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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83화 (83/150)

리턴 플레이어 83화

33장 검은 밤의 지배자(1)

“기병대가 치명적인 피해를 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뱀파이어 준남작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경악했다.

“이 멍청한 녀석! 당장 보병들을 투입해!”

“보, 보병 전진!”

로이하퍼 남작이 다그치자 뱀파이어 준남작은 급히 보병대를 투입했다.

야영지를 포위하고 있던 뱀파이어 보병대가 전 방향에서 야영지를 덮쳤다.

늦은 시간이었고, 기습을 예상하지 못하게 하려고 정찰대까지 공격적인 정찰을 감행하되, 최대한 들키지 않도록 운용했던 로이하퍼 남작이었다.

그 때문에 제이드 기사단은 기습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판단했지만 로이하퍼 남작의 예상과는 다르게, 천막이 열리고 그 속에서 뛰쳐나오는 기사단원들은 모두 완전 무장한 상태였다.

그리고 재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갑자기 환한 빛이 하늘로 떠올라 주변을 낮이라도 된 것처럼 환하게 비추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할. 성녀가 있다고는 말 안 했는데.”

로이하퍼 남작은 그 빛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바로 성녀만 사용 가능한 신성 기도문, 로렌시아의 성스러운 빛이었다.

선한 존재에게는 활력을, 그리고 악한 존재에게는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피해를 주는, 뱀파이어 입장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신성 기도문이었다.

“내가 직접 나선다. 준남작. 지휘를 맡아라.”

로이하퍼 준남작은 검을 뽑아들었다.

뱀파이어 준남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붉은 마력검이 빛나는 검을 들어 올린 채 전장에 난입했다.

“보병대. 나를 따르라.”

이미 로렌시아의 성스러운 빛으로 인해 전투는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로이하퍼 남작은 최후의 반격을 가하기 위해 보병대를 소집했다.

뱀파이어 보병 70이 즉시 로이하퍼 남작을 따르기 위해 모여들었고, 돌격이 시작되었다.

“적이 눈치채지 못하게, 천천히 그리고 은밀하게 길을 열도록.”

테일러의 명령에 중앙의 수비를 맡았던 로펜 경은 로이하퍼 남작과 보병대를 상대하면서 그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적당히 길을 열었다.

그리고 중앙에 깊숙이 침투한 순간, 일리아가 바람의 정령 군주를 소환했다.

“바람의 칼날을 받아라!”

전장을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바람의 칼날이 뱀파이어들을 마구 찢어 버렸다.

“돌파한다! 기사들이여! 정령 군주를 저지하라!”

“네!”

“주군을 위해 목숨을!”

뱀파이어 기사 6명이 일제히 바람의 정령 군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랑키아 숲의 뱀파이어 기사 6명이 일제히 달려드니 바람의 정령 군주도 실비아를 향해 달려가는 로이하퍼 남작을 막지 못했으나, 이 모든 것은 테일러의 계산 안에 있었다.

“넌 지나갈 수 없다!”

알폰스와 살라다르 경, 실버레인 경이 나섰다.

알폰스가 거대한 방패를 들어 올린 채 신성력을 방패로 전달하자 방패가 신성한 빛을 뿜어냈다.

그것에 노출된 로이하퍼 남작은 순간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로렌시아를 모시는 성기사가 쏘아낸 신성한 빛이 아주 잠깐이지만 로이하퍼 남작의 몸을 마비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살라다르 경과 실버레인 경은 놓치지 않았다.

살라다르 경은 스치듯 지나치며 마력검이 빛나는 검으로 로이하퍼 남작의 허리를 깊게 베었고, 실버레인 경은 부드럽게 미끄러지듯이 로이하퍼 남작의 옆을 스치듯 지나치며 갑옷이 보호하고 있지 않은 다리를 깊게 베었다.

“크윽! 인간 놈들이!”

입가에 머금은 피를 뱉어내며 로이하퍼 남작이 검을 휘둘렀다.

살라다르 경과 실버레인 경이 남긴 상처는 인간으로 치면 상당한 치명상이었지만, 그냥 뱀파이어도 아니고 그랑키아 숲의 뱀파이어 귀족인 로이하퍼 남작은 견딜만한 상처였다.

로이하퍼 남작의 검은 마력검을 사용하지 못하는 하인즈 실버레인 경을 노렸다.

마력검을 사용하지는 못 하지만 고위 기사를 상대하는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는 하인즈 실버레인 경은 무거운 갑옷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날렵한 움직임으로 로이하퍼 남작의 검을 피해냈다.

그 사이, 살라다르 경이 두 개의 검을 휘둘러 로이하퍼 남작의 팔과 다리를 잘라냈다.

“크아아아악! 죽일 놈아!”

로렌시아의 성스러운 빛에 노출된 상태에서 살라다르 경과 실버레인 경과 같은 뛰어난 실력자 둘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혈마법을 이용해 팔과 다리의 형상을 만들어 몸을 지탱하고 끝까지 싸웠다.

로이하퍼 남작은 혈마법에 재능이 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랑키아 숲의 뱀파이어답게 어느 정도 수준의 혈마법은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는 꽤 버텼으나, 뱀파이어 기사들을 전멸시킨 바람의 정령 군주와 알버트가 합류하자 결국 수세에 몰렸고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 * *

“벨라크루소 준남작. 뱀파이어 남작 로이하퍼의 군대가 제이드 기사단에게 패배하였다고 합니다.”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의 부관은 벨라크루소 준남작에게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하며 무릎을 꿇었다.

로이하퍼 남작의 뱀파이어 군대가 패배한 것은 부관의 잘못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흠. 그런 것인가?”

그림자 기사단의 기사단원들을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관을 찾기 위한 발굴 작업에 투입하고 유적 밖에 나와 돌의자에 앉아 망도 볼 겸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고 있던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은 빈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유적의 입구를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

“발굴 상황은 어떤가?”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은 긴 귀를 쫑긋거리며 발굴 상황을 물었다.

“고위 마법사 2명이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에 성공하였습니다. 3시간 정도만 기다리면 발굴이 완료될 것 같습니다.”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가 봉인되고 긴 시간이 흐른 탓에, 그림자 기사단이 도착했을 때 유적은 상당히 손상되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가 봉인된 관 역시도 상당히 깊은 곳에 매장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굴 작업이 다소 필요한 상황이었다.

“고위 마법사 2명이 밥값은 하는 모양이군.”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의 두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보통의 경우 그림자 기사단은 고위 마법사나 마법사와 같은 마법 전력과 함께 작전을 수행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은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에 약했기 때문이었다.

그림자 기사단이 수행하는 임무는 그들의 특성상 은밀함과 신속함을 요구하는 게 많았고, 마법사는 그들과는 맞지 않았다.

다만, 이번에는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에게 노예 계약을 부여해야 했기 때문에 고위 마법사가 2명이나 함께하고 있었지만, 그들을 안전하게 아카사 유적에 데려오느라 평소 그림자 기사단이 단독으로 같은 거리를 움직였을 때보다 2배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그 때문에 고위 마법사들을 대하는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의 태도는 조금 차가웠다.

“제이드 기사단의 위치는 어디쯤이지?”

돌의자 옆에 기대어 놓은 검을 들어 올려 허리에 차며 묻는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

“2시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비전투 인원을 제외한 기사단원 전원에게 완전 무장하고 전투를 준비할 것을 전파하라.”

“예!”

요크 벨라크루소 준남작의 명령은 곧 아카사 유적을 점거하고 있는 그림자 기사단에 전파되었다.

전투가 다가오고 있었다.

* * *

“상태창.”

[테일러.

고위 기사

Lv:59

스킬[14/15]

Lv1 슈발리에 검술[S] Lv5 불의 검[B] Lv6 마력검[B] Lv6 파마의 검[A] Lv5 암석거인의 가호[B] Lv9상급 방어 검술[C] Lv6하급 아머 마스터리[E] Lv2눈에는 눈 이에는 이[A] Lv6 마나연공법[C] Lv10통솔[C] Lv5레인저의 직감[C]Lv1 결사의 의지[A] Lv1도주[E] Lv5벌목[E]

잔여 포인트:2]

테일러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전투가 끝나고 파마의 검 스킬과 암석거인의 가호 스킬이 1레벨씩 올랐지만, 레벨은 상승하지 않았다.

곧 있을 큰 전투를 대비하여 테일러는 조금 더 강해지기 위해 모아 둔 잔여 포인트를 6포인트 쏟아부어 A급 스킬 고위 기사 검술 레벨을 1 올린 다음에 승급시켜 슈발리에 검술로 만들었다.

“스킬 정보 슈발리에 검술.”

[슈발리에 검술.

최대 레벨:15

등급:S

검술의 최고.

멸망 전에 존재했던 기사, 슈발리에의 경지에 오른 검술을 구사할 수 있게 해준다.]

슈발리에라는 생소한 단어 탓에 테일러는 스킬 정보를 확인했다.

스킬 정보에 적혀 있는 간략한 설명을 읽고 난 뒤에서야 슈발리에가 멸망 전에 존재했던 기사의 경지라는 것을 대충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세계는 한 번 멸망한 적이 있다는 말인가?”

순간 의문이 들었다.

이 세계가 한 번 멸망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왕국의 대마법사는 알지도 모르겠지만.

그를 만나보지 않았기 때문에 확인할 길이 없었다.

혹시나 싶어 가이우스에게 살짝 물어봤지만, 그는 모르는 눈치였다.

가이우스는 나이는 상당히 어렸지만, 고위 마법사답게 지식의 깊이는 상당했다.

그가 모르면 대마법사도 모르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지금은 생각할 문제가 아니니, 일단 묻어두는 게 좋겠군.”

잠시 복잡한 고민을 하는 것도 잠시, 테일러는 고개를 젓는 것으로 복잡한 생각을 머리에서 털어냈다.

지금은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테일러.”

잡생각을 털어내고 앞으로의 전투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 있는 테일러의 곁에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속도를 올리는 게 좋겠어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

그녀는 불길한 예감이 드는 것인지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로 테일러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돌려, 가까운 곳에서 말을 몰고 있는 가이우스에게 시선을 보냈다.

자신을 향하는 시선을 느낀 것인지 가이우스의 눈동자가 테일러에게 향한다.

“가이우스. 의견을 말해주시겠습니까?”

하이 엘프의 고귀한 피가 위험을 예지할 수 있게 한다는 말은 흔했지만, 단순히 그녀의 에감만 믿고 진군 속도를 높일 수는 없었다.

아카사 유적과의 거리는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었지만 매우 근접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속도를 높이는 것은 기사단원들에게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말을 타고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것은 의외로 체력을 많이 소모하는 일이었다.

고위 마법사인 가이우스의 객관적인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

“말을 탄 상태에서는 아카사 유적 주변의 마력 유동을 살필 수가 없네만.”

가이우스는 어린 나이에 고위 마법사라는 경지에 오른 천재였지만 몇몇 마법은 말을 탄 상태에서 시전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하지 못했다.

“얼마나 시간이 필요합니까?”

테일러가 질문했다.

가이우스는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5분 정도면 충분할 것 같다네.”

“정지!”

가이우스의 대답을 들은 테일러는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을 멈추고는 뒤따르는 제이드 기사단에게 정지할 것을 명령했다.

분주하게 따라오던 제이드 기사단은 훈련받은 기사단답게 신속하게 말을 멈춰 세웠다.

“이곳에서 5분간 휴식한다. 보초를 세우고, 충분히 몸의 피로를 풀도록. 어쩌면 전투 전에 맛볼 수 있는 마지막 휴식일 것이다.”

“예!”

사실 5분이면 뱀파이어와의 전투로 쌓인 피로를 털어내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테일러를 믿고 따르는 제이드 기사단은 힘차게 대답했다.

겨울바람 기사단에선 불평이 조금씩 터져 나왔다.

“가이우스. 부탁합니다.”

“맡겨두게나.”

가이우스는 눈을 감고 집중했다.

그의 몸 주변에서 푸른 마력이 꽃처럼 피어올라 허공을 맴돌며 춤추었다.

잠시 후 가이우스가 눈을 뜨는 것과 동시에 푸른 마력의 빛 무리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가야 하네!”

“무슨 말입니까?”

가이우스는 창백한 얼굴로 테일러를 밀치고 말에 올라탔다.

“무슨 말입니까? 가이우스.”

가이우스는 뭔가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행동했다.

테일러는 답답한 마음에 언성을 살짝 높였다.

가이우스는 불안하게 떨리는 두 손을 애써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아주 사악한 마력이 느껴졌네. 상당히 미비한 수준이었지만 깊고 깊은 심연에 떨어지는 기분이었네. 당장 가서 막아야 하네. 그가 깨어나면 우리는 모두 죽네.”

봉인이 해제되고 뱀파이어 대공 데네브가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관이 단순히 발굴되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아주 사악하고 강력한 마력을 흩뿌리기엔 충분했다.

그 마력의 흐름을 가이우스는 심한 불안감을 느끼며 마른 침을 삼켰다.

테일러는 신속하게 말에 오르며 입을 열었다.

“전원 신속하게 유적으로 향한다!”

그리고 부디 늦지 않기를 빌며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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