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8화 (39/355)
  • 제 8 장 사천당가에 부는 혈풍 (2)

    "확실히 무엇인가가 이상하긴 이상하군요. 당가가 자랑하는 고수들이 단 한사람

    도 얼굴을 보이지 않는 것은 제외하고도, 당이 어르신만 해도 소주에 대해서 상

    당히 궁금해하신다고 들었는데, 얼굴을 보이시지 않다니 말입니다."

    요운 역시 구궁과 마찬가지로 사천당가에서의 일이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또 당가의 수뇌부들의 얼굴 역시 안색이 좋지 못하게 보였기 때문에, 당가에 무

    슨 일이 벌어졌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당분간 당가타에 머물도록 하자."

    "예. 그나저나 쌍도문이 걱정이 되는군요."

    사천에서만큼은 구파일방의 어느 한곳에서도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사천당

    가가 당할 정도라면 쌍도문도 위험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걱정되

    지 않을 수 없었다.

    구궁이 보는 당가타의 분위기는 예전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에 사천 당가 내

    부에서만 문제가 일어났다고 판단되었기에 구궁은 근처에 있는 객점에 머물러

    잠시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기로 결심했다.

    폐쇄적인 당가의 분위기를 생각한다면, 당가타의 외지 사람이 많을 리가 없었

    다. 객점 안에도 손님은 몇몇 장사꾼들을 제외한다면, 외지의 무인으로선 장천

    일행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었다.

    [사형. 당가의 무사들입니다.]

    요운은 객점 안에서 음식을 먹고 있을 때 밖에서 몇몇 사람들이 고정적으로 얼

    굴을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들이 당가의 무사들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

    었다.

    보통 무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당가로 가길 꺼려한다. 사천당가는 독과 함께 수

    많은 암기술로 유명한 곳이기에 자칫 실수를 했다간 싸워보지도 못한 채 비명

    횡사 할 수 있는 곳이 당가타였기 때문이다.

    당가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 당가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이곳은 당가라는 하나의 문파가 모여 살고 있는 곳이나 마찬가지였

    다.

    이런 이유로 당가타에 들어선 외부인에게 감시무사 같은 것은 배치할 턱이 없

    다는 것을 알고 있는 구궁은 이상하다고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낯에 당가타에서 외지인이 일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인지라 지금 당장

    은 무시하기로결심하고는 음식을 먹을 뿐이였다.

    밤이 되고 사람들이 모두 잠에 빠져 들어갈 때 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방으로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달빛마저 구름에 가려 세상이 모두 어둠의 세상으로 변해갔기 때문일까?

    어둠 속의 그림자는 서서히 품에서 무엇인가를 조용히 꺼냈는데, 작은 바늘의

    끝에 살짝 엿보이는 시퍼런 빛으로 보아 극독에 칠해져 있는 암기가 분명했다.

    어둠의 그림자의 숫자는 모두 세명, 그들은 조심스럽게 일행들이 자고 있는 창

    문을 열고는 그대로 손에 들고 있던 암기를 침상을 향해 던졌다.

    [슈슈슈슉!]

    "앗 따거!!"

    그 순간 어린아이의 비명소리가 크게 들렸고, 창 밖에서 암기를 던진 어둠의 그

    림자는 자신들의 암기가 적중했다는 것을 알고는 급하게 창문에서 뛰어내려서

    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어 나갔다.

    자객의 암기가 꽂힌 침상의 밑에선 한 소년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 그는 바

    로 쌍도문의 소주인 장천이였다.

    장천은 얼굴에 자잘한 상처가 생기고는 빨갛게 살갗이 변해 있었는데, 구궁은

    그것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장사제 미안하게 됐다. 하지만 내 앞에 너 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구나."

    설마...구궁은 자객들의 암기공격을 장천을 통해 막았던 것인가? 물론 그런 것은

    아니였다. 장천이 당한 암기는 자객들의 독침이 아니라 구궁의 수염이였던 것이

    다.

    "흑흑...따가운 수염으로 연약한 나의 볼에 비비다니...잔인한 사형..흑흑.."

    장천으로 사람의 수염이 살갗까지 뚫고 들어와서는 피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그만큼 구궁의 수염은 억세기 그지없었던 것이다.

    이미 자객들의 출현을 예상하고 있었던 구궁은 낌새를 눈치채고는 급히 침상에

    서 내려와서는 몸을 숨키고 있었고, 자객들은 그것을 모른채 독침을 날린 것이

    다.

    독침이 침상에 박히자 그와 함께 구궁은 흉기와도 같은 수염으로 장천의 볼을

    찌른 것이고, 장천의 비명에 자객들은 독침이 적중했다고 생각하고는 급히 물러

    간 것이다.

    아무튼 이런 식으로 간신히 자객들을 따돌리기는 했지만, 사형이라 믿었던 자객

    의 수염에 큰 부상을 입은 장천은 혼수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사형..내가 죽거든 사형의 수염에 찔려 죽었다고 전해줘요..."

    "싱겁기는.."

    구궁으로선 장천이 이제 정상으로 되돌아 온 것 같자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자

    객이 돌아가자 장천은 이제 편히 잘 수 있겠구나 하고 힘껏 몸을 점프해서는

    침상을 향해 날아갔다.

    그 때 퍼뜩 생각이 든 구궁은 급히 손을 뻗고는 장천을 향해 소리 지를 수 밖

    에 없었다.

    "잠깐 사제 침상에 독침이!!"

    "응? 끄아아악!!"

    역시 조심성 없는 장천이였다. 침상에는 자객들이 던진 독침이 박혀 있는데 그

    곳을 향해 다이빙을 했으니 성할 수가 있었겠는가?

    다행히 독은 침의 앞부분에만 묻어 있었기에 독의 중독은 면할 수 있었지만, 장

    천의 궁둥이에는 북두칠성 모양의 상처자국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한 밤중의 위기를 잘 모면한 구궁은 다른 방의 사정은 어떻게 되었는가

    궁금하여 돌아보았는데, 다행히 그들도 어느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라 단 한

    사람도 독침에 희생된 사람이 없었다. 물론 여기선 지가 조심성이 없어 당한 장

    천은 제외한다.

    요운은 자객들이 던지 독침과 그 독의 성분은 천천히 조사했고, 얼마 지나지 않

    아 독침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독침과 독 모두 당가에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독침의 경우에는 확연히 그

    끝부분에 당가의 비밀표식이 있고, 독의 경우에는 사천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

    는 사독(蛇毒)을 정제하여 그 독성을 높힌 당가 만의 비전사독인 것 같습니다."

    요운의 식견은 꽤 높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당가의 물건이라는 것에 아무도 의

    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왜 당가에서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일까라는 것에 의

    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비밀리에 처리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당가라는 표식을 확연하게 보여주

    는 암기와 독을 사용한다는 것이 더욱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당가와 쌍도문의 충돌을 바라는 것 같습니다."

    "음.."

    사천당가에서 만약 자신들이 죽는다면, 분명 쌍도문에선 진상조사를 위해 사람

    들을 파견할 것이고, 중독된 독으로 자신들이 당가 비전의 정제된 사독으로 죽

    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 당가와 쌍도문은 정면 전쟁으로 이어질 수밖

    에 없었기에 곽무진의 추리를 어느정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어느 정도 당가의 사정을 알게 된 구궁은 일행들과 함께 아침 일찍 당

    가타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제 밤에 암살에서 실패한 만큼 그들은 분명 다른 수로 자신들을 공격할 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지요?"

    "아미파나 청성파, 이 두 개의 대 문파외에는 사천에서 당문으로부터 우리를 보

    호해 줄 수 있는 곳은 없다."

    구궁으로선 비구니가 살고 있는 아미파가 당가의 공격을 피하기에는 더 좋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은 출입도 어려운 곳이 아미파였는지라 청성파로

    급히 말을 몰아갔다.

    "쌍동문의 분들은 잠시만 멈춰주시오."

    일행들이 당가타를 벗어나 고개를 넘으려 할 때 누군가 뒤에서 자신들을 부르

    자 구궁은 칼에 손을 대며 천천히 고개를 돌렸는데, 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철아우 아닌가!"

    "역시 구궁형님이셨군요!"

    구궁은 자신을 부르는 사람이 당가에서 친하게 지냈던 당철이라는 것을 알고는

    반가운 얼굴로 말했다.

    당철은 주위를 한번 흝어보더니 전음을 사용하여 그들에게 따라오라는 지시를

    했고, 일행들은 그의 뒤를 따라 당가타를 벗어난 작은 산으로 올라가기 시작했

    다.

    산 중턱에 오르자 당철은 주머니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서는 바람에 따라 산

    아래로 그것을 뿌리기 시작했고, 노란색의 가루는 바람을 따라 안개가 되어 사

    방에 흩어져 갔다.

    "황분독?"

    황분독은 당가에서 사용하는 독의 일종으로 노란색의 가루독을 바람에 따라 뿌

    리는 것으로 살상용보다는 추적자를 따돌리기 위하여 만들어진 독이였다.

    "예. 현재 당가는 안전하지 못하니까요."

    "음.."

    당철이 이렇듯 신중하게 도망을 갈 정도라면 상당한 적이 당가를 점령하고 있

    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렇게 세 번 정도 분독을 사용하여 있을지 모르는 추적자를 떨어뜨리고

    는 산 중턱의 동굴로 일행들을 안내했는데, 그곳에는 상당한 숫자의 부상자와

    함께 구궁이 알고 있던 당가의 고수들을 볼 수 있었다.

    "당이 어르신!"

    "아! 구궁조카 아닌가!"

    당이는 구궁의 얼굴을 보고는 반갑다는 듯이 미소를 짓고는 다가왔다. 쌍도문의

    일행으로선 드디어 당가의 진짜 식솔들을 보게 된 것이다.

    당가타의 서북쪽에 있는 동굴에는 당이와 당삼을 비롯하여 당가가 자랑하는 후

    지기수 삼형제인 당철, 당소, 당진들과 함께 당삼의 딸인 당미혜, 당영아 역시

    머물고 있었다.

    구궁으로선 왜 이러한 인물들이 당가장에 머물지 못하고 이런 산 속의 동굴에

    머물러 있는지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당이 어르신께서 이런 동굴에 몸을 숨기고

    계시다니 말입니다."

    구궁의 물음에 당이는 한 숨을 쉬고는 말했다.

    "일단은 안으로 들어가서 차나 한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세."

    "예."

    당이의 말에 일행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안에 있는 당문의 식솔들은 오십여명 정도되었지만, 그들의 반 수 이상이

    앓아 누워있었는데, 얼굴에 붉은 반점이 나 있고 고열이 나는 것으로 보아 독이

    나 병에 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공기로 전염은 되지 않는지 당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동굴안으로 들어갔

    지만, 독이나 전염병을 두려워하는 보통 무인들로선 조금 섬뜻한 감이 들지 않

    을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당가에 사람들이 독에 중독되어 있다니."

    "휴....우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네."

    자리에 앉은 당이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구궁에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처음 당가에 이 점염병 같은 독이 돈 것은 한달 정도 전이였다. 당가의 내당에

    불어닥친 이 독은 순식간에 내당의 식솔들이 중독 당한 것이다.

    당가에서는 처음에는 전염병으로 생각하고는 조사를 했지만, 병명 조차 알아내

    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때 문제의 집단이 나타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