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턴 플레이어 10화
3장 우물 안의 개구리(3)
“전원! 공격!”
퀼러 한로크가 검을 뽑아 들며 몸을 일으켰다.
폴트는 퀼러의 앞에 서서 방패를 들어 올려 몸을 가렸다.
그러고는 용병 3명과 테일러를 먼저 내보냈다.
로크아쉬의 실력을 가늠해 보려는 모양이었다.
테일러는 폴트의 빤히 보이는 속셈에 이를 갈며 다른 용병들과 함께 로크아쉬를 향해 몸을 던졌다.
로도스만 파티와의 교전을 끝내고 잠시 숨을 돌리고 있던 로크아쉬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는 기척과 섬뜩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옆에 내려놓았던 검을 들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인간들아! 덤벼라!”
로크아쉬가 외쳤다.
오크 중에서도 꽤나 진화했다는 상급 전사답게 그는 공용어를 능숙하게 구사했다.
“로크아쉬의 목을 벤 자에겐 2명분의 현상금을 배분하겠다!”
로크아쉬와의 거리가 상당히 가까워졌을 무렵 뒤쪽에서 퀼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퀼러의 말은 돈에 눈이 먼 용병들을 자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들은 앞서 달리던 테일러를 추월하여 로크아쉬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참혹했다.
“크아아악!”
“으아악!”
고통에 찬 비명 소리와 함께 용병 2명이 붉은 피를 차가운 공기가 가득한 허공에 흩뿌리며 쓰러졌다.
로크아쉬는 단지 한 번 검을 휘둘렀을 뿐이었지만 2명의 용병이 순식간에 전투를 이어갈 수 없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쓰러진 것이었다.
“으, 으아아아…….”
운이 좋아서 살아남은 용병 한 명은 파티원 2명의 죽음에 두려움에 점령당한 것인지 눈물을 쏟아내며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제기랄.”
테일러는 욕설을 내뱉으며 검을 꼭 쥐었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자신 또한 앞의 두 용병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다행히 퀼러도 멍청이는 아닌지 폴트를 투입하였다.
방패와 창으로 무장한 폴트가 빠른 속도로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앞으로 로크아쉬의 공격 두 번 정도는 막아내야 도착할 것 같았다.
로크아쉬는 지원이 도착하기 전에 테일러를 처리하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로크아쉬를 향해 고정되어 있던 테일러의 두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을 발했고 그의 몸이 로크아쉬가 휘두른 검을 피해 유연하게 옆으로 굴렀다.
첫 번째 공격은 피했다.
하지만 연이어 쇄도하는 두 번째 공격은 피할 틈이 없었고 어쩔 수 없이 테일러는 검을 들어 올려 로크아쉬의 검을 막아냈다.
“크윽!”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충격이 검과 팔을 타고 전신으로 전해졌고, 입 밖으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검에 실린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테일러는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옆으로 한참을 밀려나고 말았다.
정말이지 강력한 일격이었다.
테일러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그를 향해 로크아쉬가 검을 들어 올리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귀신처럼 다가온 폴트의 창이 로크아쉬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테일러! 정신 차리게!”
폴트의 외침에 테일러는 정신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아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날카로운 검을 로크아쉬를 향해 찔러 넣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로크아쉬가 입고 있는 두꺼운 철제 흉갑을 뚫지 못했다.
공격이 막히면서 빈틈이 생겼고 로크아쉬의 주먹이 테일러의 가슴을 가격했다.
뭔가가 부러지는 소름 끼치는 소리를 들으며 테일러의 몸이 붕 떠서 멀리 날아갔다.
“다음은 네 차례다, 인간!”
멀리 떨어진 곳에서 테일러는 로크아쉬와 폴트가 치열한 교전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처럼 쏟아지는 로크아쉬의 공격을 폴트는 거대한 철제 방패로 막아냈지만 계속되는 공격에 방패를 잡은 팔의 뼈가 부러지고 말았고, 뼈가 부러지면서 생긴 틈을 로크아쉬는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으악!”
비명 소리와 함께 폴트의 몸이 이등분되었다.
붉은 피가 차가운 대지에 쏟아졌다.
폴트를 죽인 로크아쉬는 퀼러 한로크를 죽이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우, 움직여야 해…….”
테일러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로크아쉬가 퀼러 한로크를 죽이는 사이에 몸을 피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가능성이 높았다.
부러진 갈비뼈가 내장을 찌르고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고 전신이 비명을 내질렀지만 테일러는 쉬지 않고 악착같이 이를 악물고 발걸음을 옮겼다.
[전투에서 이탈합니다.]
[스킬 도주의 효과로 이동속도가 증가합니다.]
스킬 도주가 활성화되고 이동속도가 증가했다.
부상으로 인해 상당히 느려진 테일러의 걸음이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열심히 발을 움직인 끝에, 테일러는 로크아쉬에게서 상당히 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엔 일렀다.
지금 움직임을 멈춘다면 숲에서 얼어 죽기 딱 좋았다.
아니, 움직임을 멈추지 않는다고 해도 지금 이 속도로는 숲을 벗어나기 전에 상처가 악화되어 죽을 수도 있었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절망감이 전신을 엄습하는 순간이었다.
가까운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5명 정도 되는 인원의 무리가 테일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긴장감이 풀린 것일까.
테일러는 의식을 잃은 채 쓰러지고 말았다.
* * *
의식을 잃고 쓰러진 테일러는 로크아쉬 토벌을 위해 이동 중이었던 파티에 의해 발견되어 무사히 노스빌 마을로 돌아올 수 있었다.
갈비뼈가 여러 군데 부러지고 전신의 뼈가 부러지는 상당히 심각한 부상을 입었지만 테일러는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레이나의 정성 어린 간호도 있었지만 게임 아바타의 능력을 지니게 되면서 회복력 역시도 레벨의 영향을 받는 모양이었다.
로크아쉬 토벌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 누구도 로크아쉬를 죽이지 못했다.
위험을 느낀 상급 전사 로크아쉬가 자신이 지배하는 요새 깊은 곳에 숨어버렸기 때문이었다.
파티 몇 개 규모로는 오크의 요새를 공격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란스러웠던 노스빌 광장도 이제는 제법 조용해지게 되었다.
한편 몸을 완전히 회복하게 된 테일러는 다시 수련을 위해 노스빌 숲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레이나는 물론이고 죠셉까지 크게 반대했지만 테일러를 막을 수는 없었다.
오크 부족 상급 전사 로크아쉬와의 전투로 테일러는 자신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 깨달았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우선 테일러는 3개밖에 없는 스킬의 수를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숲의 깊숙한 곳까지는 들어가지 않고 아슬아슬하게 오크가 나오는 곳에서 비교적 안전한 사냥을 했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스킬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새로운 스킬 생성이 가능합니다.]
“스킬 생성.”
[공격과 방어 중에 선택이 가능합니다.]
“공격.”
테일러는 잠시 고민한 끝에 공격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방어 스킬도 필요했지만 공격 스킬이 너무 부족했다.
[생성된 스킬은 다음과 같습니다. 연격[E], 치명적인 검술[C], 하급 마나 연공법[D]. 어떤 스킬을 선택하시겠습니까?]
“하급 마나 연공법.”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하급 마나 연공법을 선택했다.
C급 스킬 치명적인 검술도 탐나기는 했지만 마나 연공법이라는 스킬을 배우게 되면 몸속에 마력을 저장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검에 마력을 씌우는 마력검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마력검은 쓰기에 따라서는 판금 갑옷조차도 우습게 찢어버릴 수 있는 무서운 기술이었다.
더군다나 하급이라는 단어가 붙은 것으로 보아 승급도 가능한 스킬로 보였다.
적당히 승급시킨다면 효율도 쓸 만하게 될 것이 분명했다.
[하급 마나 연공법[D]이 생성되었습니다.]
“상태창.”
테일러는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상태창을 소환했다.
테일러
상급 전사
Lv:18
스킬[4/5]: Lv1도주[E] Lv12상급 검술[C] Lv5벌목[E] Lv1하급 마나연공법[D]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상급 검술의 레벨도 상승해 있었고 레벨도 18이 되어 있었다.
하급 마나 연공법을 배우는 것으로 인해 직업도 전사에서 상급 전사로 변경되었다.
“아직 부족해.”
테일러는 오크의 시체에 박혀 있는 검을 뽑아 들었다.
아직 부족했다.
피에 굶주린 야수와도 같은 테일러의 눈앞에 오크 13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 테일러가 상대해 온 오크의 수는 3~6마리 정도였고 많아 보았자 8마리였다.
13마리는 혼자서 상대하기에 많은 수였지만 테일러는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검을 시험 삼아 이리저리 휘둘러 보았다.
그는 싸울 생각이 가득했고 그것은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오크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내자 붉은 피가 테일러의 얼굴에 튀었다.
전투는 힘겨웠지만 끝내 테일러는 승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13마리라는 수가 결코 적은 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테일러도 가벼운 부상을 조금 입은 상태였다.
[전투에서 승리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하였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5스킬 포인트를 모았습니다. 새로운 스킬 생성이 가능합니다.]
전투가 끝나자 무미건조한 안내음이 연이어 들려왔다.
“스킬 생성.”
스킬 포인트는 스킬 레벨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스킬 생성을 위해 5포인트를 모아둔 것이었기 때문에 테일러는 거침없었다.
[공격과 방어 중에 선택이 가능합니다.]
“방어.”
공격 스킬은 나름 충분했다.
이제는 방어 스킬을 늘릴 차례였다.
[생성된 스킬은 다음과 같습니다. 최하급 방패술[E], 방어 검술[D], 단단한 방패[D]. 어떤 스킬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방어 검술.”
테일러는 망설임 없이 방어 검술을 택했다.
나머지 두 스킬은 방패에 관련된 스킬이었는데, 테일러는 게임에서도 방패를 쓰지 않았었고, 지금도 쓰지 않았다.
한마디로 쓸모없는 스킬이라는 소리였다.
[방어 검술[D]가 생성되었습니다.]
“상태창.”
테일러
상급 전사
Lv:21
스킬[5/5]: Lv1도주[E] Lv13상급 검술[C] Lv5벌목[E] Lv1하급 마나연공법[D] Lv1방어 검술[D]
“이런……?”
상태창을 유심히 살피던 테일러는 최대 스킬 한도가 5개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 소유하고 있는 스킬의 수도 5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