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기회의 창(1)
이른 아침.
눈을 뜨자마자 유산균과 종합비타민을 챙겨 먹고 식간 보충제까지 알뜰하게 챙겨 먹으며 투덜거렸다.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네. 타격 저항이 마이너스라니.”
근손실을 입으면 타격 저항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 말인즉슨, 근손실 상태에서는 동네 꼬맹이에게도 한 대 맞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아니, 가만있어 봐. 그럼 한마디로 하루 종일 닥치고 웨이트만 해도 강해진다는 거 아니야?”
지금까지 일반인의 힘으로 각성자들을 따라잡기 위해 별짓을 다 했었다.
나름대로 공부도 하고, 연구도 했다.
비록 방향성은 달랐어도 태하는 단련에 대한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는 소리다.
“득근만이 살길이라 이거지? 아수라 개새끼들, 딱 기다려라. 내가 몸 키워서 확실히 밟아 준다!”
몸을 키워서 강해진다면 키우면 된다.
목적지로 향하는 최단 루트의 길이 생겼는데, 그 길을 걷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5분쯤 걸리는 동네 헬스장을 찾았다.
[덕림헬스]
태하는 카운터에 앉아서 만화를 보고 있는 민머리 중년에게 90도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예압, 보이! 태하 왔냐?”
중년의 티셔츠에는 ‘GO-RIP’이라고 적혀 있었고 핏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바로 이 동네에선 보디빌딩의 현자로 통하는 관장이다.
줄여서 보현 관장, 누구는 민머리라서 보현 스님이라고도 부른다.
과거에 뭘 하던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살크업으로 단련된 몸을 보고 있노라면 경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관장님, 저 제대로 운동 시작하렵니다!”
“운동? 운동이야 항상 제대로 했어. 너무 제대로 해서 문제지.”
보현 관장이 보기에도 태하는 미친놈이었다.
밥 먹고 하는 짓이라곤 운동, 그것도 무식하게 근력과 지구력을 키우는 데만 몰두했으니 말이다.
얼마나 지독하게 했으면 보는 사람마다 혀를 내둘렀을까.
“아니요, 이번에는 보디빌딩 쪽에도 관심을 좀 둬 보려고요.”
“……보디빌딩?”
“이참에 근육량 좀 늘려 보려고 합니다.”
관장은 만화책을 뒤로 집어 던져 버렸다.
“요, 맨! 미치광이 태하가 보디빌딩을 한다고……?”
“네. 저도 이젠 액셀 한번 제대로 밟아 보려고요.”
관장은 성격이 좋다.
이 동네에서 보현 관장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허나 무엇보다 운동하는 회원들에게 보현 관장이 존중받는 이유는 보현 관장이 보디빌딩에 진심이기 때문이었다.
보현 관장이 태하의 어깨에 손을 척 올렸다.
“그럼 레이드는 접은 거야?”
“아니요. 계속할 겁니다.”
“그런데도 근육을 키우겠다고?”
“득근에 길이 있답니다.”
“……누가?”
“글쎄요.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어떤 신 같은 존재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요.”
잠시 태하를 바라보던 보현 관장이 감동받은 듯 크게 웃었다.
“와하하하! 롸잇, 보이! 트레이닝 내가 해 준다!”
“관장님이 직접요?”
“득근에 길이 있다라니, 완전 근렐루야 아니냐? 내 인생에 이런 동지를 만날 줄이야!”
잠깐 잊고 있었지만, 보현 관장은 보디빌딩에 항상 진심이다.
득근에 길이 있다는 것은 보현 관장에게는 평생의 신념과도 같았다.
“동지를 만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앞으로 넌 내가 책임진다!”
“그러면 감사하죠!”
“다만 나중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
“네, 뭐든지 들어 드릴게요!”
보디빌딩의 현자가 있는 한, 근 손실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오로지 득근의 길만 있을 뿐.
오랜만에 보현 관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좋아. 숨 쉬는 시간도 아까워. 어서 근육을 붙여 보자! 옷 갈아입고 나와!”
“넵!”
“아니지, 내가 운동복을 줄게. 넌 이제부터 이걸 입어.”
보현 관장은 흥분했다.
사실, 각성자 타이틀만 없었다 뿐이지 태하는 상위 0.1%의 영재였다.
열다섯 살 때부터 괴물이 판치는 던전에서 버틸 수 있었던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소리다.
천부적인 재능, 그리고 노력. 만약 여기에 보디빌딩식 운동 노하우만 전해진다면?
‘제대로 된 물건이 탄생할 수도 있다!’
태하는 관장이 준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보디빌딩용 보디슈트는 타이트하게 전신을 감싸 주어 보다 높은 중량을 컨트롤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타이트한 슈트가 태하의 굴곡을 그대로 표현해 주는 듯했다.
‘역시!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보현 관장이 감탄했다.
마치 돌덩이를 조각해 놓은 듯 인간에게 필요한 근육만 발달한 태하의 근육은 심미적으로도 훌륭했다.
근육의 사이즈는 작았지만, 근육의 강도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으며, 신체 능력만 놓고 본다면 어지간한 초월자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었다.
스트레칭을 끝내고 턱걸이 렉 앞에 선 태하에게 보현 관장이 다가갔다.
“그럼 오늘은 등부터 좀 조져 볼까?”
“넵!”
“턱걸이 렉에 한번 올라가 봐.”
거의 15년 동안 이 짓을 해 왔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매달렸던 곳이지만 오늘은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복수, 제대로 해 보이겠어!’
태하는 그 흔한 스트랩 하나 없이 맨손으로 턱걸이를 시작했다.
쉭쉭!
몸이 엄청나게 가벼웠다.
이 정도 속도라면 1분에 60개 정도는 가뿐히 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중력을 거의 무시하는 수준이로군.”
보현 관장이 자기도 모르게 읊조리며 혀를 찼다.
태하는 무려 80개를 쉬지 않고 했다.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체력과 근력, 지구력. 태하는 지금까지 이런 괴물이 되기 위해 살아왔던 것이다.
“좀 쉬었다가 해도 됩니까?”
“오케이! 휴식은 운동의 기본 아니냐.”
태하는 쉰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쪽 팔만 내렸다.
보현 관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하는 거야?”
“쉬는 겁니다. 오른쪽 견갑을 쉬어 주는 거죠.”
“……아니, 지금 그게 쉬는 거라고?”
“이 정도면 아주 푹 쉬는 거 아닌가요.”
관장은 혀를 내둘렀다.
이렇게까지 운동에 미친 놈이 다 있었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다시 턱걸이를 시작하는 태하의 표정은 상당히 평온해 보였다.
그렇게 턱걸이는 계속되었다.
“……131, 132!”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관장이 태하를 끌어 내렸다.
“이건 뭐, 아주 끝장을 보려는 구나. 이제 내려와.”
“이제 몸 좀 풀리는 것 같은데…….”
“아니야. 자네에 대해선 이미 충분히 알았어.”
근지구력이 도저히 말이 안 될 정도로 엄청났다.
그야말로 영혼을 갈아 넣는 단련이 없었다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경지였다.
엄청난 노력의 결과다.
허나 단순히 그게 끝은 아니었다.
‘……타고났어. 본인은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괴물은 찾아보기 힘들어.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분명 천생 무골이라며 장군 자리에 올랐을 거다.’
타고나기를 잘 타고났는데 노력까지 죽어라 하니 괴물이 될 수밖에는 없었다.
태하가 던전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비각성자였다는 점.
관장은 태하를 다시 렉에 올렸다.
“오케이! 올라가 봐.”
“넵.”
“자, 최대 수축 지점까지 올라가.”
“이렇게 말입니까?”
그야말로 손바닥을 접었다가 펴듯이 가볍게 올라가는 태하를 보며 보현 관장이 감탄했다.
동작은 정말 칼 같았다.
허나 벌크업으로 가자면 몇 가지 고칠 점이 있었다.
“다 좋은데 아직 네거티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네거티브요?”
“근육의 성장 원리가 뭐야?”
“미세 손상과 회복이죠.”
“맞아. 하지만 말이야, 이 미세 손상이라는 건 단순히 근육을 움직인다고 해서 일어나지는 않아. 물론, 같은 동작을 무한하게 반복해 주면 어떻게든 손상은 되겠지.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본다면 근 비대의 극대화는 추구할 수 없다는 거지.”
“……아아!”
너무나도 간단한 원리다.
허나 태하는 지금까지 그 오의를 무시한 채 신체 단련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운동에 정답은 없어. 하지만 그 목적에 따라 방법을 달리해 줘야 한다는 건 틀림이 없는 진리인 셈이지.”
관장은 태하의 운동 방식을 교정해 주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낌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보디빌딩은 동작도 중요하지만, 확실한 자극과 근육의 통제가 중요해.”
“근육을 통제한다고요? 자극을 주면서?”
“생각해 보자. 근섬유를 가장 확실하게 손상시킬 수 있는 동작은 뭘까?”
“고중량을 드는 것?”
“틀린 말은 아니야. 하지만 근육 성장의 오의는 단순히 무거운 걸 들었다 놓는 게 아니야. 근섬유의 결대로 근육을 억지로 잡아 늘이거나 강하게 쥐어짜는 거지. 빨래를 짜듯이 말이야.”
“아아! 근육은 섬유 다발이니까!”
“그래, 맞아. 그렇다면 이 턱걸이, 그러니까 풀업으로 몸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겠어?”
“등을 펼쳐야죠.”
“그래, 맞아! 그러려면 견갑을 옆으로 최대한 빼 줘야 해. 단순히 버티는 게 아니라 근육을 찢어 준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관장의 말을 들은 태하는 견갑을 옆으로 빼는 한편, 등 근육을 옆으로 쫙 늘여주었다.
태하는 마치 견갑골을 근육에 기댄다는 느낌으로 운동을 실행했다.
보현은 그 완벽한 동작에 무릎을 쳤다.
타악!
“예압, 그렇지! 거기서 동작을 천천히!”
태하는 관장의 가르침을 귀신같이 흡수했다.
팽팽해지는 태하의 광배근.
보현 관장은 흥분했다.
“오케이! 최대 수축 지점에서 근육을 최대한 쥐어짜 줘야 하는 거거든. 숨을 내뱉어. 그리고 천천히 근육을 통제하면서 내려와. 근육의 텐션을 유지해 주는 거지.”
“……아아!”
“컴온, 맨! 단순히 천천히 동작을 하는 게 아니야. 텐션, 그걸 유지한 채로 근육을 쭉 잡아 늘여주는 거지.”
최대 수축까지 강하게 등장성 수축을 해 주었다가, 그 지점에서 등축성 수축을 일으키면 근육은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마치 고무줄이나 섬유 가닥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면 늘어나거나 끊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바로 그때였다.
[스킬: 점진적 과부하]
[바람직한 운동 방법으로 점진적 과부하에 첫발을 들였습니다. 탑의 수호자가 즐거워합니다]
‘어엉? 누가 즐거워한다고?’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강인함의 그릇이 넓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근육에 가해지는 타격치가 2배로 증가합니다]
찌릿!
근육에 타는 느낌이 들더니 광배근으로 엄청난 양의 혈액이 몰렸다.
그리고 시작되는 엄청난 광배근의 펌핑!
‘……엄청난 감각이다!’
아드레날린이 폭발할 것 같았다.
한편, 그런 태하를 바라보는 보현 관장도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다.
태하가 원하는 타겟점을 찾을 때를 보면 근육의 결이 물결처럼 움직였다가 멈추고, 원하는 타겟점을 찾으면 그제야 본격적으로 근육과 혈관이 확장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누가 근섬유와 연결된 신경을 세밀하게 컨트롤하는 것처럼 말이다.
‘…보통 인간은 저게 불가능해! 이놈, 사람이야, 기계야?’
태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다만 스스로가 그것을 모르고 있었을 뿐.
약 세 시간 후.
태하의 등 전체가 아예 걸레짝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세트.
“……열둘!”
“으허어!”
“예압, 베이비이이이!”
힘겹게 바벨을 내려놓는 태하.
쿠웅!
보현은 아주 신명 나게 소리를 쳤다.
“호우우우우! 아주 좋아! 이거라고, 맨!”
등에 핏줄까지 불거져 나올 정도로 자극이 강렬했다.
관장이 태하의 등짝을 착착 소리가 나도록 쳐 주었다.
“예압, 오케이! 운동이 아주 잘되었어! 백 점 만점에 백만 점 줄게!”
근육에 가해지는 타격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니, 하루 만에 덩치가 조금 커진 느낌이다.
거울을 보며 단련된 근육을 만족스럽게 감상하는데,
스스스스!
광배근에 정체불명의 무늬가 생겨났다.
“허억! 이건 또 뭐야?”
무늬의 정체는 놀랍게도 스킬이었다.
[액티브 스킬 ‘강화’의 하위 스킬이 해금됩니다]
[강화 Vol.2]
[액티브 스킬 1-2가 광배근에 장착됩니다]
[액티브 스킬 1-2에 대한 보너스]
[근력 +2%]
[액티브 스킬 1-2에 대한 마이너스]
[민첩 -3%]
스킬창이 거미줄처럼 어지럽게 얽혀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것이었다.
근육의 성장에 따라서 장착되는 부위가 달랐기 때문이었다.
‘……신박하다. 스킬을 근육에 장착하는 방식이라니.’
그렇게 운동이 끝난 후.
태하는 집에서 챙겨 왔던 도시락을 꺼냈다.
고구마와 현미밥, 그리고 닭가슴살과 채소를 도시락으로 싸 왔다.
운동이 끝나고 보충제 등을 챙겨 먹은 후에 적당히 소화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식사를 시작했다.
푸석.
“……음. 수비드인지 뭔지로 좀 해 볼까? 고기가 무슨 톱밥 맛이야.”
간을 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맛은 없다.
허나 누군가 말했다.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고.
[패시브: 기회의 창]
[강인함이라는 밭에 비료를 뿌리셨습니다. 바람직한 영양 보충으로 탑의 수호자가 즐거워합니다]
[뇌하수체와 근조직이 협력하여 아나볼릭 상태로 돌입합니다]
‘……아나볼릭이라고? 어이, 넌 아나볼릭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소리야?’
[지금부터 영양 성분이 다할 때까지 단백동화가 유지됩니다]
[스킬 ‘기회의 창’에 대한 영향으로 ‘강화 Vol.2’가 성장합니다]
[강화 Vol.2: Lv.2]
[스킬이 +1 성장하면 근육 미세 손상 타격치에 +1 효과를 줍니다]
[정진하세요]
‘허어!’
신체가 단백동화 상태로 일관하게 되면 그야말로 숨만 쉬어도 근육이 붙게 된다.
프로 보디빌더가 국제무대에 서자면 이런 단백동화 상태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태하는 스테로이드가 굳이 필요 없었다.
더군다나 근육이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가해지는 타격감이 배가 된다면?
‘이런 개이득이 다 있나?!’
***
퇴근길의 서울.
용산 지하철역에서 사람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는 희란도 섞여 있었다.
“……서울에 사람이 이렇게 많았구나.”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던전 밖에서의 삶, 과연 이게 나의 길인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데.’
지이이잉!
스마트워치에 메시지가 도착했다.
[엄마: 선 자리 알아봐 놨어. 다음 주 주말에 시간 비워 놔. 의사 집안이란다.]
‘……이놈의 결혼.’
여자의 행복은 결혼에서 온다?
물론 일부 공감이 되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딴 맞선이나 봐서 팔려 가듯 시집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 때 누군가 구해 줄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없어. 그 사람, 안 그러면 죽을 거야.’
희란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생각을 털어냈다.
바로 그때였다.
170cm의 시원하게 쭉쭉 뻗은 기럭지에 아찔할 정도로 풍만하고 육감적인 몸매의 미녀가 지하철 안으로 들어왔다.
“오오……!”
“뭐야, 모델인가?!”
남자들의 눈이 돌아가고도 남았을 법한 광경이었다.
허나 그건 희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희란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인생을 참 복잡하게 사는 아가씨네.”
“……네?”
“마음이 가는 대로 살아요. 괴로워하지 말고.”
파앗!
순식간에 희란의 주변 풍경이 변했다.
어느 눈을 떠 보니 지하철 밖이었다.
마치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그녀는 그런 희란에게 명함을 내밀었다.
[헌터협회 공인 길드 ‘청룡방’ 기획이사 유시연]
“청룡방……?”
“아시겠죠. 우리 청룡방은 국제 길드 랭킹 12위의 대형 길드입니다.”
유시연은 또 다른 명함을 한 장 꺼내어 희란의 오른손에 쥐여 주었다.
[바벨탑 관리국 감시 기구 ‘천리안’ 사외이사]
명함이 두 장이나 있다는 건 헌터로선 정점에 올라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 그녀가 희란에게 너무나도 뜻밖의 제안을 했다.
“당신의 대장, 출세 가도에 올리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