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업 머신 004화
강제해방(1)
남기 태.
그는 한때 대한민국을 주름잡던 조 폭 중 하나였다.
국내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칠 성파의 조직원으로서 특유의 카리스 마와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함, 빠 르게 돌아가는 잔머리를 활용하여
2/29
젊은 나이부터 간부직을 꿰찬 조폭 계의 엘리트였다.
타고난 힘과 반사 신경도 엄청났기 때문에 싸움도 굉장히 잘했던 그에 게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여색이 굉장히 심하다 는 것이었다.
그들이 관리하는 매춘부들에게 손 을 대는 것은 다른 조직원들도 종종 하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그는 그것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새롭고, 자신이 손에 넣기 힘든 여인을 갈구했다.
그 광적일 정도의 집착은 도를 넘
3/29
어서 일반인에게까지 뻗어나갔다.
그는 자신이 눈여겨 본 여인들을 납치까지 하며 그의 욕망을 풀었다.
그리고 당연히 경찰에 덜미가 잡혀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날려 버리고 말았다.
강력범죄 검거율로 따지면 세계에 서 손에 꼽히는 한국에서 대놓고 미 친 짓을 하는데 아무리 그가 영향력 있는 조직의 간부라고 해도 잡혀 들 어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는 아랫도리를 함부로 휘두 르면 인생을 망친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사람들 사이에 새겨주는 계기
4/29
가 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차차 잊혀 갔다.
하지만, 평생 감옥에 갇혀 썩을 운 명만이 남아 있던 그에게 기회가 주 어 졌다.
그의 눈앞의 공간이 벌어지며 그를 이제까지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새 로운 규칙이 지배하는 세계에 발을 딛게 해준 것이다.
‘역시 내가 그렇게 끝날 리가 없 지.’
남기태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는 검을 장난스럽게 휘둘렀 다.
5/29
오크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을 죽이 고 얻어낸 무기였다.
이 세계는 그에게 있어서 천국이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딱 봐도 이용해 먹기 좋게 순해빠졌고, 공권력은 당 연히 손을 뻗지 못했다.
그는 괴물을 피해 함께 도망간 사람 들을 모아 간단한 조직을 만들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괴물이라는 공포에 떨고 있는 사람 들은 뭉쳐서 힘을 합치길 원했고, 그들을 이끌어줄 리더를 갈구했다.
6/29
남기태는 그런 나약한 인간들의 리 더가 되어준 것뿐이었다.
-퍼억
“커헉! 컥!”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통스러운 비 명이 숲속에 울려 퍼졌다.
남기태는 입술을 핥으며 그의 부하 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의 부하들은 바닥에 몸을 웅크린 청년 하나를 처참하게 짓밟고 있었 다.
남기태는 조직을 만든 후 이렇게 같은 인간을 ‘사냥’하면서 부하들에
7/29
게 폭력을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그들의 도덕적인 관념을 무너뜨리 고, 폭력을 휘두르는 것에 망설이지 않는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남기태의 계획은 성공했고, 그들의 부하들은 살인도 서슴지 않는 인간 으로 타락했다.
“그, 그만해 이 자식들아!”
나무뿌리로 만든 밧줄에 묶인 남자 가 거칠게 몸을 비틀었다.
부하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 는 남자와 함께 있던 동료였다.
남기태는 그런 남자의 머리를 거칠 게 걷어찼다.
8/29
-퍼억
“너무 시끄럽게 굴지 마. 그러다가 주변에 돼지새끼들이 몰려오면 어쩌 려고 그래?”
그는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묶여있는 남자는 두 눈 에서 눈물을 홀리며 그에게 애원했 다.
“부탁입니다! 제발, 제발 멈춰주세 요!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습니다!”
“아아, 그럼 먼저 그 시끄러운 입 좀 닥쳐 봐.”
9/29
남기태는 애원하는 남자의 목소리 를 가볍게 흘려들으며 깊게 숨을 들 이쉬었다.
그의 시선에는 10명이 넘는 부하 들이 광기에 젖은 채 한 남자를 둘 러싸고 거칠게 발길질을 하는 모습 이 보였다.
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지 었다.
‘이 기세면 오크 세 마리도 문제없 겠군.’
광기에 물든 집단은 강했다.
설사 그 상대가 인간이 아닌 괴물 이라고 할지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릴
10/29
수 있을 정도로.
오크라는 이름을 가진 괴물을 처음 봤을 때는 과연 인간이 저 괴물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막상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하게 되 니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는 그렇 게 두려운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깨 달을 수 있었다.
그들은 힘은 강했지만 움직임이 느 렸고, 멍청했다.
다수가 달라붙어서 시선을 분산시 키는 방식으로 싸우면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었다.
오크들을 죽이고 그들의 무기를 탈
11/29
취한 그의 부하들은 3~4명만 모이 면 안정적으로 오크를 상대할 수 있 을 정도가 되었다.
다행히 오크들은 보통은 하나, 많 아봐야 셋 정도가 함께 다녔기 때문 에 지금 그들의 부하들만으로 충분 히 상대할 수 있는 적이었다.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어느 정도 줄어들자 그들의 비틀어진 광기는 같은 인간을 향했다.
약탈하고, 죽이고, 능욕했다.
남기태의 적절한 지시에 의해서 완 전히 타락한 그들에게는 더 이상 인 간성이란 단어를 찾아보기 힘들 정
12/29
도였다.
“흐윽……. 대체 왜, 왜 그러는 거 예요……. 같은 사람이잖아요. 흐어 어엉.”
묶여 있는 남자는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남기태는 씨익 입가를 비틀며 그의 입 안에 검을 살짝 찔 러 넣었다.
날카로운 검이 입 안으로 들어간 남자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바 들바들 몸을 떨었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이지.”
남기태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쥔
13/29
검을 힘차게 내질렀다.
남자의 목이 꿰뚫리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커헉.”
남자는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그대로 절명했다.
남기태는 피가 홍건히 묻은 칼을 땅에 비벼 닦으며 그의 부하들을 향 해 고개를 돌렸다.
“자, 거기까지 하고 이제 슬슬 돌 아가자고.”
아무리 숫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숲 속의 밤은 위험했다.
14/29
시각에 의존하는 부분이 가장 큰 인간에게 있어서 칠흑 같은 숲속의 밤은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예, 형님!”
그의 말에 부하들은 빠릿빠릿한 목 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전까지 광기에 물든 표정으로 같은 인간을 두들겨 팼던 인간이라 고 보기 힘든 절도 있는 목소리였 다.
그들은 자신들을 괴물의 위협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다른 사람을 짓밟 는 것에 대한 쾌락을 가르쳐준 남기 태를 향해 맹목적인 신뢰의 눈빛을
15/29
보냈다.
“혀, 형님!”
그때 였다.
주변 정찰을 보냈던 부하 한 명이 헐레벌떡 그에게 달려왔다.
남기태는 눈살을 일그러뜨리며 물 었다.
“뭐야? 돼지새끼들이라도 나타났 냐?”
“아닙니다!”
그의 물음에 부하는 환희와 다급함 이 뒤섞인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왜 여기에 그 모델 년 하나 오지
16/29
않았습니까?”
“아, 서아라?”
남기태는 눈을 반짝이며 한 여인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숨이 막힐 정도의 외모와 늘씬하게 뻗은 몸매, 함부로 손대기도 힘들 것처럼 차갑고 도도한 분위기까지.
그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여인이었 다. 아니, 그녀 정도의 미녀가 취향 이 아니라는 남자는 정말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저 아래 냇가에서 그년을 발견했 습니다!”
“뭐라고?”
17/29
부하의 말을 들은 남기태는 자리에 서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빛이 일 그러진 광기로 번들거렸다.
안 그래도 여자라면 사족을 못 쓰 는 남기태에게 있어서 서아라는 다 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먹음직 스러운 먹잇감이었다.
처음에 오크들의 무리에게서 도망 쳤을 때 그녀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 던 사람들에게 떠밀려 그녀가 넘어 지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그녀가 살 아 있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 데 운 좋게 살아남은 것 같았다.
“몇 명이랑 같이 있었지?”
18/29
남기태는 기대감에 부푼 목소리로 물었다.
일반인이 이 끔찍한 숲속에서 2주 넘도록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남기태는 그녀가 일행을 데리고 있 을 것이라 확신했다.
“두 명이었습니다. 한 명은 좀 멍 청해 보이는 아저씨였고 다른 한 명 은 이십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새끼 였습니다.”
“고작 두 명이라…… 그년이 어지 간히 허리를 흔들어댔나 보구만.”
남기태는 그 두 명도 서아라의 몸
19/29
을 노리고 접근했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가 아니라면 별반 전투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여자를 데리고 있 을 이유는 없었을 테니까
“헤헤. 이번 기회에 그년을 한번 맛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그에게 정보를 물고 온 부하는 음 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남기태는 어떤 여자에게 손을 대더 라도 그의 부하들이 즐길 수 있도록 베풀어주었다.
“낄낄낄. 좋지.”
남기태로서도 거절할 필요가 없는 제안이었다.
20/29
남기태는 비열한 미소를 입가 머금 은 채 자리에서 일어섰다.
고작 두 명이라면 기습을 할 필요 도 없었다.
그는 부하들을 향해 은근한 목소리 로 말했다.
“혹시 여기서 그냥 돌아가고 싶은 고자새끼 있어?”
“하하하! 빨리 가죠, 형님!”
그의 말에 부하들은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며 환호 성을 내질렀다.
그들의 눈이 농밀한 탐욕에 물들었
21/29
다.
남기태는 투박한 검을 빼어들며 그 의 부하가 말해준 냇가로 향했다.
? ? ?
“끄응, 그러고 보니 여기에 온 이 후로 한 번도 씻지도 못했군.”
냇가에서 물을 받아온 후 은신처인 동굴로 향하는 와중 길수가 답답하 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에 영식은 쓴웃음을 지었다.
“씻을 만한 여유가 없으니까요.”
22/29
억지로 시간을 만들면 몸을 씻을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야 있었지만 영식은 굳이 그러지 않았다.
씻기 위해서는 옷을 벗고 냇가 안 에 들어간 후 몸을 담그고 나와야 했는데 그 사이에 기습이라도 당하 면 대처하기 힘들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먼저 오크를 발 견하고 미끼를 이용해 기습을 해서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선 공을 당하기라도 했다가는 큰 위험 에 처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간단한 세안 정도 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23/29
단호한 영식의 목소리에 아라는 아 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평소에 몸을 깔 끔하게 관리해 오던 그녀에게 있어 서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재대로 씻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끔찍한 일이었다.
특히 영식이 오크들이 사람의 체취 를 맡고 습격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꾸준히 홁을 몸에 뿌렸기 때문에 그 찜찜함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을 정 도였다.
“휴우……
24/29
아라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깊은 한 숨이 홀러나왔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욕심을 부릴 수는 없었다. 어떤 것도 목숨 이상 의 값어치를 하지는 않았으니까.
-부스럭.
그때, 영식의 귓가에 수풀이 부스 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 곳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 니었다. 그들의 주변을 둘러싸듯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은 영식의 표정이 딱 딱하게 굳었다.
25/29
“주변에 누가 있습니다.”
영식은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의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더욱 커졌다.
“히야, 진짜 서아라잖아? 이거 운 이 좋구만.”
수풀 속에서 한 사납게 생긴 외모 를 가지고 있는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자의 정체는 그들을 ‘사냥’하기 위해서 찾아온 남기태였다.
남기태는 휘파람을 불며 서아라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26/29
이제까지 그가 겪어본 어떤 여인들 보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는 여인이었다.
“..길수 아저씨. 싸울 준비 해주
세요.”
길수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람들 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표정을 굳혔 다.
그는 왜 괴물도 아닌 사람들이 이 렇게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자신 들을 둘러싸는지 남기태의 말 한마 디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호오, 왜 그래 같은 사람끼리? 우 리 사이좋게 대화로 해결해 보자
27/29
고.”
“손에 든 검이나 내려놓고 지껄이 시지.”
영식은 남기태의 손에 들린 검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의 말에 남기태는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상황 판단이 나쁜 놈은 아닌 것 같네. 어때? 내 밑으로 들 어오는 건. 걱정하지 마. 나는 꽤 자비로우니 지금처럼 그년을 맛볼 수 있게 해주지.”
노골적인 그의 말에 영식은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
28/29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의 숫자는 못 해도 10명 이상.
영식이 눈을 뜬 이례 최악의 상황 이었다.
2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