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64화
마신의 갑주(9)
엘노트 왕국의 국왕, 헨드릭 폰 엘 노트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순식간 에 퍼져나갔다. 그 소식은 북방경계 선이 뚫리고 드래고니안과 그들이 이끄는 몬스터 부대가 침공하고 있 다는 소식만큼이나 사람들에게 충격 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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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왕성 습격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루안 폰 엘노트. 헨드릭 폰 엘 노트의 아들이자 향후 왕좌를 이어 받게 될 왕세자였다.
그가 왕성 습격의 주범으로 지목된 것은 왕성을 습격한 복면인들의 행 동 때문이었다.
그들은 노골적으로 루안을 찬양하 는 말을 내뱉으며 성벽에 루안만이 엘노트 왕국의 진정한 왕이 될 수 있다는 문구를 새겨 넣었다.
헨드릭 파벌의 귀족들, 대신들은 이러한 점들을 지적하며 루안을 지 지하는 파벌이 몬스터 토벌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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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성의 병력이 빠져나간 틈을 노리 고 비열하게 반역을 일으켰다고 주 장했다.
루안을 지지하던 세력은 그런 그들 의 주장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들이 무슨 병신도 아니고 왕성 급습이라는 터무니없는 짓을 하면서 무엇 때문에 자신들의 정체를 사방팔방 광고를 한단 말인 가?
만약 실제로 그들이 계획한 습격이 었다고 하더라도 루안을 지지한다는 말을 할 리가 없었다. 게다가 당시 루안 폰 엘노트에게는 그가 이끄는 기사단인 그랑블루 기사단을 이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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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토벌대에 합류해 있었다는 알리바이가 있었다.
루안을 지지하는 세력은 이것은 헨 드릭 파벌에서 일으킨 자작극이라고 반론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헨드릭 파벌 쪽에서도 이번 일이 루안을 지지하는 파벌에서 일 으킨 일이라고 보기에는 의문점이 너무나 많은 사건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말 로 루안이 반역을 일으켰는지가 아 니었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루 안을 공격할 수 있는 정치적인 명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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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대중이라는 것은 자극적인 소 식에 굉장히 민감하게, 멍청할 정도 로 단순하게 반응했다. 이번 사건도 천천히 생각해 보면 루안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증거가 무척이나 빈약하 고, 충분히 조작가능성이 있다는 것 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소식을 전해들은 대부분 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 다. 그들이 멍청하거나, 미개해서 그 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루안이 반 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그들의 마음 속에 희망을 불씨를 지피는, ‘좋은’ 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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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고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들은 역 대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무능한 왕 인 헨드릭을 몰아내고 루안이 왕좌 에 앉는 것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 에, 루안의 반란 소식을 그대로 받 아들였다.
헨드릭의 죽음은 드래고니안과 일 전을 준비하고 있던 토벌대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런 혼란 스러운 상황에서 토벌대가 유지될 수 있을 리가 없었고, 결국 왕성을 빠져나갔던 토벌대의 병력은 다시 수도로 복귀하기 시작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쓴 루안의 입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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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는 환장할 노릇이었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 었다.
헨드릭에게 아첨을 하며 사리사욕 을 채우던 권력층들은 루안이 왕위 를 이어받으면 척살당할 수도 있다 는 공포감에 어떻게든 루안을 반역 자로 몰아 꼭두각시 왕을 세우려고 했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던 친 루안 파벌의 귀족들은 루 안의 결백함과 이제까지 헨드릭 왕 이 저지른 수많은 악행들을 끄집어 내며 이 모든 일이 왕권을 찬탈하기 위한 친 헨드릭 파벌의 자작극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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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주장했다.
북방경계선이 무너지고 몬스터들의 대군이 수도로 진격해오고 있는 최 악의 상황에, 엘노트 왕국 내에 내 분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인 상황 때문에 오히려 살바토르 길 드는 의심의 대상에서 벗어났다.
사실 이번 왕성을 습격한 자들의 정체가 살바토르 길드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은 왕성 보고를 들어가 대천사의 보은 을 훔쳤고, 지하 감옥에 매장해둔 에르만 공작가의 시체를 가져갔으니 까.
대천사의 보은이야 S급 레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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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인 질로 왕성에 잡혀 있다가 사망한 에 르만 공작가의 시체는 루안을 추종 하는 사람들이 가져갈 이유가 조금 도 없었다.
하지만 이런 당연한 의문을 내뱉기 에는 서로의 정치적인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친 헨드릭 파벌은 어 떻게든 루안을 아버지를 죽여 왕좌 에 오르려고 한 천인공노할 폐륜아 로 만들어야만 했고, 반대로 친 루 안 파벌은 이 모든 일이 왕권을 노 린 친 헨드릭 파벌의 자작극으로 만 들어야 했다.
헨드릭이 왕으로서 제 구실을 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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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리도 없었겠 지만, 그는 역대 최악의 국왕이었다.
영식은 이러한 정치적인 상황을 이 용한 작전을 세운 것이다. 그의 계 획은 대성공을 거둬 살바토르 길드 원들은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의심 스러울 정도로 평화로운 분위기 속 에서 요새 도시 탈리온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시무시하군요.”
정보길드를 통해 왕국의 상황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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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들은 한성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 다. 그는 자신의 등골을 타고 짜릿 한 전율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가 무시무시하다고 지칭한 대상 은 영식이었다.
‘대체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생각을……
영식이 생각한 작전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어설픈 작전 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가 전율한 것은 이 계획에 대한 영식의 태도였다.
영식은 티리아가 왕국에 대한 복수 를 결심하자마자 자연스럽게, 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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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있었던 것처럼 계획을 입 에 담았다. 실패할 가능성이 더 큰 위험한 계획임에도 불구하고 영식은 마치 이렇게 대성공을 할 것이라는 것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것처럼 확 신에 차 있었다.
이것은 단순히 머리가 좋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심리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 마치?
한성은 그가 살바토르 길드 따위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제국의 황제 같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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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는 없지만.’
누가 봐도 평범한 한국인의 외모를 하고 있는 영식이 과거 거대한 제국 의 황제였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큰 기업의 CEO였다던가……
한성은 과거 지구에서 크게 유행했 던 한 히어로 영화를 떠올렸다. 그 영화의 주인공은 거대 무기 산업체 의 CEO였고, 엄청난 기술력이 집 약된 기계 슈트를 만들어 사람들을 구하고 다니는 영웅이 되었다.
영식이 그 기술력으로 기계 슈트를 만든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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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기계를 이식한 것이라면?
‘……그럴 리가 있나.’
한성은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고개 를 저었다. 어디까지나 그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였다.
‘대체 당신의 정체는 뭡니까? 영식 씨.’
한성은 티리아의 옆에 서서 걸어가 고 있는 영식을 보며 그렇게 묻고 싶었다.
“……곧 엘노트 왕국에 내전이 일 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정보를 들었 어요.”
한성에게서 보고를 들은 티리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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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열었다. 영식은 고개를 끄덕이 며 대답했다.
“예. 그렇게 되도록 만들었으니까 요.”
전혀 놀랍지 않다는 듯한 영식의 말에 티리아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복잡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 라보았다.
“그럼 살바토르 길드는 이제 완전 히 안전해진 거야?”
앞서 걸어가던 유나가 고개를 돌리 며 물었다. 그녀는 티리아의 복수를 위해 헨드릭을 죽이자고 결정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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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만 하더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왕 국 공안의 추격을 피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겠다고 각오했었다.
하지만 영식의 작전이 너무 완벽하 게 성공해 버려서 굳이 도망 다닐 필요조차 없어져 버리니 안도감과 더불어 묘한 허망함을 느꼈다.
그녀의 물음에 영식은 고개를 저었 다.
“아뇨. 아마 이번 내전이 끝나게 돼서 루안이 왕위에 오르면 저희 쪽 으로 타깃이 돌려질 겁니다.”
“……루안 왕자가 이길 거라고 생 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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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렇게 될 겁니다.”
영식은 덤덤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 했다. 확신에 찬 그의 대답에 유나 는 끄응, 하고 침음을 삼켰다. 마치 미래에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한 그의 말투는 몇 번을 들어도 쉽 게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럼 그 전까지 힘을 길러 나중을 대비하는 방법밖에 없네요.”
티리아는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 이번 몬스터 토벌에 참가하는 것에도 그런 목적이 있고요.”
이번 몬스터 토벌에 참여하는 것은 단순히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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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습격했다는 죄책감을 덜기 위해 서가 아니었다.
북방경계선 너머에 있는 몬스터들 은 강력한 만큼 그 보상이 훌륭했 다. 길드의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서 막대한 골드가 필요한 살바토르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토벌을 통해서 S급 보 스몬스터의 블랙큐브를 얻을 수도 있었다.
블랙큐브는 영식 이외의 사람들에 게는 쓸모없는 물건이었지만 영식의 전력이 길드의 핵심 전력 중 하나가 된 살바토르의 입장에서는 블랙큐브 가 가진 가치를 무시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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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그래도 영식 씨가 있으니 마음이 든든하네요.”
마치 참모처럼 길드가 나아갈 방향 성이나 당장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알려주는 영식을 바라보며 티리아가 미소를 지었다.
영식의 존재는 어느새 살바토르 길 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되 어 버렸다.
“흐응, 확실히 유능하다는 건 인정 할게.”
유나는 새침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 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앞에 마을이 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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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저 클래스가 가진 뛰어난 시력 을 활용하여 최선두에서 전방을 살 피고 있던 황현이 입을 열었다.
“그럼 오늘은 늦었으니 저 마을에 서 하룻밤 자고 내일 다시 출발하 죠.”
“이 속도라면 내일쯤에는 탈리온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요새 도시 탈리온에는 수도 레오폴드로 진격하고 있는 몬스터 부대를 막기 위해 길드들이 연합을 만들고 있었다.
길드원들은 머지않아 있을 몬스터 들과의 전투와 엘노트 왕국의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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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끝나기 전에 왕국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전력을 쌓아야 한다는 압박 감에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티리아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고 민에 잠겼다. 그녀는 앞에 걸어가는 유나를 손짓으로 불렀다.
숙소를 잡은 살바토르 길드원들은 각자 방에 들어가 휴식 시간을 가졌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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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도와 왕성을 습격했던 더 페이서 길드, 라이라 길드, 천성 길 드는 최대한 왕국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따로 탈리온으로 향하고 있었 다.
지원세력과 떨어진 살바토르 길드 는 인원이 얼마 없었기 때문에 각방 을 잡고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 다.
“그럼 어디……
방에 들어온 영식은 바로 인벤토리 를 열어 ‘마신의 갑주’를 꺼내들었 다. 기계장치로 만들어진 금속 슈트 의 딱딱한 감촉이 그의 손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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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졌다.
“구조파악.”
영식은 마신의 갑주를 향해 구조파 악 스킬을 사용했다.
-띠링.
[구조파악에 실패하였습니다.]
[구조파악 스킬의 레벨이 부족합니다.]
‘ 역시.’
영식은 별로 실망하는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봤을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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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의 갑주가 범상치 않은 물건이 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오히려 구조파악이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낮은 등급의 물건이었다면 실망감이 들었을 것이다.
“일단 한 번 착용해 볼까.”
구조파악에 실패했다고 해서 사용 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영식은 검은색 슈트에 손을 올리고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찾아보려고 했다.
그때, 그의 귓가에 익숙한 기계음 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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