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2 냠냠 쩝쩝 맛있는 던전먹방(2)
40층은 초거대 골렘인 ‘마스터 골렘’의 서식지로 알려져 있다.
허나, 엉뚱하게도 40층에는 전혀 새로운 몬스터가 자리하고 있었다.
-케케케!
“생긴 게 꼭 에저드 호른처럼 생겼네요?”
“흠……. 그놈이 재생한 것일까요?”
뜬금없이 에저드 호른이 40층의 보스로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허나 황당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스스스……!
안개의 소용돌이가 곳곳에 생기더니, 그것이 이내 골렘의 모습으로 빚어지기 시작했다.
골렘은 제각각 모습은 달랐지만, 족히 13m는 될 법할 정도로 거대했다.
-쿠오오오오!
“……뭐야, 골렘을 소환하는 건가?”
“골렘을 소환할 수 있는 몬스터가 있었던가요?”
“글쎄요. 지금까지 40층에 에저드 호른이 서식한다는 얘기도 처음이라 혼란스럽네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의 전투가 될 것이었다.
일단 용팔은 골렘들을 분산시키자고 제안했다.
“제가 어그로를 끌 테니까 1마리씩 빼내서 상대하는 것으로 하자고요!”
“좋아요, 그럼 제가 앞에서 몸빵 칠 테니 한나 씨와 용팔 씨가 어그로를 끌어서 1마리씩 상대해 주세요!”
용팔은 가장 가까이 모이는 강철 골렘에게 화살을 쏘았다.
피융!
-쿠오오오!
허나 강철 골렘은 진격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직진하는데요?”
“에저드 호른이 저놈을 조종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그로가 안 끌리는 거예요.”
“빌어먹을, 그럼 어쩌면 좋지……?”
보스 레이드는 준보스와 챔피언 몬스터가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어그로를 끌어서 1마리씩 상대하는 것이 보통이다.
허나, 그것이 불가능해진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진다.
“인원을 조금 더 보충해서 올라오는 게 좋을까요?!”
“……아니요, 방법이 있어요!”
팀에게 묘안을 제시한 사람은 다름 아닌 고영수였다.
그는 자신이 에저드 호른을 상대하는 동안 후방에서 골렘들을 차근차근 해치우는 방안을 고안해 냈다.
“그림자 이동으로 저놈의 발을 묶을게요. 그러는 동안 여러분들이 1마리씩 해치워 주는 거죠.”
“하지만 저놈이 작정하고 계속해서 소환하면 어째요?”
태하는 한나와 용팔, 그리고 희란에게 후방을 부탁했다.
“제가 앞으로 갈게요. 세 사람이 후방을 담당해 줄 수 있겠어요?”
“아아, 캔슬레이션을 쓰시게요?”
“그 방법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흠……. 그 방법으로 한번 해 보죠! 희란 씨, 가능하시겠어요?”
희란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볼게요!”
“좋아, 땡땡아. 다녀올 테니까 뒤를 잘 처리해 줘!”
“알겠어! 내가 파티를 지킬게!”
이제 태하와 고영수에게 이번 레이드의 성패가 달려 있었다.
우선 그림자 이동을 시작하는 고영수.
“제가 먼저 가서 발을 묶을게요!”
“오케이!”
스스스스!
태하는 고영수를 보내 놓고 마치 거미인간처럼 스트랩을 뻗어 이동하기 시작했다.
파앗!
이전보다 스트랩은 튼튼해졌고 더욱더 길게 뻗을 수 있었다.
그는 스트랩을 뻗어 골렘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갔다.
솨아아아아!
스치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진다.
“아아아!”
마치 타잔처럼 소리를 지르며 나아가자, 에저드 호른이 태하를 향해 회색 안개를 쏘아 냈다.
흐어어어!
인간의 것도 아닌, 그렇다고 짐승의 것도 아닌 흐느낌 같은 것이 들려왔다.
태하는 그것을 주먹으로 쳐 냈다.
[패시브: 캔슬레이션]
그러자 회색 안개가 흩어지며 인간의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아아악!
“……영혼?!”
에저드 호른은 엄연히 따진다면 원혼이 모여 만들어진 강력한 사념체이기 때문에 극한의 마이너스 공격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그 공격을 무력화시킨 사람이 없어서 잘 몰랐지만, 공격 하나하나를 분해해 보면 그 안에는 인간의 원혼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끔찍한 공격 메커니즘이로군.”
이미 앞서 도착한 고영수는 그림자를 통해 놈과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허나 그림자의 공격은 족족 가로막혔다.
부웅!
그림자로 대검을 휘두르면 놈은 그것을 어떻게 알고 그림자 위에 안개를 흘려 그것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사아아아!
“헛!”
다시 지상으로 올라온 고영수는 난색을 표했다.
어느새 다가와 고영수의 옆에 선 태하는 바벨을 꺼내 들었다.
스릉!
“자, 어떻게든 공격 방법을 알아내 보자고요.”
“일단 다른 특별한 마법은 못 쓰는 것 같죠?”
“그런 것 같아요. 캔슬레이션은 먹혀들고 있네요.”
캔슬레이션이 먹혀든다면 코어만 먹어 치우면 끝이었다.
태하는 스트랩을 뻗어 놈의 스트랩을 향해 찔러 넣었다.
허나 허무하게도 놈에게는 코어가 존재하지 않았다.
휘잉.
“어라……? 코어가 없어?!”
“……그럼 저놈은 그야말로 영혼 그 자체라는 건가요?”
에저드 호른은 당장 그 모습을 바꾸어 거대한 이빨이 달린 아가리로 변했다.
-크아아악!
거대한 아가리를 앞에 둔 태하와 고영수는 무기를 휘둘렀다.
“흐어업!”
까앙!
허무하게 튕겨 나가는 무기.
슈퍼아머를 다루는 에저드 호른의 스킬이 태하의 캔슬레이션보다 레벨이 높았던 것이다.
“……젠장, 아예 공격이 통하지 않네.”
“조심해요!”
아가리는 이내 태하를 덮쳐 버렸다.
턱!
굳게 다물어 버린 아가리.
고영수의 표정도 그와 함께 굳어져 버렸다.
“제기랄!”
에저드 호른의 아가리에 갇히면 평생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들어가 억겁을 보내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마 태하를 구하지 못한다면 그는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될 것이었다.
***
삐이-.
귓가에 이명이 들릴 정도로 고요한 곳.
“……에저드 호른의 배 속에 들어온 건가?”
에저드 호른의 배 속에 들어가면 평생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살아가게 된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것이 절감되는 순간이었다.
두근……!
그러나 태하의 시간은 이내 다시 흘러가기 시작했다.
한차례 공명을 일으키는 태하의 가슴.
그것과 이어진 것은 바로 서판 조각이었다.
“도대체 이 서판이 뭐 하는 물건이기에…….”
잠시 후, 태하의 심장으로 서판 조각이 튀어나와 달라붙었다.
촤라라락!
빠르게 맞춰지는 서판 조각.
[서판 제2장: 생명]
[제2장 ‘생명’을 해독할 수 있습니다]
과연 이 서판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서판 조각들은 환영과 같은 글귀를 만들어 내 태하에게 보여 주었다.
-생명은 시간을 통해 죽음에 이른다.
-죽음은 윤회를 통해 생명에 이른다.
-시간은 모든 것 위에 군림한다.
-윤회는 모든 것 위에 평등하다.
다짜고짜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졌다.
허나 글귀는 단순하고 이해하기가 쉬웠다.
“인생……을 의미하는 건가? 그런데 이게 뭐 어쨌다는 거지?”
여전히 의문점만 남는다.
그리고 잠시 후, 서판 조각들이 만든 환영들은 태하의 몸통에 각인되기 시작했다.
끼이이잉……!
“크으으윽!”
살점을 파고드는 이 엄청난 고통.
아마 문신을 해도 이 정도로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살을 태우는 것 같은 고통이 태하의 생살을 헤집고 다닌 지 5분여.
태하의 몸에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한 상형문자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것은 이계의 언어라 불리는 룬어도 아니었고, 인간사의 고대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었다.
스스스!
상형문자가 각인되자, 태하의 주변으로 서서히 풀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라난 풀은 이내 묘목이 되었고, 묘목은 다시 무럭무럭 자라 아름드리나무가 되었다.
그런 아름드리나무는 어느새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숲에서는 생명이 번성하기 시작했다.
-헤헷!
바로 그때, 태하의 귓전을 맴도는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홍이?”
-사랑해!
정말로 홍이가 태하의 앞에 서 있었다.
어쩐지 저번보다 제법 많이 커진 느낌. 그리고 목소리 또한 바뀌어 있었다.
“갑자기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점프를 해 버렸네?”
-헤헷, 간다!
“간다고?”
홍이가 태하의 다리에 매달리더니 눈을 질끈 감았다.
-으으응!
파앗!
그리고 이내 바뀌는 풍경.
“허엇!”
-집이다!
놀랍게도 태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태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
“……아니, 이게 뭐 어떻게 된 일이야?”
***
촤라라락!
엄청난 양의 화살이 전방으로 쏘아져 나가며 골렘들을 차례대로 쓰러뜨렸다.
허나, 마치 이빨 빠진 옥수수처럼 거의 1/3 남짓은 쓰러지지 않은 채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속성이 너무 뒤죽박죽이에요!”
“제기랄, 이대로라면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은데!”
단순히 싸움만 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화살을 쏠 수 있었다.
허나, 일정 시간마다 화살에 부여되는 속성까지 바꿔 줘야 하니 문제였다.
게다가 문제는 골렘도 이제는 진형을 제법 갖추기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쿠웅!
후방에서 날아든 바윗덩어리와 용암 덩이가 헬스하운드를 덮쳐 왔다.
“……제가 지켜 줄게요!”
홀리 가드가 발동되어 후방 공격을 막아 냈다.
허나 이제는 그 배리어가 서서히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가드가 얇아졌어요. 이제는 슬슬 한계가 보이는 것일까요?”
“아니요, 아직은 할 수 있어요!”
홀리 가드와 같은 배리어 계열 마법은 마나가 떨어지면 체력을 갉아먹으면서 방어를 펼치게 되어 있었다.
제아무리 피통이 무지막지한 희란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다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동료들을 지키겠노라 다짐했다.
“……대장이랑 약속했어요! 우리의 파티를 지키겠다고요!”
“그렇기는 하지만.”
“저는 약속은 죽어도 지키는 여자예요!”
그녀의 굳은 의지가 천명된 것일까.
쿠르르릉……!
동굴에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 뭐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데?”
“화이트홀!”
그들의 머리 위로 공간의 일그러짐이 생겨났다.
화이트홀이 생긴다면 저 안에서 과연 무엇이 튀어나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잔뜩 긴장한 동료들.
“……이제는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릴 몬스터까지 막아 내야 하겠네요.”
“긴장 바짝 하자고요!”
서로가 탱커, 이제는 모두 한마음이 되어 서로에게 의지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끼이잉!
화이트홀이 빛났다.
순간, 저 멀리에서부터 뭔가 거대한 물체가 날아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쿠오오오오!
“……이상하다. 그레이트 오우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느낌 탓인가?”
“허억! 아니요, 진짜잖아요!”
놀랍게도 화이트홀을 넘어오는 것은 다름 아닌 그레이트 오우거였다.
헌데 놈은 와이번의 등에 올라타 있었다.
-크아아앙!
“오우거가 와이번 위에서 라이딩을 하고 있네……?”
“아니, 도대체 저게 무슨 조합이야?!”
도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싶었다.
허나, 그보다도 놀라운 일이 곧이어 벌어졌다.
“공겨어어억!”
“대장……?!”
동료들의 눈이 일순간 휘둥그레졌다.
자신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니라면 지금의 광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고민이 될 지경이었다.
이윽고 그레이트 오우거의 도끼가 날아가더니 에저드 호른의 머리에 박혀 버렸다.
콰아앙!
-끄아아아악!
에저드 호른은 마치 작은 한 점이 된 듯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태하는 그 틈을 타 인벤토리에서 작은 공을 잡아서 집어 던져 버렸다.
“가둬 버려!”
-크헬헬!
작은 공의 정체는 바로 스켈레톤 메이지였다.
녀석은 에저드 호른을 자신의 코어 안에 가둬 버렸다.
슈가가가각!
“나이스 캐치!”
-크헬헬헬……!
스켈레톤 메이지의 몸에서 한 줄기 빛이 났다.
끼이이잉……!
이윽고 녀석은 모습을 바꾸기 시작했다.
마침내 완성된 스켈레톤 메이지는 회색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작은 메피스토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크헬헬헬!
“오호, 진화? 스켈레톤도 진화라는 걸 하는구나!”
조금은 다사다난했으나 에저드 호른이 사라졌으니 40층은 공략한 셈이었다.
허나, 이것은 단순히 공략만 한 셈이 아니었다.
-크헬……!
메이지가 손을 휘 내젓자, 골렘들이 일순간 작아져 3m 남짓한 크기로 변해 버렸다.
이윽고 태하의 앞에 도열하는 녀석들.
“……어라? 골렘도 다룰 수 있어?”
-크헬헬!
의기양양하게 웃는 메이지였다.
딩동!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획득 스킬: 돌격]
[퀘스트가 생성되었습니다]
[주요 퀘스트: 60층을 공략하세요]
이윽고 이어지는 논공행상.
그 목록을 확인한 태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금 큐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