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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253화 (253/284)

레벨업 머신 253화

SSS급 안드로이드의 힘 (2)

‘이브 이겨라!’

이브의 어깨에 그의 목숨이 달려있 었다. 영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진 지한 표정으로 이브를 응원했다.

영식의 시선을 느낀 이브는 아담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자신만만하다 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에게 큰 걱정하지 말라고 알림. 소환자 루시아가 가진 전력에 대해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보유한 상태임. 본 기체의 성능으로 미뤄봤 을 때 승산은 결코 낮지 않음.”

“하. 자신만만하시다 이거죠? 좋아 요. 이번 기회에 그 높은 콧대를 처 참하게 꺾어드릴게요.”

루시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브를 바라보며 투지를 불태 웠다.

‘호오.’

영식 또한 이브를 바라보며 흥미롭 다는 듯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는 그녀의 저 자신만만한 태도가 아무 런 근거도 없이 하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루시아인데….’

루시아가 가진 힘은 영식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자신만 하더라도 루시아의 전 투 데이터를 모두 파악해둔 상태가 아니었다면 그녀와의 일대일 싸움에 서는 밀렸을 것이 분명했다.

그동안 영식은 많은 성장을 해왔 다.

한계 레벨의 상승, 업그레이드, 에 너지 제어 기술의 습득.

그 모든 것을 거친 이후에도 루시 아를 상대하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슈트를 입는다면 얘기가 많이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맨몸으로 싸운 다고 가정하면 루시아는 쉽지 않은 상대인 것이 맞았다.

그런데 그런 루시아를 이제 막 걸 음마를 뗀 것이나 다름없는 이브가 자신 있게 상대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일단 대련을 지켜봐야겠네.’

지금 영식으로서도 이브가 가진 힘 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 라도 두 사람의 대련은 중요했다.

“자, 어디 한 번 실력을 보여 달라 고!”

루시아는 라이트 세이버를 빼 들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폭발하는 듯한 보랏빛 기운과 함께 그녀의 몸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 아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브에게 접근 루시아가 검을 휘둘렀다.

공기저항을 극도로 줄인 그녀의 일 격은 눈부신 속도로 이브의 가슴을 노렸다.

“기체명 이브. 전투 모드 가동.”

- 철컥.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이브의 전신에서 폭발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그녀의 왼쪽 손등이 살짝 열리며 은색 블레이드가 튀어 나왔다.

영식의 블레이드에 비해서 크기는 살짝 작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예기 가 느껴지는 블레이드.

이브는 물이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루시아의 공격을 막아냈 다.

-치잉

라이트 세이버와 블레이드가 부딪 치며 강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눈으 로 좇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검격 이 두 사람 사이에 오갔다.

“와아...”

“루, 루시아와 일대일로 밀리지 않 고 있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라와 유나의 입에서 탄성이 홀러나왔다. 특히 유 나가 느끼는 충격은 더 심했다.

쌍검이라고는 하나 그녀 또한 검을 주 무기로 사용하는 소환자. 지금 보여주고 있는 루시아와 이브의 경 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둘 다 괴물이야.’

유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바라보았다. 짜릿한 전율이 그녀의 전신에 퍼져나갔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두 사람의 싸움 을 보고는 큰 절망에 빠졌을지도 모 른다. 아니, 아마 너무 격이 다른 싸움에 절망을 느낄 생각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끼어들고 싶어.’

유나는 흥분에 찬 표정으로 쌍식의

검 자루를 움켜잡았다. 저 두 사람 사이에 끼어 그들의 경지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끓어올 랐다.

-확실히 이 들의 싸움은.

-좋은 자극제가 되는군.

그녀의 허리춤에 꽂힌 쌍식 또한 검신을 떨며 투지를 불태웠다.

“확실히… 대단하네.”

영식 또한 놀랍다는 눈빛으로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이브는 루시아의 빠른 검격에 전혀 뒤지지 않는 속도로 블레이드를 휘두르며 그녀와 팽팽한 전투를 이어가고 있 었다.

‘겉모습과 괴리가 엄청나네.’

늘씬한 몸매를 가진 루시아가 지진 이라도 일으킬 정도의 힘을 가진 검 격을 쏟아내는 것도 겉모습과는 매 칭이 되지 않았지만, 이브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했다.

체형과 외모만 보면 가녀린 소녀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녀가 이렇게 근 접전을 잘할 것이라고는 영식도 예 상치 못했던 일이었다.

‘그리고 검술도 특이해.’

상대방의 움직임을 분석한 후, 그 허점을 찌르는 영식의 검술과는 달 랐다.

그녀는 영식 이상으로 적절하게 부 스트를 사용해 허공을 밟듯이 움직 이며 3차원적인 검술을 펼쳤다.

‘어딘가에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딘가에 서 본 것 같은 느낌의 검술. 영식은 그 검술에서 아련한 그리움을 느꼈 다.

‘어디에서 봤지.’

이제까지 수집한 전투 데이터를 모 두 둘러보아도 저런 독특한 스타일 의 검술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니, 애초에 부스트를 활용한 3차

원적 검법이라면 인간이 펼칠 수 없 는 검법이었다.

전투 데이터에 정보가 남아 있지 않은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면.’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이 브를 바라보았다.

‘락테온이 사용하던 검술인가.’

정확한 근거가 없는 가설이지만 지 금 영식이 느끼고 있는 묘한 그리움 과 부스트를 완벽하게 활용한 검법 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가능성 이 없는 가설도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이브를 움직이는 코어

는 창조주 중 락테온의 코어였으니 까.

-쿠구구구궁!

연무장 바닥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기며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 이 뒤흔들렸다.

“?아무 생각도 없이 자신에 차 있 던 건 아닌 것 같네요.”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 전투.

루시아는 놀랍다는 눈빛으로 이브 를 바라보았다. 영식과 같은 무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영식의 검술이 영악한 여우라고 한

다면 이브의 검술은 굶주린 사자였 다.

난폭하고, 위협적이며, 끈질겼다.

‘검술만 놓고 보면… 주인님 이상 인 것 같아.’

영식은 블레이드만이 아니라 여러 무기를 적절하게 활용하며 전투를 했지만, 이브의 경우 순수하게 블레 이드와 부스트만을 사용해 그녀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가 영식이 만들어낸 기계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오랜 시간 검을 단 련한 전사라고 착각했을 정도였다.

“후훗. 재미있네요.”

루시아는 오래간만에 만난 호적수 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본 기체도 놀라운 감정을 표시. 지금 소환자 명 루시아가 보여주는 검술은 기존 데이터와는 차이를 보 임.”

“주인님이 바쁘게 움직이시는 동안 저도 가만히 놀고 있었던 게 아니니 까요.”

-쿠웅!

루시아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다시 금 발을 굴렀다.

마땅히 적수라고 부를 수 있는 사 람이 거의 없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 브와 같이 모든 걸 쏟아부으며 싸울 수 있는 상대는 큰 자극이 되었다.

“아도니스 디 리베리에!”

-쿠구구구궁!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오는 보랏빛 기운. 루시아는 일시적으로 신체를 강화하는 기술과 동시에 다음 기술 을 이어서 펼쳤다.

“피오레 디 리베리에.”

그녀의 몸 주변에 떠오른 수십 개 의 검영이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이브를 노렸다.

“현 전투 모드로 대처할 수 없는

기술들을 감지.”

이브는 빠른 속도로 주변을 살피며 부스트를 사용해 뒤로 몸을 빼냈다.

그녀는 블레이드를 머리 앞에 가져 다 대는 것과 동시에 몸을 살짝 낮 췄다.

“블레이드 계열 전투 기능 개방.”

- 찰칵.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에서 다시금 강렬한 에너 지가 쏟아졌다.

- 우우우우웅!

시끄러운 진동음이 블레이드에서

흘러나오더니 은색 칼날이 붉게 타 오르기 시작했다. 붉게 타오른 블레 이드에서 강렬한 열폭풍이 뿜어져 나와 주변에 휘몰아쳤다.

‘초진동 블레이드?’

영식은 어마어마한 열기를 내뿜으 며 진동하고 있는 블레이드의 칼날 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도 블레이드의 날을 고속으로 진 동시켜 절삭력을 높이는 참격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칼을 가지 고 고속 톱질을 하는 듯한 감각의 기술이지 지금 이브가 보여주는 것 처럼 세상 모든 것을 썰어버릴 것 같은 위용을 뿜어내는 기술이 아니 었다.

“근접 특화 전투 모드 ‘기어 퍼스 트’ 개방.”

-치이이이이이익!

이어지는 이브의 말과 동시에 뿜어 지는 새하얀 증기들.

이 기술은 아예 영식이 알지조차 모르는 기술이었다.

“하아압!”

?콰아아아앙!

두 사람의 격돌에 연무장 주변에

설치되어 있는 마력 배리어가 순식 간에 터져나갔다.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길드원들이 무심코 뒤로 물러나야 했을 정도로 강렬한 충격파였다.

“이게 뭐야 대체….”

괴수들의 싸움이라고 불러도 과언 이 아닌 전투에 길드원들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보랏빛 기운을 뿜어내는 루시아와 새하얀 증기를 뿜어내는 이브와의 싸움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콰아아앙!

끔찍한 굉음과 함께 눈부실 정도의

빛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빛이 사라 진 이후 더 이상의 폭음은 이어지지 않았다.

괴수들의 전투에 결착이 났다는 의 미였다.

“쿨럭! 으….”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기가 천천히 걷히기 시작했다.

연기가 걷히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루시아. 그녀는 입에서 한 줄 기 피를 홀리며 거친 숨을 몰아 내 쉬고 있었다.

“근접 특화 전투 모드 종료.”

나지막한 이브의 목소리와 함께 그

녀의 몸에서 뿜어지던 수증기가 사 라졌다.

철컥.

블레이드를 손등 안으로 넣은 이브 는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입을 열었 다.

“본 기체의 승리라고 알림.”

“으….”

루시아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 렸다. 이브의 입으로 직접 듣지 않 아도 패배했다는 것 정도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졌어요.”

루시아는 분노에 몸을 떨면서도 어 렵게 자신의 패배를 인정했다.

‘설마 진짜 루시아를 이기다니.’

싸움의 결과를 본 영식은 믿기 힘 들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SSS급 안드로이드의 힘인가.’

나름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고 자부 할 수 있는 영식조차 사용할 수 없 는 기술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사용하고 있는 이브를 바라보며 영 식은 허탈한 감정까지 느꼈다.

애지중지 키우고 있던 자식이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성공해버려서 자기 보다 많은 월급을 벌었을 때 느낄법 한 미묘한 박탈감.

강해진 건 좋은데, 자신보다 강해 져 버리니 뭐라 표현하기 힘든 감정 이 느껴졌다.

“마스터, 승리했다고 알림.”

“잘했어.”

복잡한 감정을 느끼긴 했지만 역시 이브가 엄청난 힘을 얻었다는 사실 은 두 손을 들어 반길만한 일이었 다.

영식은 자신에게 쪼르르 달려온 이 브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었 다.

이브는 그의 옷자락을 움켜쥐며 강

렬한 눈빛을 빛냈다.

“앞으로는 본 기체가 마스터와 24 시간 밀착해서 경호하겠다고 알림.”

“음. 그거 말인데 사실 24시간 밀 착은 좀….”

“본 기체는 마스터가 원하면 언제 든지 도킹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그 부분도 걱정하지 말라고 전함.”

‘도킹은 또 뭔 소리야.’

“본 기체의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마스터와의 도킹을 추천. 합체를 통 해 기능이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우리한테 그런 기능 없어.’

“잘만 한다면 3단 변신도 가능할 거라고 추정.”

‘대체 뭘 잘할 생각이야.’

초롱초롱 빛나는 이브의 눈빛을 본 영식은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 를 움켜쥐었다.

“ 이브야….”

영식은 슬픔이 묻어나오는 눈빛으 로 이브를 바라보았다.

에메랄드빛 눈을 빛내며 무언가를 몹시 기대하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 보는 이브에게서는 예전 로봇의 외 형을 가졌을 때의 순수한 모습은 남 아 있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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