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4화 (25/355)
  • 제 6 장 공동파의 꽃돌이 (1)

    [정말 난 아무런 관심도 없다니까..]

    "어허 중요한 일도 아닌데, 전음은 삼가게 그리고 관심도 없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사질?"

    또 다시 길을 떠난 장천일행, 곽무진은 천의 옆에서 자신의 결백함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천은 요지부동이였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말을 타고 가는 장천은 간간히 무진의 여린 가슴을 찢어뜨

    리는 말을 한마디씩 내뱉곤 했으니....어린 소저를 탐하는 변태 유부남에서 시작

    하여 불쌍한 남궁소소, 만약 소소누나가 바람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떻게 할

    까? 엄마랑 소소 누나는 성격이 비슷한데 등으로 이 상태로 만약 쌍도문으로

    돌아간다면 무진은 뼈도 못추릴 것이 분명한지라 그로선 다급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바람이나 폈다면 덜 억울하겠지만, 정화란 아이가 무턱대고 자신을 좋아

    하는 것을 무진이 어떻게 하겠는가?

    정말 인기남은 괴로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장천에게 별 이야기를 다 해보아도 소용이 없던지라 무진은 구궁과 요운에게

    암암리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지만, 장천의 불길이 자신에게도 미칠까 두려워

    하는 두 사람으로선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며 모른척 할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하다고 말하는 이도 없지는 않겠지만, 사실 한번 구궁이 무진의 불쌍한 도

    움의 눈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한번 나선 적이 있었다.

    "장사제, 이제 이만하면 무진 사질을 용서하지 그러나."

    "예? 무슨 소리입니까? 무진 사질이 저한테 죄라도 지었단 말씀입니까? 음...그

    런 것이 있으면서 아직도 말을 안하고 있다니 건방지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건 도가 지나치군요."

    "....사제..."

    "아! 구궁 사형의 형수님은 산채의 소두목 출신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갑자기 장천의 뜸금없는 말에 구궁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장천의 입가에선 미소가 지어지며 말했다.

    "그렇군요. 음...그나저나 이번에 갈 공동파에선 예쁜 소저가 없었으면, 좋겠군

    요. 자칫 구궁 사형을 좋아하는 여인이라도 생긴다면 큰일이니까 말입니다."

    "응?"

    "아! 혼자 독수공방하셨을 형수님이 구궁 사형께서 예쁜 소저와 눈이라도 마주

    쳤다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표정을 지으실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

    이건 협박이였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어린 장천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면

    구궁의 아내는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은 분명한

    일, 만약 그 성격 괄괄한 아내에게 장천이 말을 약간이라도 꾸민다면, 그로선

    무진이 당할 불상사에 못지 않은 일을 당할 것은 분명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하하...사제는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군....그래...계속 사질과 이야기를 나누게

    나..."

    어쩔 수 없이 구궁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으니, 사

    제가 불쌍하긴 했어도 일단은 자신이 살고 봐야 할 것이 아닌가.

    이런 이유로 무시무시한 마누라를 둔 세사람은 어쩔 수 없이 장천에게 끌려 다

    닐 수 밖에 없는 운명이 된 것이다.

    [아무래도 상태가 조금 심한 것 같습니다. 사형.]

    요운은 장천을 보며 심각한 얼굴로 구궁에게 전음을 보냈고, 그의 전음에 구궁

    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도대체 무진 사질이 어떤 도움을 주었길레 정화소저에게 환심을 얻었는지 모

    르겠지만, 그것으로 자네가 한 일이 말짱 도루묵이 되었으니 말일세...이렇게 가

    다간 쌍도문의 돌아간다면 무진에게 튄 불똥이 우리에게까지 옮겨 붙을 수 있

    는데 말이야..]

    [그렇습니다. 어떻게든 해결할 방도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동감일세.]

    두 사람은 서로 전음을 나누며 장천의 문제를 해결할 방도를 찾아 이야기를 나

    누었지만, 좀 처럼 결론이 나지 않고 있었다.

    장천의 생김새가 열 다섯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열 살도 되지 않은 꼬마로 보이

    는지라, 정화소저는 전혀 장천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였다.

    [일단은 장천의 남자다움을 보이는 것이 우선인 것 같군요.]

    [그렇지, 정화소저가 보기에는 아직 장천은 꼬마이상으로 보이지 않을테니까 말

    이야.]

    [제가 자객 노릇이라도 해볼까요?]

    [그건 안되네, 우리만 있으면 모를까. 같은 정파에 속하는 문파인 경운문의 문도

    들까지 있는데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장천의 일이라곤 해도 같은 정파에 속한 경운문의 문도들을 속이는 것은 대장

    부인 구궁으로선 도저히 할 수가 없는 일이였던 것이다.

    융통성이라도 조금 있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는 요운이였지만, 어찌 보면 그런

    것이 구궁 사형을 존경하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담. 공동파에 도착해서 검이나 한번 나누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대련을?]

    [예. 장천사제가 아직 초식면에선 부족하긴 하지만 내력은 솔직히 우리들 중 가

    장 높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네만, 장천 사제가 싸운다면 자네나 무진도 공동파의 제자들과 대련

    을 하지 없을텐데. 만약 천사제가 패한다면 자네들로선 문파의 체면도 있으니

    그들과 무승부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군요.]

    구궁의 말에 자신이 내어놓았던 것에 어느 정도 문제점을 파악한 요운이였다.

    이런저런 일로 정신이 없이 이어지는 여정은 어느덧 십수일이 지나갔고, 일행들

    은 공동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동산에 도착하자 하백은 말을 앞으로 몰아나가 구궁을 보며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저희들은 여기서 이만 헤어져야겠군요."

    "아니 무슨 소립니까?"

    하백이 다른 곳으로 간다는 말에 요운과 구궁은 다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상

    에 장천을 저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다음에 그냥 가겠다면 자신들은 어떻게 하

    라는 말인가?

    구궁으로선 멱살이라도 잡고 못 간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는지

    라 속이 탈 수 밖에 없었다.

    "쌍도문의 여러분들과 함께 하기 전에 이미 공동파에 들렸는데, 또 다시 들린다

    는 것이 조금..."

    "하하하 그런 것쯤은 걱정마십시오. 저희가 다 알아서 처리할테니."

    "그래도.."

    "하하하 걱정마시라도요. 감숙성은 어느 누구나 다 아는 거처럼 저희 쌍도문과

    공동파가 양분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지요. 공동파의 문주이신 복마도 마진양

    어르신은 쌍도문의 태사부이신 오립산님과 막역한 사이였습니다. 저희로서는 작

    은집을 찾아가는 것 같은데, 어찌 친우를 데리고 가는 것이 해가 될 수 있겠습

    니까."

    요운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하백을 순식간에 친우 리스트에 올려 놓았으니 이

    렇게 까지 하는데도 가지 않는다면, 예의에 어긋난 일인지라 그는 어쩔 수 없이

    쌍도문의 일행과 동행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쌍도문의 여러분께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예. 저희들만 믿으시지요."

    하백이 마음을 바꾸어 뒤로 돌아가자 두 사람은 크게 한 숨을 쉬며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 경운문의 정화소저가 길을 달리하여 사라진다면, 언제 만날지 모

    르는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사제. 한시름 놓았네.]

    [예.]

    한편 자신들의 사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 하백은 길게 한 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한 여사제가 가까이 와서는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는데, 그

    여사제는 바로 하백을 좋아하는 미린이란 여인이였다.

    "사형 말씀드렸습니까?"

    "말은 했지만, 아무래도 공동산으로 가야될 것 같군."

    "사형!"

    미린은 하백의 말에 크게 화를 내며 소리질렀다.

    "미안하다. 사매, 하지만 쌍도문에서 우리를 좀 처럼 놓아주지 않으려하니 난들

    어떻하겠느냐."

    "휴..아무래도 쌍도문으로선 장천이란 소주와 정화사매의 일 때문인 것 같은데...

    하지만 다시 공동파로 갔다간 그 녀석이....아..생각도 하기 싫다."

    "공동파 꽃돌이....그 녀석만 없었어도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텐데..."

    도대체 공동파의 꽃돌이가 누구이길레 하백과 미린은 이렇게 고심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공동파를 향하여 가는 길에서 요운은 경운문의 제자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을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아까도 조금 이상하긴 했지, 정화소저와 장사제를 연결시키려고 생각하는

    하백이 왜 갑자기 우리와 헤어지려고 했던 것일까? 조금이라도 더 안면을 익혀

    두면 두 사람이 연결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임을 하백 역시 알고 있을텐데....

    지금 저들의 표정과 그 일을 미루어 본다면...공동파로 가는 것을 꺼려하는 이유

    가 있다는 뜻인데...도대체 뭐가 저들을 공동파로 가는 것을 꺼려하게 하는 것일

    까?'

    요운은 그들의 표정을 보며 대충 무엇인가가 있다는 것을 짐작은 하고 있었지

    만, 자세한 것을 모르고 있기 때문에 무어라 단정을 짓지는 뭣하고 대충 그들이

    꺼져하는 무엇인가가 공동파에 있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두 문파의 일행들은 세시진 정도 후 공동파의 건물이 눈에 보이는 곳으로 다달

    을 수 있었다.

    공동파로 천천히 말을 몰아가던 일행들은 길의 한 쪽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네

    명의 공동파제자를 볼 수 있었는데, 그들은 일행들을 보고는 앞으로 나와 막고

    는 포권지례를 하며 말했다.

    "여기서부턴 외인은 말을 타고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알겠네."

    공동파 제자의 말에 일행은 모두 말에서 내렸고, 요운이 그의 앞으로 다가가서

    는 말했다.

    "우린 쌍도문의 제자들이네, 이번에 쌍도문의 소주인 이대제자 장천이 귀문의

    문주님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 하니 자네들이 전해 줄 수 있겠나?"

    요운의 말에 공동파제자는 놀라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쌍도문의 손님이셨군요. 외람되오나 대협의 성함을 알 수 있겠습니까?"

    "본인은 쌍도문의 이대제자인 무쌍도 요운이라 하며, 내 옆에 계신 분은 분인의

    사형이신 신궁 구궁이라 하네."

    "아! 강호오룡의 일인이신 무쌍도 요운대협이셨군요. 예. 됐습니다. 신분확인절

    차가 끝났으니 오르시도록 하시지요."

    공동파의 제자는 자신과 이야기하던 사람이 강호오룡의 일인인 요운이란 것을

    확인하고는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일행들을 통과시켜 주었다.

    잠시 후 일행들이 공동파를 향해 오르고 있을 때 방금 지나온 초소쪽에서 한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음. 과연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공동파로군."

    "예. 사람이 직접 오르지 않고, 비둘기를 통해 서한을 전달하다니, 저희 문파에

    서도 이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듯 싶군요."

    구궁의 말에 요운 역시 비둘기를 이용한 전달방법이 꽤 쓸만하다 생각하며 말

    했다. 비둘기가 공동파의 건물로 날아 들어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건물

    의 문이 열리면서 몇 명의 제자들이 앞으로 나와 포권을 하며 일행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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