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3화 (34/355)
  • 제 7 장 개방제일미 사도혜 (4)

    조금 냄새가 나긴 했지만, 그런데로 견딜만한지라 장천은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

    다.

    "무섭지 않니?"

    "별로요."

    뭐 별로 무서운 것은 없었던지라 사도혜의 물음에 장천은 느낀대로 말했는데,

    그게 기특하기라도 한지 그녀는 장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기특도 하네?"

    "휴...누나 제 나이가 몇살 같아요?"

    "응? 한 아홉 살?"

    "열다섯살이에요....."

    그 순간 사도혜는 크게 놀라는 듯 했지만, 장천이 거짓을 말하는 줄 알고 미소

    를 지으며 말했다.

    "깜찍하네 나이도 속일 줄 알고?"

    하지만 그 말은 근처에 있던 사람에 의해 사실로 밝혀졌으니 그 당사자는 바로

    구궁이였다.

    "장사제의 나이는 열다섯살이 맞습니다."

    "....."

    전혀 거짓말을 할 것 같지 않은 구궁이였기에 사도혜로선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열살도 안되게 보이는 것이 감히 열다섯살이나 되었다는 것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무슨 상관이랴....

    "그래도 귀여운 걸 어떻해..아우 귀여워라..."

    "휴..."

    언제까지 아이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는 장천이였다.

    그때 숲에서 엄청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어흥!!"

    일행들은 그 소리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병장기를 꺼내 들었는데, 사도혜

    는 장천을 보호하기위해 가슴에 끌어 안은 채 자신의 연검을 뽑아 들고는 사방

    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산을 타고 울리기 때문입니다. 호랑이는 상당히 먼거리에 있으니 경계를 늦추

    도록 하십시오."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구궁 만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모닥불에 나무를 집

    어넣고 있었고, 쌍도문 일행들은 구궁의 경험을 알고 있는지라 아무런 내색 없

    이 병장기를 집어넣었지만, 개방의 인물들은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크게 경계하는 듯한 모습, 단순히 호랑이만을 경계하는 모습이 아니

    였기에 구궁은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확실히 호랑이는 있긴 하군, 그런데 개방의 사람들의 모습은 호랑이보다는 무

    엇인가 다른 것을 경계하는 것 같은데...뭐지?'

    최대한 빨리 개방이 감추고 있는 것을 알아내지 못한다면 자신들 역시 큰 위험

    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는 구궁으로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알아내야 되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군....궁극의 미동계(美童計) 시작해야겠군.'

    미동계 그것은 감숙성 일대에서 처음 나온 엄청난 계략이였다. 미인계와 미남계

    보다 한 수위의 힘을 지닌 이 계략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거의 모든 이에

    게 통하는 무시무시한 계략이였으니 감숙성에서 이 계략에서 빠져나온 이는 청

    년들과 일부의 중년계층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물론 미동계에 쓰여지는 이 계략은 만년동인 장천이라는 불세출의 미동이 필요

    한 것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였다.

    [장천.]

    [예. 사형.]

    [미동계를 사용하여 개방의 비밀을 밝혀내라.]

    [헉!..]

    장천은 등줄기의 식은땀이 흘러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금단의 비계인 미동계만

    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궁은 단호했고, 어쩔 수 없이 장천은 미동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장천이 사용하는 미동계는 결코 미인계나 미남계처럼 이름만 있고, 자세한 사항

    이 없는 그런 어정쩡한 기술이 아니였다.

    미동계 그 첫 번째는 춘풍비접(春風飛蝶) 봄바람에 나비가 날아가네라는 조금은

    유치한 이름의 초식, 장천은 갑자기 머리가 아픈 듯,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

    았다.

    "천아!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장천이 쓰러지자 놀란 사도혜는 급히 천이에게 달려가

    안아 주었다.

    "누나...아무래도 빈혈이 있나봐요.."

    "그런 것 같구나."

    장천의 얼굴의 혈색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사도혜로선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물

    론 이것은 경맥을 통하여 핏기가 흐르는 것을 잠시 차단하는 고난도의 기공일

    뿐이였다.

    "엄마...엄마...."

    자리에 누운 장천이 엄마를 찾자 사도혜는 더 이상을 참지 못하고 그의 옆에

    가서는 도닥여 주기 시작했다.

    "천아..기운을 차려야지..."

    걱정스러운 사도혜의 말에 장천은 푸르스름한 혈색에도 방긋이 미소를 지었다.

    이름하여 유혹지화(誘惑之花) 유혹을 하는 꽃이란 이름의 초식으로 천천히 사도

    혜를 자신에게 끌어들이는 장천이였다.

    살짝 귀여운 미소를 보여준 장천에게 그녀는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정도

    덫에 그녀가 걸렸다고 판단한 장천은 다음 장으로 들어서니 이름하여 화접지몽

    (花蝶之夢) 바로 꽃나비의 꿈이라는 절정의 초식이였다.

    "누나 그런데 나 궁금한게 있어요?"

    "뭔데?"

    "누나는 왜 그렇게 이뻐요?"

    "응?"

    그 말과 함께 장천은 사도혜의 품에 안기니 귀여운 동생같은 장천의 모습에 사

    도혜의 입가에는 미소만이 그릴 뿐이였다.

    '이쁜건 좋은데...좀 씻어줘요..'

    이말을 하고 싶은 장천이였지만, 대의를 위해선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화접지몽을 위해선 먼저 그녀의 환심을 사기위한 말을 계속해야 한다. 나비에게

    꽃의 환상을 심어주기 위해선 어느정도 향긋한 향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참을 귀여운 어린 동생과 이야기하는 듯한 기분에 빠진 사도혜로선 도저히

    그 마수에서 벗어날 수 없었으니 권모술수가 뺨을 치는 강호의 전형적인 모습

    이였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장천은 천천히 사도혜에게서 접근하여 개방의 중요한 기밀자료를

    입수할 수있었으니 그녀가 전해 준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검문사의 일과 같은 일이 쭉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개방의 조사보고에

    이르면 제일 먼저 이런 일이 일어난 곳은 장백산이였고, 그 후로 일정한 시간을

    주기로 계속 그 흐름은 서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한다.

    둘째 백수마왕의 실종, 백수마왕은 장백산에 살고 있는 사파의 고수로 모든 맹

    수들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이다. 무공 자체는 맹호격권(猛虎擊拳)이라

    는 이류권각술에 지나지 않지만, 맹수들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진 이라는 것이

    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전에 서쪽 서장무림에서 역시 이와 비슷한 인물

    이 사라졌는데 바로 천랑무녀(千狼巫女)라는 여인으로 늑대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여인이였다.

    서장 무림에선 신녀로까지 추앙받고 있는 그녀가 갑자기 실종되었던 것이다. 그

    이외에도 남만에 사는 만사독인(萬蛇毒人)이라는 독사를 조종하는 인물과 화봉

    마녀(花峰魔女)라는 벌을 조종하는 여인도 사라지는 등, 강호에서 잇따라 짐승

    을 수족처럼 다루는 사람들이 실종되가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이런 이유로 백수마왕의 실종에 많은 수의 개방의 인물들이 나섰고, 검문

    산의 녀석이 나타나자 선발대로 경공에 능한 4명이 나서게 됬다는 것이다. 앞으

    로 3일 정도후면 개방의 본대가 도착하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척

    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는데, 그것이 구궁 때문에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장천은 사도혜에게서 이런 여러 가지 사실을 밝혀 낸 후 구궁에게 전음을 통해

    알렸고, 구궁은 장천이 보내 준 정보에 따라 일행들과 비밀리에 전음을 통한 회

    의를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회의에는 놀랍게도 공동파의 고도리도 참여하고 있었는데, 사실 화룡신도의

    일만을 제외하고는 고도리가 쌍도문에게 해를 끼친 일은 전혀 없을 뿐 더러 개

    방과의 마찰에선 자신들을 도와주기까지 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를 일원으로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음을 통한 회의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으니

    애석하게도 개방의 사람들을 속이고 전음을 해야 하는지라 아직 여러사람에게

    한번에 전음을 날릴 경지가 아닌 일행들은 일일이 같은 말을 몇번이나 반복하

    는 수고를 해야 했으니 하수들의 슬픔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검문산의 호랑이들은 백수마왕이 조종하는 녀석들일 것이 분명하군

    요.]

    [그렇소. 아무래도 개방 측은 백수마왕을 잡아들여 그 배후를 알아내려 하는 것

    이 분명한데, 이거 차라리 개방측이 의견을 따르는 것이 나았던 것 같군.]

    [아닙니다. 개방의 일은 자칫 초민들의 희생을 만들어 낼 수도 있었던 일 전 사

    형의 결정이 틀리지 않다고 봅니다.]

    네사람은 이 일에 대해 잠을 자는 척 누워서는 각자에게 전음을 날리고 있었는

    데, 백수마왕이라면 심상치 않은 일이였다.

    수많은 맹수들을 다스리는 그라면, 검문산에 얼마나 많은 맹수들이 도사리고 있

    을지 알지 못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냥꾼들이 단 한사람도 살아 돌아오지 못한 것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는 일,

    문제는 녀석들의 공격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였다.

    [음...경공술에 능한 개방의 인물들이라면 충분히 맹수들의 공격에서 도망 칠 수

    있겠지만, 우리로선 고도리대협과 장천이 걱정되는군요.]

    그 말에 고도리는 얼굴이 빨개 질 수밖에 없었지만, 구태여 변명은 하지 않았

    다. 그가 장법과 도법에 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공은 아직 이류정도에 수준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혼원일기공과 현명신장이라는 상승의 무공을 익

    히기 위해선 경공에 시간을 투자 할 수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쌍도문의 입문 무공인 쌍용승천도법을 익히기 위해선 반드시 많은 수련을 쌓아

    야 하는 것이 경공법이였고, 구궁은 숲에선 어느 누구보다 빠른 사나이였기 때

    문에 문제는 장천과 고도리였던 것이다.

    장천은 쌍용승천도법을 높은 수준 익혔다고는 하지만, 따로 경공술을 연습한 것

    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숲에선 당연히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었다.

    [일단은 다른 수를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고도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일행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

    고 구궁이나 요운도 썩 괜찮은 생각이였기에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이들이 이렇게 회의를 하고 있을 때, 장천은 사도혜의 품에서 잠을 자야하

    는 처지에 빠졌으니 개방의 인물들이야 냄새에 이력이 난 사람들이기에 사도혜

    와 같이 자는 장천을 질투했겠지만, 그로선 미칠 지경이였다.

    미동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청결해야되는 것이 원칙이였으니, 더러운 미동은 어

    느 누구도 안으려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는 아니였지만, 어쨋든 장천은 청결하기 그지 없었는데, 그런 그가 게

    으르기 그지 없는 사도혜와 같이 자려니 엄청난 고행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흑흑흑..어머니 왜 저를 이렇게 귀엽게 낳으셨습니까..흑흑..'

    귀여운 것이 한탄스러운 장천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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