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37화
해방시켜 (5)
빠악!
거칠게 회전하는 오른팔이 한철호 의 얼굴에 정확히 적중했다.
상식을 벗어난 그 힘에 한철호의 얼굴이 처참하게 함몰됐다. 기괴한 각도로 목이 꺾인 그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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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영식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오른팔 이 빠져나간 그의 팔꿈치를 들어올 렸다.
한철호의 머리를 박살내고 멀리 떨 어져 있던 그의 오른팔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그 팔꿈치에 끼워졌다.
찰칵.
영식은 스스로 의지가 있기라도 하 는 것처럼 팔꿈치로 날아와 정확하 게 맞물리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 다보며 굳게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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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있었던 강제 해방은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이 강력한 힘을 그에 게 선사했다.
‘대체 나는……
영식은 자기 자신의 몸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혼란에 빠져 있는 것은 그만이 아 니었다.
“이, 이게 무슨……
한철호와의 싸움 중에 방패에 맞아 튕겨져 나갔던 유나가 경악에 찬 눈 빛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한성과 채린 또한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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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두려움과 호기심, 당혹감이 섞여 있는 복잡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영식 씨. 당신은 대체……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영식에게 다 가온 배한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 었다.
영식은 그의 말에 대답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가 입을 열기 전에, 그의 귓가에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들어왔 다.
치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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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 해방의 부작용으로 오버로드 가 시작됩니다.]
[오버로드로 인하여 신체의 기능이 영구히 감소합니다.]
“으, 아.”
영식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막대 한 전류가 그의 피부 위를 달렸다. 끔찍한 고통이 그의 정신을 하얗게 불태웠다. 지난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고통이었다.
“아아아아아아!”
“영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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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고 있 는 영식을 바라보며 배한성이 다급 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배한성은 미친 듯이 몸을 비틀며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영식에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잠시만 기다리게.”
그런 배한성을 길수가 막아섰다.
길수는 이런 영식의 모습을 본 것 이 처음이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영식의 몸을 만졌다 가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에 그 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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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수 씨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알고 계시는 건가요?”
한성은 경계 어린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길드원들이 모르고 있 는 정보를 그가 알고 있다는 것, 그 것은 심하게 얘기하면 길드에 대한 반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중대한 일 이었다.
“……그것에 대해서는 사정이 있어 요. 제가 설명 드릴게요.”
바닥에 쓰러져 비명을 지르고 있는 영식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 며 아라가 입을 열었다. 유나와 채 린, 한성의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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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입 을 열었다.
“정확히는 저도 알 수 없지만…… 영식이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에요.”
그녀의 말에 한성과 유나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영식이 평범한 인 간이 아니라는 것은 방금 전에 보았 던 그의 모습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영식 씨는…… 분명 음식 도 드시고, 감정을 가지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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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은 이제까지 영식과 있었던 일 들을 떠올리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 다.
그런 그에게 길수는 처음 영식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천 천히 말했다. 길수의 말이 이어질수 록 유나와 한성, 채린의 표정이 경 악으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는데, 몸이 기계로 되어 있었다고?”
“그러하네. 그렇기 때문에 그도 자 기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정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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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알지 못하고 있네.”
길수의 말을 들은 유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길수는 그녀의 눈빛이 무슨 말을 하 려고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지만 거 기에 더 대답해줄 수 있는 것은 없 었다.
영식이 자기 자신에 대해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그의 몸이 혈 육이 아닌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도, 모두 사실이었으니까.
“그 말을 믿을 수 있을 리가 없……
“하아,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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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거칠게 표정을 일그러트리 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을 때, 바닥 에 쓰러져 있던 영식이 일어섰다. 그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 태롭게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영식아!”
그런 그에게 아라가 다가왔다. 그 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의 어 깨를 짚었다.
치 익.
“꺄악!”
그의 피부는 마치 뜨겁게 달군 쇠 처럼 엄청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아라는 손끝에서 전해지는 고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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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다.
영식은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 며 끊어질 듯이 희미한 목소리로 입 을 열었다.
“괜, 찮아.”
영식은 다가오지 말라는 듯이 한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말했다. 하지 만 그런 그의 말과 달리 전혀 괜찮 아 보이는 표정은 아니었다. 아니, 실제로 그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 크으?
영식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침음이 흘러나왔다. 몸 전체가 녹을 것 같 은 뜨거운 열기가 그의 전신에 휘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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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쳤다.
띠링.
[소환자의 신체에 치명적인 이상이 감지되었습니다.]
[레벨 제한이 5 감소합니다. 모든 스텟이 영구적으로 감소합니다.]
“제, 길……
안 그래도 오버로드의 후유증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영식 의 눈앞에 청천벽력과도 같은 메시 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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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메시지를 읽은 영식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하필이면 레벨 제한이 떨어지다니.’
영식은 전신에 휘몰아치는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레벨 제한이 떨어졌 다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오버로드로 인한 고통은 참을 수 있었다. 그 때문에 레벨이 떨어지는 것도, 스텟이 영구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 른 것도 아니고 레벨 제한이 떨어졌 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었 다.
이 세계에서 레벨은 가장 쉽게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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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할 수 있는 힘의 지표였다. 안 그 래도 그리 높지 않은 그의 레벨 제 한이 더 떨어졌다는 소식이 좋게 들 릴 리가 없었다.
‘이게 오버로드의 부작용인가.’
영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 창을 바라보았다.
전과 달리 이번 강제 해방 때는 더욱 많은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봤 을 때 오버로드의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라고는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레벨 제한이 깎여버리 다니.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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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 다른 길드원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상 처를 입은 길드원들은 많았지만 목 숨에 지장을 줄 정도로 치명상을 입 은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만약 그가 강제 해방을 하지 못했 다면 그들에게 닥쳤을 미래를 상상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앞으로는 강제 해방을 사용하면 안 돼.’
영식은 30으로 줄어버린 자신의 레벨 제한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 했다.
이번 같은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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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 강제 해방을 해야만 헤쳐 나갈 수 있는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 었다. 심할 경우, 과부화의 대가로 목숨을 잃는 경우까지 생각해야 했 다.
“……영식아?”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겨 있는 영식을 바라보며 아라가 걱정스럽다 는 듯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몸을 불태울 것처럼 타오르던 열기 가 조금 식은 것을 확인한 영식은 그 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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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괜찮아?”
“아까보다는.”
영식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앞으 로 걸어갔다. 그의 몸이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휘청거렸다. 길수가 다 급히 다가와 영식을 부축했다.
“이번에도 전처럼 강제 해방이란 것을 한 겐가?”
“예. 그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 었으니까요.”
영식은 힘겨운 목소리로 그 물음에 대답했다. 길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 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영식의 말대 로 선택권이 없는 상황이기는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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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그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 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 영식에게 유나가 천천히 걸어 왔다.
“일단 네 사정에 대해서는 길수 아 저씨에게 좀 들었어. 하지만…… 그녀는 경계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에게 목숨을 구해졌다는 고마움 보다 이제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기 고 있었던 그에 대한 의심이 더욱 크게 느껴졌다.
“몸이 기계로 되어있다는 말…… 사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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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제는 완전히 평범한 사람 의 모습으로 돌아온 영식을 바라보 며 물었다. 영식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사실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오른팔 을 팔꿈치에서 떼어냈다. 팔이 떨어 진 단면에는 혈육이 아닌 복잡한 기 계장치들이 엉켜 있었다.
“?허.”
유나와 한성은 그의 팔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영식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리 말씀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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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변명처럼 들리겠지만…… 조만 간 이 사실에 대해서 얘기하려고 했 습니다.”
“O 으”
? w ?
“함부로 말하기에는…… 너무 믿을 수 없는 일이니까요.”
영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 게 말했다. 그의 말에 유나와 한성 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몸이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은 쉽게 할 수 도, 믿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럼 기억을 잃었다는 것도 진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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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처음 눈을 떴을 때가 튜토리 얼 공간이었습니다. 그 전의 기억 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무언가 아득한 감정이 느껴지는 영 식의 표정을 본 유나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것, 그것에 대해 그녀는 감 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저도 제 자신의 몸이 왜 기계로 되어 있는지, 애초에 제가 인간이 맞긴 한지 알지 못합니다.”
영식은 덤덤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 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유나와 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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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알았어. 일단 네 말을 믿을게. 목 숨을 빚진 은혜도 있으니까.”
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어쨌건 라이트 실드 길드의 위험에서 그녀를 구해준 것은 영식 이었다. 목숨을 빚진 은인에게 무작 정 의심의 눈빛만을 보내긴 그녀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리고 도저히 인간이 아니라고 는…… 생각이 되지 않으니까.’
유나는 영식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 렇게 생각했다. 그는 인간이 아니라 고 하기에는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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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많이 보여줬다. 그런 그를 몸이 기계로 되어 있다는 이유로 배척할 수는 없었다.
‘저런 쓰레기 같은 놈들보다야.’
유나는 영식의 공격을 받고 처참하 게 죽어나간 라이트 실드 길드원들 을 내려다보았다.
약자를 향해 탐욕스러운 이빨을 들 이미는 쓰레기 같은 인간들. 과연 그들의 몸이 피와 살로 이루어졌다 고 해서 그들을 인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후우. 일단 길드로 돌아가서 언니 에게 네 사정을 알려줘. 언니의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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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에 맡길게.”
유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말에 영식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기 전에 가져갈 수 있는 건 최 대한 챙겨보죠. 레어 아이템으로 보 이는 무기들도 많으니까요.”
“으…….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 하고 싶어?”
유나는 한성을 보며 어처구니없다 는 듯이 물었다. 한성은 어깨를 으 쓱이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니까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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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되는 것을 포기할 만큼 저희 길 드 재정은 넉넉하지 않습니다.”
“끄응. 그래 알았어.”
그의 말에 영식 일행은 떠나기에 앞서 아이템을 수거하기로 했다.
길수가 강력하게 쉬라고 했기 떄문 에 근처 돌에 앉아서 쉬고 있던 영 식에게 채린이 다가왔다.
“저, 저기 영식 오빠...
그녀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영식 을 불렀다. 영식은 고개를 갸웃거리 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근처에 서 아이템을 줍고 있던 유나 또한 그녀가 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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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으로 채린을 바라보았다.
“혹시 오빠... 달려 있어?”
너무나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주 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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