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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 머신-62화 (62/284)

레벨업 머신 062화

마신의 갑주(7)

영식은 세 구의 시체를 수습한 후 통신구슬로 길드원들을 불러 모았 다. 연락을 받은 길드원들은 영식과 티리아가 있는 곳으로 재빠르게 모 였다.

“이, 이건……

바닥에 늘어진 세 구의 시체를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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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 다. 그 시체가 무얼 의미하는지 모 를 정도로 그들은 눈치가 없지 않았 다.

“이 개자식들!”

시체를 보고 가장 격렬하게 분노한 것은 유나였다. 평소 티리아를 친언 니처럼 생각하고 있던 그녀는 마치 자신의 가족이 죽은 것처럼 충격에 휩싸였다.

“모두 불태워버릴 거야. 이 쓰레기 같은 나라는 내가 모조리 불태워 버 릴 거라고!”

그녀는 전신을 바르르 떨며 허리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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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찬 쌍검을 뽑아들었다. 붉은색 쌍검에서 검신을 타고 불길이 치솟 았다.

그런 그녀를 향해 티리아가 손을 내밀었다.

“진정해, 유나야.”

“진정하라고?! 언니가 그토록 그리 워했던 가족이었잖아! 그 가족이 모 두 죽었는데 어떻게 진정할 수가 있 어!”

유나는 격정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 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티리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흥분한다고 해서 아무것도 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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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아.”

“으읏……! 그러면 어떻게 하게?! 설마 이대로 그냥 넘어갈 생각이 야‘?!”

유나는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뜨리 며 물었다.

“아니.”

티리아는 칼로 베어내듯이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가만히 넘어갈 수 있을 리가 없잖 아.”

“……복수를 할 생각이십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한성이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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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하게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복수 를 한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 은 한 가지였다.

이모든 일의 원흉인 헨드릭 폰 엘노트를 죽이는 것.

하지만 그것은 결코 한순간의 감정 에 치우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 다. 일국의 왕을 죽이는 것은, 지금 의 살바토르 길드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막대한 일이었다.

“예. 그럴 생각입니다.”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티 리아는 확고한 의지가 담긴 목소리 로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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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목소리에서는 이제까지의 티리아를 생각하면 믿기 힘들 정도 로 짙은 살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 다.

낯설게 느껴지는 그녀의 모습에 살 바토르 길드원들은 표정을 굳혔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홀리던 티리아의 모 습이 아니었다.

“……길드장님의 선택을 따르겠습 니다.”

한성은 굳은 결의가 느껴지는 그녀 의 말에 깊게 허리를 숙이며 나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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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했다. 그의 뒤에 서 있던 유진 도 그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 까?”

고개를 든 유진이 특유의 날카로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의 말에 티리아는 고민에 잠겼 다. 왕을 죽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지금 엘노트 왕성은 모든 전력이 밖으로 빠져나간, 빈껍데기 와도 같은 상태였으니까.

문제는 왕을 죽이고 난 이후였다. 그 이후에 다가올 극심한 혼란을 생 각해서라도 아무런 계획도 없이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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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죽이는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생각해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영식의 목소리가 침묵을 깨며 울려 퍼졌다. 주변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 됐다.

영식의 입이 열렸다.

? * *

“하아! 하아! 제, 제길!”

어두운 통로. 마치 던전의 내부처 럼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통로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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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사내가 뛰어가고 있었다. 오히 려 촌스럽게 보일 정도로 화려한 장 식이 들어간 옷을 입은 중년 사내는 거친 숨을 몰아 내쉬며 뒤를 돌아보 았다.

“왜, 왜 하필 이때 습격자가……!”

그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자신이 지나온 통로를 바라보았다. 뒤에서 누군가 따라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 았다.

통로에 서서 떨고 있는 중년의 사 내, 헨드릭 폰 엘노트는 한 왕국의 왕이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처량 한 모습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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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 무능한 것들이! 나를 지킬 병력은 당연히 남겨뒀어야지!”

헨드릭은 대신들을 떠올리며 거친 욕설을 내뱉었다. 만약 대신들이 그 의 말을 들었다면 뒷목을 잡고 쓰러 질만한 말이었다.

왕성을 지킬 최소한의 병력마저 모 조리 드래고니안 토벌에 참여시킨 것은 다름 아닌 바로 헨드릭 자신이 었으니까.

하지만 애당초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는 헨드릭은 무조건 대신들 을 향해 불만만을 토해냈다.

“정말로 무능한 게 누군지 다시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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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요?”

공포에 떨고 있는 그의 귓가에 어 딘가 차갑게 느껴지는 목소리가 홀 러들어왔다.

“누, 누구냐!”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란 헨드릭 은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떨리는 목 소리로 소리쳤다.

통로 너머에서 한 존재가 그를 향 해 다가왔다.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청년이었다.

“역시 이쪽으로 도망치실 줄 알았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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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청년, 영식 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헨드릭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그가 있는 곳은 왕성을 습격 하기 위해 사용했던 시렌치움 산맥 과 이어진 비밀통로였다. 영식은 왕 성 습격 소식을 들은 헨드릭이 이곳 으로 오리라고 예상했고, 그 예상은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어, 어떻게 이 통로의 위치를

헨드릭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영식을 올려다보았다.

이곳은 왕성 내에서도 극비에 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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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비밀통로였다. 다른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음. 아쉽네요. 만약 근위대가 있었 으면 저희들이 어디로 쳐들어왔는지 는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영식은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 으며 말했다. 애당초 그들이 이 통 로를 통해서 왕성을 습격했다는 것 을 알았다면 헨드릭이 이곳으로 도 망쳤을 리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병력이 다 빠져나가 빈껍데기나 다름없는 왕성에는 그들 이 어디를 통해 습격을 했는지 알려 줄 사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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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목적이 뭐냐!”

헨드릭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영식에게 소리쳤다. 영식은 느긋한 발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헨드릭에게 다가온 영식은 발을 들 어 그를 툭툭 건드리며 느긋한 어투 로 말했다. 장난스럽게 그의 몸을 건드리는 영식의 모습에 헨드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네놈'!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런 말...”

우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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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자신을 향해 호통을 치는 헨드릭의 오른 발목을 짓밟았다. 뼈 가 어긋나는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 졌다.

“으아아아아아악!”

헨드릭은 자신의 발목을 부여잡으 며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이제 좀 질문에 성실히 대답해 주 실 생각이 드셨습니까?”

“으, 아아, 가, 감히 내게……!”

우드득!

눈물을 흘리며 영식을 노려보고 있 던 헨드릭의 왼쪽 발목이 영식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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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짓밟혔다. 두 발목이 모두 박살 난 헨드릭은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 는 끔찍한 고통에 입에서 거품을 홀 리며 바르르 몸을 떨었다.

퐁.

영식은 인벤토리에서 꺼낸 포션을 열었다. 정신을 맑게 해주고 집중력 을 향상시켜 주는 효과를 가진 포션 이었다.

한 손에 포션을 든 영식은 입에서 거품을 흘리고 있는 헨드릭의 머리 칼을 잡고 그의 입에 포션을 강제로 홀려 넣었다.

“커억, 컵! 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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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드릭은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는 바람에 더욱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 지자 필사적인 표정으로 영식의 바 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지금은 어떤가요? 대답하실 마음 이 좀 드시나요?”

“뭐, 뭐든 대답하겠네!”

헨드릭은 다급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영식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성실하게만 대답해 주시면 목숨에 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실 겁니다.”

방금 전에 사람의 두 발목을 분질 렀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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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한 목소리로 영식은 말을 이었다.

“지하 감옥에서 에르만 공작이 죽 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살바토 르 길드를 협박할 인질들을 왜 죽도 록 내버려둔 겁니까?”

“……네놈, 설마 살바토르 길드의 사주를 받고 이런 사악한 짓을 벌 이…… 우드득.

영식은 손을 뻗어 헨드릭의 왼손 엄지를 비틀었다. 그의 손가락이 기 형적인 각도로 꺾였다.

“으아아아아아아악!”

헨드릭은 손을 타고 전해지는 끔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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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통에 비참하게 몸을 비틀었다. 영식은 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 다.

“묻는 말에만 대답해주세요. 왜 인 질들을 죽게 내버려둔 겁니까?”

“꺼억, 꺽……! 이, 이제는 필요 없 어졌으니까! 이제는 필요 없어졌으 니까 죽게 내버려두었네!”

“호오. 왜 필요 없어진 겁니까?”

“그, 그건……

우드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헨드릭의 검지 가 비틀렸다. 그의 입에서 다시 한 번 비명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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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잉그리움! 잉그리움 제국의 유물을 발견했기 때문일세! 그것만 있다면 소환자들 따위 모두 굴복시 킬 수 있으니까!”

“잉그리움 제국의 유물……?”

영식은 가늘게 눈을 뜨며 헨드릭을 바라보았다.

“그 유물이 뭡니까?”

유물에 대해서 묻자 헨드릭의 표정 에 망설임이 떠올랐다. 영식의 손이 다시 그의 손가락 하나를 붙잡았다.

“자, 잠깐만 기다리게! 말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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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헨드릭이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쳤 다.

“마신의 갑주! 그것이 바로 잉그리 움 제국의 유물일세!”

“마신의 갑주……?”

“저, 정확히는 잉그리움 제국의 유 물이 아닐세! 과거 잉그리움 제국과 북방의 괴물들과의 거대한 전투가 있었던 장소에서 발견된 물건이 지!”

“혹시 당신이 말하는 마신의 갑주 가 이겁니까?”

영식은 왕성 보고에서 얻었던 흑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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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을 인벤토리에서 꺼내며 물었 다.

그 칠흑색 갑옷을 본 헨드릭의 표 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어, 어떻게 네놈이 그걸……!”

지금 헨드릭의 반응을 보니 이 갑 옷이 그가 말하는 ‘마신의 갑주’라 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영식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이게 마신의 갑주라고?’

영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인벤토리에서 꺼낸 칠흑색 갑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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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보았다. 이것은 그 어떠한 마법 도 들어가 있지 않은, 순수한 ‘기계 장치’로 만들어진 슈트였다. 그것도 현대 지구의 과학을 아득히 뛰어넘 는,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터무니 없는 스펙을 지닌 슈트.

그것이 왜 잉그리움 제국과 북방의 괴물들 간의 전투가 일어난 장소에 서 발견되었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가 없었다.

“ 흐음?

한동안 눈을 감고 고민을 이어가던 영식은 침음을 삼켰다.

검은색 슈트의 정체를 밝혀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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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정보가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이, 이제 원하는 정보는 모두 얻 었겠지? 날 어서 놓아주게!”

헨드릭은 처절한 목소리로 영식에 게 소리쳤다.

영식은 그의 옆에 쪼그려 앉으며 자연스럽게 헨드릭의 중지를 잡아 비틀었다.

우드드득!

“아아아아아악!”

헨드릭은 다시금 손을 타고 전해지 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며 비명을 내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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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급하십니까, 헨드릭 씨.”

영식은 마치 동네 아저씨를 대하는 듯한 말투로 그의 어깨에 팔을 올렸 다. 영식은 그의 약지를 한 손으로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어지는 영식의 말에 헨드릭의 표 정이 짙은 절망으로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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