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클럽 제우스의 지배자이지만, 마음에 드는 서브미시브가 없어서 팍팍한 삶을 살고 있는 외주 컨설팅 팀장 김재혁과, 서브미시브라는 성향은 알고 있으나, 어린 시절 두 번의 파양으로 상처를 간직하며 사느라 경험이 없는 햇병아리 신입사원 신루의 섹시하고 달콤한 DS 이야기. “처, 처음이면 안 됩니까? 처음을 더 좋아하는 도미넌트도 있다고 하던데….” “그래요. 물론 그런 도미넌트가 있겠죠.” 마치 자기는 아니라는 듯 무심한 목소리와 단호한 표정이 루의 목을 옥죄었다. 그에 비해 부족하고 모자란다는 건 알고 있었다. 이렇게 들이대는 게 매력이 없다는 것도 너무 잘 알아서 문제였다.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머릿속으로 그려보기도 했고 꿈에서도….” “꿈? 상대는?” 훅 들어온 질문에 루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상대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재혁이었다. “죄송합니다.” “하, 상대를 말하라는데 왜 죄송하대?” “그, 그게요. 상대가….” “설마, 납니까?” “…….” 루는 고개를 떨군 채 숨을 몰아쉬었다. 옷을 다 입고 있는데도 발가벗겨진 느낌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루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어요. 저를 받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재혁은 입을 꽉 다문 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루는 떨군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팀장님 반찬 삼아서 자위한 건 죄송해요.” 처벌을 기다리는 죄수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 거라는 근거 없는 믿음이 있었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던 재혁이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었다. “플레이를 해 보지 않고서는 확실한 성향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나로서는 루 씨가 성향자였으면 좋겠지만 아닌 사람을 억지로 리드하는 건 꽤 귀찮고 상처가 되는 일이라….” 고개도 들지 못하고 있던 루가 돌연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재혁의 팔을 덥석 잡고 자신의 행동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재혁은 할 테면 해 보라는 듯 그저 덤덤히 루를 바라볼 뿐이었다. 뭐든 할 게 있으면 해 보라는 듯이. “성향자 맞습니다. 매일 상상해요. 누군가에게 복종하고 맞고 당하는 장면을. 벗어나려고 해 봐도 안 됩니다. 도와주세요. 연인이 안 된다면 플레이 파트너라도 좋아요. 기회를 주세요. 해 보고 마음에 안 드시면 그만두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