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193화
정답은 오른팔에 있다(3)
“쿨럭! 쿨럭! 네놈, 무슨 짓을……
박도훈은 입에서 검붉은 피를 쏟아 내며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영식을 노려보았다.
그가 단테리온에게 받은 슈트의 방 어력은 절대적이었다.
서강준의 공격도, 뒤늦게 참전한 루시아의 공격도 그의 슈트의 방어 력을 뚫어내지 못했다.
물론 에너지 분해량을 뛰어넘는 대 미지가 들어오게 되면 몸 전체가 혼 들리는 충격을 느끼기는 했지만 충 분히 견딜 만한 충격이었다.
아니, 그들이 그 공격에 쏟아 부은 마력을 생각하면 아예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표현해도 되리라.
신화 속에 나오는 드래곤의 비늘로 만든 갑옷보다도 더 강력한 방어력 을 가진 신물(神物).
그것이 바로 단테리온에게 받은 슈
트였다.
하지만 영식이 쏘아 낸 오른팔에는 슈트의 절대적인 방어조차 무의미 했다.
어떤 원리로 슈트를 뚫고 공격을 가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
저 오른팔은 위험하다.
-철컥!
박도훈의 몸에게 쏘아졌던 영식의 오른팔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제, 제길……!”
박도훈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영
식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슈트에 대한 신뢰가 컸던 만큼 그 방어를 뚫고 피해를 줄 수 있는 영 식의 공격이 두렵게 느껴졌다.
“어떻게 저 무식하기 짝이 없는 공 격 따위가!”
박도훈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 리 쳤다.
로켓펀치라는 것은 아동용 로봇만 화에서나 가끔 등하는 기술이었다.
조금만 연령대가 높아져도 로켓펀 치라는 기괴한 기술은 등장하지 않 는다.
나이가 조금만 들어도 그 공격이
얼마나 멍청하기 짝이 없는 공격인 지 깨닫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사지 중 하나를 발 사한다는 것 자체가 리스크만 컸지 장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공격이었 다.
오른팔을 로켓처럼 발사할 바에 그 냥 로켓을 쏘지 뭐 하러 사지를 뽑 아 쏘아낸단 말인가.
“루시아! 서강준 씨! 저놈의 움직 임을 최대한 묶어주세요! 슈트를 뚫 고 피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습 니다!”
영식은 그의 오른팔을 만지며 소리
쳤다.
그의 외침에 루시아와 서강준은 고 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의 오른팔이 슈트의 방어 력을 뚫고 공격을 성공시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박도훈은 그의 공격을 받은 후 고통을 호소하며 몸을 비틀 고 있었다.
“아도니스 디 리베리에!”
먼저 박도훈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은 루시아였다.
그녀의 몸에서 보랏빛 마력이 폭발 하듯 뿜어져 나왔다.
소닉붐을 일으키며 날아간 루시아 는 박도훈의 슈트를 향해 라이트세 이버를 휘둘렀다.
-슈우우욱.
맥 빠지는 소리와 함께 슈트에 닿 은 라이트세이버가 희미해졌다.
박도훈의 슈트 전체에 걸린 에너지 분해라는 기술이 공격의 대부분을 흩어지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투두두두두!
슈트의 흉부가 열리며 쏘아진 총탄 이 그녀를 노렸다.
루시아는 발쪽에 기운을 폭발시키
며 그 공격을 피했다.
‘역시 말도 안 되는 기술이야.’
영식에게 처음 주의를 들었을 때까 지만 하더라도 설마 저 에너지 분해 라는 기술이 자신의 공격까지 막을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마력을 가득 감아 휘두른 일격은 슈트에 가벼운 흠집 만 남기고 모조리 허공에 흩어져 버 렸다.
‘이놈은 주인님에게 위협이 돼.’
루시아의 눈에서 짙은 살기가 피어 올랐다.
그녀에게 있어 영식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다.
김재현에게 조종당하며 강제로 사 람들을 죽였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 다.
그들의 비참한 애원과 광기에 찬 김재현의 웃음소리가 떠올랐다.
김재현은 자신에게 일부러 아무 힘 도 없는 양민들을 학살하라고 지시 했을 때도 있었다.
그들을 죽이며 죄책감에 짓눌려 망 가져가는 그녀의 모습을 김재현은 즐겼던 것이다.
그때 그녀에게 하루하루는 깨어나
지 않는 악몽의 연속이었다. 차라리 죽고 싶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 지 셀 수조차 없었다.
그 지옥 속에서 자신을 구해준 존 재가 바로 영식이었다.
삶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그녀에게 행복하다는 감정을 알려준 은인. 아니, 그녀에게 있어서 그의 존재는 단순한 은인이 아니었다.
영식은 그녀의 모든 것이었다.
영식 이외에 가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는 그의 발등에 입을 맞추었을 때, 이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 하기로 맹세했다.
‘그러니까……
자신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영식에게 감히 상처를 입힌 저 늙은 쓰레기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었 다.
영식은 시간만 끌어달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녀의 가슴 속에 끓 어오르는 분노가 진정되지 않았다.
영식이 느꼈던 고통의 천 배, 아 니, 만 배로 되갚아주지 않으면 이 분노는 진정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저 머저리의 노예 따위가!”
박도훈은 그녀에게 블레이드를 휘
두르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소리쳤 다.
루시아와 대치하고 있음에도 그의 시선은 영식에게 향해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의 오른팔에 고정되어 있었다.
‘피하기만 할 수 있다면!’
로켓펀치가 위험하다는 것은 방금 전에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바꿔 말하면 저 오 른팔만 조심한다면 여전히 승기는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였다.
“머저리라고?”
루시아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
를 쏘아보았다. 끓어오르는 분노에 머리가 하얗게 변해 버릴 것 같았 다.
-콰과과과과과!
루시아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마력 의 격류가 휘몰아쳤다.
자신에 대한 모욕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영식을 ‘머저리’라고 말한 것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뜨득. 뜩.
너무 한 번에 마력을 폭발시킨 탓 에 그녀의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흘 러나왔다.
마력의 총량과 상관없이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력의 양은 제한되어 있었다.
즉, 총 100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 고 해도 한 번에 운용 가능한 마력 의 양은 10정도라는 의미였다.
그녀는 자신이 한 번에 운용할 수 있는 이상의 마력을 끌어 올렸다.
자칫하면 마력을 견디지 못한 육체 가 터져 버릴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그녀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칼기아.”
그녀의 입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녀가 사용하는 모든 기술들은 ‘리베리에’의 이름을 이어받은 검사 들이 만든 기술이었다.
물론,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 녀는 리베리에의 이름을 이어받은 검사들의 계보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만들어 낸 기술만 기억날 뿐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 딱 하나 기억나 는 이름이 있었다.
칼기아 디 리베리에.
그 어떤 리베리에보다 강했던 검사
의 이름이었다.
그가 만든 검술은 지금 그녀로서도 완전히 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그저 흉내만 낼 뿐이었다.
하지만.
“디 리베리에.”
그 ‘흉내’를 내는 것만으로도 칼기 아의 검술은 격을 달리하는 ‘경이’ 를 가지고 있었다.
“응..?”
박도훈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 며 루시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오던 보랏빛 기운이 어느 순간 흔 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아니, 보 랏빛 기운만이 아니라 ‘루시아’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것과도 같은 착 각이 들었다.
‘뭐지?’
박도훈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 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 눈으로는 루시아가 보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는 그 자리에 그 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육체로 받아들이는 정보와 뇌의 판 단 사이에 괴리가 생긴 것이다.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기괴한 현상에 그는 속이 울렁거렸 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검을 휘둘렀다.
- 후우웅.
이해할 수 없다, 고 박도훈은 생각 했다.
그는 분명 그녀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빠르지도, 위협적이지 도 않은 검격이었다.
단순한 위력으로만 치면 이제까지 그녀가 휘두른 검격이 훨씬 더 빠르 고, 위협적이었다.
문제는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고 있 는데도 자신의 몸이 전혀 반응을 하 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눈으로는 검이 휘둘러지고 있는 것이 보여도 그의 머리는 그 정보를 부정했다.
머리가 그 정보를 부정하니 자연스 럽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상대방의 의식을 조종하는 검술.
그것이 바로 ‘칼기아 디 리베리에’ 가 만들어 낸 검술이었다.
-쩌억!
그가 입고 있는 슈트의 흉부가 박 살나며 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처음으로 슈트 자체에 파손이 생긴 것이다.
그는 가슴에 불에 지져진 듯한 통 증을 느꼈다.
먼저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온 것은 박도훈이 아닌 루시아였다.
그녀는 칼기아의 기술을 흉내 낸 대가로 전신이 뒤틀리는 듯한 끔찍 한 고통을 느꼈다. 폭주한 마력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루시아의 몸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제길, 제길, 제길!”
박도훈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욕설 이 흘러나왔다. 그는 갈라진 슈트의 흉부를 손으로 만지며 표정을 일그 러뜨렸다.
절대적이라고 생각했던 슈트의 힘 이 벌써 두 번이나 뚫렸다. 그는 초 조한 표정으로 자신의 가슴을 내려 다보았다.
루시아의 공격은 슈트를 파괴하는 데 대부분이 그 위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상처 자체는 깊지 않았다.
하지만 영식에 이어 슈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산산이 박살 났다 는 사실이 박도훈의 짜증을 불러일 으켰다.
“모두, 죽여 버려야 해.”
그가 입고 있는 슈트는 절대적이어 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박도훈은 바닥에 떨어진 루시아를 향해 블레이드를 겨눴다.
‘우선은 저 노예년부터.’
그녀는 과도한 마력 사용으로 탈진 에 빠져 있는 상태였다. 지금이라면 편하게 그녀를 죽일 수 있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의 등 뒤에서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도훈은 흠칫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양팔을 넓게 벌리고 있는 서강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 덕분에 시간을 벌 수 있었 어.”
서강준은 그렇게 말하며 넓게 벌린 양 팔을 교차했다.
“와이어 캐슬.”
-슈르르르르륵!
수천 가닥의 와이어가 박도훈의 몸 을 감쌌다. 슈트가 달라붙은 와이어 를 분해해 버리는 것보다 빨리 와이 어가 그의 몸을 결박했다.
졸지에 박도훈은 손가락하나 까딱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이익!”
박도훈은 거칠게 몸을 비틀었다.
nz rz ? uz rz rz f
-r=r! -t--t=?!
그가 몸을 비틀자 그의 몸을 감싸 고 있는 와이어들이 끊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우우!
하지만 모든 와이어를 끊어내기 전 에 불길한 소리가 그의 귓가에 들렸 다.
영식의 오른팔에서 강렬한 제트 엔
진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아, 안 돼!”
박도훈의 입에서 절박한 비명이 터 져 나왔다.
로켓펀치.
아동용 만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 어처구니없는 기술이 그의 목숨을 노리고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