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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42화 (142/150)

리턴 플레이어 142화

56장 수도 공격(2)

그림자 기사들도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호위대의 격렬한 저항에 살아남은 그림자 기사는 4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살아남은 4명은 모두 남작이나 자작의 작위를 가진 그림자 기사였다.

하나 같이 강력한 무력을 가진 자들이었고, 이들이 한꺼번에 지휘부에 난입한다면 대참사가 벌어질 것이다.

호위대가 제압당한 지금,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휘부를 지키는 병력은 소수의 고위 기사와 평기사들이 전부였다.

냉정하게 말하면 그들 전부, 그림자 대공 혼자서 정리가 가능한 수준이었다.

지휘부 주변에 배치된 예비대가 투입되었지만, 전차처럼 돌진하는 그림자 대공을 막을 순 없었다.

그는 어둠 무희를 마구 휘두르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그의 앞을 막는 자는 무조건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고, 그 모습을 본 병사들은 두려움에 질려 적극적으로 그림자 대공을 저지하지 못했다.

짧은 순간, 예비대 진영마저 돌파한 그림자 대공과 그림자 기사들은 지휘부에 도착했다.

지휘부에는 소수의 하급 장교들밖에 없었다.

모두 도망친 것이었다.

그림자 대공이 빠른 속도로 진영을 돌파했다고는 하지만 보고가 더 빨랐고, 지휘부의 지휘관들은 서둘러 몸을 피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림자 대공은 별다른 동요 없이 지휘부에 남아 있는 하급 장교들을 전원 죽였다.

그리고 화염계 마법이 담긴 마법 폭탄을 이용해 지휘부 막사를 불태웠다.

“철수한다.”

“괜찮겠습니까? 주요 지휘관들을 죽이지 못했잖습니까?”

그림자 기사의 물음에 그림자 대공은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비록 주요 지휘관들을 죽이진 못했지만, 나를 피하느라 그들은 흩어졌다. 그로 인해 지휘계통에는 잠시나마 공백이 생기게 되겠지. 남은 것은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이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지휘관들은 효율적인 지휘를 위해 지휘부에 모여 전령으로부터 전장의 상황을 보고받으며 지휘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휘관들이 흩어지면 지휘 계통에 다소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휘관들이 한 번 흩어지면 전령들이 그들을 찾아 다시 지휘부로 집결시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림자 대공이 귀환했다.

그의 말대로 위험을 피하고자 임시 해산한 지휘부로 인해 지휘 계통에 혼란이 빚어진 것이 두 눈으로 확실하게 보였다.

그림자 대공은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었고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 지휘했다.

해병대가 전진했고 정확한 지시를 하달받지 못한 왕국군은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왕국군의 각 지휘관은 지휘부에서 지시가 하달되지 않자, 결국 독단적으로 지휘를 하였고 각 부대가 마음대로 움직이면서 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그림자 기사단 소속의 대마법사가 강력한 대마법까지 퍼붓자 일부 왕국군이 전장을 이탈하기 시작했다.

“몰아붙여라!”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이 명령했다.

그는 예비대까지 투입하여 적극적인 공세를 이어갔다.

뒤늦게 임시 지휘부가 설치되고, 전령들이 투입되어 그림자 대공을 피해 흩어진 지휘관들을 불러 모았지만 이미 전황은 완전히 기운 뒤였다.

“후퇴한다!”

방어선의 지휘를 맡은 귀족은 이 이상 병력을 잃는 것보단 후퇴하여 수도에서 수성을 펼치는 것이 나으리라 판단하고 전군에 후퇴 명령을 내렸다.

방어선의 사우스 왕국군은 일제히 후퇴하였고, 그림자 대공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방어선이 무너지고 후퇴한 사우스 왕국군은 수도로 집결했다.

하지만 전원이 수도에 집결하지는 못했다.

후퇴하는 사우스 왕국군을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의 해상 군단과 그림자 대공의 그림자 기사단이 끈질기게 추격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우스 왕국군의 지휘관은 안전한 후퇴를 위해 소수의 병력을 미끼로 남겨두고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킨 것이었다.

비난받을 수도 있는 결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사우스 왕국군 병력이 수도로 집결하고, 그림자 대공은 남겨진 소수의 병력을 전멸시킨 뒤, 사우스 왕국의 수도 사우스펠을 포위했다.

* * *

“왕자 전하,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으로부터 긴급 통신입니다.”

수도로 향하는 길, 아이반 왕자의 곁으로 전령기를 안장에 꽂은 전령에 다가오며 보고했다.

“말해보라.”

아이반 왕자의 대답에 전령은 통신을 받은 고위 마법사가 전달해준 내용을 아이반 왕자에게 전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수도가 포위되었다고 합니다.”

“큭.”

전령의 보고에 아이반 왕자는 신음성을 내뱉었다.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랐다.

“방어선이 벌써 무너진 것인가?”

충격에 빠져 쉽게 입을 열지 못하는 아이반 왕자를 대신하여 테일러가 질문했다.

“그렇습니다. 예상보다 그림자 대공이 강력했습니다.”

그림자 대공.

그의 무력은 생각보다 강력했다.

사우스 왕국군은 정예 병력을 동원해서 그를 저지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방어선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실버레인 후작 있는가?”

“예. 왕자 전하. 저는 여기 있습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하츠 실버레인 후작이 말을 몰아 아이반 왕자의 곁에 다가왔다.

아이반 왕자는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쓸어 올린 뒤 입을 열었다.

“지금 속도를 유지한다면 수도에 언제 도착할 수 있는가?”

하츠 실버레인 후작은 군사 지도를 안장 옆에 달려있는 주머니에서 꺼내 펼친 뒤 계산을 시작했다.

이윽고 계산이 끝났다.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늦을 확률이 매우 높군.”

하츠 실버레인 후작의 보고에 아이반 왕자가 중얼거렸다.

그의 말대로 일주일이면 이미 수도가 점령된 후일 것이다.

사우스 왕국의 수도 사우스펠은 방어가 튼튼하기로 유명했지만, 그림자 기사단의 그림자 기사들은 사다리 없이 성벽을 타고 오를 수 있는 답이 없는 놈들이었다.

그들이 전투 초기 신속하게 성벽을 타고 올라, 성벽로에 진입하여 어느 한 지점을 장악한다면 상당히 곤란한 일이 발생한다.

장악된 곳으로 사다리와 공성탑이 집중적으로 움직일 것이고, 그곳을 시작으로 그림자 대공의 병력은 전염병처럼 사방으로 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도가 점령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최악의 경우 하루 만에 점령당할 가능성도 있었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속도를 높인다.”

아이반 왕자가 명령을 내렸다.

병사들의 부담이 가중될 게 분명했지만, 그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수도가 점령되고 국왕이 목숨을 잃는다면 사우스 왕국은 끝이기 때문이었다.

* * *

귀를 살짝 덮는 길이의 갈색 머리칼과 칠흑처럼 검은 눈동자.

장인이 만든 검처럼 날카로운 인상을 한 중년의 고위 기사가 왕실 근위기사들과 함께 중앙 홀로 향하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아이크 벤켈 자작으로 왕실 근위기사단의 기사단장이었다.

중앙 홀에 도착한 아이크 벤켈 자작은 문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문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종이 아이크 벤켈 자작의 방문을 알리기 위해 문을 조금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뒤, 문이 살짝 열리고 시종이 고개를 내밀었다.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시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크 벤켈 자작은 고개를 돌렸다.

“나 혼자 들어가겠다. 너희는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알겠습니다. 기사단장.”

아이크 벤켈 자작은 부하 기사 3명을 떼어 놓은 뒤 발걸음을 떼었다.

그의 얼굴을 잘 알고 있는 고위 기사 2명은 조용히 양옆으로 물러나며 문을 열었다.

웅장한 중앙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앙 홀에는 다수의 귀족들이 모여 있었고, 중앙 홀의 끝에 있는 벽의 중앙에는 유리 사우스 국왕이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아이크 벤켈 자작은 마른 침을 삼키며 발걸음을 재촉하여 국왕의 앞으로 이동했다.

국왕의 옆에는 국왕 기사단의 기사단장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이 서 있었다.

“보고하게나.”

유리 사우스 국왕은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체념한 듯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그림자 대공의 군대 10만이 수도를 포위했습니다.”

처음 포위를 할 당시엔 10만이 아니었지만 라이필트 린데일 후작이 다소 무리를 하면서 해상 군단의 여유 병력을 모두 끌어모아 사피드 자작령을 통해 이동, 합류하게 되면서 10만의 병력이 되었다.

아이크 벤켈 자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앙 홀이 소란스러워졌다.

모여 있는 귀족들이 불안한 얼굴로 웅성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정숙해 주십시오!”

국왕 기사단의 고위 기사 한 명이 큰 소리로 외친 뒤에서야, 소란은 잠잠해졌다.

조용해지자 유리 사우스 국왕이 입을 열었다.

“아군의 병력은?”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의 중앙 수비군이 6만, 그리고 패주 병력과 합류하여 수도에 집결한 영지군이 1만 정도입니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의 중앙 수비군이 6만에 소집된 영지군이 1만.

총 7만의 병력.

수비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고려할 때 결코 적은 수의 병력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이 급히 징집되어 무장한 병력이었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이 사령관으로 있는 중앙 수비군만 해도 평소 유지하고 있는 상비군은 2만에 불과했다.

현재 중앙 수비군 병력 6만 중 4만은 기초 훈련만 받은 국민을 징집한 사실상 민병이었다.

영지군 또한 상비군은 소수였고 대부분이 민병대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최정예인 그림자 기사단과 정예인 해상 군단을 상대하는 건 힘들 것이다.

“총 병력 7만이라, 힘들겠군.”

유리 사우스 국왕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유리 사우스 국왕도 아군의 사정을 대충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막상 아군의 병력이 얼마나 되는지 듣고 나자 한없이 깊은 곳에서 절망이라는 이름의 괴물이 고개를 들었지만, 유리 사우스 국왕은 애써 티 내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

“지원군은?”

“그건 제가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국왕 폐하.”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오며 발언했다.

“보고하게나.”

유리 사우스 국왕이 허락하자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은 입을 열었다.

“남부 군단의 병력 5만이 북진 중이며, 아이반 왕자 전하의 병력 11만 또한 신속하게 수도로 이동 중입니다. 또한, 남부의 유력 귀족들이 병력 2만을 모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총 18만의 대규모 병력이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이 모두 한곳에 집결한다면 그림자 대공의 군대를 물리치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닐 테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가장 빨리 도착하는 지원군은 언제 도착하는가?”

유리 사우스 국왕이 질문했다.

지원군이 도착하는 시간을 아는 것은 중요했다.

“남부 군단의 병력 5만이 약 4일 뒤 도착할 것입니다.”

“흐음.”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대답했다.

유리 사우스 국왕은 생각에 잠겼다.

“국왕 폐하. 중앙 수비군이 목숨을 걸고 수도를 사수하겠나이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이 자신만만하게 외쳤다.

4일.

4일은 짧지도, 그렇다고 해서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어쩌면 버틸 수도 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버티지 못하고 적들이 수도의 성벽을 넘게 될 수도 있었다.

유리 사우스 국왕이 무슨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중앙 홀의 문이 거칠게 열리고 전령이 달려 들어왔다.

벽 쪽에 서 있던 왕실 근위기사단원과 국왕 기사단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여 전령의 앞을 막아섰다.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도록 검 손잡이에 손을 가져간 상태였다.

“긴급 보고입니다!”

“물러나라!”

“물러나도 좋다.”

전령이 긴급한 일임을 알리자 왕실 근위기사단장 아이크 벤켈 자작과 국왕 기사단장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은 부하들을 물러나게 했다.

전령은 몇 걸음 앞으로 달려가 무릎을 꿇었다.

“국왕 폐하! 적의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폭발음과 함께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마법 공격에 명중 당한 작은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

유리 사우스 국왕은 중앙 수비군 사령관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을 호출했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입을 열었다.

“하명하시옵소서!”

“전장으로 향하여 적들로부터 수도를 사수하게!”

“명을 받들겠나이다!”

실버즈 윙그레이 백작은 힘차게 대답하며 왕성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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