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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서가 2열 세 번째 칸을 보세요

|| 이졸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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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을 든 손이 조금 떨려서 글자가 비뚤어졌다. 그러나 기이한 열기에 휩싸인 그녀는 펜을 놓을 수가 없었다. 책 위에 올려둔, 노트에서 대충 찢어낸 종이 한 장에 써 내려간 문장은 몇 줄 되지 않았다.

조금 힘주어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난 뒤, 그녀는 누가 볼세라 조급하게 종이를 두 번 접었다. 손안에서 바스락 작은 소리를 내며 접히는 종이가 마치 뜨거운 쇳조각이라도 되는 양 급히 서가에 내려놓았다. 볼품없는 그 작은 종이쪽지를 줄지어 선 금박 입힌 책등들이 보고 웃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곧장 자리에서 뜨지 않고 자신이 내려놓은 것을 잠시 바라보았다.

입술이 달싹거리면서 작은 소리가 새어 나왔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마치 스스로를 안심시키려는 것처럼 손을 가슴 위에 얹고 한 번, 두 번, 세 번 토닥였다. 양쪽 볼이 발그레했다. 기사가 될 사람이 고작 쪽지 하나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정상인 걸까. 자기 자신에게 물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후우― 한숨을 내뱉자 그녀의 몸이 주문에서 풀리기라도 한 것처럼 마침내 움직였다. 종이쪽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한 발 뒤로 물러났다가 결연하게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떴다.

고요한 서가에 홀로 남은 쪽지는 그대로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가 떠난 자리에 묵직한 발걸음이 들어찼다. 발걸음의 주인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그녀가 놓고 간 쪽지를 주워 들었다. 마치 접힌 튤립 꽃잎을 펴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쪽지를 펼쳤다.

곧 쪽지는 다시 원래 모양대로 접혔다. 그리고 원래 놓인 자리로 되돌아가는 대신, 발걸음 주인의 품속으로 사라졌다. 그 사람이 떠나고 나자 서가는 다시금 원래 모습대로 돌아왔다.

예쁘고 화려한 금박 장정의 책들이 줄지어 꽂힌, 고요한 서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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