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 냠냠 쩝쩝 맛있는 던전먹방(1)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다.
바벨탑 1층에 천천히 발을 내딛는 헬스하운드.
“흐음……! 이 향기! 실로 오랜만이로군.”
그들이 한 발짝 앞으로 나올 때마다 고블린들이 웅성거렸다.
-키, 키헥……?
엄청난 존재감, 그리고 위압감까지.
불과 반년 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이었다.
특히나 고영수의 경우엔 아예 딴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다.
우람한 등판과 팔, 그리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어깨와 하체까지.
검을 휘두르는 데 필요한 모든 근육이 발달하여 1마리의 오우거를 연상케 했다.
“자, 그럼 출발합시다!”
태하를 필두로 뭉친 헬스하운드.
그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한 장의 피트니스 보디 프로필을 보는 것 같았다.
1층부터 10층까지 올라가는 데 불과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우웅, 파앗!
파멸자의 그림자 대검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고영수는 귀수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스킬: 그림자 분신]
[그림자 분신 Lv.14]
[분신 숫자 14개]
[분신 hp 수치: 1,268]
귀수는 그림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이동이 가능하다.
마치 씨앗을 뿌리듯 검은 점을 14개 뿌린 고영수는 적의 앞에 그림자 분신을 만들어 냈다.
스스스스!
분신은 고영수와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대검을 휘둘렀다.
부웅!
엄청난 크기의 대검을 휘두르는 분신에 의해 오우거의 목이 그대로 날아가 버린다.
푸하아악!
“……엄청난 능력이네요.”
“그러게요. 괜히 귀수가 아니에요.”
단 30분 만에 도착한 그레이트 오우거의 앞.
-쿠오오오!
엄청난 괴성을 질러 대는 놈을 바라보던 고영수가 신영을 날렸다.
파앗!
순간, 사라진 그의 신형은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고영수는 그림자 그 자체가 되어 검을 휘둘렀다.
스르륵.
이제 그림자는 현실 세계에도 그 대미지를 반영시켰다.
서걱!
-쿠오……?!
순식간에 다리를 잃어버린 그레이트 오우거는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푸하아아악!
그림자가 본체라는 걸 모르는 그레이트 오우거로선 그저 온몸이 썰려 죽는 것밖에는 길이 없었다.
서걱, 서걱!
고영수에게 걸리면 그저 최대한 빨리, 그리고 고통이 없이 죽는 것을 기대할 수밖에는 없는 운명이 된다.
불과 30초 만에 사망한 그레이트 오우거.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정말 거의 무적이 되었네요.”
“진정한 근딜이 뭔지 보여 주는 아주 좋은 예라고나 할까요?”
10층, 20층, 심지어 30층까지 올라가는 데 불과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예 공격 자체가 불가능한 고영수를 도대체 누가 당해 낼 수 있단 말인가.
30층부터는 골렘들이 판을 친다.
아무리 그림자라도 대검으로 골렘에게 타격을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영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고안해 냈다.
바로 홀딩이다.
몬스터 본, 스킨을 섞어서 만든 카본파이버를 스트랩의 형태로 제작한 후에, 그것을 자동으로 감고 풀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을 총 4개를 장비하였고, 카본파이버의 앞에는 고리의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멀티툴이 달려 있었다.
“제가 홀딩을 시킬게요! 여러분들은 계속해서 사냥해 주시면 됩니다.”
“오케이!”
스스스스!
고영수는 그림자를 타고 암흑의 세계로 들어갔다.
이윽고 한 쌍의 카본파이버를 골렘의 양손에 묶어 두었다.
휘릭!
그러자 골렘은 그 자리에 꽁꽁 묶인 듯 속박을 당하고 말았다.
-쿠오오오……!
발버둥을 쳐도 소용없었다.
그림자 자체를 공격하거나 땅을 무너뜨리지 않는 이상, 속박에서 빠져나갈 수 없으니 말이다.
덕분에 태하는 마음 놓고 공격을 할 수 있었다.
“그럼 코어만 골라내면 되는 건가요?”
“그런 셈이죠.”
태하는 느긋하게 걸어가 골렘의 심장에 스트랩을 찔러 넣었다.
퍼억!
스트랩이 들어가자, 골렘의 심장이 태하의 육신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스킬: 약탈]
[스킬 레벨: Lv.9]
[골렘의 심장을 흡수합니다]
[골렘의 특성을 흡수합니다]
[골렘의 스킬을 흡수합니다]
마수걸이를 성공적으로 끝낸 파티는 하이파이브를 나누었다.
짜자자자작!
“오케이, 그럼 다음!”
고영수가 앞서 홀딩을 걸어 주면 태하가 그 뒤에 코어를 흡수하는 식으로 30층을 가볍게 돌파하였다.
그렇게 쌓인 골렘의 특성만 무려 126가지였다.
“골렘의 종류가 상당히 많네요? 다 똑같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그러게요. 이걸로 도감 작업도 상당히 진전되겠어요.”
새로운 종류의 몬스터를 만날수록 파티는 강력해진다.
30층을 지나 31층으로 올라간 일행은 거대한 골렘과 마주했다.
-으오오오오!
31층의 암석 골렘은 두 팔을 뽑아서 마치 지구 주변을 공전하는 위성처럼 돌려 댔다.
그러곤 그것을 투석기처럼 날리는 골렘.
“바위가 날아옵니다!”
“이대로면 후방의 힐러 라인까지 가겠는데요?”
골렘이 가하는 대미지는 그레이트 오우거의 2배에 달한다.
허나, 만약 그 대미지를 원거리로 받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콰아앙!
희란이 구원자 스태프로 바위를 후려치자, 바위는 허무할 정도로 쉽게 부서져 버렸다.
“제법 묵직한데요?”
힐러는 힐러인데, 이제 어지간한 탱커나 근딜보다 훨씬 더 강력한 맷집과 공격력을 갖게 되었다.
한마디로 이제 헬스하운드는 전체가 탱킹 또는 근딜이 가능한, 말도 안 되는 길드가 된 것이었다.
심지어 골렘마저도 당황하게 만드는 엄청난 힘은 기본이다.
“자, 그럼 이놈은 어떤 맛인지 한번 먹어 볼까요?”
-쿠, 쿠오……?
골렘은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다가 쓰러지고 말았다.
쿠우웅!
“후후, 알아서 누워 주네?”
그 순간, 골렘은 죽음을 직감했다.
***
32층에 도달하자마자 시작되는 레이드.
이번에는 만년설에서 깨어난 아이스골렘이 헬스하운드를 공격해왔다.
끼이잉!
“아이스랜스가 떨어집니다!”
“제가 막을게요! 용팔 씨, 끝내 버려요!”
아이스골렘은 얼음 계열 마법을 동반하는 능력을 지녔기에 일반 헌터들에게는 냉혹한 살인마라 불린다.
허나, 아이스랜스는 헬스하운드에게 닿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패시브: 캔슬레이션]
[캔슬레이션 Lv.8]
[마법을 무력화시킵니다]
태하는 레벨 8의 마법까지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아마도 조금 더 높은 고차원의 마법은 무력화가 불가능하겠으나, 최소 40층까지는 이 방법이 먹힐 것이다.
스스스스!
아이스골렘이 헛발질을 하는 동안 고영수가 카본파이버로 놈을 묶어 버렸다.
-쿠오오오!
“제법 발버둥 치네?”
용팔은 활에 시위를 먹인 후에 마력의 화살을 쏘아 냈다.
퉁퉁퉁퉁!
무려 30발의 화살이 일렬로 붙어서 발사되었다.
허나 이번에 쏘아 낸 가이드 샷은 이전의 사냥들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만들어 냈다.
퍼버버벙!
마치 포탄을 쏘아 낸 듯, 끝도 없이 폭발을 일으키는 화살.
-크웩!
아마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전쟁이라도 벌어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만큼 강렬한 폭발이 작렬하여 적을 무력화시켜 버렸다.
“간단하네요?”
“거의 폭격기 수준인데요. 만약 용팔 씨를 적으로 만난다면, 그야말로 재앙 아닌가요?”
“헤헤, 뭐, 그 정도까지야.”
아이스골렘이 쓰러지자, 전방에서 엄청난 숫자의 아이스샐러맨더가 달려 나왔다.
-샤아아아악!
근육질의 인간형 도마뱀. 머리와 꼬리는 도마뱀이지만 근육질의 몸통과 두 쌍의 팔까지 달려 있다.
크기로 따진다면 7m 상당.
“웨이브……인가요?”
“그런 모양인데요?!”
“용팔 씨, 한 번 더 부탁해요!”
“어렵지 않죠! 한나 씨, 갑시다!”
한나와 용팔은 그야말로 환상의 조합을 보여 준다.
우선 한나는 바닥에 중력 작용의 장판 스킬을 깔아 두었다.
[스킬: 그레비티 그라운드]
[범위: 직경 10m]
[지속 시간: 15초]
[중력 강도를 결정해주십시오]
장판 스킬이 바닥에 깔리면 그곳을 지나가는 놈들은 한나가 지정한 중력에 의해 저항을 받게 된다.
[중력 강도: x10]
무려 10배의 중력을 받은 몬스터들은 마치 퇴근길 러시아워처럼 트래픽이 차곡차곡 쌓였다.
그에 맞춰 공중을 향해 화살을 쏘는 용팔.
피융!
[스킬: 애로우 레인]
[범위: 직경 10m]
[지속 시간: 15초]
용팔은 자신이 원하는 지점에 활을 쏜 후, 화살의 속성을 화(火)로 변경했다.
[속성: 화]
[속성 옵션을 선택해 주세요]
[폭발, 속성 극대화, 화상]
스킬 ‘속성 컨트롤’은 화살마다 속성을 부여하고 그 옵션을 조정할 수 있었다.
용팔은 그 옵션을 중독으로 변경했다.
그러자 쏟아져 내리는 불의 화살비.
솨아아아아!
무려 15초 동안 쉬지 않고 쏟아지는 화살비는 그야말로 지옥을 연상케 했다.
퍼버버벅!
-끼에에에엑!
화 속성을 중독으로 변경시키면 마치 독처럼 화 속성의 대미지가 신체에 남아 중독 현상을 일으킨다.
한마디로 혈액 안으로 용암과 같은 것이 들어가 지속 대미지를 입히는 것이다.
화살에 닿는 족족 녹아서 없어지는 아이스샐러맨더.
허나, 용팔의 무서운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촤락, 촤락, 촤락!
[스킬: 멀티 애로우]
[멀티 애로우 Lv.25+고유 버프 수치 35+아이템 버프 15]
[화살 숫자: 55발 +15]
[공격 속도: 초당 2회]
이런 무지막지한 공격에 속성 옵션까지 부여하니, 아이스샐러맨더는 그야말로 바람 앞의 촛불이나 다름이 없었다.
허나 가장 무서운 점은 이것이 아니었다.
[대미지: 힘 스텟 x 15]
모든 것은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
퍼버벅!
-끄에에에엑!
15초 동안 지속되는 애로우 레인을 깔아 두고 발사하는 멀티 애로우는 그야말로 죽음의 스킬이었다.
“장판에 병풍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공격력이네요!”
“용팔 씨 짱이에요!”
애로우 레인의 지속 효과 15초가 지날 때까지 잡은 몬스터의 숫자는 경이로울 정도였다.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아이템 카운터: 1,564
용팔은 한나와 하이파이브를 했다.
짜악!
“역시, 한나 씨는 환상의 짝꿍이라니까!”
“용팔 씨, 수고했어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한, 그 어떤 웨이브도 능히 막아 낼 수 있다.
***
어느새 39층에 도달한 헬스하운드.
-클리어 타임: 2:21
두 시간의 클리어 타임은 상위 1%의 길드도 달성하지 못하는 기록이었다.
몸을 키운 만큼 클리어 속도도 점점 남달라지고 있었던 것이다.
화르르륵!
이번에는 화염의 골렘들이 헬스하운드의 앞을 막아섰다.
“골렘존에서도 최악의 난이도와 마주쳤네요.”
“하지만 40층의 보스인 마스터 골렘에 비한다면 조금 쉬운 정도라고 알고 있어요.”
“흠, 그렇다면 그것의 예행 연습인 건가?”
화염의 골렘은 용암으로 이뤄져 있다.
흔히 라바골렘이라 불리는 이놈들은 그 어떤 공격으로도 상처를 낼 수 없으며 던전에서 주로 사용되는 무기들은 그 겉에 닿는 즉시 녹아 버린다.
-쿠오오오오!
무려 12m나 되는 거대한 골렘은 헬스하운드를 먹어 치우겠다는 기세로 달려들었다.
허나 그 공격을 상쇄할 수 있는 한 가지 무기가 있었다.
“대장!”
“오케이, 내가 갈게!”
그야말로 구원자의 스킬, 희란은 스태프의 고유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가호의 배리어]
[방어 가능 대미지: 힘 스텟 x 2,500]
[지속 시간: 체력 스텟 x 3초]
[누구에게 부여하시겠습니까?]
희란은 4,902,500의 방어력을 가진 배리어를 5,883초 동안 시전할 수 있다.
그것을 입은 태하는 그야말로 무적이 되었다.
“영수 씨! 홀딩이요!”
“오케이!”
고영수가 카본파이버로 라바골렘의 다리를 묶자, 놈은 사방으로 화염 덩어리를 집어 던졌다.
쿠웅, 쿠웅!
그야말로 미티어스트라이크와 맞먹는 공격력이 사방에 흩뿌려졌다.
“제가 지켜 줄게요!”
[스킬: 홀리 가드]
[방어 가능 대미지: 힘 스텟 x 3,600]
[지속 시간: 25초]
[방어 범위: 직경 5m]
커버 가능 범위 내의 파티원들을 지켜 줄 수 있는 방어 마법이 펼쳐졌다.
이제 동료들은 태하를 돕는 데 전력을 다했다.
피융!
냉 속성 가이드 샷이 날아가 라바골렘의 몸통에 작은 구멍을 뚫었다.
그러자 태하는 그 안으로 들어갔다.
쿠르르릉……!
마치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골렘의 몸속.
태하는 그 안에서 스트랩을 뻗었다.
[스킬: 약탈]
-쿠, 쿠오오……?
골렘은 태하에게 에너지를 빼앗겨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다.
신체가 서서히 줄어든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공포감을 자아냈다.
-쿠오오오!
“미안하지만, 넌 내가 완벽히 먹어 치워야겠다!”
태하는 골렘의 코어까지 먹어 치워 버렸다.
[스킬: 약탈]
[라바골렘을 흡수합니다]
[골렘의 핵을 획득하셨습니다]
의외의 아이템이 떨어졌다.
“음……? 이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