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74화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2)
“……당신은 누구시죠?”
“보상이 부족하다고? 너, 30만 골 드가 어떤 돈인지 알고나 그런 소리 를 하는 거야?”
갑작스러운 영식의 등장에 박시아 와 강하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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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차 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30만 골드가 매우 큰 거금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레비아 탄 길드에서 그런 돈을 선뜻 제시한 것은 그 던전의 가치가 30만 골드 이상이기 때문이겠죠.”
그의 말에 박시아는 굳게 입을 다 물었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예. 맞습니다. 지금 당신이 생각하 고 있는 것과는 좀 다른 ‘가치’이지 만 30만 골드를 사용해도 아깝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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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은 던전이죠. 하지만 지금 살바토 르 길드의 입장에서 30만 골드가 부족한 보상은 아닐 텐데요?”
“그건 레비아탄 길드장님의 생각일 뿐이죠. 지금 저희에게 필요한 건 돈이 아닙니다.”
“호오. 협상을, 하시겠다는 건가 요?”
“예. 그렇습니다.”
레비아탄이라는 거대 길드의 수장 을 상대로 조금도 기죽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가는 영식을 바라보며 박시아는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티리아 쪽으로 고개를 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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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 물었다.
“그런데 이분은 길드 내에서 직급 이 어떻게 되시나요?”
“으음…… 저희 길드는 따로 직급 이라는 게 없습니다.”
“그럼 언제 길드에 들어오신 분이 죠? 예전 살바토르 길드의 간부들 중에 이런 분은 본 적 없는 것 같 습니다만.”
박시아는 길드장끼리의 대화에 아 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끼어 든 영식 을 보며 그가 예전부터 살바토르 길 드에 몸을 담고 있었던 원년 멤버라 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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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 씨는 길드에 몇 개월 전에 들어온 신입입니다.”
“뭐라고요?”
그녀의 말에 박시아와 강하린은 경 악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 의 뒤에서 가만히 얘기를 듣고 있던 천태황도 홍미롭다는 표정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이전에 다른 길드에 몸을 담 기라도 하셨던 분인가요?”
“아뇨. 전 이곳에 소환된 직후 바 로 살바토르 길드에 들어갔습니다.”
박시아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영식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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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태황을 슬쩍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 뒤에 있는 분이랑 같은 회차의 소환자죠.”
“뭐라고? 61회차 애송이 주제에 지금 시아 언니랑 협상을 하겠다고 나선 거야?”
“……살바토르 길드가 많이 몰락하 긴 한 것 같군요. 61회차 소환자가 감히 길드장의 말에 끼어들 수 있게 방치해 두다니 말이죠.”
영식이 61회차 소환자라는 것을 들은 강하린과 박시아는 어처구니없 다는 표정을 지으며 티리아에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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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그런 그녀의 말에 티리아뿐만 아니 라 살바토르 길드원 전체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 듣고 보니 그것도 그러네.”
“영식 씨는 좀 특별하니까요.”
살바토르 길드원들은 어색한 웃음 을 홀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 은 자기도 모르게 영식을 길드장과 비슷한 급으로 인정하고 있었지만, 사실 다른 길드의 입장에서 보면 이 해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저희 길드에 대한 참견은 그 정도 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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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는 제가 신뢰하고 있는 길드원이 고, 그의 말이 그렇다면 저도 협상 을 제안하고 싶네요.”
티리아가 영식을 두둔하며 입을 열 었다. 그녀의 말에 박시아는 눈살을 찡그렸다.
‘책사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건 가?’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그것 이외에는 없었다.
“……뭐, 살바토르 길드장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그래서, 살바토르 쪽에서 원하는 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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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토르 길드의 보호와 지원입니 다. 딱 1년. 1년간 살바토르 길드를 외부 세력에게서 완전히 보호해주시 면 저희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드 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보호라뇨. 엘노트 왕국에게서 말인가요? 그거라면 헨드릭이 죽었 으니 별문제없는 것 아닌가요?”
박시아는 눈살을 찌푸리며 그렇게 물었다.
살바토르 길드를 무너트린 주범은 헨드릭 국왕이었다.
그가 루안의 반란으로 인해 죽은 이상 살바토르 길드가 굳이 보호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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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야 할 필요는 없었다.
헨드릭 왕이 죽었다고 하더라도 아 직 왕국에서 건 현상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헨드릭이 표면상으 로 내건 살바토르 길드의 죄목은 왕 가에 대한 반역을 모의했다는 것이 다.
다들 그것이 살바토르 길드를 손에 넣기 위한 헨드릭의 거짓이라는 것 은 알고 있었지만 일단 아직까지 공 식적으로 살바토르 길드는 범죄자들 의 집단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내전으로 인해 아수라 장이 된 왕국의 입장에서 살바토르 길드를 쫓으면서까지 그들을 잡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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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여력은 없었다. 그리고 루안이 왕이 된다면 그들에게 내건 죄명도 사라질 가능성이 컸다.
“아뇨, 충분히 문제가 있습니다.”
“……무슨 이유 때문이죠?”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박시아는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덤덤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도 않다는 듯이 그녀의 말에 대답했 다.
“헨드릭 왕을 죽인 것은 저희니까 요.”
“ 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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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영식 씨?!”
그의 말에 박시아의 표정에 경악이 서렸다. 폭탄 같은 영식의 말에 당 황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강하 린과, 천태황, 티리아와 다른 살바토 르 길드원들조차 믿을 수 없다는 표 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루안이 왕이 되면 밝혀질 일입니다.”
“그, 그렇다고 해도……
티리아는 아연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가 지금 머릿속으로 무엇을 계산하고 있는지 그녀는 상 상조차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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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잠깐,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박시아는 너무나 충격적인 영식의 발언에 머리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 를 감싸 쥐며 대답했다. 그녀는 도 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 지?’
헨드릭 왕을 죽인 것이 살바토르 길드라니, 함부로 넘어가기엔 너무 거대한 일이었다.
그런 중요한 일을 길드장의 동의조 차 구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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듯이 입에 담다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머저리거나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지략가가 아니 라면 결코 할 수 없는 폭탄 발언이 었다.
‘1년 동안 살바토르 길드를 보호해 달라……
그녀는 영식이 내건 조건에 대해서 생각했다. 사실 조건 자체만 놓고 보면 그리 특이한 조건도 아니었다.
레비아탄 길드는 엘노트 왕국에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 길드였고, 그런 레비아탄 길드 의 비호를 받으며 동맹관계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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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 길드는 결코 적지 않았 다. 그중에 살바토르라는, 고작 10 명이 조금 넘는 길드가 하나 추가될 뿐이었다.
‘하지만.’
박시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하지만 지금 살바토르 길드의 입장 을 생가하면 결코 가볍게 생각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레비아탄 길드는 국가와 상대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막대한 전력을 가 지고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국가 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둘이 치고 박고 싸우다가 전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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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되기라도 했을 때 이번처럼 몬 스터 부대가 습격한다면 왕국과 더 불어 길드 전체가 전멸한다는 사실 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영식의 말대로 살바토르 길드가 헨 드릭 국왕을 죽였다면, 살바토르 길 드를 보호한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폭탄을 끌어안는 것 과 다르지 않은 말이었다.
박시아의 표정에 갈등이 서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렇게까지 위 험한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 다. 말 그대로 ‘반역자’가 된 길드를 보호해주다니, 제정신이 박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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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행동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시아의 시선이 티리아를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녀가 목에 찬 아름다운 펜던트에 향했다.
‘천사의 힘이 필요해.’
사실 레비아탄 길드는 이번에 그들 이 발견한 던전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S랭크■가 넘는 레어 아이템이나 히 든 클래스로 전직을 시켜주는 레어 직업서, 세상 모든 것을 사들일 수 있는 막대한 재화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 ‘따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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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씬 더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이었 다.
‘어떻게 하지……
박시아의 표정에 갈등이 서렸다.
물의 힘을 다루는 히든 클래스와 함께 105레벨에 도달한 소환자. 동 부 3대 세력 중 하나인 거대 길드, 레비아탄을 이끌고 있는 길드마스터 라고 하더라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였다.
“너, 좀 건방진 거 아니야?”
그녀의 상념을 끊어내듯 잔뜩 짜증 에 찬 강하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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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 중됐다. 강하린은 그런 시선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거친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길드마스터도 아니고 고작해야 61회차 애송이 소환자 주제에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그렇게 멋대로 구 는 건데?”
“전 저희 길드장님의 동의를 얻었 으니까요. 그러는 강하린 씨는 동의 를 구하시고 그렇게 말씀하시는 건 가요?”
“뭐라고? 이게……
강하린은 인상을 찌푸리며 등에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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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에 손을 뻗었다.
“하린아.”
a o ”
X...?
박시아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를 제지했다. 강하린은 분하다는 표정 으로 박시아 쪽을 바라보았다.
“영식 씨, 라고 하셨던가요? 솔직 히 말씀드려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제안이네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 없습 니다. 그 1년 동안 저희도 최대한 숨을 죽인 채 활동할 테니까요. 그 리고 아까 전에 말씀하신 30만 골 드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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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필요한 건 시간이니까요.”
“흐음.”
이어지는 영식의 말에 박시아는 침 음을 삼키며 다시 고민에 잠겼다.
확실히 30만 골드를 아낄 수 있다 는 것은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30만 골드면 레비아탄 길드 입장 에서도 결코 적은 지출이 아니었으 니까.
“?…”아!”
그때, 박시아의 뒤에서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영식을 노려보고 있던 강 하린이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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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건 어때?”
그녀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한 걸 음 앞으로 나섰다. 주위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집중됐다.
그녀는 영식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 다.
“너, 분명 61회차 소환자라고 했 지? 우리 길드에도 너랑 같은 61회 차 소환자가 있는데 말이야. 너가 태황이와 승부에서 이기면 그 제안 을 받아들이고, 지면 우리가 처음 내건 조건으로 도와주는 건 어때?”
강하린은 영식과 천태황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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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린아 그건 또 무슨
박시아는 갑작스러운 강하린의 제 안에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
“61회차 소환자 중에 태황이를 이 길 소환자는 아무도 없다는 것 정도 는 너도 잘 알 것 아니야.”
“그러니까 한 번 승부를 해보자는 거지! 응? 어때? 설마 쫄았어? 헤 헤, 우리 태황이가 좀 강해 보이기 는 하지!”
강하린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천태황의 어깨를 끌어당기며 값싼 도발을 영식에게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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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런 천태황을 깊게 가라앉 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하아. 죄송합니다. 지금 하린의 말 은 잊어주세요. 나중에 제가 따로 주의를….”
“받아들이죠.”
“?예?”
박시아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 다.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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