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5화 (6/355)
  • 제 2 장 장천 쌍도문의 소주가 되다. (4)

    장천의 소동이 있은 다음날, 쌍도문에선 유례없이 수뇌부 긴급회의가 소집되었

    다. 이 수뇌부 긴급회의는 문내에 큰일이 있을 때, 오립산의 네제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이다. 오늘의 이 회의에는 의외의 인물이 자리를 하고 있

    었는데, 바로 양우생의 수제자인 광무자 유운이였다.

    솔직히 광무자 유운이 문파내에선 한 배분이 낮은 인물이기는 하지만, 나이로

    본다면 문주인 등평보다 3살이 더 많아 허울뿐인 장로들을 제외하곤 가장 연장

    자인지라 어느 누구도 유운은 등한시하지는 않고 있었다.

    또 그가 구양생에 밑으로 들어와 배분이 낮아졌을 뿐이지, 실제로 그가 강호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오래 전이였기에 실제의 배분은 그들의 스승인 군자쌍도

    오립산과 같다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왜 군자쌍도 오립산이 아닌 귀도(鬼賭) 구양생의 제자로 들어왔는지는 그

    의 스승이 된 구양생을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알지 못하는 쌍도문 내의 수수

    께끼라고도 할 수 있었다.

    들리는 소문에는 군자쌍도 오립산이 죽기 전 광무자의 배분이 낮아졌음 안타까

    워하며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했지만, 광무자가 거절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이런 인물이다보니 수뇌부회의에 모인 문주 등평의 사제들은 그가 이곳

    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했지만, 단 한사람도 그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거나 하는 사람은 없었다.

    유운은 그가 나설 곳이 아니면 나서지 않는 성품일 뿐 아니라, 설사 그가 그런

    것을 모른다고 해도 이곳에 있는 일대제자들은 광무자 유운은 어느 누구보다

    수뇌부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쫓아낼 생각은

    없는 것이다.

    네 명의 쌍도문 일대제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유운은 정중하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네분의 사백, 사숙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유운의 포권에 그의 배분을 상관하지 않는 구양생과 장춘삼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답례를 해주었고, 문주인 등평과 그의 사부인 양우생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인사를 받아 주었다.

    유운의 인사가 끝나자 문주인 등평은 헛기침을 몇번하며 시선을 모은 후 사제

    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사제들을 이렇게 모이게 한 것은 문내에 한 가지 일이 생겼기 때문이네."

    "일이라 하심은?"

    "그것이 어찌보면 쌍도문의 경사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하면 큰 골칫거리일

    수도 있는 일이기에 나로서는 그 판단을 여러 사제들과 협의하에 내려야 한다

    생각해서 이렇게 자네들을 불렀네 그 일에 대해선 사질이 이야기를 할 것이네."

    그 말과 함께 등평은 고개를 돌려 광무자 유운을 처다 보았고, 유운은 정중한

    자세를 취하며 그들을 향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여러 사백, 사숙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전 문내의 연공실에서 무공을 연

    마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유운이 이야기 한 것은 어제 있었던 장천에 관한 일이였다. 장천에게 두

    알의 청심단을 먹여 운기조식을 도와준 것부터, 천의 신체의 비밀까지 모두 이

    야기하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등평과 양우생을 제외한 두 사람은 크게

    놀라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천무성골이라 했나?"

    "예. 분명 장사질의 골격은 인체의 신비란 책에서 나온바에 의하면 천무성골임

    이 확실합니다."

    "음..."

    인체의 신비는 각 정도문파에서 그 신빙성이 입증된 서적이였고, 유운의 그것을

    보고 판단했다면, 결코 틀리지 않다고 생각한 일대제자들은 잠시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질에게 물어 볼 것이 있네."

    "예."

    구양생이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유운을 보며 한가지 질문을 던졌다.

    "분명 사제의 양자인 장천이 신분면에선 이대제자임이 틀림이 없지만, 두알의

    청심단을 내어 운기조식을 도와준 것은 조금 과했다는 생각이 드는군."

    "예. 사백님이 말씀데로 저의 행동이 조금 성급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거

    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두가지 이유?"

    유운이 두가지 이유를 대며 장천의 운기조식을 도왔다는 말에 의아한 얼굴을

    하며 구양생이 묻자 그는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어제 청심단으로 사질의 운기조식을 도운 것은 첫째 그 아이의 무골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사질의 나이가 일곱 살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내공

    심법은 그 시기를 놓치면 대성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마침 저에게

    두 알의 청심단이 있어 그것으로 운기조식을 도운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는 그

    아이가 너무 산만하다는데 있었습니다."

    "음...그렇군.."

    구양생은 산만하다는 말에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쌍도문내에

    는 두가지 심법이 있었는데, 바로 파운심공과 청풍심공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 심공은 극성에 이르면 구대문파의 심공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지만, 문제는 그 시작에 있었다.

    두 개의 심공은 처음 시작할 때, 정신이 산만하면 그 기맥이 흐트러져 주화입마

    를 하기 쉬운 심공이였기에, 정신이 산만한 어린아이들이 익히기에는 조금 위험

    한 심법이였던 것이다.

    "내 자네에게 언젠가는 천이의 심법수련을 맡기려 했었으니 그것에 대해서는

    괴의치 말게."

    "사숙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쌍도문은 일대제자들의 힘으로 번성하기 시작한 문파였기에, 삼대제자들의 반정

    도는 아직 열여섯이하의 소년들이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 쌍도문인 만큼 처음의 심법수련에서 산만한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그 심법수련을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

    바로 광무자 유운이였다.

    워낙 무표정의 인물인데다가, 그 손속이 어린아이들에게는 쥐약과도 같았기에

    그의 손에 들어간 아이는 어느 한 사람도 심법수련시간에 장난을 치거나 정신

    을 딴곳에 파는 아이가 없었기에 성격이 유약하고 인자한 장춘삼은 장천의 심

    법을 유운에게 맡길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천무성골이라....문제는 바로 혈비도 무랑이로군요."

    구양생의 말에 다른 일대제자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장천은 혈비도 무랑이

    군웅을 유인하기 위해 쓰여진 아이라고 알고 있었지만, 천무성골이라고 밝혀진

    이상 결코 단순한 유인물이라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혈비도 무랑은 남자인자, 여자인지 조차 밝혀진 있지 않은 괴인물로 무림 삼악

    에 그 수좌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이다.

    무림의 절정고수들만을 노려 아무 이유 없이 사냥하고 있듯 몰아 붙이다가 마

    지막에는 언제나 정면에 모습을 드러내어 섬광비도라는 무공으로 목을 꿰뚫는

    살행을 하는 그의 무공수준은 만박자 안형이 지은 베스트셀러 무림기인열전에

    나온 바에 의하면, 은거기인을 합하여 전 무림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

    이라 알려져 있다.

    쌍도문의 등평과 장춘삼의 무공이 강북십웅에 속할 정도로 뛰어나기는 하지만,

    혈비도 무랑에 비하면 크게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 문제만 없다면, 역대 사조님들의 한결같은 유명인 쌍도문의 구대문파의

    입성에는 별문제가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자칫 잘못하면 쌍도문이 멸문할 수도

    있는 일이군요."

    양우생은 그런 말을 하면서 흥미가 크게 도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천생

    이 도박사인 그가 이 엄청난 일에 흥미가 돌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

    다.

    이에 반해 구양생의 경우에는 크게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장춘삼의 경

    우에는 얼굴이 시뻘개지고 말았다.

    귀밑까지 시뻘개진 장춘삼은 두 손으로 탁자를 치며 소리쳤다.

    "그 아이가 설사 혈비도 무랑이라 할지라도 천이는 저의 아들입니다."

    "사제?"

    다른 세명의 일대제자들은 양전한 장춘삼이 얼굴이 시뻘개지면서 소리를 치자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성격이 온유한 장춘삼이 사형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소리를 친 적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크크크크 혈비도 무랑이라도 지 아들이란 말인가? 크하하하하하"

    양우생은 장춘삼의 말을 들으며 재미있다는 얼굴로 큭큭 거리더니 잠시 후에는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큰 소리로 웃어버렸다.

    장춘삼은 자신의 말에 큰 소리로 웃어버리는 사형을 보며 창피함에 얼굴이 시

    뻘개지고 말았는데, 주위를 돌아보자 이건 양우생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인물

    이 없었다.

    문주이자 대사형인 등평은 정말 오랜만에 사제의 화나는 얼굴을 본 것에 감격

    을 했는지 손수건으로 흐르는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하고 있었고, 구양생의 경우

    에는 기념일이라도 되는 듯이 지필묵을 꺼내서는 날짜와 오늘의 일을 세세하게

    적는 괴행을 하고 있었다.

    광무자의 표정은 오랜만에 무표정에서 벗어나 입가가 조금 일그러져 있었는데,

    쌍도문에선 그의 표정을 바꾸는 것이 무림을 통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이

    야기가 전해지고 있었으니 장춘삼이 행동은 정말 모든 이에게 의외였던 것이다.

    "...."

    이 어이없는 사태에 장춘삼은 고개를 숙이며 자리에 앉았는데, 그 모습을 보며

    옆에 앉아 있던 양우생이 미소를 지으며 등을 처주면서 말했다.

    "뭐. 걱정말라고 네 녀석이 그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 장천을 해꼬지 할 사형들

    은 없으니까."

    "사형..."

    춘삼은 양우생의 말에 감동할 수 밖에 없었는데, 구양생은 오늘의 일을 다 적었

    는데 고개를 들어선 말했다.

    "그나저나 조카가 천무성골이란 것이 알려지고, 혈비도 무랑이 조카를 원한다면

    구대문파에서 무랑을 유인하기 위해 분명 조카를 요구할텐데 어떻게 할렵니

    까?"

    그 말에 등평은 생각해 놓은 것이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

    "물론 어느정도 방법은 세워놓았지."

    "방법이라면?"

    "조카 즉 장천이 우리 쌍도문의 소주가 되는 거다."

    "예?"

    소주, 그것은 바로 쌍도문의 다음 대를 이을 문주 후계자를 가리키는 단어였기

    에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암묵적으로 그의 등평의 사제자인 무쌍도 요운을 거의 모두가 다음

    대 문주로 생각하고 있었고, 거기다가 요운은 등평의 딸인 등소소와 연인의 사

    이였기 때문이다.

    그런 등평이 사위가 될 요운을 제치고 장춘삼의 양자인 장천을 소주로 세운다

    는 것은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조카를 정식 쌍도문의 후계자로 삼는다면, 알려진다 해도 한 문파의 후

    계자를 구파일방에서 혈비도 무랑을 유인하기 위해 요구하지 못할 것은 물론이

    요. 혈비도 무랑이 조카를 요구한다 해도 후계자를 지키기 위함이니 구파일방과

    맺은 상호보호조약의 제 3 조항에 의거하여 동맹 문파의 존립을 위협하는 세력

    이 나타났을 시에는 동맹 전체를 위협하는 세력과 같다는 조항에 의거하여 도

    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오호!"

    구양생은 갑자기 무지 똑똑해진 대사형을 보며 탄성을 내질렀고, 자신의 생각이

    괜찮지 않느냐는 표정을 지으며 등평은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으니 이 일은

    결정이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뭐. 사사제가 오랜만에 우리 사형제들을 웃겨준 것도 있으니 전 찬성하렵니

    다."

    양우생의 등평의 말에 찬성을 했고, 구양생마저 찬성의 손을 들었는데 의외로

    장춘삼만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대사형...."

    "짜식 감격했냐?"

    "전 반대합니다."

    "엥?"

    춘삼의 말에 다른 이들은 모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장춘삼이 자신의

    아들이 소주가 되는 것을 반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야? 기껏 네 녀석 좋은 쪽으로 밀어 줬더니?"

    "솔직해 객관적으로 보면 출신도 모르는 아이가 들어와서는 쌍도문의 소주자리

    를 뺏은 것이 되니 뭍제자들이 수긍을 못할 것은 분명하고, 천이가 소중하다고

    는 하지만 쌍도문의 미래보단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

    "차라리 제가 식솔을 데리고 문을 떠나겠습니다. 그것이 쌍도문을 위해선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그 말에 춘삼의 사형들은 멍한 표정이 되었는데, 그 중 가장 당황한 사람은 바

    로 등평이였다. 오립산의 네명의 제자들 중 가장 제자다운 인물은 솔직히 막내

    사제 밖에 없었다. 온유한 성품을 지니고 있는 관계로 3명의 사형들에게 가장

    많은 골탕을 먹은 인물이 장춘삼이였지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 또한 장춘

    삼이였던 것이다.

    만약 등평은 자신이 일찍 죽게되면 문주의 자리를 사위가 아닌 장춘삼에게 넘

    겨 줄 것을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는데, 그런 그가 문을 위해 떠난다고 하자 크

    게 당황했고, 그것이 시간이 지나서는 분노로 바뀌고 말았다.

    "이사제...."

    "예.."

    "벼루..."

    "헉! 사형!! 그것만은..."

    "벼루..."

    등평은 갑자기 일그러진 얼굴로 이사제인 구양생에게 벼루를 요구하고 있었는

    데, 그것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구양생으로선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부탁이였다.

    하지만 대사형의 성질을 잘 알고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벼루를 넘겨 줄 수밖

    에 없었고, 장춘삼과 양우생은 놀라 벼루를 잡는 등평을 향해 몸을 날렸다.

    "대사형!!"

    "대사형!! 제발 진정하세요!!"

    "시꺼 이자식들아 지금 진정하게 됐냐!!"

    벼루를 받자 마자 등평은 그것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그대로 가격해 버렸고, 큰

    소리와 함께 그의 머리에선 시뻘건 피가 솟구치기 시작했다.

    내력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기에, 벼루는 그의 연약한 머릿가죽을 사정없이 찟

    어버린것이다.

    "으아앙!! 대사형 제가 잘못했어요!!"

    "잘못? 무슨 잘못!! 나 콱 죽어버릴란다!!"

    "대사형!!"

    애석하게도 등평이 그의 사부인 오립산에게 제자시절부터 들어야 했던 별명 중

    의 하나는 흥분왕이였다.

    한번 흥분을 시작하면 그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는데, 그가 자

    신의 일 때문에 흥분했다면 오립산은 크게 실망했을테지만, 그가 흥분하는 일은

    단 하나 자신들의 사제가 남들에게 해꼬지 당하거나 잘못됐을 때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의 정의로움을 칭찬해 주는 일이 많았다.

    그 성격이 문주가 된 후에도 바뀌지 않았던지라 장춘삼이 문을 위해 자신이 떠

    난다고 하자 드디어 터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가 벼루를 찾을 때는 콱 죽어버리겠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벼루로 가격하는

    데, 과거에 너무 무식하게 때리는 바람에 출혈과다로 사망할 뻔한 적도 있었던

    지라 사제들로서는 그의 온몸을 잡으며 말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알았어요!! 장천이 소주시키고, 저 안 나갈테니 제발 좀 그만해줘요!!"

    "정말?"

    "예. 대사형!!"

    장춘삼이 나간다는 말을 포기하자 그제서야 등평은 피투성이가 된 벼루를 구양

    생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잘 썼다."

    "...."

    이렇게 해서 장천은 감숙성에서 잘 나가는 문파인 쌍도문의 문주가 되었으니,

    그에게 잘된 것이지, 잘못된 것인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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