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1화 (52/355)
  • 제 10 장 마교 입문 (1)

    드디어 하산의 시기가 다가온 장천은 기문숙이 마련해 준 옷과 여러 가지 물품

    을 챙겨 넣고는 드디어 하직의 인사를 올렸다.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망울로 자신을 처다보고 있는 장천때문인지 기문숙은 하

    늘을 바라보며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사부 다녀오겠습니다."

    "다시 올 필요는 없다."

    사부의 말에 장천은 눈물을 펑펑 터뜨리고는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며 아쉬움의

    한마디를 던 질 수 밖에 없었다.

    "흑흑..사부 넘 냉정해요."

    "붙지마!"

    "흑흑흑..."

    장천이 다리에 들러붙자 언제나 하던대로 지팡이로 머리를 후려 갈긴 기문숙이

    였으나 사실 조금 정이 들어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지팡이로 맞아서 우는지, 헤어지는 것이 슬퍼서 우는지 분간이 안 되는 장천은

    찔끔찔끔 거리며 드디어 산을 내려가니 이것이 바로 장천의 강호로 가는 진정

    한 첫발자국이였다.

    어렵지 않게 산에서 내려온 장천은 근처에 있던 화전민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

    었다. 그리 크지는 않은 이 마을은 구가 성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 살고

    있었기에 구가촌이라는 이름을 불리고 있는 마을이였는데, 다행히도 작은 객점

    이 있었기에 장천으로선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

    "엥?"

    작은 마을의 객점이였기에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

    외로 객점은 사람들의 모습이 꽤 보이고 있었다.

    괴이한 것은 그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마을 사람들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무인이란 것이였다.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없었던 탓에 장천은 이리저리 헤메고 있었는데 그 때 한

    중년의 남자가 손짓을 하며 장천을 불렀다.

    "오! 젊은 형제. 자리가 없다면 이리오세요."

    "....."

    중년의 남자의 발음은 정말 이상했다.

    마치 혀가 꼬부라진 듯한 발음을 구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상한 생각에 자세하게 처다본 장천은 이내 보통 사람들과 다른 점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잠시 나열하면 코가 좀 크고, 눈이 파랗고, 머리 색깔도 갈색 빛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음...서역에서 온 오랑캐들은 중원인과 다른 모습이라고 했는데, 저 자도 서역에

    서 온 사람일까?'

    아무튼 자리가 없었기에 잠시 망설이다 그의 앞자리에 앉았는데, 가까이에서 보

    니 이상한 점은 더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짐승처럼 팔에는 털이 수북하게 나 있었고, 몇 년은 안 깍았는지 수염이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원인중에서도 털보같은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그의 옆에 있던 검을 보고는 또 생각이 바뀔 수밖에 없었

    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그가 가지고 있는 검은 폭을 가지고 있는 검이였기 때문이

    다. 이 정도의 덩치라면 관우운장이 사용했다던 청룡언월도를 써도 이상하게 느

    껴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조금은 병기와 사람이 균형이 맞지 않은 모습이였기에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오! 당신이 처음으로 저를 보고 웃어준 사람이니다."

    "예?"

    장천은 그의 혀꼬부라진 말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곳 사람들은 저를 보며 이상한 얼굴을 합니다. 가까이 오는 사람도 없고 주

    점에선 돈도 못내게 그냥 나가라고 합니다."

    "음..."

    그제서야 주위를 돌아본 장천은 자신들의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자들은 힐끌힐끔 처다 보고 있었기에 광대가

    됬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아무래도 중원인들 서역사람을 이상하게 보이니까요. 아무튼 반갑습니다. 전

    두형이라고 합니다."

    "오! 실례를 했습니다. 전 영국에서 온 데이비드라고 합니다."

    "데비드요?"

    "오! 데이비드입니다만 그냥 데비드라고 불러도 상관없습니다."

    "아! 예."

    처음 볼 때는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막상 상견례를 하고 보니 별로 나쁜 성

    격의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자 장천은 이 자와 조금 친해져 보기로 결심하

    고는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서역 분이 왜 중원까지 오셨습니까."

    "오! 저희 나라에선 전 기사의 신분으로 무예를 닦고 있는 사람인데, 우연이 중

    원의 무공을 접하게 된 후 크게 감동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무예를 배우기

    위해 찾아 온 것이지요."

    "아!"

    "제가 잘 아는 사람의 말로는 이곳에는 마교란 것이 있는데, 그곳에 들어가면

    마음대로 무공을 익힐 수 있다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그 순간 객점의 있는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라서는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그들

    대부분이 정파의 인물로 보였다.

    마교가 일종의 종교 집단인 만큼 신도들을 받아들이는데 그리 큰 제재를 가하

    지 않았고, 자질만 있다면 교의 무사로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어느정도 이해가 가지만 이런 객점 안에서 공공연하게 마교로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하니 장천으로선 좀 당황될 수 밖에 없었다.

    "서역의 도깨비 녀석! 괴이하다 여겼더니 마교의 앞잡이로구나!"

    한 무인이 병장기를 들고는 장을 보며 노성을 터뜨리자 객점에 있던 다른 이들

    도 모두 그의 행동과 같이 하려고 병장기를 뽑아 들었기에 장천으로선 조금 당

    황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일이 꼬여버렸네.'

    하지만 산을 내려오자마자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람인지라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없었기에 손을 칼에 가져갔는데 데비드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검을 들고는 말했다.

    "오! 결투입니까? 저희 로빈턴가문의 기사는 결코 결투에서 물러서지 않습니

    다!"

    그 말과 함께 검을 뽑아 드니 객점안은 살기가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장천은 데비드를 도와주기 위해 자신 역시 칼을 뽑아들

    고는 그들과 대치하기 시작했다.

    정파의 인물들과 싸우는 것은 조금 꺼려지기는 했지만, 일단 데비드를 도와주는

    것이 강호의 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교의 무리들을 처단하자!"

    한 무사의 외침과 함께 드디어 싸움이 시작되었다.

    예상외로 데비드는 상당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큰 덩치와는 달리 빠른 쾌검을 구사하는 그는 거의 대부분이 찌르기 수법이였

    지만, 독특한 서역의 보법을 밟고 있었기에 무사들의 병기를 가볍게 피하며 제

    압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곳에 모여 있는 정파의 고수들의 실력을 그리 뛰어나지 못했기에 그

    가 싸우는 것에는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 장천은 자신 역시 칼을 휘두르며

    그들 사이를 휘젖기 시작했다.

    장천이 사용하는 도법은 강호에서 흔한 삼류무공이였지만, 그 내공과 함께 임기

    웅변이 뛰어났기 때문에 상대를 제압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청년이 앞으로 나서서는 자신들을 도

    와주기 시작했는데, 그는 각법을 사용하고 있는 무사였는데 상당한 스피드로 순

    식간에 객점을 휘젖고 다니는데 일각도 되지 않아 객점안에 있던 정파의 무사

    들은 모두 쓰러져 신음하기 시작했다.

    "자 저를 따라 오십시오!"

    청년은 우리를 보며 말하고는 급하게 객점 밖으로 뛰어 나갔기에, 데비드와 장

    천은 물건을 챙기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그렇게 뛰어 나간 그는 아무도 없는 숲 속에 도착해서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는 말했다.

    "휴.. 방금 그 객점에 있던 무사들은 근처에 있던 태현문의 선발대입니다. 계속

    그곳에 있었다간 태현문의 본대와 마주칠 뻔 했기에 이렇게 몸을 피한 것이죠."

    "아!"

    그제서야 장천은 그가 자신들을 데리고 왜 급하게 객점을 빠져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인사가 늦었군요. 전 소운정(蘇雲亭)이라고 합니다."

    소운정이라 자신의 이름을 밝힌 청년과 반갑게 인사를 한 장천은 또 다른 친구

    가 생겼다며 좋아 할 수 있었다.

    멋있게 뻗어진 검미 밑으로 보이는 맑은 눈동자를 가진 그는 꽤 잘생긴 청년이

    였기에 장천으로선 크게 탐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홍련교로 입교하신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장천은 홍련교라는 그의 말에 그가 마교의 사람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강호에서 마교를 홍련교라고 부르고 있는 인물은 마교에 속한 사람 외에는 없

    었기 때문이다.

    "예. 데비드씨는 서역에서 무공을 배우기 위해 왔고, 저 역시 홍련교에 입교하

    기 위해 찾아 헤매고 있었던 중이지요."

    그가 만약 마교의 인물이라면 자신들이 입교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

    각한 장천은 크게 기뻐하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전 홍련교의 사천지부에 있는 교도인데, 이번에 잠시 고향집에 들

    렸다 오는 중이였지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함께 동행하시지 않겠습니까?"

    "아! 다행입니다. 도저히 입교를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었는데 감사합니다."

    장천은 그가 동행을 한다는 말에 크게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이 풀려도 너무 잘 풀리고 있었기에 조금 의심이 가는 장천이였지만, 운이 좋

    았다는 생각을 하며 소운정이란 사람과 함께 마교로 향하게 된 장천은 삼주일

    간의 여행 끝에 겨우 마교의 사천지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교의 사천지부는 사천의 험한 산 속에 위치해 있었다.

    자연적으로 생겨진 동굴을 지부로 이용하고 있었기에 당가를 포함한 구파일방

    에 해당하는 정파가 두 개나 있는 사천에서도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자 몇 명의 무사들이 일행의 앞을 막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병장기를 빼어 들며 소리치고 있는 그들을 보며 소운정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

    의 패를 보여주며 말했다.

    "명화대(明火隊)의 부대장이다."

    무사들은 소운정의 말에 병기를 집어넣고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그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장천 일행을 안내하며 동굴 안으로 깊숙히 들어갔는데,

    한참을 들어가자 넓은 광장이 보였다.

    그곳에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불길이 그려져 있는 벽화를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기에 이곳이 홍련교의 교당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교당을 지나 안으로 더 깊숙히 들어가자 그곳에는 이십여명 정도의 청년들의

    모습이 보였는데, 소운정은 장천들은 그곳으로 안내하고는 말했다.

    "이곳은 홍련교로 입교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신분을 증명하기 위해 모이는 곳

    입니다. 이곳에서 신분을 증명하신다면 곧바로 홍련교의 교도가 됨과 동시에 원

    한다면 무공도 배울 수 있습니다."

    "아! 소대협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저로선 두분의 형제를 바른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뼛속까지 홍련교의 교도인 소운정은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대기실에 모인 청년들은 그 행색이 천차만별이였다.

    거지꼴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부잣집 아들네미 같은 이들도 있었고,

    간혹 가다가는 젊은 여인의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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