니 그 순간 한줄기의
빛이 빠르게 뻗어나가더니 명령을 내리던 당주의 이마를 꽂혔다.
"헉.."
도저히 그 순간을 믿을 수가 없는지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이마에 박힌 비도를
보며 쓰러지니 그 순간 진세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편진(編陣)!"
당주가 쓰러지자 급히 그의 뒤를 잇는 무사가 편진을 소리치며 진을 재정리하
려 했지만, 그 순간을 장천이 가만히 둘리가 없었다.
"비켜라!!"
앞으로 빠르게 몸을 날린 장천은 패룡도법을 휘두르며 일순간 정면에 있던 무
사들을 향해 쇄도해 들어갔다.
"끄억!!"
진세가 크게 흔들린 그들은 장천의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니 순식간에
대여섯명의 무사들이 거꾸러졌다.
"차압!"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은 장천은 경공을 사용하여 몸을 날리니 그 재빠름에 진을
편성하고 있던 무사들은 크게 당황할 뿐이였다.
진은 잘 짜여져 있는 만큼 그것을 흐트려 행동을 달리하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
이다.
장천은 온 힘을 다해 몸을 날렸지만, 방금 전의 진세에 암혈당의 무사들이 모두
있었던 것은 아니였기에 사방에 아직 무사들이 깔려 있었다.
홍련교의 총단에서 그들을 상대로 혼자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가를
잘 아는 장천이였기에 자신의 도주는 이미 반이상은 틀어졌다는 것을 이미 느
끼고 있었다.
'오늘 일은 득보다 실이 많겠구나..'
그 실이 죽음까지 갈 것 이라는 것을 아는 그로선 한 시도 지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어 뒷 쪽에서 그의 그런 의지마저 꺽을 소리가 들려왔다.
[둥..둥!!]
[부우웅!!]
[딱! 딱!]
장천이 총단을 빠져나갈 때 가장 두려워 하는 무사들이 드디어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한 것이다.
'늦었구나..'
홍련교는 각 무사단마다 고유의 신호가 있었다.
천마단의 경우에는 북소리를 귀영당의 경우에는 소라나팔을 흑시단의 경우에는
제련된 뼈를 이용하여 소리를 내어 멀리 있는 무사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인
데, 지금 이 세가지 소리가 모두 들리니 총단에서 가장 무서운 세 개의 무사단
이 자신을 잡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귀영당의 소라나팔의 경우에는 장천 역시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움직
일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천마단이나 흑시단의 신호는 무사단마다의
비밀로 되어 있었기에 그 역시 알 수 없었다.
소리는 점점 다가오고 있으니 장천은 급히 숲 속으로 몸을 숨켜 자신의 몸을
땅에 묻고 귀식대법을 시전했다.
이들을 상대로 도망을 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차라리
귀식대법으로 몸을 숨기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장천은 숲에 숨어서 제발 그들이 사라져주기만을 기달렸지만, 세 개의
무사단은 그리 녹녹한 곳이 아니였다.
날이 밝아왔어도 그들의 수색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으니 장천으로선 생각을
잘못하여 오히려 그들의 천라지망 속에 더 깊숙히 들어간 꼴이 되어 버린 것이
다.
귀식대법이란 것이 피를 느리게 흐르게 하며 신체의 활동을 극히 미세하게 움
직이게 하는 것이였기에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는 것이 아니였기에 장천은 자
리에서 일어 날 수 밖에 없었다.
'모든 것이...끝이로구나...'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기에 장천은 다시 몸을 날렸다.
"저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장천의 종적은 무사들에 의해 발각되고 말았다.
"차압!!"
자신을 향해 공격해오는 무사들을 베어 넘기며 장천은 계속 앞으로 몸을 날렸
지만, 쉴새 없이 총단의 무사들이 밀려오고 있었기에 그의 심신은 점점 지쳐가
고 있었다.
"독골조(毒骨爪)"
"흡기토화(吸氣吐火)"
흑색의 무복을 입은 흑시단의 무사들이 공격해오자 장천은 몸을 피하며 그대로
패룡도법을 시전해 그의 어깨를 베어 넘겼다.
"끄윽.."
그는 크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으니 장천은 복부에
그의 흑골조를 긁힐 수 밖에 없었다.
"젠장!"
다시 한번 도를 휘두른 장천은 그의 목을 잘라버렸지만, 흑시단의 손톱에는 독
이 묻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급히 품에서 해독단을 꺼내어서는 삼켰다.
"휴.."
다행히 귀영당은 천마단과 흑시단을 상대로 싸울 때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터라 흑골조의 독을 해독하는 해독단이 배급되어 있었지만, 이대로
계속 기를 운용한다면 해독단이라도 독기를 막지는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어느정도 운기를 하여 해독단의 약효를 몸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신체의 힘만으로 약효가 퍼져나가 독을 치료하는 것을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다시 경공을 사용하여 빠져나가려 했는데, 그 때 한 남자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헉!"
그의 모습을 본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설 수 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청년은 바로 동방명언이였기 때문이다.
[사사삭!!]
그의 모습을 확인함과 동시에 사방에서 검은 무복을 입고 있는 흑시단의 무사
십여명이 모습을 드러내고는 흑골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기가 끝인가..'
장천으로선 모든 것이 끝났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동방명언이 옆의
무사단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들은 멀리 물러가 있어라!"
"흑시오자님! 그것은...!!"
"모든 벌은 내가 받을 것이고, 만약 얻을 것이 있다면 너희들의 공으로 돌리겠
다."
"음..."
그 말에 흑시단의 대장인 듯한 자는 한참을 생각하는 표정을 짓다가 무사들을
보며 말했다.
"가자!"
그 말에 무사들은 모두 사라지니 장천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형...."
"난 너의 형제가 아니다!"
형제라는 말을 하려는 장천이였지만, 동방명언은 그것을 단호하게 자르고는 말
을 이었다.
"너와는 이미 형제의 연을 끊었으니 이제 우리 사이엔 아무 것도 없다/"
"...."
장천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싸울 수 밖에 없는가...'
동방명언이 이렇게 나온다면 남은 것은 검을 겨루는 것 뿐이라 생각한 장천은
손에 들고 있던 도를 던져 버리고는 허리의 검을 뽑아 들었다.
한 때 형제였던 자를 상대로 패룡도법이 아닌 홍련십팔검을 사용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압!!"
동방명언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인지 홍련십팔검을 사용해서는 공격해 들어오니
장천은 검을 휘둘러 그의 공격을 막고는 공격해 들어갔다.
그의 검은 구시독인의 제자가 된 후 상당히 상승하여 장천과 거의 비등할 정도
의 수준으로 올라와 있었다.
금선곡에서도 동방명언은 곡내에서 계속 수위를 차지하고 있었던데다가, 장천이
무공이 급성장하기 전에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강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었던
기재였다.
그런 그가 좋은 스승을 만나니 무공이 급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였다.
[챙!! 채재재재쟁!!]
어느 한 사람 물러설 생각을 하지 않은 두 사람의 검은 십여합을 주고 받아도
결판이 나지 않으니 장천은 크게 결심을 하고는 자신의 몸에 헛점을 드러내었
다.
"차앗!!"
아니나 다를까 동방명언의 검은 그 헛점을 찔러왔고, 장천은 그 순간 허벅지에
검상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큭!!"
하지만 그것은 장천이 노리고 있는 것이였으니 그의 검이 허벅지를 베며 지나
가자 몸을 회전시킨 그는 그대로 검을 내질러 그의 복부를 찔렀다.
"끄윽!!"
동방명언은 큰 상처를 입고는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