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05화
강제해 방(2)
생존을 다룬 만화나 영화에서 같은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적으로 돌변 하는 경우는 꽤나 자주 나왔다.
궁지에 몰리게 된 사람들의 도덕성 은 무척 쉽게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 었다.
그들은 이제까지 마음속으로만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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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고 말았을 욕망을 실제 행동으 로 옮겼다.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기 때문 에 생존을 하며 느끼는 극도의 스트 레스를 폭력적으로 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제길?
영식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흘러나 왔다.
그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그의 주 변을 둘러싼 남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모두 오크를 사냥하고 얻은 무기들로 무장을 한 상태였다.
‘숫자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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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오른팔에 있는 무기를 사용한 다면 한 명을 죽이는 것은 간단했 다.
그 오크들도 한 방에 곤죽이 되어 버린 파괴력인데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 명을 처치한 이 후였다.
일회용에 가까운 그의 무기를 사용 하고 나면 그에게 다른 사람들을 상 대할 여력은 남지 않았다.
“어때? 좀 구미가 당기지 않아? 개인적으로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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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태는 낄낄 웃음을 홀리며 그렇 게 물었다.
사실 그는 영식을 살려둘 생각은 조금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가 모습을 보이자마자 재빠르게 상황판단을 한 후에 싸울 준비를 하 는 영식의 모습을 보니 그가 다루기 에는 너무 똑똑하다고 생각했기 때 문이었다.
머리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빠른 인 간을 부하로 들이는 것은 양날의 검 이었고, 남기태는 그런 위험을 굳이 감수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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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중에 세력이 더 커지게 되 면 모르겠지만.’
지금이야 10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의 야망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 세계는 그에게 있어서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사회적 규범이라고는 존재하지 않 는, 인간의 욕망이 마음 것 활개 칠 수 있는 세계.
그는 이 세계에서 더욱 높은 곳에 올라 사람들 위에 군림할 계획을 가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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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퇴로를 찾았다.
하지만 1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였는데 퇴로가 있을 리가 없 었다.
게다가 영식 혼자서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세 명이나 되는 사람이 함께 도망가야 했다.
‘불가능해.’
영식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기습적으로 퇴로를 뚫고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저 많은 숫자의 사람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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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싸워서 이길 자신도 없었다.
남은 방법은 한 가지였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제안을 받아 들이죠. 단, 조건이 있습니다.”
“호오.”
“영식 군!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그의 말에 남기태는 흥미롭다는 표 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설마 이 렇게 깔끔하게 그의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죽음이 목전에 놓이면 그 때 가서 다급하게 말하리라고 생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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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영식의 배반에 놀란 것은 남기태만이 아니었다.
길수는 다급한 표정으로 영식의 어 깨를 붙잡으며 소리쳤고, 아라는 짙 은 배신감에 물든 표정으로 거칠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 조건이란 게 뭐지?”
남기태는 입술을 핥으며 그에게 물 었다. 영식의 말이 이어졌다.
“팀으로 받아주는 것은 저 혼자로 해주시죠. 여기 이 멍청한 아저씨까 지 오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요.”
“여, 영식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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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 뭐야?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놈이잖아?”
남기태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 며 폭소했다. 그는 영식의 잔혹할 정도로 단호한 결단력과 이기심이 마음에 들었다.
영식은 손에 쥔 무기를 내려놓고 천천히 남기태를 향해 다가갔다.
“그쪽으로 가면 됩니까?”
“아, 잠시만 기다려.”
남기태는 한 손을 뻗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영식을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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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보며 말을 이었다.
“나도 믿을 만한 근거는 있어야 되 지 않겠어? 그러니까…… 남기태의 시선이 길수에게 향했다.
그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지어졌 다.
“네 손으로 저 새끼를 죽여.”
“그렇게 하죠.”
그의 말에 영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대답에 오히려 더 놀란 것은 남기태였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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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새끼야?’
아무리 단호하다고 하더라도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즉답을 하다니?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남기태는 부들부들 몸을 떠는 길수 와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영식을 번갈아서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 었다.
‘원래 저 늙다리한테 원한이 있었 나 보구만.’
그의 예상대로라면 저 둘은 서아라 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공동으 로 나누어먹는 사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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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을 둘이서 나누는 것은 친형제 사이에서도 싸움을 불러일으 키는 일인데 그것이 전혀 생판 모르 는 타인이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하하하! 진짜 너…… 물건이구나.”
처음에 영식을 죽일 생각만 하고 있었던 남기태는 잠시 망설이는 표 정을 지었다.
그는 그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뛰어난 자질을 가지고 있었다.
머리회전이 빠르고, 잔혹하며, 결단 력이 뛰어났다.
그런 그를 부하로 둔다면 나중에 그의 세력이 커지게 됐을 때 큰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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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지켜볼까?’
남기태는 고민에 잠긴 눈빛으로 영 식을 바라보았다.
영식은 바닥에서 검을 잡은 후 길 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얼음처 럼 차갑게 굳어 있었다.
“ 자네?
길수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영식 을 바라보았다.
그때, 뒤에 있던 서아라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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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어차피 목적은 나잖아? 길 수 아저씨는…… 살려줘.”
그녀는 영식에 못지않게 차가운 표 정으로 남기태에게 말했다.
남기태는 영식을 슬쩍 돌아보며 말 했다.
“흐음. 어떻게 할까? 영식이라고 했던가? 넌 어떻게 생각해?”
그는 지금 상황이 즐거워서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입가에 지어지는 미 소를 참으며 물었다.
그의 말에 영식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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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든 상관없습니다. 이제 전 당신을 섬기기로 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렇게 대답을 피하지 말 고. 어때? 저 늙다리를 살려줄까 말 까‘?”
그의 말에 영식은 입을 다물었다. 영식은 자신을 바라보며 덜덜 떨고 있는 길수를 바라보았다.
지독한 배신감에 그에게 거친 욕설 을 쏟아내도 모자를 판에 그는 어딘 가 애처롭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바 라보고 있었다.
“……내가 자네에게 마음의 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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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 같구만.”
몸을 떨던 길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영식에게 말했다.
그는 아무리 영식이 그를 배반한다 고 하더라도 마음속에서는 괴로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영식은 차가운 목소리 로 말했다.
“죽이죠. 솔직히 저 늙은이가 계속 착한 척 지랄하는 게 마음에 안 들 었거든요.”
“너 이 개새끼! 아저씨에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영식의 말에 머리끝까지 분노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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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길수는 21세기 한국에 저런 착한 사람이 존재하는구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친절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니 처음 기억 을 잃은 채 눈을 뜬 영식에게 도움 을 준 것도 길수라고 했다.
그녀는 어떻게 사람이 저토록 잔인 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 다.
‘결국 너도 똑같은 놈이었어……!’
그녀는 거칠게 입술을 깨물며 영식 을 노려보았다.
2주간 그와 함께 지내보면서, 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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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길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 고 생각했다.
그녀의 외모만 바라보며 멍청하게 욕망을 불태우거나, 질투에 차서 욕 을 쏟아내는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다른 사람과 조 금도 다를 것 없이, 아니,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더욱 잔혹한 심성 을 가지고 있었다.
“하하하하! 그럼 네 의견에 따르도 록 하지!”
남기태는 배를 잡은 채 폭소를 터 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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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길수를 돌아보며 나지막이 입 을 열었다.
“죽여 버려.”
“예.”
그의 말에 영식은 아무런 감정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 였다.
남기태는 그런 영식을 바라보며 눈 을 빛냈다.
‘너무 위험한 놈이야.’
그는 영식을 부하로 받아들이려는 생각을 재빠르게 접었다.
그는 너무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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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자신이 조금만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밑에서부터 씹어 먹고 자 신의 자리를 꿰찰 놈이었다.
이런 싹은 처음부터 깔끔하게 쳐내 는 것이 좋았다.
‘저 늙은이가 죽으면 바로 목을 따 주지.’
남기태는 손에 쥔 검을 움켜잡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영식은 검을 쥔 채 길수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저리 꺼져, 이 나쁜 새끼야!”
아라는 평소에는 전혀 보여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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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훙분한 모습으로 영식에게 소리 쳤다. 그녀는 검을 쥔 영식을 향해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영식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녀의 배 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퍼 억!
“꺅!”
영식의 주먹에 얻어맞은 아라의 몸 이 바닥에 뒹굴었다.
영식은 그런 그녀에게 시선조차 주 지 않고 검을 들어올렸다.
남기태는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영 식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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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식 군.”
길수는 처참하게 일그러진 표정으 로 영식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 농밀한 절망이 내려 앉았다. 길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 개를 떨어뜨렸다.
그는 항상 이런 식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의 사정 이 어려울 때도 남들에게 도움을 주 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착하게 사는 것이, 마음을 풍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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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사는 것이 그는 어떤 삶보다 가 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 것은 온갖 사 기를 당해 얻은 막대한 빚더미와 멸 시와 조롱에 가득 찬 시선이었다.
병신. 호구.
그는 자신이 도와주려고 한 사람에 게 셀 수도 없이 조롱당했다.
그럼에도 그는 착하게 사는 것만이 사람으로서의 도리라는 생각을 바꾸 지 않았다.
설사 자신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고 하더라도.
설사 자신이 끝끝내 조롱당한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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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라도 그것이 옳은 길이라고, 길수 는 생각했다.
길수는 두 눈을 감았다.
이 세계에 오고 2주간.
우습게도 그는 꽤나 이곳 생활이 즐겁다고 생각했다.
지독한 조롱만이 가득한 그의 삶 속에서, 처음으로 안식처를 얻은 기 분이었다.
길수는 투명한 눈물을 홀리며 두 눈을 감았다.
영식이 그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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렀다.
남기태는 낄낄 웃음을 터뜨리며 원 래 목표였던 서아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곧 있으면 이뤄질 쾌락의 시간이 너무나 기대되어 참을 수 없었다.
그리고.
영식은 길수를 향해 휘두르던 검을 손에서 놓았다. 그의 몸이 반 바퀴 를 돌며 남기태를 향했다.
영식은 오른 주먹을 굳게 움켜잡은 채 남기태를 향해 겨눴다.
제트기의 분사와도 같은 강렬한 불 꽃이 그의 오른팔에서 뿜어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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