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3화 (14/355)
  • 제 4 장 장천의 무림 출도 (5)

    "도대체 대 천년마교의 암혈당이 개방의 잡놈들을 하나 처리하지 못하고 뭐하

    는게냐!!"

    마교의 암혈당 제 2 당 부당주 응조수(鷹爪手) 이진천은 벌써 세시진이 지났건

    만 개방에서 기련산에 만들어 놓은 객잔에서 자신들의 암수를 뚫고 빠져나가는

    자들을 막지 못하는 부하들을 보며 분통이 터질 지경이였다.

    정보에 의하면 객잔에 있는 개방의 인물들은 구차를 제외하고는 구사가 없었기

    에 교에서 파견한 지금의 인원으로 아무런 희생 없이 처리할 수 있었을 것임에

    도 벌써 30명이 남는 암혈당 당원들이 죽음을 당한 것도 모자라 빠져나간 녀석

    들 중 단 하나도 잡지 못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지경이였다.

    "그것이...개방의 인물들이 아닌 듯 합니다."

    "개방의 거지새끼가 아니라고?"

    "예. 암혈당의 동도를 벤 자는 쌍도를 사용하고 있으며 그 무공도 지금까지 들

    어온 정보하고는 완전히 다른 일류의 수준이였습니다. 아무래도 일을 처리하는

    중 객잔에 들어온 타문파의 제자가 얽혀 들어간 것 같습니다."

    "타문파라.."

    이진천은 부하의 말을 들으며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들에게 들어온

    정보는 정파의 밀정에 의해 들어온 소식이기 거의 틀릴 가능성이 없었기 때문

    이다.

    "쌍도를 사용한다라..."

    무림에서 쌍도를 사용하는 이들은 꽤 많은 수가 있지만, 수십명의 암혈당의 당

    원들을 베고 천라지망을 빠져나갈 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감숙성에서 자신들을 상대할 수 있는 쌍도를 쓰는 자들이 있다면, 그것은 단 한

    곳 쌍도문 밖에 없었기에 암혈당의 당원들이 어느정도 당하는 것도 이해가 되

    었다.

    쌍도문이 요근래에 명성을 날리고 있는 문파라고는 하지만, 그 수뇌부 중 강북

    십웅에 이름이 올라있는 초고수가 두 명이나 있었고, 후지기수 중에선 강호오룡

    에 속한 인물도 있을 만큼 한 순간 빛나는 문파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이진천으로선 더 이상 암혈당의 당원들을 잃었다가는 상부에서 문책을 받을 것

    이 걱정되었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순 없었다.

    "어쩔 수 없군. 오랜만에 용조수를 한번 써볼까?"

    그의 곁에 있는 부당주들은 안심할 수 있었다. 암혈당의 부당주라고는 하지만

    실제의 무공은 당주인 권마 묵천익과 비등하다고 하는 이진천이라면 충분히 그

    들을 처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숲을 통하여 기련산으로 빠른 속도로 뛰어가는 장천의 일행은 세시진이

    넘는 급행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다행히 더 이상 마교 암혈당의 공격은 없었지만, 구궁은 이것이 폭풍전의 고요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이 벤 암혈당의 무사들의 수는 삼십명정도였기에 그 정도의 숫자가 전부이

    라 생각할 수 없었으며, 지금까지 나타난 인물들이 어느 정도 실력을 지닌 인물

    이라고는 하지만 진짜 고수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고요의 후에 나타날 고수, 구궁은 그가 기련산에 천라지망을 깔아 놓고 있는

    암혈당의 무사들을 통솔하는 대장일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요운!"

    "예."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자."

    "하지만..."

    그의 말에 요운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구궁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물론 녀석들의 공격이 뜸한 지금 전력을 다해 도망친다면, 조금 더 안전한 곳

    으로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만약 암혈당의 무사들을 통솔하는 고수가

    온다면, 지금의 상태로는 일초지적도 되지 않을 것이다. 녀석들이 언제 공격해

    들어올지 모르는 이때 조금이라도 운기조식을 하여 내공을 모으는 것이 더 중

    요할 것이다."

    구궁의 말에 어느정도 일리가 있는 지라 요운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가부

    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구궁은 곽무진에게 눈짓을 보내어 운기조식을 하라 지시했기에, 무진은 업고 있

    던 장천을 내려 놓고는 가부좌를 틀고는 운기조식을 시작했다.

    "자네도 운기조식을 취하도록 하게."

    구차는 구궁 역시 많은 피로가 쌓여 있을 것이란 생각에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요운은 앞으로 닥칠 암혈당의 고수를 상대하기 위해 운기조식을 취

    해야 하고, 무진 사질은 천사제를 안전하게 업고 가기 위해 운기조식을 취하라

    한 것입니다. 전의 일은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니 지금 운기조식을 취할 수는 없

    지요."

    숲에서는 구궁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강호에서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에선 자신이 이들이 운기조식하는 것을 보호해야 하는 생각

    에 구궁은 극한 피로에도 운기조식을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구차는 사리판단도 빠르고 무공 역시 뛰어난 구궁을 보며 탄복하지 않을 수 없

    었는데, 그때 한 쪽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신음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은 독에 중독되어 쓰러져 있던 장천이였는데, 놀랍게

    도 그는 상당한 독에 중독되어 있었음에도, 지금은 아무런 중독현상을 보이지

    않은 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사제! 괜찮은가?"

    구궁은 장천이 정신을 차리자 급히 그의 곁으로 뛰어가서는 물었는데, 장천은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어두컴컴한 숲에 누워있자 어리벙벙한 얼굴로 사방을 둘

    러보고 있다가 구궁이 소리치며 뛰어오자 물었다.

    "어라 구궁사형 여긴 어디에요?"

    "기련산으로 가는 숲이다. 잠깐 맥을 좀 보자꾸나."

    일어나자마자 멍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어딘지를 묻고 있는 장천의 얼굴을 보며

    구궁은 천의 맥을 짚어 보았는데, 다행히 독의 중독현상은 완전히 사라지고 천

    의 맥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휴. 다행이군 먹은 양이 그리 많지 않아 독이 스스로 풀린 것 같다."

    "독이요?"

    "그래 넌 객잔에서 독에 중독되어 쓰러졌었다."

    구궁의 설명에 장천은 흠찟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호로 나오기 전 아버지인 장

    춘삼에게 숲없이 들은 주의사항 중에 흑점에서의 독을 조심하란 이야기가 있었

    기 때문이다.

    그때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자신이 독에 중독되었었다는 이야기를 구궁

    에게 듣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실감이 나고 있는 장천이였다.

    '강호나온 첫날부터 흑점의 독에 중독되다니...젠장...이대로 들어갔다간 평생 강

    호 구경도 못하겠다.'

    천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중독되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리를 부릴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그렇게 만류하던 강호행이였기에 자신이 독에 중독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당장 달려와서 쌍도문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 뻔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자신이 있었던 객잔은 흑점이 아니였다. 분명 개방

    의 대선배라는 구차란 거지가 주인장 노릇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장천은 조용히 뒤를 돌아보자 구차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에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구차대협님."

    "왜 그런가."

    "도대체 흑점도 아닌데 제가 어떻게 중독이 된거죠? 혹시 개방에서 흑점도 운

    영하고 있는 것 아니에요?"

    "흠흠.."

    개방이 흑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였지만, 실제로 장천

    이 자신이 장으로 있는 객잔에서 독에 중독된 것은 사실이였기에 구차로선 무

    어라 말할 처지가 되지 못하고 헛기침만 할 수밖에 없었다.

    "사제 개방에서 흑점을 운영할리 없지 않은가?"

    다행히 구궁이 변명을 해주고 있는지라 구차로선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

    는데, 그 때 구궁은 한쪽의 숲이 흔들리는 것을 보며 암혈당의 인물들이 나타났

    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의 철궁에 활을 저미고는 지체하지 않고 발사했다.

    "끄억!!"

    화살이 날아간 방향의 숲에서 구궁의 화살에 격중당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고,

    적이 나타났다는 것을 깨달은 요운과 무진은 운기조식을 재빨리 끝내고는 자리

    에서 일어나 허리에 차있는 쌍도를 뽑고는 경계를 취했다.

    "하하하하 누가 우리를 이렇게 골탕먹이고 있나 했더니 쌍도문의 활을 잘 쏜다

    는 구궁이란 아이였구나."

    구궁일행이 임전자세를 취하며 경계를 하고 있을 때 그가 화살을 쏜 숲에서 우

    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니 일단의 무사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구궁과 거의 비슷한 몸집의 거한이 오른 손에 명치에 화살이 박힌 자를

    아이 다루듯이 뒷덜미를 잡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아마 구궁이 쏜 화살이 자신에게 날아오자 근처에 있던 무사를 잡아 방패로 사

    용한 듯 했는데, 그는 구궁의 화살 솜씨에 감탄했는지 대소를 터뜨리면서 그를

    숲에 던져버리고는 두 손을 마주잡고 우두둑 소리를 내며 천천히 무사들과 함

    께 걸어왔다.

    개방의 구차는 그의 얼굴을 확인한 후 크게 놀라며 소리쳤다.

    "응조수 이진천!!"

    "이진천!!"

    구차의 말에 다른 이들도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진천은 암혈당의 부

    당주로 현재 마교서열 34위의 인물이였다.

    마교는 구 교도의 숫자도 많은 것은 물론이요 초고수의 숫자도 적지 않았기에

    마교 서열 50위권 내의 인물들은 모두 상대하기 어려운 자였다.

    이진천이라면 강호에서 기련삼마보다 한 수위의 실력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인

    물이였기에 요운이나 구궁으로선 버거운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장천은 일어나자 마자 별 이상한 사람이 자신들의 앞에 나타났기 때문에 영문

    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를 처다보고 있었다.

    "이진천이 누구길레 그렇게 긴장을 하는거야?"

    장천은 아직 강호의 무림인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무진에게 물

    어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무진은 식은 땀을 흘리며 장천에게 그에 대해서 설명

    을 해주었다.

    "응조수 이진천은 마교 서열 34위의 초고수입니다. 강호에서는 저희가 찾아가는

    기련삼마보다 한 수위의 인물이라 평가받고 있는 인물인데, 그의 응조수는 백련

    정강으로 만든 검조차 부술 정도라고합니다."

    "백련정강한 검을? 와!"

    손으로 검을 부러뜨리는 것 또한 힘든 일이였는데, 백련정강한 검을 부러뜨린다

    는 것은 상당한 무공을 지녔다고 할 수 있었다.

    요운은 일행 중에 자신밖에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고는 앞

    으로 나서며 임전자세를 취하고는 말했다.

    "용조수 이진천 무명은 들었소이다. 나 쌍도문의 이대제자 요운이 당신과 겨루

    어보고자 하니 허락하겠소이까?"

    "오! 자네가 강호오룡의 일인인 무쌍도 요운이였군, 좋아 좋아. 자네라면 나와

    손속을 겨루어 볼만 하지."

    요운이 앞으로 나오자 이진천은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와서는 두 손에 내공을 돋구었다.

    요운으로선 응조수 이진천의 무명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등에서 식

    은 땀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 느껴지는 그의 두손에서 느끼는 내공 역시 자신의

    아래가 아니였기에 싸움의 경험이나 식견이 모두 뒤지는 요운으로선 기술로서

    그를 상대할 도리 밖에 없었다.

    무쌍도 요운은 쌍도문내에서도 광무자 유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의 무공

    을 익히고 있는 인물이였기 때문이다.

    "하압!!"

    요운이 앞으로 뛰어나와 도를 휘두르자 이진천은 선배가 후배하게 하는 예를

    지키기 위해 처음의 삼초는 양보할 생각으로 가볍게 용조수로 도를 막으며 말

    했다.

    "괜찮은 도법이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것 같군. 하긴 젊은 후지기수의 내공

    이면 이 정도도 훌륭하지만 말이야!!"

    요운으로선 자존심이 상하는 이야기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일격에 그 역시 온

    힘을 다한 것은 아니였다.

    상대가 선배로서 삼초를 양보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그 역시 온힘을 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뒤쪽에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구차는 구궁이 희한한 짓을 하

    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숲의 나무에서 나뭇가지를 하나 꺽더니 단도로 그것을

    잔가지를 다듬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차로선 그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그의 화살통에는 어느

    정도의 화살이 아직도 남아 있었는데 무엇 떄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화살에 쓰이는 나무는 아무 나무로 쓰는 것이 아니였다. 보통은 대나무로 만

    들어 사용하는데 그것은 대나무는 결대로 자라 일직선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활

    의 정확성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들고 있는 나뭇가지는 단순히 잔가지만을 정리한 것이였기에 만약 활로

    그것을 쏜다면 정확도를 크게 흐트러진다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