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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102화 (102/150)

리턴 플레이어 102화

40장 숲을 침식하는 검은 그림자(2)

“알겠습니다.”

테일러의 대답을 들은 전령은 고개를 끄덕인 뒤 날렵한 움직임으로 말에 올라 훈련장을 벗어났다.

“호출입니까? 주군?”

어느새 다가온 알버트가 질문했다.

“호출인가요?”

일리아도 다가와 질문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빌리 엘런데일스 후작이 테일러를 호출한 적은 많이 없었고 대부분이 전투 투입 등의 임무를 부여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리아는 오랜만에 맞이한 평화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네. 지금 즉시 가봐야겠습니다.”

테일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일리아는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대로 평화가 계속되길 원했지만 그건 사치스러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림자 대공이 건재하는 한 사우스 왕국에 평화란 존재할 수 없었다.

엘런데일스 후작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테일러는 즉시 엘런데일스 후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자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고 있는 엘런데일스 후작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엘런데일스 후작은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왔는가? 테일러 경.”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테일러가 대답했다.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커피라도 한 잔 대접해주고 싶지만, 시간이 없군. 일단 여기 앉게.”

“예.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고풍스러운 장식이 붙어 있는 의자를 뒤로 빼서 앉았다.

테일러가 자리에 앉아 엘런데일스 후작이 다시 입을 열었다.

“간단하게 전달하겠네. 로펜 경이 전사했네.”

“그것이 사실입니까?”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테일러는 충격을 조금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이드 기사단은 로펜 경이 임시로 지휘를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테일러가 지휘했던, 그리고 다시 지휘할 기사단이었다.

제이드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되고 긴 시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함께 생사를 넘나들면서 꽤 많이 친해지고 정도 들었다.

특히 로펜 경, 쟈크 경, 살라다르 경과 같은 고위 기사들과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친밀한 관계가 되어 있었다.

“제이드 기사단의 피해는 심각합니까?”

테일러가 굳은 얼굴로 질문했다.

엘런데일스 후작은 커피를 마신 뒤 입을 열었다.

“다행히 로펜 경이 노력해준 덕분에 제이드 기사단의 피해는 크지 않은 것 같네.”

“다행이군요.”

엘런데일스 후작의 말에 테일러는 안도했다.

로펜 경이 전사했다는 소식은 정말 안타까운 소식이었지만 제이드 기사단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소식에서 사소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저를 부르신 이유는 로펜 경의 전사 소식을 알리기 위함입니까?”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라네. 본론은 지금부터야.”

엘런데일스 후작은 그렇게 말하며 뒤에 서 있는 왕국 정보부 요원에게 수신호를 보냈다.

수신호를 이해한 요원은 옆의 책장으로 이동해 그곳에 꽂혀 있는 군사지도를 꺼내 책상으로 가져가 펼쳤다.

“이건 그랑키아 숲 군사 지도로군요.”

테일러의 말대로 요원이 책상에 펼친 군사 지도는 다름 아닌 그랑키아 숲에 주둔하고 있는 왕국군의 위치 등이 기록되어 있는 군사 지도였다.

“잘 보았네.”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으로 그랑키아 숲 북쪽 경계 여러 곳을 지목했다.

“이 지점들에서 그림자 기사단의 대규모 병력이 흩어져 남하를 시작한 것이 왕국 정보부에 의해 관측되었네.”

테일러는 군사 지도를 눈여겨보았다.

그랑키아 숲에 주둔하고 있는 군대는 특수 부대와 일반 부대를 합쳐도 많지 않았다.

그림자 기사단의 남하한 병력은 필히 억제기를 노릴 확률이 높았는데, 억제기 수비대만으로는 억제기를 지키는 것이 힘들어 보였다.

“그런데, 그림자 기사단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대규모 병력을 동원하는 이유라고 있습니까? 어째서 진작에 동원하지 않은 것입니까?”

테일러는 남부 하이크 왕국이 프랑츠 제국에 항복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남부 하이크 왕국이 프랑츠 제국에 항복했네. 덕분에 남부 하이크 왕국에 있던 그림자 기사단 병력이 프랑츠 제국으로 돌아갔고, 여유가 생긴 그림자 대공은 많은 병력을 그랑키아 숲으로 움직인 것이네.”

“남부 하이크 왕국이 항복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군요.”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설명 덕분에 상황을 대충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억제기 수비를 위해 군을 움직여야겠군요.”

테일러의 말에 엘런데일스 후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억제기 보수를 위해 마력 심장과 마도구 예비품들도 운송해야 할 것이네.”

“제가 해야 할 일은 어떻게 됩니까?”

테일러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질문했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그가 자신을 호출한 이유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

“원정대에 편성될 왕국군 소속 병력 300명 정도를 지휘해주었으면 하네. 여기 부대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기록되어 있네. 참고하도록 하게나.”

엘런데일스 후작이 건넨 서류를 테일러는 빠르게 검토했다.

짧은 시간 동안 대부분 내용을 읽은 테일러는 그가 맡게 될 부대의 편제 등의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부대 이름은 테일러의 이름을 따서 임시로 테일러 부대로 정해졌으며, 소속된 고위 기사는 없고 하급 장교 다수와 리드페이라라는 이름의 여성 상급 장교 한 명이 테일러를 보조하기 위해 배치되어 있었다.

“출발은 언제 합니까?”

“일주일 뒤. 자네의 부대는 일주일 안에 수도 근방에서 사우스펠로 소집될 것이네.”

“이해했습니다. 국왕 폐하와 사우스 왕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테일러의 말에 엘런데일스 후작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원정대장 나일 쉬바스 백작이 지휘하는 원정대 3천은 수도를 출발하여 824년 8월 그랑키아 숲에 진입했다.

원정은 순조로워 보였지만 내부는 그렇지 않았다.

“원정대장!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째서 저희 부대가 또 야간 경계를 맡아야 하는 겁니까!”

야영지가 세워지고 원정대장의 천막에서 거친 고함이 터져 나왔다.

거친 고함의 주인공은 테일러였다.

원정대장 나일 쉬바스 백작의 어이없는 명령에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큰 소리를 낸 것이었다.

테일러의 부대는 수도를 출발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거의 절반 이상의 야간 경계를 수행했다.

말이 되지 않는 경우였다.

병사들의 피로 누적을 막고 효율을 위해서 야간 경계는 각 부대에 고르게 분배되어야만 했지만, 나일 쉬바스 백작은 절반 이상의 야간 경계를 테일러 부대에 마구 넘겨버렸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그랑키아 숲에 진입한 지금도 무리한 야간 경계를 명하고 있었다.

그랑키아 숲에 진입하기 전에는 묵묵히 참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 무리한 명령을 참고 수행할 수 없었다.

그랑키아 숲은 위험한 곳이었다.

이 위험한 숲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언제나 만전의 상태로 임해야만 했다.

그런데 야간 경계 행진을 거듭하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대의 사기는 하락하고 전투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 지휘관을 향한 불신까지 생길 수 있었다.

다행히 장교들이 잘해준 덕분에 테일러를 욕하는 병사들은 많이 없었지만 언제 생길지 몰랐다.

“쉬바스 백작. 테일러 경의 부대는 연이은 야간 경계로 인해 피로도가 상당히 누적되어 있습니다. 피로가 누적되면 전투가 발생할 시 제대로 전투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마침 대열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원정대장의 천막을 찾았던 루시드가 테일러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는 조곤조곤하게 테일러의 부대가 더 이상 야간 경계를 맡지 않을 것을 건의했으나 나일 쉬바스 백작은 짜증이 잔뜩 섞인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건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리고 테일러 부대가 희생하는 것으로 다른 부대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전술적으로도 효율적이지 않나?”

“하!”

테일러는 어이를 상실했다.

이건 대놓고 테일러를 엿먹이겠다는 의도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나일 쉬바스 백작은 예전부터 벼락출세한 테일러를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엘런데일스 후작에게 들은 것도 있고, 직접 경험한 것도 있어서 나일 쉬바스 백작이 자신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설마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날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것은 엘런데일스 후작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적어도 나일 쉬바스 백작이 공과 사는 구분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테일러에게 우호적인 지휘관을 몇 명 배치하면 그의 부적절한 행동을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말이 안 됩니다. 백작.”

루시드도 어이가 없는 얼굴이었다.

“필리스터 경 그리고 테일러 경. 이건 명령이다. 자네들은 거부할 수 없어. 거부하고 싶다면 당장 군복을 벗어 던지고 원정대를 이탈하는 게 좋을 것이야.”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이를 악물고 원정대장의 천막을 나왔다.

그 뒤를 따라 루시드 필리스터가 나왔다.

“테일러!”

자신을 부르는 루시드의 목소리에 테일러는 부대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루시드를 바라 보았다.

루시드는 미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테일러.”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루시드. 당신은 충분히 노력했습니다.”

루시드는 충분히 노력했고 테일러도 그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네. 혹시라도 전투가 발생하게 되면 필리스터 영지군이 테일러 부대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할 것이야.”

루시드 필리스터와 함께 원정대에 합류한 필리스터 영지군과 소수의 국왕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의 수는 700명 정도된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엄호해준다면 걱정을 크게 덜 수 있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루시드. 덕분에 마음이 조금 놓입니다. 저는 이만 부대에 이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가 봐야겠습니다.”

루시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테일러는 부대가 있는 방향으로 다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부대가 야영하고 있는 곳에 도착한 테일러는 야간 근무를 또 서야 한다는 사실을 파티원들과 지휘관들에게 전달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테일러가 전달한 내용을 들은 파티원들과 지휘관들의 얼굴은 굳었다.

“상급 장교 리드페이라. 발언해도 되겠습니까? 지휘관님.”

군인답지 않게 금발을 길게 기른 리드페이라가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녀는 테일러 부대의 유일한 상급 장교로 지휘관의 보좌를 맡고 있었다.

그녀는 여성이었고 나이도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인망이 두텁고 유능했다.

그녀 덕분에 연이은 야간 경계 행진에도 병사들이 크게 반감을 가지지 않았다.

“발언해도 좋다. 상급 장교 리드페이라.”

“현재 부대원들은 크게 지쳐 있는 상황입니다. 기사들은 그나마 낫지만, 병사들 같은 경우엔 피로가 심각하게 누적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여기는 그랑키아 숲입니다. 만전의 상태로 움직여도 부족한데, 이렇게 지친 몸을 이끌고 움직이다가 혹여 전투라도 발생하게 된다면 치명적입니다. 아군의 피해는 막대할 것입니다.”

상급 장교 리드페이라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연이은 야간 경계 행진으로 테일러 부대의 부대원들은 피로가 심각하게 누적되어 있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위험하기로 유명한 그랑키아 숲이었다.

당장 중무장한 몬스터 군대가 공격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곳이었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는 반도의 몬스터보다 월등히 강한 무력을 자랑했고, 그런 그들에게 맞서려면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지 않는다면 전투가 발생했을 때 큰 피해를 입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테일러는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원정대장의 명령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지휘관님께서 미안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럼 저와 장교들은 부대원들에게 이 슬픈 소식을 전달하러 가겠습니다.”

테일러는 터져 나오는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도록.”

824년 8월.

나일 쉬바스 백작이 지휘하는 3천의 원정대가 그라이아 숲에 진입한 지도 일주일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약 일주일의 시간 동안 테일러가 지휘하는 부대는 대부분의 야간 경계를 맡아서 수행했다.

나일 쉬바스 백작도 양심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것인지, 매일 야간 경계를 맡기진 않았다.

3천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군대가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들도 쉽게 공격하지 않았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들도 대부분 수천 규모로 움직이지 않고 소수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원정대와 조우한 경우 원정대를 피해 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큰 부족의 경우 엘런데일스 후작의 왕국 정보부가 제공한 지도에 영토가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피해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원정은 평화롭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8일째 되는 날 사건이 발생하고 말았다.

꽤 큰 부족을 지배하는 하이 오크의 영토가 앞을 막은 것이었다.

엘런데일스 후작의 왕국 정보부가 제공한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부족이었지만 규모는 당연히 기록되어야 할 정도였다.

그런데 기록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최근에 자리를 잡은 부족인 듯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긴급하게 소집된 회의에서 로딘 로펜 남작이 원정대장 나일 쉬바스 백작에게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하이 오크의 영토가 앞을 막고 있는 이상, 가로질러 가기는 쉽지 않았다.

분명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가로지르는 방법말고 우회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회할 경우 하이 오크 부족이 점거한 공간이 제법 넓기 때문에 예정보다 조금 늦어지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돌파한다. 정찰대를 운용하여 적의 군대를 피하며 신속하게 움직이면 적들이 눈치채기 전에 부족의 영토를 횡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일 쉬바스 백작은 신속하게 하이 오크의 부족 영토를 횡단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는 전투를 회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정찰대를 자주 운용하는 오크들의 특성으로 볼 때 그들이 눈치채기 전에 영토를 횡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전투는 피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일 쉬바스 백작의 고집을 잘 아는 지휘관들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원정대는 이름을 하이 오크 루벨라르크의 영토로 진입했다.

루벨라르크의 영토에 침입하고 하루 만에 아군의 정찰대가 루벨라르크의 오크 정찰대와 조우했다.

“죽여라! 모두 죽여야 한다!”

정찰대의 지휘를 맡은 하급 장교는 목이 터져라, 외쳤다.

오크 정찰대를 전멸시키지 않으면 더 많은 오크들이 몰려올 것이다.

반드시 전멸시켜야만 했다.

지휘관의 애타는 외침에 50명의 정찰대원이 날렵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크 정찰대의 수는 20명 정도로, 정찰대의 수가 50명으로 더 많았지만, 이곳은 그랑키아 숲이었고 오크들도 그랑키아 숲의 오크들이었기 때문에 방심할 수 없었다.

도주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오크들이 정찰대와의 거리가 좁혀지자 전투를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반전했다.

반전하고 순식간에 전열을 가다듬은 오크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돌진해오는 인간들을 향해 날카로운 창을 내찔렀다.

“크아악!”

“으악!”

날카로운 창이 선두에서 움직이던 병사들의 갑옷을 뚫고 들어가 살을 파고들었다.

병사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랑키아 숲 몬스터들의 주조술은 반도보다 상당히 뛰어났다.

사우스 왕국보다 좋은 기술을 보유한 경우도 있었다.

“반격하라!”

2열의 기사 3명이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오크들의 검을 쳐내고 그들의 목에 검을 찔러 넣었다.

오크의 목이 갈라지고 붉은 피가 튀었다.

전세가 잠시 역전되는 듯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병사들이 멈칫하는 사이 기사들은 무아지경에 빠져 깊숙한 곳으로 전진해버렸고 사방에서 찔러 들어오는 창에 찔려 고슴도치가 되었다.

“석궁을 쏴라.”

오크 지휘관이 지시를 내렸다.

후방의 오크 다섯 마리가 허리에 걸려 있는 석궁을 꺼내 들었다.

“적이 석궁을 꺼냈습니다!”

“석궁까지……!”

지휘관은 경악했다.

쉬바스 백작 영지군 소속인 그는 그랑키아 숲이 처음이었다.

그랑키아 숲의 몬스터들의 기술이 상당히 좋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제작하기 힘들기로 유명한 석궁까지 휴대하고 다닐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방패병이 있다면 좋았겠지만 그들의 임무는 정찰이었기 때문에 모두 가벼운 무장을 하고 있었다.

방패를 든 병사는 한 명도 없었다.

대신 활을 든 궁병은 10명 정도 있었다.

“큭!”

“으악!”

“활을 쏴라!”

오크 석궁병 다섯 마리의 일제 사격에 두 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고 지휘관은 뒤늦게 활로 응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뒤늦게 화살을 쏘았지만 큰 피해는 입히지 못했고, 오크 전사들은 날카로운 검과 창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정철대는 열심히 싸웠지만 강력한 무력의 그랑키아 숲 오크 전사들에 의해 전멸하고 말았다.

단 3명만이 간신히 살아남아 야영지가 있는 방향으로 패주했고 오크 정찰대는 여섯 마리 정도가 남아 주둔지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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