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머신-113화 (113/284)

레벨업 머신 113화

을의 갑질(4)

-카앙! 촤악!

“아악!”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사방을 울 렸다.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소환자 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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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왜 레비아탄 길드가 있 는 건데!”

“얘기가 다르잖아! 신생 길드 하 나만 작살내면 된다며!”

그들은 다급한 표정으로 자신을 공 격하고 있는 소환자들을 바라보았 다. 그들이 입고 있는 제복은 동부 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없는 레비아탄 길드의 제복이었다.

“되도록 죽이지 말고 제압해주세 요. 괜히 귀찮은 일이 벌어질 수 있 으니.”

소란의 중앙, 푸른빛 머리칼을 가 진 여인이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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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레비아탄 길드의 길드마스터 박시아였다.

“하아, 왜 우리가 이런 일까지 n

골드런 길드에 고용된 용병 두 명 의 몸을 가볍게 베어 넘긴 강하린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 다.

애초에 살바토르 길드와의 계약 자 체가 1년간 보호를 해준다는 내용의 계약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능글맞 은 영식의 얼굴을 떠올리니 뭔가 편 리하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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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새끼!’

계약 조건을 내세워 자기는 아무것 도 하지 않은 채 뒤에서 손이나 쪽 쪽 빨고 있다니! 지금도 어디에 숨 어 있는지 영식의 모습은 전장에서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강하린은 영식을 떠올리며 이를 갈 았다. 레비아탄 길드를 마치 부하처 럼 다루고 있는 그의 모습이 머릿속 에서 떠나지 않았다.

“제길 강하린! 네가 왜 여기 있는 거냐!”

우락부락한 근육을 가진 사내가 그 녀를 향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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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호크 용병단의 단장 배기대.

동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랭커 중 하나로, 사냥과 던전 탐사를 주 수 입으로 하는 길드가 아닌 여러 의뢰 를 받아들여 해결하는 용병단을 만 든 사내였다.

그는 랭커가 하나 들어 있는 신생 길드를 하나 짓밟아 달라는 박도훈 의 말을 듣고 좋은 건수를 잡았다고 생각하며 엘노트 왕국에 도착했다. 그 외에도 꽤나 여러 길드에서 거금 을 대가로 소환자들이 모여들었다.

배기대를 비롯한 소환자들은 ‘영 식’이란 인물의 목을 가지고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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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골드를 준다는 박도훈의 말에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잡을 생각에 불타있었다.

그런데 웬걸. 작전이 시작되기 하 루 전날 뜬금없이 레비아탄 길드의 정예 부대가 그들을 습격하는 게 아 닌가?

간단한 의뢰를 받았다고 생각했던 용병들에게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나도 몰라, 이 근육 돼지야!”

“모르면서 공격한다니 그게 무슨 개소리냐!”

“영식이라는 새끼한테 따져!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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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새끼에게 보기 좋게 이용당 하고 있는데!”

강하린은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 리며 배기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카앙! 그녀의 장검을 권갑으로 막은 배기대의 몸이 뒤로 쭉 밀려났다.

덩치만 놓고 보면 날렵한 몸매를 가진 강하린에 비해 배기대가 훨씬 더 강력해 보였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강하린은 무자비한 신체 스 펙의 차이로 일방적으로 배기대를 압박했다.

“하린 씨.”

“엉? 왜 태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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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 번 상대해 보고 싶습니 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검을 든 천태황 은 뜨거운 눈빛으로 배기대를 바라 보며 말했다. 지난 던전 공략에서 얻은 검. 그리고 그 검을 통한 자신 의 성장을 확인해보고 싶다는 눈빛 이었다.

“끄응. 알았어.”

소문에 따르면 배기대의 레벨은 101. 잊혀진 무덤에 가기 전 천태황 이었다면 어림도 없는 강자였지만 지금은 달랐다.

그의 천재성은 그녀 자신이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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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있었으니까.

“제길! 61회차 애송이 새끼가 건방 지게!”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한 배기 대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포효했다. 우락부락한 근육으로 뒤 덮여 있는 그의 몸이 전차처럼 앞으 로 돌진했다.

“어홍!”

마치 짐승의 포효와도 같은 기합을 홀리며 배기대는 주먹을 휘둘렀다.

-캉! 카아앙! 캉!

“크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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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대의 무식한 힘에 천태황이 뒤 로 밀려났다. 그의 눈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힘으로는 절대 이길 수가 없어.’

레벨 차이에서 오는 신체 스펙의 차이. 그것을 단순한 힘으로 극복할 수가 없었다. 천태황의 몸 주위를 맴돌던 5자루의 검이 배기대의 사각 을 노리고 쏘아졌다.

“윽! 뭐야 이 새끼?!”

배기대는 눈살을 찌푸리며 자신을 노리고 쏘아지는 검을 쳐냈다. 골반 을 노리는 검부터 겨드랑이 사이를 노리고 쏘아지는 검까지. 하나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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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내기 힘든 검격들이었다.

마치 여섯 명의 검사와 동시에 싸 우는 듯한 감각에 배기대는 당황했 다.

“일섬!”

황금빛 빛살이 허공을 갈랐다. 배 기대는 다급한 표정으로 팔뚝을 들 어 그 공격을 막았다.

-까앙!

“어, 어어?”

천태황의 검격을 막은 권갑이 우그 러졌다. 그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의 권갑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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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급 레어 아이템인 산악 권갑, 단 단함에 있어서는 S급 레어 아이템에 도 밀리지 않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 아이템이 61회차 애송이의 검격 에 우그러진 것이다.

“제, 제길……!”

배기대는 뭔가 꼬여도 단단히 꼬였 다는 생각에 창백하게 표정을 질렸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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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 거친 욕 설을 내뱉는 소리.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소리. 시끄러운 소음이 가 득한 전장을 한 노인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비쩍 마른 몸에 퀭한 눈. 얼굴에 핀 자글자글한 주름이 가득한 얼굴. 그런 ‘나약해 보이는’ 요소들을 모 조리 뒤덮을 만큼 광기로 번들거리 는 강렬한 눈빛.

골드런 길드의 길드마스터 박도훈 이었다.

-저벅. 저벅.

“네가 영식이란 놈인가 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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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은 자신의 뒤에서 들리는 발 걸음에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를 향해 걸어오던 영식은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반갑습니다.”

“……이번에는 한 방 크게 얻어맞 았군.”

박도훈은 자신이 고용한 용병들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레비아 탄 길드를 바라보며 표정을 일그러 트렸다.

“아마 다음은 없을 겁니다.”

철컥. 영식의 손등에서 블레이드가 튀어 나왔다. 박도훈은 그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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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돌렸다.

“고작 이 정도로 골드런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럼요. 무너지면 곤란하죠. 앞으 로 두둑한 돈줄이 되어줄 길드인 데.”

영식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건방진 놈이로군.”

박도훈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 으로 영식을 노려보았다. 궁지에 몰 렸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당당한 태 도였다.

“골드런은 내 모든 것이다. 처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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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 내가 쌓아올렸고, 가다듬은 황금 의 산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편히 쉬시면서 골드런 길드가 나날이 번 창하는 모습을 지켜보시면 되겠군 요.”

영식은 차가운 조소를 입가에 머금 은 채 말했다.

“걱정 마세요. 골드런 길드는 그 어떤 상인 길드보다 위대해 질 겁니 다. 그건 제가 보증하죠.”

에르노어 대륙의 마도구들로는 비 교 자체가 불가능한 성능을 가진 기 계들. 그것이 골드런 길드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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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인 길드보다 더욱 거대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물론, 그 거대해진 골드런 길드의 재화는 살바토르 길드가 독차지하겠 지만.

“……영식이라고 했던가.”

“예.”

“네 얼굴을 기억해두지. 내가 다시 돌아오는 날. 너는 네가 저지른 오 만의 대가를 받을 것이다.”

“다시 돌아올 날은 없어. 여기서 넌 죽을 테니까.”

영식은 발을 박찼다. 그의 등에서 부스트의 빛이 폭발하둣 뿜어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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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파앗!

영식의 블레이드가 그의 가슴을 뚫 기 직전, 마치 환영처럼 박도훈의 몸이 흐릿해졌다. 블레이드의 검날 이 허공을 뚫듯 그의 몸을 지나쳤 다.

“음……‘?”

박도훈의 가슴을 지나친 블레이드 의 검날을 내려다보며 영식은 눈살 을 찌푸렸다.

- 사라라락.

‘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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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도훈의 몸이 푸른색 가루가 되어 점차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영식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 었다.

“내 말을 기억해라. 나는 반드 시……

점점 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는 박도훈은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으로 영식을 노려보았다.

“돌아올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박도훈의 몸이 완 전히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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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박도훈이 사라진 자리를 바 라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예상 밖. 골드런 길드를 상대하면서 처음 으로 그의 예상을 완전히 박살내는 일이 일어났다.

“?제길.”

영식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그가 사라진 자리를 노려보았다. 질척한 불길함이 그의 전신에 퍼져 나갔다.

박도훈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한준만의 반응만 보더라도 그가 보통 미친 인간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창 전투를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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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있는 사이 자신 혼자 빠져나와 그를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설마 가루로 흩어져서 사라 져 버리다니. 무슨 마법이나 아이템 을 사용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전 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하아.”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벤토 리를 열었다. 그의 인벤토리 안에는 총 열 대의 드론이 들어 있었다.

처음 만든 드론과 비교해서 훨씬 더 작고,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는 드론들이 었다.

-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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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대의 드론이 사라진 박도훈을 찾기 위해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영식은 공중으로 드론을 날려 보내 면서도 어쩐지 그를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하며 레비아 탄 길드와 용병들이 싸우고 있는 곳 을 향해 몸을 돌렸다.

“결국 이것까지 사용해 버렸군…… 익시스 왕국에 위치한 박도훈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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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

그는 목에 걸린 크리스탈을 바라보 며 눈살을 찌푸렸다.

워프 스톤. 지정된 위치로 1회에 한하여 시전 시간 없이 바로 이동시 켜주는 공간 이동 아이템이었다.

그것이 그가 최후의 보루로 가지고 있는 한 수였다.

‘빨리 보물들을 챙기고 도망쳐야겠 군.’

어떻게든 다시 재기하여 영식이란 놈에게 복수하기 위해서는 기본 자 금이 필요했다.

박도훈은 다시 밑바닥에서부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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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을 일으키는 것에 딱히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빈손으로 일으켜 세운 골드런 길드였다. 기본 자금이 있다 면 그 이상의 세력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박도훈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낡고, 초라한 가구들로 가득한 자 신의 방 안. 항상 그가 즐겨 앉는 흔들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모습 이 보였다.

흑발을 가진 온화한 인상의 청년이 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있던 그는 방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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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들어온 박도훈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이 요즘 ‘기계’를 팔고 있다 는 골드런 길드의 길드장인 박도훈 님이 맞으십니까?”

“누구냐……!”

박도훈은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 들짝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 너는?…"?”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 청년을 바라보았다. 그의 집무실 은 암살을 대비하여 은밀하게 감춰 져 있는 장소였다. 집무실의 위치를 아는 사람은 골드런 길드 내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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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그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생 전 처음 보는 놈이 앉아 있다니.

“아, 반갑습니다.”

청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단테리온 1식이라고 합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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