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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플레이어-46화 (46/150)

리턴 플레이어 46화

18장 연회와 단검(4)

사슬 갑옷을 입고 위에 철제 흉갑을 입고 푸른 망토를 두른 완전 무장한 모습의 알버트 후안이 질서정연하게 모여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는 용병들의 모습을 보며 조용히 말했다.

“그들은 말이 용병이지 사실상 가문의 정규군이나 다름없습니다. 고용된 지 5년이 지난 장기 고용 용병이니까요.”

연무장으로 안내해 준 젊은 장교의 귀에 알버트의 말이 흘러들어 가고, 젊은 장교는 신이 나서 설명했다.

“과연, 5년이면 사실상 정규군이나 다름없군요.”

테일러의 말이었다.

5년이면 사실상 그 가문의 정규군이나 다름없었다.

용병의 장기 고용 같은 경우는 비교적 흔했다.

보통 정규군을 조직할 때 구성원이 되는 병사들은 대부분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영지민들이기 때문에 조직 초기에 상당히 약할 뿐만 아니라 그들을 훈련하는 데 적지 않은 자금이 들어간다.

그래서 많은 귀족 가문들이 정규군을 조직하는 대신 필요시에 용병을 고용하거나, 비싸지 않고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용병들을 장기 고용해 상비군으로 운용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정규군이 없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의 귀족 가문은 별도로 훈련받은 정규군을 운용하고 있었다.

정규군을 운용하되 부족한 부분을 용병 상비군으로 채우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서 장기 고용되는 용병의 등급은 대부분 블랙 우드 등급이나 브론즈 등급이었다.

필리스터 자작 가문처럼 비싼 실버 등급의 용병 다수를 장기 고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모두 주목. 제군들의 새로운 지휘관이 지금 막 도착했다.”

안내를 맡은 젊은 장교는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용병들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

이윽고, 용병 무리에서 노련해 보이는 중년의 용병이 앞으로 나왔다.

그는 테일러를 지나쳐 알버트에게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필리스터 자작 가문에 고용된 레일리 용병단의 대표 레일리라고 합니다. 고위 기사님께서 지휘를 맡아주신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알버트 후안의 푸른 망토를 고정하고 있는 고위 기사 브로치만을 보고, 당연히 알버트가 지휘를 맡은 것으로 오해를 한 모양이었다.

테일러는 미소를 잃지 않은 채 고개를 저었고 가이우스는 악동처럼 웃었으며, 일리아는 안절부절못하고 알버트는 불만이 있는 얼굴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는 지휘관이 아닙니다. 레일리. 지휘관은 방금 당신이 지나쳐 온 저의 주군이십니다.”

“아!”

알버트의 말에 레일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고위 기사가 주군으로 모시고 있다는 점에 상상도 못할 만큼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어쩌면 귀족을 화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레일리는 창백해진 얼굴로 서둘러 테일러에게 다가가 사죄하기 시작했다.

“저,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괜찮습니다.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니까요.”

레일리의 사과를 테일러는 환한 미소와 함께 받아주었고, 그 모습은 알버트에게 다시 한번 더 테일러가 선하고 정의로운 인물이라는 것을 어필해주었다.

“이렇게 모두가 게이가 되는 것이지.”

알버트는 테일러를 향해 동경의 눈빛을 마구 보냈고, 그것을 본 가이우스는 악동처럼 웃으며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폴 데르입니다.”

예비대에 소속된 하급 장교들을 대표해서 폴 데르가 인사했다.

그는 필리스터 자작 가문에 충성하는 많은 귀족 가문 중 하나인 데르 준남작 가문의 차남으로 중앙 사관학교를 졸업했다.

간단한 소개가 끝나고 그들을 지휘하기에 앞서 그들의 훈련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훈련을 지켜본 뒤에서야 테일러들은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 * *

별다른 사건 없이 시간이 지나 통일 300주년 연회가 시작되었다.

통일 300주년을 축하하는 연회인 만큼 3일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암살 시도가 있을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언제 암살이 시도가 있을지는 몰랐기 때문에 테일러는 긴장한 얼굴로 예비대와 함께 연회장 외곽에 대기했다.

연회장 내부와 근처의 수비는 중앙 수비군과 왕실 근위기사단 그리고 국왕 기사단이 맡고 있었고 테일러가 지휘하는 예비대의 역할은 연회장 외곽을 지키는 일이었다.

외곽이라고는 하지만 연회장과는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빠르게 뛴다면 1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오늘 밤은 왠지 불길한 느낌이 들어요.”

2일째 되는 날의 밤 얇은 옷을 입은 일리아가 추운지 몸을 살짝 떨며 말했다.

그녀의 빛나는 눈동자가 불안하게 떨렸다.

봄이었지만 아직까지 밤바람은 차가웠다.

테일러는 자신의 망토를 벗어 일리아의 어깨에 덮어준 뒤 레일리와 하급 장교 폴 데르를 불러 용병들로 하여금 경계를 강화하게 했다.

하이 엘프의 감은 상당히 정확한 편이었다.

그는 일리아의 감을 믿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이 아니라도 주의해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테일러. 하이 엘프의 감을 너무 믿지는 말게나. 하이 엘프가 미래를 예지한다는 것은 그저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니 말이네.”

가이우스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이 엘프가 미래를 예지한다는 것은 사실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그 전설을 믿는 사람은 적지 않았다.

테일러도 그중 한 명이었다.

전생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특히 로이츠를 만난 이후에는 신의 존재는 물론이고, 전설에 대해 더욱 굳게 믿게 되었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가이우스.”

테일러의 대답이었고, 옆의 나무에 기대 주변을 날카로운 눈동자로 살피고 있던 알버트도 고개를 끄덕이며 테일러의 의견에 긍정의 뜻을 표했다.

하이 엘프 일리아 웨스트우드의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회장이 있는 방향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경종을 울리는 병사의 목을 암살자가 날려버린 것인지 경종은 잠시 울리는가 싶더니 이내 침묵했다.

“대장님!”

“전원 연회장으로 이동한다! 가이우스! 이동속도 증가 버프를 부탁합니다!”

“알겠네!”

[바람이 당신의 다리에 깃듭니다. 이동속도가 소폭 증가합니다.]

용병 한 명이 테일러를 불렀고, 테일러는 예비대를 즉시 소집했다.

그는 가이우스에게 이동속도 증가 버프를 부탁하며 예비대의 용병들을 이끌고 연회장으로 달렸다.

가이우스의 대답이 뒤늦게 들리는 것과 동시에 이동속도 증가를 알리는 알림음이 테일러의 귓가로 파고들었다.

“신속하게 이동한다!”

[통솔 스킬의 효과가 극대화됩니다. 아군의 이동속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가이우스가 부린 마법의 힘과 통솔 스킬 효과 극대화의 힘을 빌려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테일러와 예비대의 용병들은 약 8분 만에 연회장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연회장의 상황은 처참했다.

연회장 외부에는 중앙 수비군과 국왕 기사단, 왕실 근위기사단의 시체가 가득했다.

살아남은 기사들과 병사들은 필사적으로 암살자들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이미 대부분의 암살자는 연회장 내부로 침입한 뒤였다.

연회장 내부에서도 칼부림이 이어지고 있었고, 몇몇 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테라스로 뛰어 나와 밖으로 몸을 던지고 있었다.

“거기!”

고위 기사 한 명이 검은 마력검을 다루는 암살자의 목을 잘라낸 뒤 테일러들을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지원군은 더 없나?”

“지금으로선 저희가 전부입니다만, 곧 도착할 겁니다.”

“제기랄! 다들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거지?”

테일러의 대답에 고위 기사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연회장을 가리켰다.

“여긴 우리 중앙 수비군에게 맡기고 안으로 들어가라! 가서 국왕 폐하를 지켜라!”

그 말을 남기고 중앙 수비군의 고위 기사는 또 다른 암살자를 상대하기 위해 움직였다.

테일러는 고위 기사의 명령을 받아 연회장 안으로 용병으로 구성된 예비대를 이끌고 들어갔다.

암살자 2명 정도가 테일러의 앞을 막았지만 눈부시게 빛나는 테일러의 마력검 앞에서 분단되었다.

연회장 안은 피바다였다.

남녀노소 구분 없이 많은 수의 귀족들이 시체가 되었거나 붉은 피를 쏟아내며 죽어가고 있었고, 하얀 식탁보는 붉게 물들어 있었으며 검은 암행복과 검은 갑옷을 입은 암살자들이 여기저기서 왕국의 기사와 병사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연회장의 끝에는 국왕이 포위되어 있었고, 국왕과 왕족들을 지키기 위해 국왕 기사단과 기사단장 아시드 필리스터 자작 그리고 루시드 필리스터가 검을 휘두르며 암살자들을 저지하고 있었다.

세이라 필리스터는 다행히 왕족들과 함께 있었다.

“폴 데르! 레일리!”

“네!”

“예!”

두 눈동자를 바쁘게 굴려 연회장 내부의 상황을 대충 파악한 테일러는 폴 데르와 레일리를 호명했다.

두 사람은 즉각 대답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와 테일러에게 다가갔다.

“20명을 데리고 귀족들을 구출하라. 나머지 30명은 나와 함께 국왕 폐하를 구출한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국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이었지만 귀족들을 지키는 것도 상당히 중요했다.

통일 300주년 축하 연회인 만큼 중요한 귀족들이 상당히 많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들이 많이 죽어 전쟁이 터질 경우 사우스 왕국이 크게 흔들릴 것이다.

전쟁의 기억대로라면 국왕은 이 피바다에서 살아남을 예정이지만 테일러라는 변수가 작용한 현재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에 그는 국왕을 최우선적으로 구출하기로 했다.

레일리와 폴 데르는 20명을 신속하게 뽑아 귀족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고 테일러도 파티원들과 예비대의 용병들과 함께 국왕을 향해 돌격을 시작했다.

일리아는 바람의 정령 군주를 소환했다.

숲이 아니라 예전보다는 그 크기가 상당히 작았지만, 여전히 무시하지 못할 강함을 발휘했다.

바람의 칼날 수십 개가 전투 중이던 암살자 20여 명의 몸을 분단시켰고, 가이우스의 연쇄 전격 마법이 암살자 5명에게 짜릿한 경험을 선사했다.

앞을 막는 암살자들은 알버트와 테일러의 빛나는 마력검의 제물이 되었다.

테일러들의 등장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휘자인 그림자 기사단 암살자에게 보고되었다.

“브링고.”

“예. 라투사 님.”

그림자 기사단의 라투사는 반도의 거대 암살자 길드의 길드장을 맡고 있는 브링고를 불렀다.

어둠 속에서 브링고가 모습을 드러내며 대답했다.

얼굴을 복면으로 가린 채 유일하게 드러나 있는 라투사의 두 눈동자가 브링고에게로 향했다.

“저기서 미친 듯이 날뛰는 녀석들을 처리해라. 그림자 기사단 암살자 5명을 지원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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