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7 장 원수가 된 형제들 (3)
"크하하하 도대체 형제가 뭐고 문파가 무엇이란 말인가! 크하하하!"
하늘을 보며 크게 소리를 지르며 웃음을 터뜨린 장천은 손에 들려 있던 술병을
들어서는 한 번에 들이키고는 땅바닥에 집어던지며 다시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
했다.
"저 사람이 교주님의 손녀 사위라는 두형이란 자이군.."
"쯧쯧 미쳤다는 말이 사실인가 보구만.."
지나가던 이들은 장천은 그런 모습을 보며 한마디씩 내뱉고 있었으니 형제 장
천은 연공 도중 주화입마를 당해 미쳤다고 세인들에게 알려져 있었다.
하는 일이라곤 술 마시는 일 밖에 없는 개망나니가 되었으니 어찌 그런 소문이
들지 않겠는가?
"크크크..그래...내가 죽어야지! 내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나지 않겠는가!"
하늘을 보며 한탄을 하던 그는 열화신공을 극성까지 올려버리니 그 순간 엄청
난 불길이 그의 몸을 태우기 시작했다.
"앗 뜨거!!"
하지만 역시 뜨거운 것은 어쩔 수 없었으니 순간적으로 내력을 없앤 장천이였
다.
"흑흑흑...죽을 용기도 없는 녀석...."
또 다시 마음에 상처를 입은 장천이였다.
하염없이 방황을 하는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낯설지 않은 저택에 들어서고 말
았으니 그곳은 바로 은가장이였다.
'형..형제들을 보고 싶다..'
은가장에 들어선 장천은 형제들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숨어 들어갔
다.
익숙한 은가장의 저택, 담장 뒤에서 숨어 안을 바라보고 있는 장천이였으니
"이젠 미쳐가지고 월담까지 하려 하네..쯔쯧..."
"자네도 집안 단속을 잘해야겠네, 저런 미친 것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말일
세."
"그래야겠네."
지나가던 행인들은 그 모습에 한마디씩을 내뱉고 있었으니 취하긴 많이 취했다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장천은 그런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담장 안을 처다보았는데, 그 순간 한 여인의
시선과 마주치고 말았다.
'은영영?'
당장에서 숨어서 안을 바라보고 있는 그와 눈이 마주친 인물은 바로 창문에서
하염없이 님을 기다리는 비련의 여인 은영영이였다.
장천은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 모습에 놀란 장천은 담장에서 벗어나 한달음에 집으로 도망쳐오니 그의 가
슴은 벌렁벌렁 뛸 수 밖에 없었다.
'내가..왜 이러지...'
도망칠 필요도 없었거늘, 이런 행동을 보이는 자신이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여보..."
한참을 그런 고심에 잡혀 있을 때 방으로 한 여인이 들어왔으니 바로 그의 아
내인 유능예였다.
"...."
하지만 그녀가 들어와도 장천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으니 이런 모습은 근 한
달째 계속 지속되어 왔던 일인지라 유능예는 준비해 놓은 꿀물을 올려 놓고는
말 없이 방을 나갔다.
'미안하군...'
자신을 계속 위해주는 유능예에게도 미안함이 밀려왔다.
일단은 가져온 것이니 꿀물을 한 숨에 들이킨 장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한편에는 그가 금선곡에서 가져온 검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유능예가 한달 동안
계속 손질해 왔었기에 검은 깨끗하게 보였다.
천천히 검으로 다가선 장천은 장식대에서 그것을 들어 검을 천천히 꺼내어 보
았다.
[스르릉]
잘 손질되어 있었는지 검이 부드럽게 빠져나왔다.
[휘융!!]
가볍게 휘두르자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한달이란 시간동안 술만 마시며 지냈지만, 아직 검로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천천히 검을 들고 방 밖으로 나온 그는 마당에서 자세를 잡으니 바로 홍련십팔
검의 기수식이였다.
"차앗!"
그리고 장천은 홍련십팔검의 초식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전하고 다시 시전하기
를 반복하기 시작했다.
"아!"
개운한 마음이였다.
술에 취하면 아팠던 순간을 잊을 수 있었지만, 점점 그 우울한 기분은 쌓여져만
갔지만, 검을 시전하자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검을 수련한다는 것일까?'
예로부터 무를 수련하는 것은 마음과 몸을 건실히 하기 위함이라 했다.
이는 무를 수련함으로써 마음속에 쌓였던 것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도 될 수
있으니 장천은 옛사람의 말에 크게 깨우치는 바가 있었다.
한달 동안의 시간이였지만, 장천의 검로에는 흐트러짐이 아니 과거보다 더 나아
진 느낌이 있었으니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한다.
[챙그렁!]
그 때 한 쪽에서 무엇인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오니 장천은 수련하는 것을 멈추
고는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는데, 그곳에는 유능예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
리며 오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보...."
그녀의 오열은 무슨 뜻일까?
물론 장천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안아주고 싶지는 않았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자신 안에 있는 갈등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였
다.
"차압!"
또 다시 쌓여져만가는 아픔, 장천은 다시 홍련십팔검을 시전하며 그 아픔을 해
소해버리니 그의 검은 방금전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 날 이후 장천은 다시 귀영당으로 출석하기 시작했고, 무서관에도 출입하며
이 전보다 더 많은 무공서적을 탐독해가기 시작했다.
"케케케 이제야 정신을 차렸구나.."
"추노 어르신."
추노는 장천의 이런 모습을 보며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케케케 그래 자고로 무인이라면 마음 속의 잡념은 무로서 해소하는 것이지 좋
아 좋아."
"어르신이 마음 쓰게 하신 점 죄송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케케케 옛날보다 예도 한층 더 좋아졌구나 그래 무엇을 보고 있느냐?"
"육합권보를 보고 있었습니다."
"육합권?"
추노는 그의 말에 조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육합권은 강호에서 삼류무사
들 조차 익히기를 꺼려하는 하류무공이였기 때문이다.
"예. 육합권에는 상승무공에서는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것이 보이니까요."
"음..."
그 말에 한참을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던 추노였다.
무서란 것은 상승무공 일수록 그 검로가 복잡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육합권과 같은 기초만을 중시하는 무공에서 크게 발전한 형태이기 때문인
데, 장천이 육합권을 보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서는 것을 보며 추노는 또 다른
깨달음을 그가 얻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당분간은 무공서를 주어서는 안될 것 같구나..'
깨달음을 얻었을 경우 그것을 계속 연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추노
는 품에 넣어 둔 무서를 건네주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 네 녀석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내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으마?"
"알겠습니다."
추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 장천은 다시 육합권보를 읽는데 심취하니
추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한편 홍련교 내에선 이상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첫 번째로 은장로가 교주의 세력에서 벗어나 천마의 세력권으로 스스로 들어갔
다는 것인데, 소문에 의하면 장천의 일로 교주와 은장로의 사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은장로 홍련교 내에서 뛰어난 인품으로 많은 지지세력이 있었기에 교주로선 그
가 떠난 것이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것이 돌고 있었다.
둘째 장천의 형제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는 것이다.
은조상의 경우에는 부친과 마찬가지로 천마의 세력에 들었고, 그 만큼 직위가
높아지면서 천마단의 부단장의 직위까지 상승했다고 한다.
물론 거기에는 천마가 그에게 놀라운 무공을 전수해주었다는 이야기도 같이 흘
러나오고 있으니 세인들은 천마가 은조상을 후계자로 삼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
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었다.
동방명언의 경우에는 놀랍게도 천마와 앙숙지간이라고 할 수 있는 구시독인의
문하로 들어가니 그가 그의 휘하에서 받은 직함은 바로 구시독인의 5제자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크게 놀라게 하는 일이였으니 구시독인의 4명의 제자들
이 모두 40세 이상의 중년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의 결정은 크게 파격적이
라 할 수 있었다.
데비드는 홍련교에서 총단에서 벗어나 일반교도를 보호하는 임무를 띄고 서역
으로 성지순례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는 이곳에서 호위단의 단장을 맡게 되었
다.
이렇게 혈제들은 모두 뿔뿔히 흩어짐과 함께 총단 내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시
작되고 있으니 사람들은 또 다시 교내에서 파벌다툼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귀영당은 그 긴 침묵을 깨며 하나의 임무가 전해지게되었다.
"두형! 두형!"
"무슨 일인가?"
두형은 연무장에서 검법을 수련하고 있었는데, 그 때 한 청년이 뛰어와서는 그
를 부르고 있기에 수련을 멈추고는 물어보았다.
그 청년은 귀영당에서 사귀게 된 친구인데, 이 곳에서 더 이상 깊은 친구를 사
귀면 안된다는 생각에 그냥 얼굴만 아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청년 역시 외지에서 혼자 온 지라 장천과는 달리 그를 절친한 친구
로 생각하고 있어 언제나 교내에서 소식을 들으면 제일 먼저 장천에게 알려주
고 있었다.
"헉헉..구..귀영당에 임무가 떨어졌다고! 임무가!"
"응? 임무?"
교주 직속의 무사단인 귀영당은 생긴 이래 단 한번도 임무가 떨어진 적이 없었
던지라 장천으로선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