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번 자세>
어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위험한 사랑에 빠지도록 운명이 지어져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렇게라도 사랑할 수 있다면 영혼을 팔아서라도 사랑을 살 테니.
* * *
문 앞에서 차오르는 숨을 삼켰다. 약속 시각은 여섯 시. 지금은 5분 전이니까 다행히 늦었다고 혼나진 않을 거였다. 떨리는 손을 올려 벨을 눌렀다. 문이 열리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조바심이 나서 마른침을 삼키고 발을 동동 굴렀다.
붉어진 뺨이 신경 쓰여서 차가운 손등으로 뺨을 눌렀다. 열기가 좀 식는 것 같을 때쯤 문이 열리고 그가 고개를 내밀었다.
“루, 어서 와.”
뺨에 올려진 손을 그가 다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심장이 쿵쿵 뛰어서 들어갈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거기 서서 뭐 해? 들어와.”
그가 문을 활짝 열었다.
루에게 그는 언제나 무서운 사람이었다. 별것 아닌 행동에도 몸이 벌벌 떨렸다. 인사도 하지 못하고 열린 문 안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알아서 와. 기다릴게.”
루가 떠는 게 무색할 정도로 재혁은 다정한 태도로 말하고 돌아섰다. 거실에 있는 소파까지 걸어간 그가 느른하게 몸을 기대며 앉았다. 루가 아직 현관에 서 있다는 건 잊은 사람처럼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 피시를 들어 전원을 켜고 일을 시작했다.
기계의 전원이 켜지는 소리와 단정하고 기다란 손가락이 액정을 툭툭 두드리는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편안해 보이는 니트와 면바지 차림이었지만 구김 하나 가지 않은 옷은 틈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견고했고, 단정하게 넘긴 머리카락은 멋있었으나 사람을 긴장시켰다.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시계의 초침 소리가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 루는 입술을 꽉 깨물고 천천히 신발을 벗어 거실에 발을 들여놓았다.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어 벗어서 단정하게 개어 놓고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분명 사락거리는 셔츠 소리와 지퍼가 내려가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도 재혁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심각한 얼굴로 패드만 주시할 뿐이었다.
그런 그를 힐끔 바라보다가 나머지 옷들도 다 벗어서 셔츠 위에 차례대로 개어서 올려 두었다.
이 집 안에서 루에게 허락된 것은 붉은색의 초커뿐이었다. 가끔 플레이할 때 안대를 씌워 주거나 수갑을 채워 줄 때도 있었지만 스스로 착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현관 옆 신발장에서 초커를 꺼내 목에 둘렀다. 하얀 피부에 어울리는 붉은색 초커가 목에 알맞게 채워졌다.
거의 매일 하는 일이었지만 할 때마다 부끄러워서 도망치고 싶었다. 초커에 물이 든 듯 온몸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손을 목 뒤로 돌려 초커가 잘 채워진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를 향해 조심히 다가갔다. 걸을 때마다 흔들리는 아래를 손으로 가리고 싶었지만 그랬다가 그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큰일 날 터였다.
움직이지 않는 걸음을 억지로 떼며 겨우겨우 그의 앞에 섰다. 사지가 벌벌 떨렸다.
루가 왔다는 것을 알 텐데도 재혁은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런 태도를 원망하지 않고 그의 앞에 얌전히 무릎을 꿇었다.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 걸까.’
전에도 이렇게 혼자 기다리다가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걸었을 때 엄청나게 혼났던 걸 기억하고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참아야 해.’
눈을 질끈 감고 그에게서 무슨 말이라도 나올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 떠.”
나지막한 목소리에 오싹하게 소름이 돋았다. 반사적으로 눈을 떠 그를 바라보니 재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눈빛만으로 벌써 지릴 것 같았다. 배 속이 간질거리고 아래가 벌름거렸다.
이렇게 조금만 더 지나면 발기할 것만 같아서 루는 어떻게든 무릎을 붙여 커지려는 중심을 숨기려고 하다가 그에게 머리채가 잡혔다.
“아읏!”
평소보다 훨씬 더 센 힘이었다. 얼른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야 했다. 잘못한 걸 빨리 생각하지 않으면 더 혼나니까. 뭘 잘못했더라? 아, 맞다. ‘눈 떠.’라는 그의 명령에 대답하지 않고 발기한 걸 숨기느라 급급한 게 잘못이었다.
그러나 루가 자신이 잘못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마른 몸이 커다란 손에 잡혀 엉망으로 이리저리 휘둘리다가 테이블에 걸쳐졌다.
가슴에 닿은 차가운 감촉을 느낄 새도 없이 엉덩이에 손바닥이 떨어졌다. 찰싹! 하얀 살결에 붉은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센 힘이었다. 갑작스러운 자극에 루는 어깨를 떨며 신음했다.
“흐으… 으으.”
잘못한 것을 묻지도 않고 왜 때리는지 설명도 해 주지 않고 연속으로 다섯 번이나 손바닥이 닿았다가 떨어졌다. 양쪽을 번갈아 가면서 맞았다면 좀 덜했을 텐데 한쪽만 맞아서 살이 터져 나갈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아픈 곳을 만질 수도 없었다.
루는 손을 뻗어 그의 허벅지를 잡고 빌었다.
“자, 잘못… 아읏!”
빌기도 전에 다시 맞은 곳에 손바닥이 닿았다. 머릿속에 불이 번쩍 켜졌다가 사라졌다. 맞을 때마다 후회하면서 왜 이렇게 멈출 수가 없는 걸까.
“사과하는 법이 틀렸잖아.”
다시 찰싹! 엉덩이에 손이 떨어졌고 열감이 피어난 곳에 차가운 공기가 닿자 간질간질한 쾌감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차라리 아픈 게 더 견디기 쉽지 증폭되기만 하는 쾌감은 더 큰 고통이었다. 루가 소리 높여 애원했다.
“저, 제대로… 다시… 으악!”
“씨발, 처맞으면서 좆 세우지 말랬지. 지금 이게 상이야? 어?”
“자, 잘못했… 아으, 아아!”
재혁이 머리채를 잡고 루의 고개를 확 젖혔다. 눈앞의 것을 다 발라먹을 듯한 시선에 몸서리가 쳐졌다. 아래를 세우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섰다. 저렇게 바라보는데 어떻게 참으란 말일까. 그건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뭘 잘못했어?”
“대, 대답을 안 했어요.”
“왜 안 했는데?”
“조, 좆 설까 봐요.”
“뭐?”
“아까 저 보시는데 좆 설 거 같아서요. 흐흑. 잘못했어요.”
“…미치겠네.”
재혁의 눈이 번득였다. 시선을 마주하고 있던 루의 밑구멍이 잔뜩 조여들었다. 재혁의 반대편 손가락이 루의 입 속을 쑤시기 시작했다.
“구멍 찢어지기 싫으면 제대로 적셔 놔.”
“흡… 으윽.”
입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던 손가락이 빠져나갔다. 타액으로 질척하게 젖은 재혁의 손가락이 루의 엉덩이를 잡아 벌리고 안을 쑤시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어온 차가운 공기에 내벽이 벌름거리며 조여들었다. 젤도 없이 쑤시는데도 아픈지 모르는 구멍이 수치스러웠다.
“으읏… 아, 아… 제발.”
오자마자 옷을 벗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엉덩이를 맞고 넣으면 안 될 곳에 손가락을 넣고도 몸은 달아오르기만 했다.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르는 게 느껴질 만큼 온몸이 새빨갰다.
지금 재혁이 하는 것은 루의 쾌감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근육을 풀어 주기 위한 배려도 아니었다. 그저 준비를 잘하고 왔나 아닌가 검사하기 위한 수치스러운 의도였다. 그랬음에도 죽을 것 같았다.
비록 루가 느끼는 곳을 눌러 주지도 않고 앞을 부드럽게 매만져 주지도 않고 엉덩이를 쓸어 주지도 않은 채 검사 명목으로 구멍을 쑤시고 있을 뿐이었지만 이것만으로도 벌써 쌀 것 같아서 테이블을 꽉 쥐어야 했다.
그의 손이 닿는 자리 자리가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비비기도 하고 누르기도 하는 손을 조금이라도 더 먹기 위해 빨아들이는 게 느껴졌다.
“으으… 하아, 아아!”
“누가 검사하는 데 느끼래. 버릇없네.”
찰싹, 자비 없는 손바닥이 붉어진 엉덩이를 가격했다. 더 느끼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을 생각인 듯 재혁은 구멍을 쑤시던 손가락을 뺐다.
“2번 자세.”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루가 측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떨었다.
“여, 여기서요?”
재혁은 턱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소파에서 하란 말이었다. 이럴 때 미적거리면 더 혼날 게 뻔해서 재빨리 몸을 일으킨 루가 소파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한쪽 팔에 다리 하나씩을 걸고 활짝 벌렸다.
성기와 구멍이 한 번에 다 드러나는 수치스러운 자세였다. 이것만 해도 견딜 수 없이 부끄러운데 2번 자세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루는 오금에 낀 팔을 조금 더 안으로 넣어서 엉덩이를 활짝 벌려 구멍이 잘 드러나게 했다.
자세가 흐트러질 때마다 맞았던 기억은 수치심 따위는 생각하지도 못하게 했다. 부끄러움보다는 자세가 틀리는 것이 더 두려운 일이었다.
싸늘한 눈빛으로 무심하게 구멍을 바라보던 재혁이 구멍에 대고 손가락을 톡톡 튕겼다. 참으려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쑤셔 주길 바라는 것처럼 구멍이 오물거렸다.
“자세 잡으면서 발정 나는 버릇은 언제 고쳐?”
억울한 말에 루의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하면 또 뭘 잘못했는지 모르고 빈다고 혼날 게 뻔했다. 그의 심기를 더 거스르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흑, 흐읏…….”
“시끄러워.”
울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흑, 끕…….”
눈물을 참으려고 숨을 삼키는 소리에 화가 난 재혁의 발이 허벅지를 향해 날아왔다. 불편한 자세로 겨우 중심을 잡고 있던 루의 몸이 갸우뚱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아윽, 흐으.”
일부러 쿠션이 있는 쪽으로 밀어서 그런지 하나도 아프진 않았지만 시키는 대로 했는데도 울었다는 이유로 발로 차인 게 억울해서 또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자세가 흐트러지면 더 혼날 걸 알면서도 서러워서 쓰러진 상태 그대로 엉엉 울었다. 그러면서도 재혁이 언제 다가와 혼낼지 몰라 심장이 벌렁거렸다.
“신루.”
“흑, 흐흑.”
“대답 안 해?”
“네, 네네. 죄송해요.”
“사과할 거면 소파에 좆은 비비지 말고 해야 진실성이 있잖아.”
“……?”
재혁이 또 꼬투리를 잡는 건가 싶어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재혁은 픽 웃더니 턱으로 소파와 루의 허리가 붙은 곳을 가리켰다. 루가 고개를 숙여 그곳을 봤더니 진짜 자기도 모르게 소파에 좆을 비비고 있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정말 답이 없는 새끼였다. 이럴 땐 주인님께 잘못했다고 비는 것밖엔 답이 없었다. 최대한 엉덩이를 뒤로 빼서 좆이 닿지 않게 한 후에 그를 애타게 불렀다.
“주인…님, 저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 다음부턴 절대로 좆 비비지 않을게요.”
“일단 벌은 받고 생각해 봐야지. 가져와.”
여기서 미적거리면 한 대 맞을 걸 두 대 맞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소파에 붙은 얼굴을 떼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다시 그에게 머리채가 잡혔다. 고개가 확 젖혀질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목을 압박하고 있던 초커가 젖혀진 고개 때문에 더욱 숨을 옥죄어 왔다.
“으악!”
루가 할딱거리며 몸을 비틀자 이번엔 손바닥이 가슴을 향해 날아왔다. 한껏 민감해진 가슴에 떨어진 손바닥에 열이 화끈하게 오르는 것 같았다.
“제대로 안 해?”
재혁이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질문했다. 뭘 잘못했는지 몰라서 루의 얼굴에 서러움이 차올랐다.
그러나 여기서 잘못한 게 뭔지 모른다는 말은 그의 화만 더 북돋을 뿐이었다. 발기한 성기는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고 구멍은 간지럽다 못해 저릴 지경이었다. 어떻게든 풀고 싶은데 그가 보고 있는 이상 루의 몸은 자기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만질 수도 없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던 루는 화가 난 재혁의 얼굴을 보며 몸을 굽혔다. 무릎을 꿇고 양손으로 바닥을 짚자 그제야 루의 머리채를 잡고 있던 재혁의 손이 떨어져 나갔다.
“개가 사람처럼 걸으려고 해서 잘못했어요.”
“그래.”
재혁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루는 바닥을 기기 시작했다. 침실까지 가서 침대 옆 협탁의 손잡이를 입으로 물어 빼내고는 그 속에 있는 회초리를 입에 물었다. 떨어뜨리지 않고 거실까지 가기 위해 힘을 꽉 주어 물었다. 입술 끝에서 타액이 질질 떨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다시 바닥을 기어 재혁이 서 있는 곳까지 가서 그의 발 앞에 회초리를 얌전히 내려놓았다.
재혁은 반응 없이 루를 내려다보고만 있었다. 또 뭐가 빠진 걸까. 빨리 생각해야 하는데 너무 울어서 그런지 생각이 잘 나지 않았다. 다행히 재혁은 손찌검하지 않고 루가 생각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 주었다. 루는 시간을 벌기 위해 그의 다리를 잡고 허벅지에 얼굴을 비비며 말했다.
“자, 잘못했으니까 벌을 주세요.”
루를 내려다보는 재혁의 눈동자가 뜨겁게 일렁였다. 눈을 맞추지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는 루의 목덜미가 화끈거렸다. 그 위로 재혁의 낮은 음성이 쏟아져 내렸다.
“다시 2번 자세.”
재혁의 말에 루는 바로 소파에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활짝 벌렸다. 다리를 걸어 놓은 팔이 덜덜 떨렸다. 어디를 때리려는 걸까. 회초리로 구멍을 맞으면 찢어질지도 몰랐다.
다음 일을 예상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그럼에도 조용히 다물지 못하고 벌름거리는 구멍이 수치스러워서 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매가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허벅지에 떨어졌다. 착! 착! 손바닥으로 맞았을 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다. 좁은 면적에 세게 닿는 매는 마치 칼로 도리는 것처럼 따가웠다. 아픔의 크기에 놀라 자세가 흐트러지자 팔뚝에 매가 떨어졌다.
“흐읏! 아파, 아파요. 흑흑.”
불에 덴 것 같은 팔을 뗄 수도 없고 따가운 곳을 만질 수도 없어서 큰 소리로 울기만 했다. 울면 좀 봐줄 줄 알았지만 재혁은 다시 종아리에 매를 때렸다.
머릿속에 불꽃이 번쩍 튀었다. 연속되는 아픔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아팠다.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도 배 속이 간지럽고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은 구멍이 혼자 오물거렸다. 구멍을 벌리고 있는 손가락이 점점 안으로 이동했다.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자극받고 싶었다.
들키면 안 될 텐데…….
아니나 다를까 루의 손가락이 안을 헤집는 것을 본 재혁이 회초리로 손등을 때렸다.
“시발, 거기가 어딘 줄 알고 더러운 손가락을 들이밀어. 내 구멍이잖아. 손 안 치워?”
“자, 잘못했어요. 너무 간지러워서… 흡.”
“왜? 구멍이 비는 게 못 참겠어? 쑤시게 해 줘?”
“네, 네네… 제발요.”
회초리가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에 몇 번 더 떨어졌다. 머릿속에 불꽃이 켜졌다 꺼지고 붉어진 살이 뜨겁고 간지러웠다. 더는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아직 재혁의 허락이 떨어지지 않았다.
공중에 뜬 다리가 흔들리고 억지로 벌리고 있는 구멍에 찬 공기가 들어왔다. 그러니까 더 간지러워서 엉덩이를 이렇게 저렇게 흔들었다.
재혁이 픽 웃으며 명령했다.
“꼴리게 쑤셔 봐. 그러면 좆으로 박아 줄 테니까.”
“감사합니다.”
“좆 만지면 죽는다.”
“네.”
자세가 흐트러져서도 손가락이 한 번에 들어가지 않고 꾸물거려서도 안 된다. 루는 잡은 다리에 힘을 준 채 손가락을 구멍 가까이 옮겼다.
“짝!”
영문을 알 수 없는 매가 다시 떨어졌다. 루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재혁을 바라보았다.
“발정 나서 중요한 말도 안 하면 곤란하잖아. 다시 해 봐.”
“아… 네! 저 구멍 쑤시는 거 봐 주세요. 잘 쑤실게요.”
루의 말이 끝나자 재혁은 반대편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꼬았다.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젓는 것을 보니 시작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그, 그럼 할게요.”
벌름거리는 구멍 속으로 한 번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조금 전 타액으로 적신 곳이긴 하지만 말라 버린 지 오래였다. 쾌감과 고통에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비명 같은 신음을 내질렀다.
“아악, 아, 아파요.”
“시발, 진짜. 요령이라고는 조금도 없지.”
재혁은 화가 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신경질적으로 소파 앞 테이블의 서랍을 열어 젤을 꺼냈다. 무성의한 손길로 젤을 짜서 구멍 앞에 대고는 낮게 읊조렸다.
“손가락 빼. 찢어지고 싶으면 말을 했어야지. 아직 뒷구멍 자위도 제대로 못 해.”
억울함에 눈물이 줄줄 흘러나왔다. 마음대로 자세를 풀어도 된다는 말을 해 주지 않았고 젤을 써도 된다는 허락을 해 주지도 않았다. 다른 건 멋대로 하면 혼을 냈으면서 루가 다칠 것 같으면 재혁은 필요 이상으로 화를 냈다.
루는 그런 재혁이 이해되지 않았다.
“죄송해요. 흑흑, 자세 풀어도 되는지 몰라서요.”
“닥쳐. 하던 거나 계속해.”
“네…….”
젤로 질척거리는 구멍이 손가락을 오물오물 조여 왔다. 간지러운 곳을 긁듯이 넣고 빼다가 어느 한 지점을 길게 누르자 호흡이 거칠어지고 높게 쳐든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벌써 느끼면 혼날 텐데. 참을 수 없는 쾌감에 얼른 손가락을 뗐다.
서늘한 눈으로 구멍을 보고 있던 재혁이 귀신같이 알고 명령해 왔다.
“누가 쉬래? 움직여.”
“흐읏… 네, 아아.”
손가락을 다시 움직였다. 이미 터질 것처럼 부푼 성기가 사정 직전임을 암시하듯 꾸물거렸다. 차갑고 서늘한 눈빛이 구멍을 뚫어 버릴 것처럼 쏘아보았다. 그러니까 더 흥분되었다.
‘이렇게 음란한 모습으로 구멍을 쑤시는 걸 보이고 있어. 으으… 눈빛이 뜨거워. 얼른 박아 줬으면.’
이런 생각을 하자 손가락이 멈추지 않고 빠르게 들락거렸다. 숨이 점점 거칠어지고 아랫배가 조여들 때쯤 눈치 없는 구멍이 한계까지 조여들며 몸이 경련했다.
“아아… 으아… 아.”
드라이 오르가슴이었다. 가도 된다는 허락을 맡지 못했는데…….
루는 숨을 몰아쉬며 재혁의 눈치를 살폈다. 눈이 마주친 재혁이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래도 우리 루가 맞고 싶은가 보네. 충분히 즐겼으면 손가락 빼고 다리 제대로 벌리자. 맞기 좋게 벌려야지. 응?”
루는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삼키고 아까처럼 양손으로 구멍을 벌렸다. 절정을 맞아 한껏 예민해진 곳에 찬 공기가 들어왔다.
찰싹! 공기를 가르던 회초리가 엉덩이에 떨어지며 구멍을 건드렸다.
“아아! 아파요. 아파… 주인님.”
뇌리를 강타하는 느낌이었다. 힘을 더 준 것 같지도 않은데 부드럽고 예민해진 곳이 자극되어서 그런 것 같았다. 너무 아파서 움직이면 자세가 흐트러졌다고 또 맞을 게 뻔해서 루는 쫙 벌린 손끝이 새하얘질 때까지 힘을 주며 벌렸다.
짝! 짝! 짝! 연속으로 회초리질이 이어졌다.
아픔을 참기 위해 루는 이리저리 몸을 비틀었다.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은 눈물범벅인 데다가 자세도 엉망이 되었다.
“처맞고 싶어서 허락도 없이 가 버린 거 아니야?”
“아니에요.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가… 흑흑.”
회초리를 든 재혁의 손이 올라오지 않는 걸 확인한 루는 아니라고 사정하며 빌었다. 손을 올리려다가 멈춘 재혁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더니 더 경악할 말을 내뱉었다.
“그럼? 이걸로 쑤셔 달라고 그런 짓을 한 거구나?”
“아니… 으악!”
아니라고 부정할 새도 없이 회초리가 구멍 속으로 쑥 들어왔다. 젤로 풀어진 곳이라 아프진 않았지만 낯선 촉감에 사지가 떨렸다.
“루, 구멍의 힘 안 빼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피 보고 싶은 건 아닐 텐데?”
한껏 낮은 목소리로 비아냥거린 재혁이 입구만 넣은 회초리를 안으로 더 집어넣었다. 느끼는 곳을 스치듯 지나간 삽입에 허리가 공중으로 튀었다가 내려왔다.
“으흐! 주, 주인님… 아니, 아니에요.”
“구멍을 이렇게나 조여 대면서 아니긴 뭐가?”
루는 붙잡고 있던 다리도 놓아 버린 채 그의 손목을 잡고 울며 매달렸다. 더 깊이 들어왔다간 배를 뚫을 것 같은 공포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주인님 걸 넣고 싶어요. 제발 넣어 주세요.”
루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 얼굴이 재혁을 더 미치게 한다는 것도 모른 채 백치처럼 울며 그의 바짓가랑이에 볼을 비볐다.
“제발요. 좆으로 쑤셔 주세요.”
루의 부탁에 재혁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더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깨가 움찔했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어떻게든 재혁의 화를 풀고 원하는 걸 얻어야 한다는 생각밖엔 없었다. 다시 회초리가 떨어지기 전에 루는 재혁의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이로 지퍼를 내렸다. 이미 발기할 대로 발기한 성기가 속옷 틈으로 빠져나오며 루의 볼을 때렸다.
“빨게 해 주세요. 잘 빨게요.”
“뭐가 예쁘다고 네 입에 내 좆을 물리지?”
굳은 표정이었지만 목소리는 한결 가라앉은 것 같았다. 화가 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루는 용기를 내어 튀어나온 성기를 혀로 핥았다. 지난번에 혀로 핥지 않고 덥석 물었다가 머리채가 잡혔던 게 기억나서 이번엔 손으로 잡지도 않고 혀만 꺼내어 선단을 살살 자극했다.
남자의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비린 맛이 느껴졌지만 크고 따뜻한 성기가 좋았다. 혀를 길게 빼 기둥을 아래위로 핥는 중에 다시 회초리가 어깨로 떨어졌다.
“아으!”
루는 핥던 걸 멈추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뿌옇게 흐려진 시야 사이로 자신을 차갑게 내려다보는 재혁의 얼굴이 보였다. 구멍이 조여들고 배 속이 간지러웠다.
“아직 좆도 제대로 못 빨아. 혀 내밀고 목구멍 열어. 언제까지 가르쳐 줘야 하지?”
루는 또 맞을까 봐 그가 시키는 대로 혀를 내밀고 성기를 깊이 베어 물었다. 크고 단단한 손이 뒷머리를 잡고 머리카락 사이로 파고들었다. 코가 음모에 비벼질 만큼 바짝 당겨졌다. 큰 성기가 단번에 목구멍을 뚫었다.
“흐읍… 윽!”
짝! 매가 엉덩이에 떨어졌다.
“누가 주인님 좆 빨면서 눈 감으래. 눈 안 떠?”
힐난하는 목소리엔 뜨거운 숨이 짙게 섞여 있었다. 루는 가빠지는 숨을 참으며 더 커지고 있는 성기를 깊게 빨아 당겼다. 혀를 뾰족하게 해서 기둥을 핥고 일부러 소리가 나게 입술을 모아 빨았다.
뒷머리를 잡은 재혁의 손이 단단했다. 성기가 지나간 자리가 뜨거워 혀가 델 것만 같았다. 요령도 부리지 못하고 파고드는 성기를 빠는 것을 반복하느라 루는 바깥에 던져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며 그의 허벅지를 붙잡았다.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이 더 깊이 꽉 눌러 성기가 한계까지 들어찼다. 숨이 막혀서 정신을 놓고 쓰러질 때쯤 재혁의 손이 머리에서 벗어났다. 혼날 걸 알면서도 숨을 쉬기 위해 고개를 뒤로 뺀 루가 숨을 헐떡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티, 팀장님… 흑… 수, 숨이.”
다행히 성기는 밖으로 빠져나갔지만 머리채가 잡혀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가만히 자신의 잘못을 떠올려 보던 루는 방금 그를 ‘팀장님’으로 불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혼내기 전에 먼저 빌었다.
“자, 잘못했어요. 숨이 안 쉬어져서 저도 모르게…….”
“시발, 내가 아직도 팀장님으로 보여?”
“주인님이요. 제 주인님…….”
“알면 제대로 물어.”
다시 커다란 성기가 목구멍을 뚫었다. 그가 머리를 잡고 앞뒤로 흔들 때마다 흐린 시야가 더 뿌옇게 변해갔다. 목구멍이 자극당할 때마다 아득한 곳으로 침잠하는 기분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흐려지는 의식 속으로 그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요령 부릴래? 이 세우지 말고 목구멍 끝까지 삼켜야지.”
입천장을 찌르던 기둥이 단숨에 안으로 밀려들어 갔다. 계속 부풀기만 하는 귀두가 목젖을 찌르고 숨을 가쁘게 만들었다. 다시 매가 떨어지고 그러면 놀라서 이를 세우다가 또 매를 맞고 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루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빨아도 재혁은 쉽게 사정해 주지 않았다. 숨을 못 쉰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고 코로 숨 쉬는 건 연습을 했어도 쉽지 않았다. 결국 루는 재혁의 허벅지를 때리며 고개를 물리고 숨을 한 번에 몰아쉬었다.
“켁, 켁켁.”
이대로 계속 펠라를 한다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루는 바닥에 누워 음란한 자세로 다리를 벌렸다. 고통이 쾌락으로 변하는 건 좋았지만 숨을 못 쉬어서 죽는 건 무서웠다. 살려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하니 수치스러운 것도 느끼지 못했다.
“주인님, 좆 박고 싶어요. 간지러워요. 긁어 주세요.”
루가 제 손으로 양쪽 다리를 쫙 벌리자 재혁이 무심한 표정으로 벌름거리는 구멍을 눈으로 훑었다. 시선이 닿은 자리가 움찔거렸으나 벌리고 있던 다리를 오므리지 않았다.
“귀엽게 구네. 애교가 늘긴 했는데 요령 피우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말이지.”
차갑고 서늘한 목소리가 맨살 위에 떨어졌다. 조금도 봐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휙! 공기를 가르던 회초리가 발기한 성기 옆 허벅지에 떨어졌다.
“아아악!”
아픈 건 아니었지만 성기를 맞을 수도 있었다는 공포감에 놀라 소리를 질렀다.
“엄살은.”
매가 다시 사타구니로 떨어졌다. 빗맞기라도 했다면 고환에 맞았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자 소름이 돋았다. 잡은 다리가 덜덜 떨렸다.
“왜? 때려 달라고 다리 벌린 거 아니야?”
루는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에요. 주인님, 제발. 으악!”
다시 매가 성기 근처에 떨어졌다. 저릿한 아픔이 하체를 감쌌다. 무섭고 아픈데 성기는 점점 더 부피를 불려 갔다. 이상한 일이었다. 짝, 짝. 연속으로 떨어지는 매질에 구멍이 계속 벌름거렸다.
“구멍 보이게 엉덩이 내려.”
아무리 아프고 정신이 없어도 명령은 들어야 했다. 루는 잡고 있던 다리를 더 위로 올리고 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붉은 구멍이 환하게 드러났다. 안이 오물거리고 있는 걸 보여 준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둥이 꺼덕거렸다.
재혁의 회초리가 다시 공기를 갈랐다. 엉덩이에 붉은 줄이 생겨났다.
“아으! 아아. 아아아!”
“좀 더 울어 봐. 예쁘게 울면 구멍도 때려 줄지 누가 알아?”
회초리 끝이 당장이라도 파고들 것처럼 구멍을 꾹 눌렀다. 재혁이 힘을 주자 루의 허리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구멍에 불편한 자극이 계속되었고 고통과 쾌감이 뒤섞인 자극에 루가 감전당한 사람처럼 몸을 떨었다.
“주, 주인님… 그, 그만요. 그만… 아아아.”
구멍에 와 닿는 자극만으로 사정할 것만 같은 기분에 루가 허리를 떨자 재혁이 다시 매를 공중으로 높이 쳐들었다. 구멍에 닿아 있던 것이 높이 오르자 당장이라도 매가 구멍에 떨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에 루가 자지러지며 그의 팔을 잡았다.
“주, 주인님… 자, 잘못했어요. 거긴 안 돼요. 마, 망가져 버리면…….”
“멈추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잖아.”
재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담담하게 말하고 다시 회초리를 들자 루가 결국엔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미워해요. 당신을 증오합니다.”
미워하고 증오한다는 말은 감당할 수 없는 플레이를 멈출 수 있는 그들의 안전어였다. 재혁은 허탈한 표정으로 회초리를 내려놓았다.
봄날의 눈이 녹듯 잔뜩 굳어 있던 얼굴이 풀리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견딜 수 있었을 텐데요. 내가 망가뜨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그럽니다.”
재혁이 커다란 손을 올려 눈물로 엉망이 된 루의 뺨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아무리 울어도 단 한 번도 돌아봐 주지 않던 플레이 때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랑스러운 것을 보듯 부드럽게 풀어진 눈동자가 루를 바라보다가 이마에 붙은 머리칼을 떼어 주었다. 눈, 코, 입 그리고 뺨과 목덜미에 차례로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졌다. 플레이 동안의 서러움을 다 씻어 버리는 것 같은 입맞춤에 훌쩍임이 멎어 갔다.
루가 안심할 수 없다는 듯 그의 표정을 여러 번 살피며 눈치를 보자 재혁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안전어를 말했잖아요. 플레이는 끝입니다.”
평소의 재혁이었다. 부드럽고 다정하고 웃는 모습이 눈부시게 근사한.
“잘못했어요. 아니, 미안해요.”
용기를 얻은 루가 재혁의 팔에 이마를 비비며 사과하고는 안전어를 말한 것 때문에 섹스를 해 주지 않을까 봐 두려워 그의 팔에 답삭 매달렸다.
재혁이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기를 머금고 루를 당겨 안았다. 따뜻한 손길이 안심하라는 듯 그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러게, 플레이는 좋아하면서 겁만 많아서는…….”
재혁은 루를 잘 알고 있었다. 루는 고통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수치스러운 것도 잘 참았고 고통을 주면 줄수록 흥분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루는 늘 참기만 했다. 어떨 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참아서 안전에 대한 자각이 없었다.
고통과 쾌감은 분명히 분리되어야 했고 본인의 몸을 소중하게 대할 줄 알아야 하는데 우는 게 좋아서 혹은 주인님에게 미움받는 게 싫어서 끝까지 참고 또 참았다.
오늘 루가 힘에 부쳐 하고 몇 번이나 안전어를 외치고 싶은 욕구를 참았다는 걸 알면서도 그를 더 몰아붙이며 두렵게 만든 것은 훈련시키기 위해서였다.
네가 안전어를 외쳐도, 굳이 다 참지 않아도 너를 미워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새겨 주고 싶었다.
재혁이 알기로 루는 타고난 서브미시브이긴 했지만 자신과 디엣 관계를 맺기 전에 플레이 경험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미움받는 것에 이토록이나 예민하고 무조건적으로 순종하는 걸까.
재혁은 자신에게 안겨 숨을 쉑쉑 내쉬는 그를 토닥이며 생각했다. 이 남자의 버릇을 고쳐 주고 싶다고.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그도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겁나서 플레이도 못 끝낸 주제에 위로는 받고 싶어? 응?”
재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품을 파고드는 루를 소중한 것을 대하듯 꼭 끌어안았다. 따뜻한 품에 안긴 루가 아직도 훌쩍이고 있었다.
“많이 아팠습니까? 아니면 무서웠어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요. 그냥 망가질까 봐…….”
루가 어깨를 움찔 떨며 재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기분이 상했나 상하지 않았나 확인하는 표정이었다.
재혁이 부드럽게 미소 짓자 루는 다리를 벌리며 웃음을 흘렸다. 노골적인 유혹이었다. 조금 전 펠라를 받느라 밖으로 튀어나와 있던 성기가 은밀한 곳에 문질러졌다.
“헉…….”
루가 신음하며 뜨거운 시선으로 재혁을 바라보았다. 재혁이 응하지 않자 부끄러운 마음에 곧 고개를 숙여 버리고 말았지만 아래를 문지르는 것은 멈추지 않았다. 얼른 넣어 달라는 모습에 재혁이 픽 하고 웃었다.
“뭐가 예쁘다고 넣어 달래?”
재혁이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던지며 물었다. 루가 거칠게 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섹스하고 싶어요. 넣어 주세요.”
“조금 더 꼴리게 말할 줄 알잖아?”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술만 벙긋거리자 재혁이 짓궂은 표정으로 붙어 있는 몸을 뗐다.
“루 씨… 안전어를 말하면 그날은 그만하는 거 아니었어요? 증오하고 싫어하는 사람한테 박히는 취미가 있나 봅니다.”
재혁이 일부러 존댓말을 쓴다는 걸 알았다. 섹스할 때 쓰지 않는 존댓말을 쓴다는 건 해 주고 싶은 생각이 아직 없으니 더 애를 써 보라는 말과 같았다.
루는 다리를 한껏 벌리고 제 손으로 구멍을 문질렀다. 한 번만 부끄러우면 간지러운 곳을 긁을 수 있다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 그가 듣고 싶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망가지고 싶어요. 거칠게 박아 주세요.”
수치스러운 말을 하느라 잔뜩 붉어진 얼굴과 질끈 감은 눈이 매혹적이었다. 재혁의 성기는 더 부풀 수 없을 만큼 부풀었고 플레이를 할 때부터 구멍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 난 상태였다. 맛있는 건 좀 늦게 먹어도 좋겠지. 재혁은 그런 생각을 하며 붉은 구멍에 시선을 둔 채 입맛을 다셨다.
“눈 뜨고 나 봐야지. 그래야 망가뜨려 줄 거 아냐.”
루의 눈꺼풀이 살짝 들리고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음란함의 극치를 보여 주는 모습에 재혁은 그가 원하는 대로 거칠게 다리를 잡아당겼다. 이미 풀어질 대로 풀어진 구멍은 뿌리 끝까지 박아 넣었는데도 쑥 밀려 들어갔다.
“아아아! 아, 아파…….”
재혁의 해외 출장으로 인해 거의 3주 만의 삽입이었다. 다물려진 구멍이 부푼 기둥을 받기는 무리였다. 분명 아픈데 몸은 고통을 쾌락으로 받아들이는지 한계까지 내벽을 확장하며 성기를 잘도 빨아 먹었다. 빠듯하게 물고 있는 내벽이 경련하며 그의 성기를 기꺼워했다.
“으읏… 아.”
“내가 안 박아 줬는데 왜 이렇게 헐렁해? 어디서 다른 좆이라도 품고 왔어? 응?”
“아니… 그런 거 아이… 아, 아아!”
물어 놓고 대답할 틈도 주지 않은 재혁이 귀두를 입구까지 빼냈다가 다시 깊이 처박았다.
“아으… 아아!”
느끼는 곳을 비켜서 자극하는 성기의 움직임에 루가 입을 벌리고 몸을 덜덜 떨었다. 플레이할 때 체력 소모가 많아서인지 몸에 힘을 주기도 힘들었다.
찰싹! 재혁이 루의 엉덩이를 쳤다.
“조여. 힘주라고.”
재혁이 으르렁거리며 상체를 숙여 루의 목덜미를 물었다. 머리채가 잡힌 순간부터 루가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때까지 깊고 거친 삽입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