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7)
"그런데 말이야 천마와 구시독인이 일개 귀영당의 무사들이 싸우는 비무에 나
선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아?"
동방명언의 말에 형제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두 사람이 어느정도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높은 직위
의 인물이 나설 정도라곤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무엇인가 음모의 냄새가 풍기는 걸.."
은조상은 진짜 냄새라도 나는 듯이 코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장천을 보며
말했다.
"어쨋든 이번에는 결코 질 수가 없는 비무이니 최선을 다하라고."
"죽으라고 치수 잴 때는 언제고..."
"하하하 죽을 힘을 다해 싸우라는 이야기지!"
은조상의 변명아닌 변명을 들으며 장천은 탁자에 놓여 있는 검을 들어보이니
드디어 갈무성과의 비무가 시작될 순간이였다.
장천이 검을 들고는 앞으로 나서자 크게 사람들은 크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연무장에 들어서니 갈무성은 먼저 나와 차분히 검을 살펴보고 있었고, 그
의 옆에는 작달만한 키의 남자와 민소희와의 이야기에서 비무를 이끌어 낸 부
를 들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교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연무장에 들어선 장천은 인사를 하자 교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늘의 비무 기대하겠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주에게 인사를 마친 장천은 천천히 전대 교주인 천마와 구시독인에게도 인사
를 올리니 그들은 손을 까딱하는 식으로 인사를 받을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쳇! 거만 떨기는...'
거만이라고 해봤자 실제로 지위가 상당히 높은 인물이니 만큼 속으로만 중얼거
리던 장천은 형제들이 서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데비드는 장천의 어깨를 주물러 주면서 말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결투는 있는데, 역시나 긴장을 하면 자신의 실력만큼
발휘하지 못하니 긴장을 풀도록 해."
"고마워 데비드."
장천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검을 들어서는 다시 연무장의 가운데로
향하니 갈무성 역시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형제들에게 작별 인사는 잘 해두었는가?"
갈무성은 오자마자 장천을 도발이라도 하려는 듯이 미소를 흘리며 말했는데, 원
래 말싸움에는 별로 밀리는 그가 아니였던지라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갑자기 장천은 웃음을 터뜨리자 그로서는 조금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
데, 그런 갈무성을 보며 그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하하하 미안하네. 뻗뻗하게 말을 거는 것을 보니 자네가 내 형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웃음을 터뜨렸을 뿐이네."
"이익!!"
갈무성의 어머니는 장천의 아버지라는 두성과 정을 통한 여인, 그런 이유로 장
천의 말에 그는 이마에 핏줄이 설 정도로 노기가 치솟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제까지 그 잘난 주둥아리를 나불거릴 수 있는지 보자.."
"하하하 딱딱하게 굳어 개소리만 하는 그 혓바닥은 집어넣고 비무에나 신경쓰
시지 그러나?"
"으드득..."
교의 상부 인사들이 보고 있었기에 갈무성으로선 당장이라도 베어버리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검을 뽑아 드니 장천 역시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는 기수식을
잡았다.
역시나 그가 사용하는 검술은 홍련십팔검, 이미 홍련십팔검에 대해서 완벽하게
조사를 한 갈무성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뿐이였다.
'잘난 주둥아리를 일검에 베어주마..흐흐흐'
그의 자세를 보며 승리의 미소를 날리는 갈무성이였으니 드디어 서로간의 기수
식을 사용한 인사가 끝나자 상대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압!!"
먼저 일검을 날린 것은 갈무성이였다.
쾌보법을 사용하여 빠른 속도로 앞으로 뛰어난 갈무성은 쾌검의 검법 중의 하
나인 섬전검법(閃電劍法)을 사용하니 눈에 보이지도 않은 검광이 장천의 이마를
향해 뻗어 나갔다.
"핫!!"
하지만 내공에 의해 안력이 극도로 높아진 장천은 쾌검의 움직임까지 파악할
수 있으니 몸을 왼발을 축으로 몸을 뒤로 돌려서는 팔을 꼬아서 그의 옆구리를
향해 일검을 날렸다.
"합!!"
[챙!]
자신의 검을 몸을 회전하여 피하자 검로를 바꾸어 횡소천군의 초식을 사용하여
양단을 하려던 갈무성이였는데, 옆구리를 향해 그의 검이 밀려오자 급히 오른발
을 물러서는 횡소천군의 초식을 대각선 아래로 내리니 두 사람의 검은 날카로
운 파쇄음을 내면서 불꽃을 뿜었다.
"호오!"
아직 일합에 지나지 않았지만, 부드럽게 연결되는 비무와도 같은 두 사람의 검
을 보며 사람들은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실로 놀라운 솜씨들이군...허허허.."
역시나 너털웃음을 지으며 탄복하는 사람은 인자한 중년 남성상인 은장로였다.
한편 두 사람은 검을 마주치자 내력을 들이 밀며 대치하기 시작했는데, 갈무성
은 장천은 엄청난 내력에 크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자식! 뭐야!'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과 대련이나 비무를 하면서 내력다툼을 해 본적이 많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자신의 상대인 장천 정도의 내력은 처음이였다.
현재 구성이 넘는 힘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그와 대등하게 겨루는 장천은 얼굴
색 하나도 변하지 않으니 내력대결은 크게 위험하다고 생각한 갈무성은 급히
검을 회전시켜서는 두 검의 힘을 땅으로 떨어뜨렸다.
[쿠궁!!]
본래 내력대결에선 어느 한 쪽이 힘을 줄이게 되면 기가 역행하면서 크게 내상
을 입게 된다. 이럴 경우에는 서로간의 내력을 같이 줄이거나 두 사람의 내공을
압도하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으면 풀 수 있게 되는데, 갈무성은 그 내력의 힘
을 땅으로 떨어 뜨림으로서 이 순간을 벗어난 것이다.
물론 장천이 어느정도 경험이 쌓여 있었다면 이것을 막을 수 있었지만, 대전 경
험이 극히 적은 그였기에 갈무성의 방법에 그대로 넘어가고 만 것이다.
두 사람의 내력의 힘이 한꺼번에 땅으로 밀려들자 큰 폭음과 함께 사방으로 돌
이 튕겨져 날아갔다.
갈무성은 내력 대결에서 힘을 소비했기 때문에 몸을 뒤로 날려 숨을 진정시키
기 시작했는데, 이정도의 대결에서도 장천은 가쁜 숨 하나 쉬지 않는 것을 보며
조금 긴장하게 되었다.
'휴...내력 대결은 반드시 피해야 할 녀석이군. 뭘 먹었길레 저 나이에 내력이 저
렇게나 높지? 음...'
한편 장천은 뒤로 몸을 피해 간 갈무성을 보며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
은 바로 아까운 순간을 놓쳤기에 생긴 충격때문이였다.
'젠장! 내력 대결에서 그대로 온 힘을 다해 밀어 붙이는 건데...히잉....'
추노의 말에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자신의 내공이 갈무성에 비해 크게 높다는
일을 까먹은 녀석은 내력 대결에서 추노가 말했던데로 삼성정도의 힘만을 발휘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의 내력의 힘으로 구성의 힘을 다한 갈무성과 대등한 힘을 보여준 장천이
보통 신진무사들에 비해 얼마나 높은 것인가를 반증해주는 장면이였다.
"휴우..."
갈무성은 어쩔 수 없이 비장의 수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 크게 숨을 내쉬
고는 다시 자세를 잡으니 그의 검술을 본 천마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검술은?"
"필요가 있는 녀석인지라 쓸모없는 잡술을 하나 전수해 주었습니다."
천마의 놀란 표정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그의 뒤에 있던 흑의무사였다.
흑의 무사가 그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하자 천마는 그제서야 알겠다는 고개를 끄
덕이고는 두 사람의 대결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저 꼬마 아이가 그 검술을 익혔단 말이지...후후후 이 비무 볼만 하겠군..."
과연 천마가 말하고 있는 검술이 무엇일까?
갈무성의 자세가 종전과는 크게 변하자 장천은 드디어 때가 되었다는 것을 알
고는 자신 역시 자세를 잡았는데, 사람들은 그 모습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
다.
"홍련십팔검의 자세인데...조금 이상하군."
그렇다 장천이 취한 자세는 홍련십팔검의 자세 하지만 전과 비교하면 크게 달
라진 자세이니 일단은 무게중심이 세치정도 낮아졌고, 오른손에 들려 있는 검
끝이 약간 위로 올라와 있는 조금은 외도로 벗어난 자세라고 할 수 있었다.
"차앗!"
역시나 선공을 행한 것은 갈무성이였으니 그는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와서는
검을 질러오니 단 일검을 내질렀을 뿐인데도 장천의 눈에는 십여개의 검이 한
꺼번에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압!"
하지만 당황하지 않은 장천은 검끝을 위로 올려서는 십여개의 검을 한꺼번에
처버리고는 몸을 돌려 왼손을 사용하여 일장을 뻗었다.
"헉!!"
갈무성은 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자신의 검을 뻗어 변검을 만
들어 냈을 때 생기는 좌측 허리의 헛점을 그대로 파고 들어오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이 정도에 당할 그도 아니였으니 수도를 만든 그는 장천의 손목을 왼손
으로 내리쳤다.
"사실 이건 허초라네!"
그의 왼손이 움직이는 것을 보며 소리를 친 장천은 오른 발을 들어서는 그대로
갈무성의 턱을 향해 올려쳤는데, 그 순간 무엇인가 발에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
었다.
'응?'
이상한 느낌에 급히 올려치던 다리를 내려서는 뒤로 물러섰는데, 아니나 다를까
정강이는 칼이라도 베인 양 날카로운 상처가 여러군데 생기며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장천의 올려치기 역시 처음 날렸던 일장과 같이 허초였기에 그리 힘을 다하지
않았기에 망정이지 온 힘을 다해 첬다면 더욱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갈무성의 검 주위를 보니 자신의 피가 공중에서 떨어지고 있는 것
을 볼 수 있었다.
"투영혈사(透映血絲)다!"
비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피가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며 크게 소리를 지르니
한편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은조상은 무릎을 치며 소리쳤다.
"바로 저것이로구나!"
"무슨 소리야?"
데비드는 영문을 몰라 물어보는데, 동방명언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투영혈사
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투영혈사는 유명한 자객 중의 한사람인 흑영살(黑影殺)이 사용하던 무기 중 하
나로 당시 대부분 그에게 죽음을 당한 이들은 어떠한 무기로 죽었는지 알지 못
했다고 하지. 나중에 그 무기가 투영혈사라는 것을 알았는데, 천잠사로 만든 실
에 금강석의 가루를 묻혔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칼날에 필적할
정도로 날카롭다고 하지.. 갈무성이 내력을 더해 평평하게 유지하지 않아서 다
행이지 만약 그랬다고 한다면 다리가 두동강이 났을게 분명하다."
"음.."
한편 장천은 그가 들고 있던 것이 투영혈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조금 두려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런...아무래도 들킨 것 같군."
갈무성의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었던 투영혈사가 장천에게 드러나자 애석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왼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아 무엇인가를 준
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