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5화 (26/355)
  • 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2)

    "먼길을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공동파의 접객당의 부당주를 맡고 있는 가형

    이라 합니다."

    문이 열리면서 나온 공동파의 제자 중 청의를 입은 삼십대 중반 정도의 남자가

    일행의 앞으로나와서 포권을 하며 말하자 구궁 역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쌍도문의 구궁이라 합니다. 이런 시간에 귀문을 찾을 것이 실례가 아닐지 모르

    겠군요."

    "하하하 공동파는 악의가 없는 손님이라면 언제 어느때에도 거절하지 않습니다.

    자 안으로 드시지요."

    "예."

    접객당의 부당주인 가형을 따라 쌍도문과 경운문의 일행은 접객원으로 안내되

    어 갔는데, 그는 무슨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지 구궁을 보며 물었다.

    "한데 뒤에서 계신 분들은 전에 본문에 들리셨던 경운문의 분들 같은데?"

    "하하하 귀문으로 오는 도중 경운문의 분들과 만나게 되었지요. 저희로선 공동

    파에 인사를 드리고 다시 길을 떠나야 되는데 마침 경운문의 분들과 여정이 같

    기에 동행을 청했었지요."

    "아! 그러셨군."

    가형은 그제서야 경운문의 제자들이 있는 이유를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

    고는 일행들을 안내해 들어갔다.

    한참을 들어간 후에야 겨우 접객당에 도착할 수 있었기에 장천은 공동파의 규

    모에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쌍도문에서만 살아왔던 장천으로선 쌍도문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했는데, 공동파

    에 비교하면 마치 권문세가의 장원과 일반 평민들의 집 정도로 차이가 나 보였

    기 때문이다.

    한참을 접객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가형이 일행들에게 와서는 정중하게 포권

    을 하며 말했다.

    "문주께서 지금 손님분들을 만나시고 싶다 하십니다."

    "예."

    하경의 말에 구궁과 일행들은 모두 일어선 후 그의 뒤를 따라 문주를 접견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하백을 비롯한 경운문의 문도들은 자신들이 왔을 때와 대접이 확연히 틀린 것

    을 보며 조금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는데, 쌍도문이 공동파와 혈맹과도

    비슷한 입장인 것을 생각하면서 마음을 추스릴 수밖에 없었다.

    하경의 뒤를 따라 간 장천일행은 문주가 머무르고 있는 만무전에 도착할 수 있

    었다.

    만무전의 주위에는 십여명의 공동파의 제자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한사람,

    한사람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지라 어린 장천은 과연

    공동파로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만무전 안으로 들어서자 거대한 대청의 끝에 칠순정도의 청의의 노인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고, 그 밑으로 십여명의 중년무사들이 자리에 자리를 잡고는

    앉아 있었는데, 그 숫자는 십여명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들이 내뿜는 기운 때문

    에 장천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이들 중년의 무사들은 공동파의 장로들과 각당의 당주들이였다.

    한명, 한명이 무림에서 내노라하는 무명을 가진 고수들로 지금 만무전에 있는

    이들이 바로 공동파를 이끌고 있는 일진이라 할 수 있었다.

    구궁은 포권지례를 하며 청의의 노인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상도문의 이대제자 구궁, 공동파의 천무성자님께 인사드립니다."

    "오! 몸집이 장대하여 누군가 했더니 활을 잘 쏜다는 양조카의 제자 구궁이로구

    나."

    청의의 노인 그가 바로 현 공동파의 문주인 천무성자 양세기였다.

    구궁은 양세기의 말을 듣고는 천천히 앞으로 나가 문주의 곁에서 시립해 있는

    한 장년의 무사에게 품에서 함을 하나 꺼내어 건네주었다.

    장년의 무사는 함을 받고는 뚜껑을 열어 조심스럽게 문주에게 두 손으로 가져

    갔는데, 함 속의 물건을 본 양세기는 크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호오. 이건 쌍도문의 비전환단이라는 만화신단이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저희 문주께서 천무성자 어르신의 몸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크게 걱정을 하며 소주를 인사시킬 겸 만화신단을 전해드리라 하셨습니

    다."

    "오! 이거 하백문주께 큰 선물을 받게 되었군."

    만화신단을 받은 양세기는 크게 기뻐하는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는데, 쌍도

    문의 비전환단인 만화신단은 내공을 늘여주는 청심단과 함께 쌍도문의 이대비

    전환단에 속해 있는 약이였다. 만화신단은 오립산이 수십년 동안을 모은 수많은

    약초를 제련하여 만든 환단으로 내공에는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원기를 회복하

    는데는 큰 효과가 있었다.

    양세기로선 과거 오립산이 살아 있을 때는 만화신단을 얻은 적이 있었는지라

    그 효능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그래. 쌍도문의 소주는 누구신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양세기가 소주가 누구인지를 묻자 장천은 앞으로 나서서

    는 포권지례를 하며 자신의 소개를 했다.

    "쌍도문의 이대제자 장천이 천무성자님께 인사드립니다."

    장천이 앞으로 나서서 인사를 하자 양세기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쌍도문의 새로운 소주가 열다섯정도의 나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그는 내

    심 곽무진을 소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상을 깨고 열살도 안된 것 같은 아

    이가 나와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허허 장천 소협은 잠시 나에게로 가까이 오지 않겠는가?"

    하지만 쌍도문의 소주라면 무엇인가 다른 것이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 양세기

    는 장천을 보며 가까이 오라 말을 했고, 장천은 고개를 숙이고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잠시 맥을 보아도 괜찮겠는가?"

    "예."

    양세기가 갑자기 자신의 맥을 본다는 말에 장천은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란 생각에 자신의 손을 내밀었고, 양세기의 쭈굴쭈굴한 손

    은 장천의 부드러운 아기 피부를 만질 수 있었다.

    잠시 맥문을 짚어보는 것은 과연 장천의 내력이 어느정도나 될까 궁금해서였는

    데, 그 내공의 양을 알아 본 순간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열다섯의 나이라고 보기에는 단전에 있는 내공이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다.

    "오! 쌍도문에서 뛰어난 인재를 소주로 맞이했구나."

    크게 감탄한 표정을 지은 천무성자 양세기는 장천의 손목을 놓아주고는 무슨

    생각에 잠기는 듯 하다가 옆에 있는 중년의 무사를 보며 말했다.

    "장단주는 지금가서 내 거처에 있는 도를 가져오도록 하게."

    "예."

    양세기의 명령을 들은 장단주는 고개를 숙인 후 만무전에서 나갔다. 그가 나가

    자 천무성자는 장천을 보며 물었다.

    "그래 소협은 귀문의 무공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이던가?"

    "아직 어설픈 솜씨이기는 하지만 다행히 쌍용승천도법만큼은 구성 정도를 성취

    할 수 있었습니다."

    "오! 쌍용승천도법을 구성이나 성취하다니 상당한 기재로고."

    양세기의 쌍도문의 쌍용승천도법이 입문무공이긴 하지만 그것을 익히는 것이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구성이나 익힌 장천의 재능에 감

    탄할 수 밖에 없었다.

    한참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문주의 명령을 받고 칼을 가지러간

    장단주란 중년의 무사가 돌아와 조심스레히 푸른색의 용의 양각되어 있는 겁

    집에 있는 도를 바쳤는데, 양세기는 그것을 받아서는 장천의 손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네 쌍도문의 소주가 인사를 하러왔는데, 줄 것이 마땅치 않아 젊었을 때 내가

    쓰던 고물칼 밖에 줄 수가 없네."

    그렇게 말을 하면서 도를 건네주었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공동파의 한 장로가

    크게 놀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문주! 그 도는 화룡신도가 아닙니까!"

    장로의 말에 구궁과 요운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화룡신도 강호 십대

    신병에 열 번째에 속하는 칼로 천무성자 양세기가 50이 넘었을 때 우연이 얻게

    된 보도인데, 칼 자체에 불의 기운이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그것에 베인 자는

    화상을 입는다고 알려진 절세의 신도이다.

    강호 십대 신병의 말좌를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강호 십대 신병라는 그 자

    체가 세상에서 그리 쉽게 구할 수 없는 신병만을 모아 서열을 매겨 놓은 것이

    기 때문에 그 말좌라 해도 그 가격은 돈으로 매길 수 없는 귀한 것이였다.

    구궁이 바친 만화신단이 비싼 물건이라고는 하지만, 천무성자가 장천에게 건네

    주는 화룡신도에 비한다면 껌 값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장천 역시 강호 십대 신병에 대해서 어느정도 들은 적이 있는지라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선 잽싸게 가로채고 싶었지만, 장춘삼의 말 중에 상대에게 너무 과한

    선물을 받는다면 나중에 그에 합당한 답례를 해야 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도저

    히 화룡신도에 준하는 답례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장천은 사양할 수 밖에 없

    었다.

    "천무성자님의 말씀은 고맙지만, 어린 제가 받기에는 화룡신도는 너무 과한 듯

    합니다."

    하지만 장천의 사양을 들은 양세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과하지 않네."

    "하지만..."

    장천이 도저히 받지를 못하고 있자 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치고는

    말했다.

    "그렇다면 소협이 이 도를 받는 대신 나중에 공동파에서 부탁하는 일을 한가지

    들어주는 것은 어떤가?"

    양세기가 그 조건과 함께 도를 내미는지라 이번에도 거절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을 한 장천은 공손히 두손으로 도를 받으며 말했다.

    "예. 천무성자님의 선물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허허허 공짜가 아니니 명심을 해두게나."

    "예.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를 받은 후 얼마 정도의 이야기를 더 나눈 후 일행들은 접객당으로 돌아 올

    수 있었다.

    장천은 접객당에 돌아온 후 자신이 받은 화룡신도를 보며 기분이 들떠 어쩔 줄

    을 몰라하고 있었다.

    "와!! 나도 이제 십대 신병의 하나가 생겼당..크흐흐흐"

    무릇 무사라 하는 것은 무공과 병기에 대해서는 그 어떠한 것 보다 관심을 많

    이 가질 수 밖에 없는지라 장천으로선 마치 천금이라도 얻은 듯한 기분이였다.

    요운은 십대신병 중 하나인 화룡신도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에 도를 들고는 날뛰고 있는 장천에게 가서는 말했다.

    "사제 그 도를 잠시만 볼 수 있겠는가?"

    "음....."

    장천이 도를 잠깐 보겠다는 자신의 말에 가늘게 눈을 뜨며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기에 조금 당황하는 그였다.

    "뭐야! 이 사형이 그 도를 뺏기라도 할 것 같다는 그 눈은!!"

    요운이 황당하다는 듯이 말하자 장천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손을 내젖고는 보

    도를 내어주며 말했다.

    "때 타지 않게 조심해서 보도록 해."

    "...."

    도를 건네주면서 당부하는 장천의 말에 요운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식은땀을 떨구어 내서는 천천히 화룡신도를 도집에서 뽑았

    다.

    "음.."

    화룡신도를 뽑아 든 요운은 그 모습이 일반도와 별로 다르지 않은지라 신음을

    낼 수 밖에 없었다.

    명도라 하기에는 그 예기도 그렇게 날카롭지 않은데다가 도광 역시 신도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운 한번 내공을 집어넣어 보도록 해라."

    "내공이요?"

    검을 뽑고는 실망한 표정을 하고 있는 요운과 곁에서 보고 같은 느낌을 받았던

    장천의 표정을 보던 구궁은 크게 웃으며 요운에게 말했다.

    요운은 구궁의 말에 천천히 자신의 내공을 화룡신도에 주입했는데, 그 순간 크

    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런 내공도 주입하지 않고 뽑았을 때는 보통의 칼보다 못한 것 같은 모습의

    도가 내공을 주입하자마자 예리한 예기를 뿜어냄과 동시에 뜨거운 불길과 함께

    붉은 도광을 사방에 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괴..굉장하다!"

    요운과 장천은 그 모습에 놀라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것을 보고 있던 구궁이 화룡신도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화룡신도는 천무성자께서 오십이 되던 해에 남만으로 여행을 가셨다가 그곳의

    원주민의 족장을 구해주고 얻은 신비의 광석으로 만든 칼이다. 처음에는 천무성

    자께서도 내공이 주입되지 않은 칼의 모습을 보며 크게 실망을 하셨지만, 내공

    을 주입하자마자 뜨거운 화기를 뿜는 화룡신도에 크게 감탄하셨다고 하지."

    "그렇군요."

    요운은 좀처럼 화룡신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보며 재빨리

    장천이 칼을 뺏어서는 도집에 집어넣었다.

    "입맛 다시지마. 절대로 안 줄거니까."

    "쳇."

    장천의 말에 요운은 치사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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