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94화 (194/284)

레벨업 머신 194화

단테리온(1)

영식의 오른팔이 불을 뿜었다.

팔꿈치에서 쏘아진 그의 오른팔이 거칠게 몸을 비틀고 있는 박도훈의 머리에 정확하게 틀어박혔다.

-뻐억!

섬뜩한 소리와 함께 박도훈의 머리

를 가격한 영식의 오른팔에서 푸른 빛 파동이 퍼져나갔다.

“커헉, 억!”

영식의 오른팔에서 퍼져나간 파동 이 그의 머리를 진창으로 만들었다.

박도훈의 뇌가 터져나가며 그의 머 리를 감싸고 있는 바이저가 검붉은 피에 물들었다.

박도훈은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후우……

영식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 왔다.

철컥.

박도훈의 머리를 터뜨려 버린 그의 오른팔이 공중을 날아 그의 팔꿈치 로 돌아왔다.

?띠링.

-슈트의 사용 가능 시간이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자동 수리 모드에 들어갑니다.

타이밍에 맞게 슈트의 지속시간도 끝났다. 락테온 2식을 벗은 영식은 슈트를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끝난 건가.’

영식은 피로가 짙은 눈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남아 있던 슈트 군단도 길드원들의 힘으로 거의 다 정리가 끝나 있었 다.

가장 위협이라고 생각했던 박도훈 까지 죽었으니 창세교의 핵심 세력 들은 모두 정리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할 일이 많겠군.’

영식은 박도훈이 입고 있는 에메랄 드빛 슈트를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 했다.

저 슈트의 성능은 객관적으로 보더 라도 락테온 2식 이상이었다. 만약 락테온 2식의 출력이 100%에 도달 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저 슈트의 성 능을 넘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영식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슈트의 파편을 들어올렸다.

주먹만 한 크기를 가진 그 파편은 루시아의 공격에 의해서 박도훈의 슈트 흉부가 박살 났을 때 떨어져 나온 파편이었다.

영식은 그 파편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으며 다시 에메랄드빛 슈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 정도 크기라면 표본에는 문제 는 없겠지.’

저 슈트를 해석하다 보면 영식도 에너지 분해라는 사기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일로 에너지 분해 기술이 가 진 경이로운 힘은 뼈저리게 깨달았 다.

그 기술을 습득한 후 락테온 2식 에 성공적으로 접목시켜 업그레이드 할 수만 있다면 이제까지와는 비교 할 수 없는 강력한 전력을 손에 넣 을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저 슈트를 구조 파악하는 것 이 가능하다면 자신이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전에.’

영식은 바로 슈트로 향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그의 발걸음이 루시아 에게 향했다.

“루시아.”

“하아, 하아……

영식은 바닥에 쓰러진 채 거친 숨 을 내쉬고 있는 루시아를 끌어안았 다.

그녀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채 영식을 올려다보았다.

영식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피로 흠뻑 젖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후훗. 전 괜찮아요, 주인님.”

“잘해줬어.”

영식의 칭찬에 루시아는 배시시 미 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헤헤. 그러면 제게 상을 주세요.”

루시아는 두 눈을 살짝 감으며 영 식에게 입술을 내밀었다.

영식은 고개를 숙여 그녀와 입을 맞췄다. 그의 혀가 루시아의 입술 사이로 파고들었다. 혀와 혀가 얽혔 다.

짧은 키스가 이어지자 루시아는 화 들짝 놀라며 영식에게서 떨어졌다.

“어? 어어? 주, 주인님? 지금……

그녀는 진짜 영식이 키스를 해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 스러운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 다.

“아, 아아……

루시아는 자신의 입술을 더듬으며 약에 취한 듯이 몽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주인님께서 드디어……

전신이 짜릿하게 전율했다.

루시아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경 험하지 못한 쾌락과 행복감을 느꼈 다.

그녀의 육체가 초인의 경지가 아니 었다면 아드레날린이 과다하게 분비 로 쇼크사를 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하, 한 번 더. 한 번 더 해주세요, 주인님.”

루시아는 어리광을 피우듯 영식의 팔을 끌어안으며 그를 올려다보았 다.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한번 그녀와 깊게 입을 맞췄다.

‘어느 정도 마음은 정했으니까.’

사건이 너무 연달아서 일어났기 때

문에 그에게 호의를 보내는 여인들 에게 대한 마음을 정리할 시간이 많 지 않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복잡하 게 생각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영식이 내린 결론은 지극히 단순했다.

세 여인의 호의를 모두 받아주는 것.

그에게 있어서는 아라도, 티리아도, 루시아도 모두 소중한 여인들이었 다.

한 여인을 선택함으로써 다른 두 여인이 불행해진다면 굳이 그런 선 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뭐, 내 욕심이 들어가 있다는 건 부정하기 힘들지만.’

티리아와 아라, 루시아 모두 아름 답고 매력적인 여인들이었다.

영식에게도 욕망이라는 것이 존재 하는 만큼 세 여인 중 하나라도 놓 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 연했다.

“하아, 하아. 주인니임……

처음보다 길었던 키스가 끝난 후, 루시아는 약에 취한 듯이 몽롱한 표 정으로 그의 뺨에 손을 올렸다.

“주, 주인님. 저 더 이상 못 참겠 어요. 빨리 주인님과 맺어지고 싶어 요. 자, 어서 옷을 벗어요, 주인님.”

루시아는 야릇한 눈빛으로 그를 바

라보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사나운 짐승 같은 기세가 그녀에게 서 뿜어져 나왔다.

“……여기서?”

영식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 라보았다.

“후훗. 티리아 씨와 아라 씨에게 저희 사이를 과시하는 거예요!”

루시아는 눈을 반짝이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영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이 마에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꺄흥!”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고. 일 단은 푹 쉬어둬. 그리고…… 제국에 도착하면 티리아랑 아라를 데리고 내 방으로 와줘.”

“그, 그 말씀은……

루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영식 을 바라보았다.

티리아와 아라를 데리고 자신의 방 으로 오라는 것.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를 정 도로 그녀는 순수하지 않았다.

“……네가 바랐던 결과는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결정했으니까.”

영식의 말에 루시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영식을 독 점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었다.

조금 더 솔직한 심정으로는 영식을 어딘가에 꽁꽁 묶어두고 자신이 독 점하고 싶었다. 따듯한 요리를 만들 어 직접 먹여주고, 정성스럽게 몸을 닦아 주며, 하루 종일 그에게 달라 붙어 사랑을 속삭이고 싶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그건 자신은 행복하지만 영식과 그 주변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 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영식이 불행해지 는 것만큼은 절대 용납할 수 없었 다.

‘티리아 씨와 아라 씨라면……

만약 어디서 갑자기 굴러들어온 여 자가 영식에게 꼬리를 친다면 가만 히 두지 않겠지만 그 두 여인은 경 우가 달랐다.

딱히 두 여인에게 악감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 면 어느 정도 호의가 있다고 표현하 는 것이 옳으리라.

“……알았어요.”

루시아는 고분고분한 목소리로 그 의 말에 대답했다.

사실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 다. 그녀는 영식에게 모든 것을 바 친 노예. 그의 결정이 어떻든 무조 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오히려 영식이 ‘명령’이 아닌 그녀 의 의사를 존중해 줬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감격할 만한 일이었다.

“고마워.”

“후훗, 그런 의미에서 한 번 더……

루시아는 야릇한 눈빛으로 영식에 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때, 티리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괘, 괜찮으신가요, 모두?”

슈트 군단과의 싸움이 끝난 살바토 르 길드원들이 영식을 향해 달려왔 다.

“칫

루시아는 이쪽으로 달려오는 티리 아를 바라보며 불만스럽다는 듯이 혀를 찼다.

“여긴 괜찮아. 그쪽은 어땠어?”

“부상자가 많긴 하지만 다들 괜찮 아요.”

영식에게 다가온 티리아는 방긋 미

소를 지으며 답했다. 길드원들 중 대부분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는 했지만 다행히 목숨을 잃은 길드원 은 없었다.

“다행이네.”

영식은 바닥에 쓰러진 길드원들 사 이를 분주하게 돌아다니며 치료를 하고 있는 한성을 바라보며 몸을 일 으켰다.

“그…… 박도훈이라는 자는 어떻게 됐나요?”

“죽었어.”

영식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 에메랄 드빛 슈트를 바라보며 말했다. 티리 아는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저자 를 죽일 수 없었을 거야.”

공중에서 내려온 서강준이 영식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영식은 그의 손을 마주잡으며 대답 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강 준 씨가 없었다면 이렇게 아무 사상 자도 없이 이길 수는 없었을 겁니 다.”

만약 서강준이 없었다면 루시아를 슈트 군단을 상대하는 쪽으로 보낼 수 없었기 때문에 길드원들의 피해 가 더욱 커졌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면.. 저 친구들에 대해서

설명해 주지 않겠나?”

서강준은 영식이 있는 쪽으로 오고 있는 이브와 그의 주민들을 바라보 며 물었다.

“저들은……

[제가 얘기하겠습니다, 영식 씨.]

설명하려고 하는 영식을 말을 자르 며 이브가 앞으로 나섰다.

[저희는 창조주의 지배를 벗어난 몬스터들입니다.]

“지배를 벗어났다고?”

[예.]

이브는 처음 영식을 만났을 때보다 훨씬 조리 있게 자신들에 대해서 설 명을 이어갔다.

그의 말이 이어질수록 서강준의 표 정에는 놀랍다는 감정이 서렸다.

“허……. 몬스터가 인간과 같은 감 정을 가지다니……

[하하. 완전히 인간과 같아질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브는 서강준을 경계하며 자신의 허리춤에 달라붙어 있는 미노타우르 스, 밤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래도 저희 나름대로 행복을 찾 아 살아가려고 합니다. 이왕 이런 지성을 갖게 된 김에 말이죠.]

[헤헤! 나는 이미 행복해요 족장 님!]

밤비는 이브에게 방긋 미소를 지으 며 소리쳤다.

서강준은 영식이 그랬던 것처럼 복 잡한 표정을 지었다. 시각으로 받아 들이는 모습과 분위기 사이의 괴리 가 너무 심했다.

‘그래도…… 좋은 모습이군.’

서강준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이브 와 밤비를 바라보았다. 철부지 아이 와 그를 걱정하는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았다.

저런 모습은 서부에서는 정말로 보 기 힘들 장면이었다.

서부에 살고 있는 대부분의 주민들 은 저런 철부지 아이를 챙겨주며 행 복한 미소를 짓고 있을 여유가 없으 니까.

서강준은 씁쓸한 표정으로 몸을 돌 렸다.

서부의 상태에 대해서 떠올리면 아

득한 기분이 밀려왔다.

[어? 이거 전에 영식이 형이 보여 준 그 총탄과 같은 재질로 되어 있 는 슈트네요!]

한참 이브를 끌어안고 있던 밤비는 눈을 반짝이며 에메랄드빛 슈트 가 까이 다가갔다.

[밤비, 그렇게 함부로 행동하 면...]

[헤헤, 어차피 움직이지 않는 거잖 아요! 영식이 형, 이거 조사해 봐도 괜찮죠?]

밤비는 이마의 안테나에서 푸른빛 을 뿌리며 물었다.

“그래.”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 를 끄덕였다. 밤비의 조사 능력 하 나만큼은 자신보다 한 수 위였다.

‘뭔가 새로운 비밀을 찾아낼 수도 있고.’

영식은 내심 그런 기대를 하며 슈 트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 밤비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정말 끔찍한 슈트로 군.”

서강준은 에메랄드빛 슈트를 바라 보며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와 영식, 루시아가 합공을 하고 도 결국 슈트 자체를 파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루시아가 슈트의 흉부를 파손시키 는 데 성공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어 느새 천천히 복구되어가고 있었다.

“예. 정말…… 끔찍했죠. 박도훈이 입은 슈트가 저 정도라면 대체 창조 주들의 슈트는 어느 정도일지 감도 잡히지 않네요.”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이마에 손을 올렸다.

박도훈이 받은 슈트만 하더라도 락 테온 2식의 스펙을 한창 뛰어넘을 정도였으니 실제 창조주들이 사용하 는 슈트는 얼마나 더 강력할지 상상 하는 것만으로 끔찍했다.

“그건 아니네.”

영식의 말에 서강준은 고개를 저으 며 답했다.

“예?”

“전에 엘리아라는 창조주와 싸웠다 고 하지 않았는가. 그때 그녀가 사 용했던 붉은 슈트도 이 정도로 터무 니없지는 않았네.”

서강준의 말에 영식의 딱딱하게 표 정을 굳혔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박도훈의 슈트를 바라보았다.

저 에메랄드빛 슈트가 창조주가 사 용하는 것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 니.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 이었다.

자신들이 사용하는 슈트보다 더 고 성능의 슈트를 박도훈에게 주다니?

대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한단 말인가.

이건 마치 ‘창조주 자신이 사용하 고 있는 슈트’를 그에게 준 것과도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아니, 잠깐만.’

영식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전신에 끔찍한 불길함이 퍼져나갔다.

자신에게 찾았다고 말했던 사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스쳤다.

과연 그 말을 한 것이 박도훈이었 을까?

아니, 애초에 박도훈에게 원거리에 서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을까?

원거리에서 누군가를 마음대로 조 종하는 능력.

그것은 영식이 익숙하게 봐왔던 창 조주의 능력이었다.

“피……

-콰직!

‘피해’라고 소리치려는 영식의 말 이 끝나기도 전에 섬뜩한 소리가 울 려 퍼졌다.

[……어?]

밤비의 입에서 당황스러운 목소리 가 흘러나왔다. 밤비의 가슴을 뚫고 슈트의 팔이 빠져나와 있었다.

착용자가 죽어 움직이지 않아야 할 것이 분명한 슈트의 바이저에서 빛 이 뿜어졌다. 슈트의 시선이 영식을 향했다.

[오랜만입니다.]

에메랄드빛 슈트에서 온화한 목소 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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