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74화
28장 칠흑의 기사, 재습격(3)
용병으로 위장한 레드는 성공적으로 광산 마을에 잠입할 수 있었다.
테일러는 기사단원 몇 명을 뽑아 교대로 광산 마을이 있는 방향을 감시하게 시켰다.
그리고 기사단에는 언제든지 출격할 수 있도록 비상 대기 명령을 하달했고, 말들도 즉시 탑승할 수 있도록 수습 기사들로 하여금 준비를 하게 했다.
2일의 시간이 흘렀다.
비상 대기 명령으로 인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던 기사단원들이 지쳐 갈 때쯤이었다.
늦은 밤 붉은 신호탄이 어두운 하늘을 밝히며 떠올랐다.
“적습입니다!”
테일러의 명령을 받고 광산 마을이 있는 방향을 감시하고 있던 수습 기사가 밤하늘의 어둠을 걷어내는 붉은 신호탄의 존재를 확인하고 큰 소리로 외쳤다.
천막들의 문이 부지런하게 열리고 기사단원들이 쏟아져 나왔다.
말을 관리하는 수습 기사들이 끌고 나온 말에 기사단원들이 빠른 움직임으로 올라탔다.
“알버트. 언제나처럼 실비아와 일리아의 호위를 부탁합니다.”
“맡겨주십시오.”
알버트를 실비아와 일리아가 있는 중앙으로 보내고 테일러는 선두로 향했다.
알폰스 그레이가 실비아와 일리아의 호위를 맡는다고는 하지만 혼자만으로는 두 명을 모두 지키기 힘들 것으로 판단하여 알버트를 지원하게 한 것이다.
“가이우스. 근처의 부대에 지원 요청을 부탁합니다.”
“내게 맡기게나!”
갑옷을 챙겨 입고 망토를 두르며 말에 올라탄 테일러는 가이우스에게 통신 마법으로 근처의 부대에 지원을 요청하라고 부탁했다.
최근 수집된 왕국 정보부의 정보로 보아 지금 이루어지고 있는 공격은 새롭게 충원된 병력이 함께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제이드 기사단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윙클던 기사단이 함께한다고 해도 무리다.
지원군이 더 필요했다.
“전원 신속하게 이동한다.”
테일러의 명령이 울려 퍼지고 제이드 기사단이 신속하게 광산 마을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둠이 내려앉은 밤.
광산 마을은 피바람이 불고 있었다.
무너진 목책을 넘어 검은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단원들이 날카로운 검을 빛내며 광산 마을로 진입했다.
목책 입구에 배치되었던 윙클던 기사단 10명과 길드 경비대 3명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마을은 붉은 화염에 휩싸여 검은 연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퇴로! 퇴로를 확보하라!”
길드 사무소에 마련된 숙소에서 편안하게 밤을 보내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토미 윙클던 준남작은 갑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한 상태로 뛰쳐나와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지만, 그의 명령을 이행할 기사단원은 주변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 버티던 기사 한 명이 그림자 기사 가레스 경의 검에 맞아 목숨을 잃고 쓰러졌다.
“이런 제기랄!”
윙클던 준남작은 욕설과 함께 검을 들었다.
푸른 마력검이 검에 깃들어 춤을 추듯 흔들렸다.
어둠 속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지만, 주변의 어둠의 장막은 너무나 두꺼웠다.
“가레스 경.”
“예. 위스펠 남작.”
“저자는 내가 처리하겠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건 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입꼬리를 끌어 올린 채 토미 윙클던 준남작을 향해 달려나가려는 가레스 경을 불러 세운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조용히 말하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면서 소리없이 검을 뽑아들어 검은 마력검을 활성화했다.
“그래! 오너라! 와라!”
윙클던 준남작이 호기롭게 외치고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몸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흘러나갔다.
윙클던 준남작의 옆을 스치듯 지나친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검을 검집에 집어넣자 토미 윙클던 준남작은 붉은 피를 입에서 토해내며 쓰러졌다.
토미 윙클던 준남작을 처리한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고개를 돌려 가레스 경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목표. 라모르 르와이얄을 찾아라. 그리고 죽여.”
“명을 받들겠습니다!”
* * *
“맙소사.”
엉망이 된 광산 마을의 모습에 가죽 갑옷을 입은 살라다르 경이 경악했다.
다른 기사단원들도 짧지 않은 시간을 광산 마을에서 머무른 탓에 광산 마을 주민들과 친해져 있었다.
그래서 불타는 마을을 지켜보는 그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로펜 경. 쟈크 경. 기사단원 80명을 지휘하여 그림자 기사단을 저지하도록. 수는 우리가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조금만 버티면 레딘 영지군이 도착할 것이다. 나는 살라다르 경과 함께 나머지 기사단원들을 이끌고 라모르 르와이얄을 찾아 보호하겠다.”
“맡겨주시오.”
“알겠습니다.”
로펜 경과 쟈크 경이 고개를 끄덕이고 기사단원의 배치가 끝났다.
“국왕 폐하를 위하여!”
쟈크 경이 푸른 마력검이 깃든 검을 들어 올리고 고함을 내지르며 앞으로 말을 몰았고, 그 뒤를 따라 로펜 경이 기사단원들을 이끌었다.
테일러는 살라다르 경과 함께 말을 몰아 마을의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무너진 길드 사무소와 그 앞에 있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었다.
테일러는 즉시 말에서 내렸다.
마상 검술을 배우긴 했지만 아직은 말에서 내린 상태에서 구사하는 검술이 더 익숙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강력한 적이었고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었다.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가레스 경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그런 그를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말렸다.
“아니. 그는 특수한 기술을 쓴다. 가레스 경. 자네라고 해도 꽤 곤란해 할 만한 기술이지. 내가 상대하겠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천천히 검을 뽑아들었다.
그의 검에 검은 마력검이 활성화되었다.
테일러도 검을 들어 올렸고, 살라다르 경도 말에서 내려 두 개의 검을 뽑아들었다.
살라다르 경 또한 마상 검술보다 통상 검술에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원하겠습니다. 기사단장.”
“부탁한다.”
살라다르 경이 속삭였고 테일러는 고개를 끄덕였다.
“소나…….”
“가이우스! 놈의 기술이 발동하지 않게 막아주십시오!”
“맡기게나!”
마력검을 구사하는 고위 기사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기술 그림자의 권능 소나기를 발동시키려는 순간 테일러의 외침에 가이우스가 미리 준비하고 있던 마법을 쏘았다.
거대한 불덩이를 막아내느라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기술을 완성할 수 없었다.
“가레스 경! 저 어린 고위 마법사의 제거를 부탁한다!”
“맡겨주십시오!”
가레스 경이 하얀 이빨을 드러낸 채 가이우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앞을 막는 것이 있었으니.
“바람의 칼날에 갈가리 찢겨라!”
바로 일리아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였다.
케이트 경과 알버트, 그리고 알폰스의 보호 아래서 그녀가 소환한 바람의 정령 군주는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소환되어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어떻게 정령 군주가 여기에!”
가레스 경은 경악했다.
그런 가레스 경을 향해 바람의 칼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가레스 경의 공격이 막힌 덕분에 가이우스는 마음 놓고 마법을 난사하며 테일러와 살라다르 경을 엄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일러와 살라다르 경은 좀처럼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자신에게 폭풍처럼 쏟아지는 무려 세 개의 검을 여유롭게 막아내고 있었다.
“창.”
그러면서 시전이 빠른 기술로 어둠의 창을 소환하여 테일러와 살라다르 경에게 맞섰다.
“파도.”
살라다르 경을 향해 창을 겨누고 조용히 기술 이름을 말하는 클라크 위스펠 남작.
그림자의 파도가 살라다르 경을 향해 덮쳤지만 살라다르 경은 간신히 몸을 옆으로 구르는 것으로 피해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테일러와 거리가 벌어지게 되었다.
살라다르 경을 떼어 놓은 위스펠 남작은 어둠의 창과 검은 마력검이 깃든 검을 테일러를 향해 휘두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화살이 날아와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갑옷을 때렸다.
갑옷의 틈새를 정확히 노린 일격이었지만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몸을 살짝 트는 것으로 단단한 갑옷 부분으로 화살을 유도한 것이었다.
테일러는 고개를 살짝 움직여 시선을 화살이 날아온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레드가 있었다.
그림자 기사단원 몇 명과 전투를 벌였는지 검은 갑옷을 입은 그림자 기사단원 시체 3구가 옆에 쓰러져 있었다.
“케이트 경! 기사단원을 보내서 레드를 엄호하도록!”
“알겠습니다!”
테일러는 케이트 경에게 기사단원을 보내 레드를 보호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려 클라크 위스펠 남작에게 집중했다.
“으아아아!”
살라다르 경이 괴성을 지르며 두 개의 검을 클라크 위스펠 남작을 향해 휘둘렀다.
살라다르 경의 공격을 클라크 위스펠 남작이 막아내는 사이 테일러는 번개와 같은 움직임으로 파고들어 클라크 위스펠 남작을 공격했다.
조금 밀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마력 갑옷을 활성화해 섰다.
테일러의 공격이 한 차례 마력 갑옷을 베었지만, 력 갑옷은 건재했다.
성녀의 축복을 받아 공격력이 향상된 검격이었지만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강력한 마력 갑옷을 부수기엔 무리였다.
“제기랄!”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었다.
마치 철벽에 검격을 퍼붓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클라크 위스펠 남작은 훌륭한 기사였고 틈을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공격을 성공하기 힘들었다.
가뜩이나 공격이 성공하기 힘든데, 공격이 성공하더라도 쉽게 부서지지 않는 마력 갑옷이 버티고 있으니 미칠 노릇이었다.
“크윽!”
잠시 다른 불평을 하며 다른 생각에 빠진 사이에, 생긴 빈틈을 노리고 클라크 위스펠 남작의 검이 테일러의 견갑을 자르고 왼쪽 어깨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테일러!”
가이우스가 재빨리 불의 방패를 테일러의 앞에 소환해 클라크 위스펠 남작을 몰아냈다.
자신의 앞을 막은 불의 방패를 박살 내기 위해 위스펠 남작이 검은 마력검을 들어 올린 순간이었다.
어둠 속에서 셀본스가 나타났다.
“레딘 영지군이 기사단과 함께 나타났습니다. 수가 적지 않고 목표도 달성했으니, 후퇴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가레스 경! 후퇴한다!”
셀본스의 보고에 위스펠 남작은 가레스 경을 불러들였다.
바람의 정령 군주를 역소환시키고 알버트 후안과 검을 주고 받고 있던 가레스 경은 즉시 전장을 이탈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2스킬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전투의 종료를 알림음이 알렸고 테일러는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상태 창을 확인했지만 스킬 포인트를 2점 획득한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이 없었다.
“추격할까요?”
“아니. 추격하면 바로 격파당할 것이다.”
살라다르 경의 물음에 테일러는 고개를 저었다.
“기사단장. 이쪽으로 와보셔야겠소!”
성녀 실비아의 신성 기도문이 상처를 치료하는 것을 확인한 테일러가 견갑을 벗고 물을 한 모금 마시려는 순간 무너진 길드 사무소 탐색을 맡은 로펜 경이 테일러를 다급하게 찾았다.
테일러는 물병을 내려놓고 즉시 로펜 경에게 이동했다.
그리고 로펜 경의 발치에 쓰러져 죽어 있는 라모르 르와이얄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