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73화
그 제안, 받아들이겠습니다(1)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뒤돌아선 영식을 불렀던 티리아는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 다. 영식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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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흠. 아, 아무것도 아니라니까요.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
티리아는 홍조가 떠오른 얼굴로 그 렇게 말했다.
영식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그녀 를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 지금 당장 궁금증을 해결하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그럼 나중에 봐.”
“예.”
영식은 그렇게 말한 후 부스트를 사용해서 살바토르 길드원들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몬스터들과의 싸 움은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는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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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는 몬스터는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이었다.
티리아는 멀어지는 영식의 뒷모습 을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복잡한 감정의 소용들이가 그녀의 가슴 속에서 휘몰아쳤다.
“내가 왜 이렇지...
티리아는 떨리는 표정으로 두근거 리고 있는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리 며 멀어지는 영식의 뒷모습을 계속 해서 바라보았다.
‘이럴 때가 아냐.’
보스몬스터에게서 나오는 블랙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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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미리 확보해 달라고 한 영식의 부탁이 떠오르자 그녀는 고개를 저 으며 머릿속의 상념을 털어냈다.
티리아는 영식의 공격과 레크라스 의 브레스로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버린 탈리온의 광장으로 내려갔다. 그녀의 등에 솟아 있는 천사의 날개 가 아름답게 펄럭였다.
격렬한 전투가 치러진 탈리온 광장 의 모습은 처참했다. 건물들은 모조 리 박살나 있었고, 깔끔하게 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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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던 도로는 모두 뒤집어져 있었다. 특히 브레스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 는 땅이 녹아내려 이글거리는 용암 으로 변해 있을 정도였다.
전쟁을 준비하기에 앞서 요새에 살 고 있는 원주민들을 미리 다른 도시 로 대피시켰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어마어마한 인명 피해가 났을 것이 분명했다. 아니, 사실 인 명 피해가 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시 전체가 거의 박살난 이상 이곳 에서 생계를 이어가던 주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일이 일어난 것 이다.
땅으로 내려온 티리아는 브레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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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 후 그대로 절명한 레크라스의 시 체에 다가갔다. 그녀는 영식의 공격 으로 만신창이가 된 레크라스의 몸 안에서 블랙큐브를 꺼내어 품에 넣 었다.
원래라면 여럿이서 잡은 몬스터의 시체에 몰래 손을 대는 행위는 일종 의 스틸이었다.
하지만 블랙큐브는 몬스터의 시체 에서 나오는 혈액, 뼈, 가죽 등의 물건보다 훨씬 더 가치가 낮은 잡템 취급을 당하고 있는 아이템이었기 때문에 이걸 슬쩍한다고 해서 큰 문 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때, 땅에 내려온 티리아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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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린이 다가왔다.
“당신…… 정체가 뭐야?”
그녀는 레크라스를 상대하느라 미 처 하지 못했던 질문을 입에 담았 다. 동부 대륙에서 이런 랭커가 있 다고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제 이름은 소피아예요. 이클로전 길드의 길드마스터입니다.”
티리아는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 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에 대해서 소개했다. 그녀의 말 을 들은 강하린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클로전 길드? 처음 듣는 길드 이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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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다른 대륙 남부에서 활 동하다가 동부로 이주한지 얼마 지 나지 않았습니다.”
“남부에서 활동했다고?”
강하린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가 알고 있기로 남 부는 원주민들의 힘이 너무 강해서 소환자들이 길드를 만드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들었다.
티리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예. 이제 막 자리를 잡으려고 하 는 중에 이런 사건이 터져서 도와주 기 위해 토벌대에 지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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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혹시 당신 원주민이야?”
강하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 에게 물었다. 소환자로서 이 대륙에 온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공 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티리아는 한국인이라고 하 기에는 너무나 서구적인 외모를 가 지고 있기에 그런 질문을 입에 담은 것이다.
“네. 맞습니다.”
“그런데 길드마스터라고?”
“예. 아르난 제국에 소환되신 소환 자분들과 연이 쌓이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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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생각해뒀던 변명을 입에 담았다.
“흐음.”
강하린은 침음을 삼키며 그녀를 바 라보았다. 원주민이 길드마스터인 경우는 굉장히 드물었지만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동부 대륙에서만 하더라도 살바토 르라는, 과거 거대 길드의 수장이 원주민이지 않았는가.
‘잠깐.’
살바토르 길드에 대해서 생각이 닿 은 강하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딱히 그녀와 살바토르 길드와의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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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예전에 동부 대륙에서 열린 큰 길드 회의 때 얼굴을 본 기억이 있었다.
‘조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강하린은 티리아의 얼굴을 빤히 바 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기억으로 살바토르 길드의 길드마스 터, 티리아는 황금을 녹여 만든 것 같은 찬란한 금발을 가지고 있었다.
“저는 그럼 길드원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잠깐……
강하린은 몸을 돌려 자신을 지나치 려고 하는 티리아의 팔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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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시죠?”
“아, 아니. 일단 내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하니까. 뭐라도 인사를 하고 싶어서……
“괜찮습니다. 어차피 왕국을 침공 하고 있는 몬스터는 힘없는 시민들 을 위해서도 반드시 처치해야 했으 니까요.”
티리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발걸 음을 옮기려고 했다. 강하린은 다급 한 표정으로 그녀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더했다.
“자, 잠깐……
“무슨 일이야, 하린아? 보스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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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처치한 거야?”
그때, 몬스터 부대를 정리하고 강 하린을 도와주기 위해 박시아가 나 타났다. 박시아를 본 티리아의 표정 이 살짝 굳었다.
“아, 시아 언니. 보스몬스터를 처치 할 때 이분의 도움이 엄청 컸거든. 사실 검은색 슈트를 입은 정체 모를 사람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사람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어.”
“흐음. 그래? 어쩐지 생각보다 보 스몬스터를 빨리 잡았다고 했더니, 도움을 받았구나.”
박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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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게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레비아탄 길드마스터 박시아라고 해요.”
“이클로전 길드의 길드마스터 소피 아라고 합니다.”
티리아의 손을 마주잡은 박시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강하린이 특유 의 밝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남부에서 활동하고 있던 길드였는 데 이번에 동부로 진출하셨대.”
“호오. 남부라……
박시아는 가늘게 눈을 뜨며 티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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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눈을 바라보았다. 티리아는 난처 하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시선을 피 했다.
그녀의 시선 끝에서 영식이 살바토 르 길드원들을 데리고 이쪽으로 오 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럼 전 길드원들이 도착했으니 이만 가볼게요.”
티리아는 박시아의 손을 놓으며 몸 을 돌렸다.
박시아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 며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결국 그렇게 정체를 숨긴 채 왕국 의 눈을 피해 도망 다니시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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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가요? 티리아 씨.”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시아 언 니?”
박시아의 말에 티리아의 몸이 홈칫 떨렸다. 강하린은 아직 상황 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 거렸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때 살바토르 길드원들을 데려온 영식이 도착했다.
영식은 딱딱하게 굳은 티리아의 표 정을 보고 원가 일이 생겼다고 짐작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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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 리가 이어졌다.
“저는 딱히 당신의 정체를 알았다 고 해서 발설할 생각도, 왕국의 앞 잡이 노릇을 할 생각도 없어요. 당 신만큼은 아니겠지만 엘노트 왕국에 대해서는 저도 신물이 나 있거든 요.”
“무슨 말씀을 하는 건지 잘 이해할 수가 없네요. 저희는 살바토르 길드 가 아니라 이클로전……
“설마 그런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진심으로 믿을 사람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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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가 감도는 박시아의 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강하린이었다.
“읏……
그녀는 당황스럽다는 표정으로 마 치 고장난 목각인형처럼 딱딱한 동 작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 하하! 마, 맞아! 그런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티리아! 네 정체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 고!”
강하린은 억지웃음을 지으며 다급 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치 친구들 과 함께 추리 영화를 보다가 혼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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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을 맞추지 못했을 때 내뱉는 꼴 사나운 변명 같은 말이었다.
“하린아.”
“응? 왜, 왜 그래 시아 언니?”
“시끄러우니까 입 좀 다물고 있 어.”
한심하다는 듯한 박시아의 눈빛에 강하린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축 어 깨를 늘어트렸다.
그런 그녀와 박시아의 모습을 본 채린이 흐응, 하고 가늘게 눈을 뜨 며 유나의 옷깃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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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유나 언니.”
“왜?”
유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 채린이 말을 걸어오자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큰일이야. 유나 언니의 포지션이 빼앗길 것 같아.”
“……무슨 소리야?”
“왈가닥에 머리가 모자란 여자가 언니 말고 저기 또 있…… 꺄아아 악!!”
채린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유나는 그녀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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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놀이를 주먹으로 압박하며 입을 열었다.
“이 꼬맹이가 못하는 말이 없어. 무슨 말을……!”
“하, 하지만 캐릭터가 너무 겹치는 걸! 이대로라면 언니의 인상이 약 해…… 꺄악! 그만해! 아파, 유나 언니!!”
“내가 저런 멍청해 보이는 여자랑 뭐가 비슷하다고 그러는 거야?!”
유나는 강하린을 손가락으로 가리 키며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발끈 한 강하린이 앞으로 나섰다.
“뭐? 멍청하다고? 너 내가 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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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알고 그런 헛소리를……
강하린과 유나 사이에 불똥이 튀어 올랐다. 둘은 당장에라도 싸움을 일 으킬 것처럼 거리를 좁혔다.
박시아와 티리아는 표정을 굳히며 각자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하린아. 조용히 있으라고 했지?”
“유나야. 좀 분위기 파악을 해줬으 면 좋겠어.”
얼음장 같은 두 여인의 말에 격침 당한 강하린과 유나는 풀이 죽은 표 정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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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저희야말로 쓸데없는 소란 을 일으켜 버렸네요.”
박시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티리아 씨. 저는 딱히 여러분에게 피해를 주기 위해서 말을 건넨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렇게 경계하지 말아주세요.”
“레비아탄 길드장의 이름을 걸고 말하겠습니다. 결코 살바토르 길드 의 이름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주의 할게요. 그러니 제 이야기를 들어주 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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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아의 말에 티리아는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영식이 있는 쪽을 힐끔 쳐다보았다.
영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이미 들켜버린 것을, 돌이킬 수는 없었다.
“이야기라면……?”
“이번에 저희가 새로 던전을 발견 했다는 얘기는 들으셨지요? 그것에 관해서 도움을 요청 드릴 게 있습니 다.”
“……던전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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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리아는 너무나 뜬금없는 박시아 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러고 보니 살바토르 길 드마스터는 천사의 힘을 가지고 있 다고 했었지!”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강 하린이 눈을 반짝이며 손뼉을 쳤다. 박시아는 그런 그녀를 다시 날카로 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읏, 하고 침음을 삼키며 강하린이 뒤로 물러섰다.
“저희는 지금 그 새롭게 발견한 던 전 공략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던 전의 최하층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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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힘을 가진 존재가 필요해 요.”
“……그래서 제게 던전 탐사를 도 와달라는 말씀이신가요?”
“정확히는 살바토르 길드 전체에게 입니다. 만약 저희를 도와주신다면 30만 골드와 함께 A랭크 장비 아이 템을 5개 지급해 드릴게요. 물론 던 전에서 얻을 수 있는 보상도 살바토 르 길드와 나눌 생각입니다.”
물론 길드 규모에 차이가 있으니 5 대 5는 힘들지만요, 라고 박시아 가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 살바토르 길드원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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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서 동요가 퍼져나갔다.
30만 골드.
상상하는 것만으로 아득해지는, 엄 청난 금액이었다.
지금 과거의 위상을 되찾으려고 하 는 살바토르 길드 입장에서는 반드 시 필요한 돈이기도 했다.
한철호의 창고에서 많은 재화를 얻 기는 했지만 30만 골드라는 무지막 지한 금액에 비하면 거기서 얻은 금 액은 가소로울 정도였다.
“그, 그건……
티리아도 상상을 뛰어넘는 엄청난 액수에 놀랐다는 듯이 말을 더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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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 끝을 흐렸다.
그때, 가만히 둘의 얘기를 듣고 있 던 영식이 앞으로 나섰다.
“보상이 좀 부족한 것 같네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영식에게 집 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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