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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149화 (149/284)

레벨업 머신 149화

원정 준비(2)

“그건?

영식은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그 녀를 바라보았다.

몸이 기계로 되어 있는 자신.

그리고 기계를 사용하는 괴물들의 창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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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서 연관성을 전혀 생각하 지 않았다면 거짓이리라.

“아직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 려운 문제네요.”

분명 의심 가는 부분은 많다.

하지만 그 점을 딱 집어 말하기에 는 단서가 너무나 부족했다.

“같은 종류의 힘을 사용한다고 해 서 반드시 연관이 있으리라는 법도 없고 말이죠.”

“……그건 그렇죠.”

박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기계라는 점만으로 창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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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영식을 묶기는 힘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힘을 마력을 기반으로 하는 소환자와 원주민들은 뭐가 되겠는가.

“하지만 저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 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특 이한 힘이니까요.”

“분명 전에 에르노어 대륙에 소환 되기 전의 기억을 잃으셨다고 하셨 죠‘?”

“예. 그렇기 때문에 아직 창조주들 과의 연관성을 확신하기가 힘드네 요.”

“음……. 그 점은 영식 씨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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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찾기를 기대하는 방법밖에 없겠 군요.”

“예.”

영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 덕였다.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것.

그것 이외에 지금 상황을 확실하게 설명해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럼, 장거리 연락이 가능한 최상 급 통신용 구슬을 드릴 테니 무슨 일이 있다면 꼭 연락해 주세요. 바 로 지원군을 파견하겠습니다.”

“아, 그 밖에 한 가지 더 물어볼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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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말씀하세요.”

이번에는 영식 쪽이 살짝 조심스러 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잉그리움 제국의 유산에 대 해서 얘기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유산, 말씀이신가요?”

“예. 전에 잊혀진 자들의 무덤에 대한 단서가 적혀 있던 자료를 찾은 장소, 같은 거요.”

“으..”

영식의 말에 박시아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잉그리움 제국의 유산에 관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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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취급하고 있는 정보이기 때문에 전에 한성에 게도 알려주지 않았었다.

“……알겠습니다.”

오랜 고민을 이어가던 박시아는 어 렵게 입을 열었다.

살바토르 길드와의 동맹 관계는 그 녀의 목표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유 지해야 하는 관계였다.

그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할 수 있 다면 이런 정보쯤이야 얼마든지 얘 기해 줄 수 있었다.

“영웅의 무덤으로 가시면 과거 잉 그리움 제국의 황성을 발견하실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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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황성이 있던 자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뇨. 가보시면 황성이 멀쩡한 형 태로 남아 있는 게 보이실 겁니다.”

“멀쩡하게 남아 있다고요?”

영식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잉그리움 제국은 대전쟁으로 인해 전 국토가 황무지가 되었는데 무슨 황성이 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황성은 엄청나게 강력한 마력 으로 아직도 보호되고 있습니다. 사 람의 출입은 가능하나 파손 자체는 불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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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체 무슨 힘으로 대전쟁 속에서도 멀쩡하게 유지되고 있는 거죠?”

“사실 처음 그곳으로 들어간 이유 도 그 힘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였습 니다. 그걸 얻을 수 있다면…… 창조 주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의 단서 를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박시아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결국 그 힘의 원천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곳에 서 얻은 건 왕의 집무실에서 발견된 문서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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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문서에 잊혀진 자 들의 무덤이 기록되어 있었던 거군 요.”

“그렇습니다.”

박시아는 깊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그 힘의 원천에 대해서는 정확히 저도 알 수는 없으나…… 평범한 힘 을 가진 유산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 니다. 어쩌면 8영웅들이 남긴 유산 보다 더욱 강력한 것일 수도 있죠.”

대전쟁 속에서도 멀쩡히 성 하나를 유지하고 있는 힘이었다.

평범한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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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적어도 SSS랭크 이상의 물건이라고 추측하 고 있습니다.”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지만요.”

추측이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을 마쳤다.

“이상이 저희가 잊혀진 자들의 무 덤에 대한 단서를 얻게 된 경위입니 다. 이 이상은 더 말씀드리고 싶어 도 알려 드릴 수 있는 게 없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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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녀에게 살짝 고개를 숙이 며 말했다.

‘잉그리움 제국의 황성이라.’

그곳에 가면 뭔가를 찾을 수도 있 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 올랐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그럼 무슨 일이 생기면 따로 연락드리 겠습니 다.”

박시아와 인사를 마친 영식은 레비 아탄 길드 밖으로 나섰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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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은 대륙 중앙으로 가고 싶으신 건가요?”

“가능하다면. 가야 할 일이 생겼거든.”

레비아탄 길드의 밖으로 나온 영식 과 루시아는 지금 살바토르 길드가 길드 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는 레비 아탄 길드의 별관으로 향했다.

루시아는 살짝 불안에 찬 표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여쭤봐도 괜 찮을까요?”

“뭐 여러 이유가 있지. 그중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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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 너에 대한 일도 있고.”

가장 중요한 이유는 기계 몬스터에 대한 조사이지만 그녀에 대한 것도 여 러 이유 중 하나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대답에 루시아는 흠칫 몸을 떨며 그를 바라보았다.

“..저, 말씀인가요?”

“그곳에 가면 네가 기억을 잃어버 린 이유에 대해서 알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영식은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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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에 루시아는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자신에게 그 정도의 신경을 써주고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주인님……

그녀는 몽롱한 표정으로 영식의 뒷 모습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그런 그녀의 눈빛을 눈치채 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난 씻고 방 안에 들어가서 쉬고 있을게. 루시아도 들어가서 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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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인님.”

길드 하우스로 돌아온 영식은 바로 옷을 벗고 욕탕으로 향했다.

루시아는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그 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깊게 허리를 숙였다.

영식이 욕탕 안으로 들어가자 묘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시아는 상기된 얼굴로 영식이 벗 은 옷을 주워 들었다.

“하아, 하아……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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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에 취한 듯이 몽롱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영식의 옷을 코에 가져다대 었다.

“쓰? 읍. 하아. 하아. 킁킁.”

그녀는 옷에 남아 있는 영식의 채취 를 음미하듯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영식은 땀을 흘리지 않기 때문에 체취가 거의 없는 편이었지만 초인 의 영역에 들어선 그녀의 후각을 속 일 수는 없었다.

방금 전 영식과 나눴던 대화를 떠 올리니 몸이 달아올랐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상냥한 미소 가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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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루시아의 입에서 탄성이 홀러나왔 다. 짜릿한 전율이 그녀의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하아. 하아. 주인님의 냄새... 너무 좋아…… 그의 옷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냄 새를 맡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 르는 기분이었다.

루시아는 두 다리를 배배 꼬며 혀 를 내밀어 그의 옷을 핥기 시작했다.

“하앙……. 츄릅. 춥.”

그녀는 정신없이 영식의 옷을 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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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빨았다.

“이젠 못 참아……

그녀는 달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영식의 옷을 든 그녀는 쏜살같이 자신의 방 안으로 들어갔다.

“후우. 오늘은 일단 자고 회의는 내일 할까.”

욕탕에서 나온 영식은 수건으로 몸 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원정 전에 오늘 들은 내용에 대해 서 길드원들과 회의를 열 필요가 있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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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은 시간도 늦었고 개인적 으로도 무척 지쳤기 때문에 바로 회의 를 열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지난 몇 주간 잠도 못 잤으니까.’

전후 처리에 필요한 일은 끔찍할 정도로 많았다.

영식은 티리아를 도와 거의 몇 주 간 쉬지 않고 전후 처리를 위해서 움직였다.

살바토르 길드가 저지른 죄를 아바 돈 길드에 뒤집어씌운 것도 그러한 노력의 성과 중 하나였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들어온 영식은 기절하듯 침대에 누워 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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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했다.

잠을 많이 잘 필요가 없는 그라고 해도 몇 주 연속으로 밤을 새는 것 은 감당하기 힘든 피로가 쌓이는 일 이었다.

-끼익.

그가 깊이 잠들었을 때, 방문이 살 짝 열리며 아무런 인기척도 없이 보 랏빛 인영이 그에게 다가왔다.

“하아, 하아……. 주인님……

방 안에 몰래 잠입한 보랏빛 인영 의 정체는 바로 루시아였다.

그녀는 달뜬 목소리로 신음을 흘리 며 누워 있는 영식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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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으로 들어온 그녀의 눈빛은 초점이 흐릿해져 있었다.

* ? ?

“ 으음?

다음 날 아침, 영식은 창문으로 새 어 나오는 햇살에 눈을 떴다.

그는 몸을 일으키기 위해 허리를 들어 올렸다.

-철컥.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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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는 자신의 목에 쇠사슬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양팔과 다리가 단단한 쇠사슬로 결박된 상 태였다.

“후훗. 일어나셨나요, 주인님?”

그제야 영식은 자신의 몸 위에 루 시아가 올라타고 있다는 것을 깨달 았다.

새하얀 와이셔츠 한 장만 달랑 입 은 그녀는 야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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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그 녀를 올려다보았다.

대체 지금 무슨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루시아는 흥분에 찬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입술을 핥았다.

“하아, 하아……. 주인님의 명령이 있기 전까지 참아보려고 했는데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주 인님. 하앙, 주인님의 냄새만 맡아도 너무 홍분돼서 참을 수가 없어요.”

그녀는 영식의 가슴을 애무하듯 손 으로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제게 주인님의 모든 것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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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남김없이 봉사 해 드릴게요.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저 없이는 사실 수 없게 만들어 드릴게요. 아아, 사랑해요, 주인님. 너무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 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 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 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마치 저주에 걸린 듯이 음산한 목 소리가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녀의 초점을 잃은 그녀의 동공이 영식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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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런 그녀를 올려다보며 당 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지, 이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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