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89화 (90/355)

제 16 장 비열한 남자 장천 (6)

장천과 갈무성의 대결은 순식간에 비영당은 물론 본단 전체에 소문이 퍼졌고

그의 형제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형..."

"....."

은조상은 어디서 구해 왔는지 줄자를 가져와서는 장천의 치수를 재기 시작했으

니 할 말이 없는 그였다.

"무슨 짓이냐...."

"귀영당...그것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갈무성과의 대결이니...관이라도 일단 만

들어야지.."

"니가 형제냐!"

잠시 은조상에게 응징을 한 장천이였다.

동방명언은 갈무성과 장천이 비무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급히 수집한 정보를

이야기 해 주었다.

"갈무성...귀영당의 젊은 무사들 중에서 가장 검을 잘 쓴다고 알려져 있는데, 문

제는 검보다 그의 심계야."

"심계?"

"예전에는 그 보다 검을 잘 쓴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갈무성과 비무를 하게

되면 이상하게 힘을 못썼다고 하더군. 다섯명과 무사와 비무를 해서 네명은 죽

고 한명은 반신불수의 상처를 입었기에 그를 찾아가봤더니 갑자기 한순간 내력

이 끌어 올려지지 않았다고 하더군."

"음...독인가?"

그 말에 동방명언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글세 이런 이유로 독이 검출되었나 조사해본 적은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총단

의 의원조차 독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음...."

그 말을 들은 장천은 생각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비무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와 대결했던 다른 이들이 당했던 것을 간파하지 못한다면 가뜩이나 승산이

없는 싸움은 더욱 승산이 찾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음...."

하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장천으로선 할 수 없이 은가장의 연무장에

서 지금까지 익혔던 무공을 더욱 연습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검을 연습하

고 있는 장천에게 두명의 여인이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

"두형!"

"응?"

여인은 바로 은영영과 유능예였다.

"갈무성과 비무를 한다는데 사실이야?"

은영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장천을 보며 물어 보았다.

"응."

"바보! 상대를 봐가면서 싸워야 될 것 아니야!"

장천의 대답에 두 사람은 크게 낙담을 하고는 소리치지 장천으로선 조금 자존

심이 상할 수 밖에 없었다.

"뭐야! 갈무성이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말하는 사람마다 다 그런 소리를 하

는거야! 제장 검이나 더 수련할 거니까! 귀찮으니 저리 가라고!"

장천은 두 여인에게 신경질을 부리고는 지금까지 배웠던 검을 복습하며 연습을

할 뿐이였다.

하지만 몇일 연습한다고 검술이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 아닌지라 검을

내던진 장천은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무서관으로 향했다.

무서관에 도착하자 역시나 추노의 모습이 드러났는데, 그는 자신을 보며 큰 소

리로 웃기 시작했다.

"케케케케.."

"뭐가 그렇게 우스워요?"

"네 녀석의 얼굴에 불안한 기운이 가득하니 어찌 웃음이 나오지 않겠느냐...케케

케케"

"칫!"

장천은 더 이상 상대하기 싫다는 표정을 지으며 무서가 있는 책장 쪽으로 걸음

을 옮겼는데, 그 때 추노가 그런 장천을 보며 말했다.

"케케케 내가 이기게 해주랴?"

"네?"

추노의 말에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는 장천이였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히 승산은 있다. 어떠냐? 나에게서 지도

를 받아 보지 않겠느냐..."

"......알겠어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추노라면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장천

은 고개를 끄덕였고, 추노는 그런 장천을 데리고 총단의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추노의 집은 총단 외곽에 있는 작은 초가집이였다.

집의 뒷편으로는 높은 암벽이 자리 잡고 있는지라 그늘지고 음습한 집이였기에

양택풍수로 본다면 최악의 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자신있는 검술을 한번 해 보아라."

그 말에 장천은 그래도 가장 손에 익은 홍련십팔검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내공에 있어서는 젊은 후지기수들 사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장천의 홍련

십팔검은 검이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날카롭게 터져나오

니 추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각 정도가 지나자 장천은 홍련십팔검의 모든 초식을 마치고 마무리 자세로

돌아왔다.

"내공 하나만큼은 내노라하는 고수들 못지 않구나."

"무슨 소리에요. 내노라하는 고수들 보다 높다고요!"

내공에서 자신 있는 장천은 추노의 말을 반박하면서 배를 내밀고 있으니 철장

으로 잘난척 하는 배를 한번 후려갈긴 추노였다.

"끅..."

"애석하지만 검술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력이 아니다."

"그럼 뭔데요?"

"묻겠다. 병기가 왜 생겼느냐?"

"예?"

"병기가 왜 생겼느냐 묻지 않는냐?"

"그거야 싸움을 할 때 상대를 쉽게 쓰러뜨리기 위해서가 아닌가요?"

"원론상으로는 조금 외도로 벗어난 말이기는 하지만 그리 틀린 말은 아니구나.

그래 검은 살상병기라고 할 수 있지, 묻겠다. 사람의 몸에 검을 찔러 넣으면 어

떻게 되느냐?"

추노의 말에 그게 질문이라도 되느냐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상처를 입거나 심하면 죽겠죠."

"그래 그럼 내공을 돋군 검으로 찌르면 어떻게 되겠느냐?"

"휴....아까랑 똑같이 상처를 입거나 심하면 죽겠죠?"

그 말에 추노는 장천을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도 말하는구나. 그럼 너에게 묻겠다. 검으로 찌르면 상처를 입거나 죽는 것

은 마찬가지일텐데 내공이 높아서 무슨 소용이냐?"

"....."

"케케케 잘 듣거나 내공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검술이나 다른 무공을 행할 때

유리한 것 뿐이지 절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비슷한 동

년배의 대결에서 내공의 고저는 미약하기 그지 없으니 비무는 내공이 아닌 그

외에 다른 것이 승부를 가르게 되는 것이다."

"그렇군요..."

장천은 추노의 말에 자신이 내공의 높음에 조금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방금전의 네 녀석의 검술을 보니 검로가 깨끗하고 요혈을 노리는 일검에 흐트

러짐이 없는 것으로 보아 상당한 수련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헤헤헤?"

"하나 그것만 가지고는 아무 소용이 없느니라."

"휴..또 뭐가 필요한가요?"

역시나 소용없다는 말에 추노를 보며 힘없이 묻는 장천이였다.

"첫째 실전경험이 부족하다. 둘째 내공을 믿고 너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검술을

하고 있다. 셋째 너무 검이 정직하다. 넷째 변초가 부족하다. 다섯쨰...."

그 후로 추노가 말한 문제점의 개수는 총 일흔 아홉 개에 해당하니 이각 동안

만에 그 토록 많은 문제점을 지적한 그를 보며 장천으로선 황당하지 않을 수

없었다.

"휴...저의 검술에 그렇게나 문제점이 많다니...할말이 없군요."

비도문의 글귀를 어느정도 해석하면서 자신의 검술에 자신이 생겼던 장천은 이

제 좌절의 쓰라림을 맛 볼 수 밖에 없었다.

"케케케 그리 실망할 것은 없다. 세상에 완벽한 검술을 시전하는 이는 무림 역

사상 단 한명도 없었으니 소림의 시조인 달마나 무당의 시조인 장삼봉 역시 어

느정도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을테니까 말이다."

"그렇군요. 그나저나 어떻게 해야 되는거죠?"

"별거 아니다. 갈무성이 검에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그 역시 어느정도의 문제점

은 있으니 넌 그것을 찾아서 공격하면 되는 것이니라."

"예?"

"케케케 지금부터 내가 가르치는 방법은 오로지 갈무성에게만 통용되는 것이니

그와 대결한 후에는 모두 잊도록 하거라.."

"예."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추노는 그 때부터 장천에게 검로를 하나하나 지적하

면서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그가 가르치는 검술에는 조금 변칙적인 검로가 대부

분이였다.

그것은 바로 갈무성의 검법에서 보여지는 약점만을 공격하는 대 갈무성용 검술

이였으니 그 동작에는 불필요한 동작도 많이 있었고, 검로는 자신의 약점을 그

대로 노출시키는 것도 있느니 만큼 장천으로선 조금 믿음이 떨어 질 수밖에 없

었다.

하지만 일단은 자신에게 해를 끼칠 인물은 아니였기에 그가 하는데로 고스란히

검을 배워 나갔다.

다음날 정오, 드디어 갈무성과의 비무가 시작되려하니 비무가 있는 귀영당의 연

무장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일찌감치 모여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단순히 귀영당의 무사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총단의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은 물론 심지어는 교주까지 자리를 잡고 있었으니 장천과 갈무성의

대결이 생각보다 중요하게 보여지는 순간이였다.

"휴...무슨 사람이 이렇게 많데?"

장천은 형제들과 같이 귀영당의 건물 안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족히 수백

명을 넘어 설 것 같은 사람들의 모습에 기가 질릴 수 밖에 없었다.

"그 만큼 너나 갈무성이 총단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는 뜻이야."

"중요한 위치?"

은조상의 말에 장천은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너의 경우에는 이미 교주님의 손녀 사위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총단내에 퍼져

있고, 갈무성의 경우에는 사파의 세력을 홍련교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이니

까."

"....."

은조상의 말에 할 말이 없는 장천이였는데, 그 때 장내가 크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응? 무슨 일이지?"

교주가 이미 자리를 하고 있었는지라 이렇듯 소란스러워지는 것은 있을 수 없

는 일이였는데, 그 때 데비드가 문을 덜컥 열면서 들어와서는 큰 소리로 소리쳤

다.

"형제들 엄청난 사람이 이곳으로 왔다!"

"엄청난 사람이라?"

"헉헉...처..천마 문천익과 구시독인 예운이 연무장에 왔다고 연무장에!"

"아!"

그제서야 형제들은 왜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변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살짝 방문을 열어 사람들 사이를 흝어보니 혈의무복을 입은 일단의 무사들과

흑의무복을 입은 일단의 무사들의 모습을 확인 할 수 있었다.

"혈의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천마단, 흑의 무복을 입은 무사들이 구시독인의 흑

시단이다."

은조상은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지라 형제들에게 설명을 해 주었다.

"우....생각보다 일이 복잡하게 변한 것 같당..."

천마단의 무사들의 가운데에는 그들이 호위를 하고 있는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천마 문천익이였다.

현재 나이 팔십이 넘어서는 고령이였지만, 길게 늘어뜨린 수염의 위로 보이는

얼굴은 아무리 보아도 40이상의 나이로 보이지 않는 사람이였다.

날카롭게 뻗어 있는 검미의 밑으로 보이는 눈에선 혈광이 아른거리고 있었으니

들리는 말에 의하면 천마신공에 의해 눈의 색깔이 변했다고 한다.

허리에는 화려한 문양의 검이 매여져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천마의 애검이라는

천마신검으로 검에 적중된 곳은 피가 멈추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는 무시무시한

귀검이였다.

흑시단의 무사들이 가운데에는 조금 키가 크고 말라 있는 노인이 한명 있었으

니 그가 바로 구시독인 예운이다.

앙상하게 마른 손톱 끝에는 푸르스름한 기운이 서려 있는 것으로 보아 독이라

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긴 흑의의 장삼 위로 보이는 얼굴은 마치 해골을 보는

듯할 정도였다.

그는 두 손으로 해골로 장식을 한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구시독

인 예운의 독문무기인 백골독장(白骨毒杖) 수백 종류의 독이 세밀한 기관장치에

의해 숨어 있다고 하는 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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