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디비전 시리즈 03
2회 초.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공격.
첫 타자는 노장 그렉스였다.
그에게 이번 시즌은 그 어느 시즌보다 특별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는 신인들은 앞만 보고 달리지. 언제 올스타가 되고, 언제 서비스 타임에서 벗어나고 언제 FA가 되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게 되지. 하지만 15시즌쯤 뛰고 나면, 어떻게 될까? 15시즌을 뛴 선수에게 올스타 횟수는 중요하지 않아. 그의 커리어는 이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으니까. 언제 어떻게 마침표를 찍을 것인가? 그것이 그에게는 가장 중요해.’
그렉스는 마운드 위에 서 있는 투수를 시야에 담았다.
‘저 친구도 젊군.’
마린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그 말인 즉, 메이저리그에서 6년을 풀시즌으로 뛰었다는 뜻이었다.
그런 마린도 은퇴를 앞두고 있는 그렉스 앞에서는 젊은 투수였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을 향했다.
‘빨라.’
그렉스는 배트를 냈지만 마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전성기 시절에는 100마일(161km) 패스트볼도 따라갔던 그였다.
그러나 늙고 지친 지금.
그의 배트는 젊은 투수의 패스트볼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래도 아직 내 시즌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렉스는 다시 배트를 들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마린의 패스트볼을 공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10시즌이 넘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었다.
‘마린은 좋은 투수다. 좋은 투수들은 대부분 같은 코스에 두 번 공을 던지지 않지.’
마린은 아마도 안쪽으로 로케이션을 가져가고자 할 것이다.
‘아마도 빠른 공. 코스는 안쪽 스트라이크존.’
그렉스는 두 번째 공에 앞서 배트를 2cm 정도 짧게 잡았다.
이 작은 변화는 포수나 투수도 쉬이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작은 변화는 그렉스의 배트 스피드를 끌어 올리는데 도움이 되었다.
‘준비는 끝났다.’
배트를 세우자 마린이 투구에 들어갔다.
슉!
이번에도 빠른 공.
코스는 예상대로 안쪽이었다.
‘제구력을 앞세운 로케이션이군.’
배트가 힘차게 공을 쫓았다.
딱!
경쾌한 타격음.
공은 내야를 지나 외야로 뻗어나갔다.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키를 넘어갑니다!”
그렉스의 타구가 좌익수와 중견수 사이에 떨어졌다.
젊음이 있었다면 2루를 넘볼 수도 있는 타구.
그러나 그렉스는 발을 멈췄다.
‘무리야. 지금 내 다리로는 중견수의 어깨를 이길 수가 없어.’
중견수 자일스는 공을 잡은 다음 강하게 2루에 송구했다. 그리고 그가 던진 공은 정확하게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그렉스는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뛰었다면 2루에서 죽었겠군.’
노장의 힘은 정확한 판단력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탬파베이, 선두 타자가 1루에 나갑니다.”
“그렉스가 아울이 해내지 못한 것을 해냈군요.”
마린은 안타를 맞은 직후 미간을 좁혔다.
“노장은 패스트볼에 약하다. 누가 만든 격언인지 모르겠군.”
그는 고개를 흔들곤 다음 타자를 상대했다.
6번 타자 머레이 그는 탬파베이 외야의 중심을 잡아주는 타자였다.
그러나 이번 시즌 타격은 썩 좋지 않았다.
딱!
빗맞은 타구가 3루수 글러브에 들어갔다.
“3루수 그대로 1루에 송구합니다.”
타구가 깊었기 때문에 2루로 향하는 그렉스를 잡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1사 2루. 탬파베이, 스코어링 포지션에 주자가 나갑니다.”
“여기서 선취점을 뽑는다면 1차전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찬스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루키 스나이더였다.
“스나이더 이번 시즌 타율은 0.254입니다.”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타격이었습니다만, 12개의 홈런은 나쁘지 않은 숫자입니다.”
스나이더는 시즌 초반 기세를 올렸지만, 중반이 지나면서 그 기세가 많이 꺾이고 말았다.
특히 8월과 9월에는 2할대 초반의 타율을 기록하면서 마이너리그행까지 거론되었다.
그러나 이반 감독은 그의 수비가 필요하다며 그를 레귤러로 계속 기용했다.
파출리아 감독이 스나이더를 보며 말했다.
“내가 탬파 감독이었다면 저 친구와 록튼의 타순을 바꾸었을 거야.”
록튼은 이번 시즌 0.266의 타율과 14홈런 51타점을 기록했다.
포수로서 공격에 강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결정적인 찬스에서 한방이 빛을 발했다.
“이반 감독에게도 생각이 있겠죠.”
“글쎄, 좋은 타자를 앞에 배치하는 것이 정석이 아니던가?”
탁!
빗맞은 타구가 3루 파울 라인에 떨어졌다.
“파울!”
스나이더는 잔뜩 긴장한 표정이었다.
탬파베이 중견수 머레이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스나이더를 보라고, 배트가 굳어 있어.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는 거야!”
“루키가 긴장하는 건 원래 당연한 거라고.”
브라이튼은 지난 시즌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지난 2002 시즌 디비전 시리즈. 난 아무것도 하지 못했어. 지금 스나이더는 당시 나와 같아.’
그는 포스트 시즌과 정규 시즌이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포스트 시즌이 정규 시즌의 연장선에 있다고? 엿 먹으라고 해. 둘은 완전히 다르다고, 투수의 볼 배합, 타자의 집중력. 벤치의 머리싸움. 모두 정규 시즌과는 비교할 수 없어.’
탁!
다시 한번 파울.
스나이더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필사적으로 버텼다.
“카운트 1-2, 마린이 5구를 선택합니다.”
마린과 클로이드 배터리는 긴장한 신인을 상대로 스플리터를 결정구로 선택했다.
슉!
홈플레이트 앞에서 빠르게 떨어지는 공.
스나이더는 그 공을 이기지 못했다.
“스윙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캐스터가 주먹을 꾹 쥐며 목소리를 높였다.
“마린이 위기에서 삼진을 잡아냅니다.”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 훌륭한 피칭입니다.”
2사 2루.
탬파베이의 찬스는 이제 8번 타자 칼튼에게 맡겨졌다.
“7번 스나이더에 이어 8번 타자 칼튼이 타석에 들어섭니다.”
“지난 시즌 리드오프로 뛰었던 칼튼입니다. 이번 시즌도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습니다. 타율 0.277에 출루율 0.331입니다.”
이반 감독은 발이 빠른 칼튼을 8번에 배치해 상위 타선과 하위 타선의 연결을 꾀했다.
“칼튼이 하나 해 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러나 그의 바람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그대로 백네트에 꽂혔다.
퍽!
배트 스피드가 마린의 구속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97마일(156km)입니다! 마린이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전력투구. 마린은 이기는 법을 알고 있는 투수입니다.”
마린은 오늘 자신의 상대가 누구인지 똑똑히 알고 있었다.
‘오늘 상대는 킴이야. 선취점을 내주는 순간 승리가 날아가 버린다고.’
김민이 상대라면 7이닝 2실점 정도로는 승리를 바랄 수 없었다.
마린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무실점 투구였다.
‘7이닝 무실점. 그쯤이면 괜찮을 거야.’
그는 불펜을 믿고 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슈욱! 탁!
빗맞은 타구가 3루수에게 향했다.
타구를 확인한 마린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았어.’
그는 2회 초 탬파베이 공격이 여기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3루수 호세가 공을 잡았습니다!”
투타에서 빛나는 슈퍼스타 호세.
그가 송구 실책을 범할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슉!
빠르게 던진 공이 1루수 키를 넘어 1루 더그아웃 쪽으로 향했다.
완벽한 송구 실책이었다.
“2루 주자가 그대로 홈으로 돌진합니다.”
2사 2루.
그렉스는 타자가 배트를 휘두른 순간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백업을 온 우익수가 공을 잡았을 때, 이미 홈플레이트로 슬라이딩을 하고 있었다.
“세이프!”
탬파베이의 선취득점.
파출리아 감독은 슈퍼스타의 실책에 가볍게 탄식했다.
“허…… 여기서 이런 실책이 나오다니.”
빌리 빈 역시 호세의 실책만큼은 믿기지 않았다.
“하필 왜 지금 여기서 실책이…… 신이 오클랜드의 포스트 시즌을 원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신을 언급할 정도로 오클랜드는 포스트 시즌만 되면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실책을 범한 호세는 글러브를 들어 모두에게 사과했다.
마린은 호세의 실책에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 이게 바로 야구지. 모든 것이 뜻대로 된다면 그건 야구가 아니야.’
실책이 나온 직후.
마린은 1루 주자 칼튼에게 도루까지 허용하고 말았다.
“다시 2사 주자 2루입니다!”
김민은 불펜에서 몸을 풀며 그라운드를 살폈다.
“우리 공격이 길어지는군.”
불펜 포수 라몬이 공을 받으며 말했다.
“선취점을 뽑았잖아. 고맙게 생각하라고.”
김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물론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9번 타자 록튼.
그는 지난 3년간 김민의 가장 큰 조력자였다.
‘여기서 적시타를 친다면 오늘 경기는 쉽게 갈 수 있다.’
록튼은 패스트볼을 정조준했다.
‘패스트볼이다!’
딱!
좋은 타격음과 함께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쳤습니다!”
캐스터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마린은 오른손을 번쩍 들었을 뿐이었다.
투수가 손을 든다는 것은 플라이볼을 뜻했다.
“잡히는 건가?”
머레이가 미간을 찌푸린 순간 브라이튼이 말을 받았다.
“여기 외야는 광활하다고.”
이윽고 중견수 자일스가 자리를 잡았다.
“자일스가 공을 잡아냅니다!”
탬파베이는 호세의 실책으로 선취점을 뽑았지만, 그 이후 기회는 살리지 못했다.
“잔루 2루, 탬파베이의 공격이 여기서 끝납니다.”
“탬파베이 선취점을 뽑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라몬은 록튼이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김민의 연습 투구를 대신 받아주었다.
‘킴의 컨디션이 아주 좋아. 로테이션을 무리하게 가져가지 않은 것이 좋았어.’
투수 로테이션을 여유 있게 운영한 것은 바로 이반 감독이었다.
그는 양키스를 무리해서 쫓기보다는 차분히 포스트 시즌을 준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라몬은 그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포스트 시즌을 결정하는 건 선발 투수의 컨디션이야.’
그는 김민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의 컨디션도 전반적으로 좋다고 평가했다.
2회 말.
오클랜드의 선두 타자는 4번 타자 키드였다.
“키드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키드는 지난 4년 동안 매 시즌 20홈런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홈런이 딱 1개에 불과합니다.”
오클랜드는 빌리 빈이 부임한 이후 포스트 시즌의 단골 고객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키드는 그 불운한 족쇄를 끊고자 했다.
‘4번 타자가 해 주지 못하면 팀은 이길 수 없다.’
배트를 세우자 초구가 날아왔다.
슉!
빨라 보이지만 단순한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1루 관중석으로 휘어져 들어갔다.
그가 친 공은 커터였다.
‘90마일(145km). 빠르군.’
김민은 키드를 보며 생각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매 시즌 꾸준하게 성적을 내주는 중심 타자. 키드는 우리 팀의 아울과 비슷한 유형이야.’
이런 유형의 타자는 몰아치기보다 로테이션에 강했다.
‘좋아하는 코스에 하나 던졌으니, 이번에는 약점에 하나.’
그는 키드가 가장 어려워하는 안쪽 낮은 코너를 노렸다.
슉!
93마일(150km) 패스트볼이 정확히 안쪽 코너에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키드는 자신 없는 코스에는 배트를 내지 않았다.
“키드가 공을 그냥 지나쳐 보냈습니다.”
“어려운 코스였으니까. 쳐도 땅볼이 나온다고 판단한 것이겠지.”
키드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대부분 안쪽 낮은 코너를 노렸다.
하지만 이 코스는 제구가 가장 어려운 코스였다.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힛 바이 피치볼이 나왔고, 반대쪽으로 들어가면 한가운데 낮은 코스의 공이 되었다.
‘킴이니까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코스야.’
김민은 호흡을 조절하곤 승부구를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높은 코스를 향했다.
‘하이 패스트볼!’
다른 투수의 하이 패스트볼이라면 몰라도 김민의 하이 패스트볼이라면 그냥 넘길 수 없었다.
탁!
배트에 빗맞은 공이 홈플레이트 위에 떠올랐다.
‘역시 무린가.’
키드는 미간을 좁히곤 공의 궤적을 살폈다.
“록튼이 미트를 듭니다!”
록튼은 마스크도 벗지 않고 미트를 들었다.
키드는 그의 높은 집중력에 감탄했다.
‘마스크도 벗지 않고 공을 쫓고 있어. 훌륭한 집중력이군.’
다음 순간 록튼의 미트에 공이 들어왔다.
“첫 타자를 포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웁니다.”
키드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가면서 생각했다.
‘탬파베이 내야수들의 집중력은 놀라울 정도다. 우리도 정규 시즌 이상으로 집중해야 해!’
그는 포스트 시즌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정규 시즌 이상의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민은 키드에 이어 5번 타자 콜론과 6번 타자 영을 우익수 플라이와 2루수 땅볼로 잡아냈다.
“킴이 세 타자를 범타 처리합니다.”
“킴! 삼진은 많지 않지만, 시프트를 앞세운 효율적인 투구를 하고 있습니다.”
양키스 전력분석팀장 호이스트는 포수 뒤쪽에 앉아 있었다.
‘시즌 후반, 킴이 좋지 않았던 것은 힘을 아꼈기 때문인가? 포스트 시즌에서 체력이 부족하다는 의견은 지워야 할 것 같군.’
그가 오클랜드 콜로세움을 찾은 것은 이 경기의 승자가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양키스와 맞붙기 때문이었다.
“호이스트, 자네는 항상 바쁜 것 같군.”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마크? 뉴욕에 있는 게 아니었나?”
마크는 오클랜드 전력분석팀장이었다.
“우린 양키스와 사정이 달라서 말이야. 지금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하긴 상대가 킴이니, 집중할 수밖에 없겠지.”
마크가 빈 마운드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런 유형의 투수는 타자를 압도하는 맛이 떨어지지.”
“삼진이 적기 때문에?”
“맞아.”
“하지만 킴은 아메리칸 리그 연속 삼진기록을 다시 쓸 정도로 뛰어난 삼진 능력을 보여 줬어.”
마크가 볼펜을 돌리며 말했다.
“그때뿐이었잖아.”
“그래서 킴을 나쁜 투수라고 생각하는 건가?”
호이스트의 물음에 마크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말은 아니야. 내 말은 공략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려운 투수라는 말이야.”
호이스트가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마크, 킴은 그냥 공략이 어려운 투수야.”
그는 김민이 삼진 대신 이닝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완투와 완봉이 많진 않지만, 킴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완투와 완봉을 해낼 수 있다고.’
3회와 4회.
양 팀은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상대 투수에게 끌려갔다.
“마린이 오늘 경기 7번째 삼진을 잡습니다!”
“실책으로 선취점을 내줬지만 굳건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오클랜드의 에이스는 역시 마린입니다.”
4이닝 1실점(무자책) 3피안타 7K
마린의 오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킴! 4회 말도 효율적인 투구로 오클랜드 타선을 막아 냅니다.”
“오늘도 완벽한 투구입니다. 오클랜드의 강타선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민은 4회 말 호세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인 키드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이닝을 마무리했다.
4이닝 무실점 1피안타 3K
오늘도 김민은 김민이었다.
“5회라. 두 투수의 어깨가 서서히 무거워질 시간이야.”
이반 감독은 타자들에게 적극적인 공격을 지시했다.
그의 지시가 통한 것일까?
1번 타자 브라이튼이 드디어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갔다.
“2사 1루. 하지만 주자는 발이 빠른 브라이튼입니다.”
“오클랜드 배터리로서는 신경을 조금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 배터리는 2회 칼튼에게 도루를 허용한 바 있었다.
“뛰게 할까요?”
바이슨 수석 코치의 물음에 이반 감독이 대답했다.
“브라이튼에게 맡겨두자고.”
초구.
브라이튼은 스타트를 끊었다.
“브라이튼이 그대로 달립니다.”
‘2사 1루는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야. 하지만 2사 2루가 되면 다르지.’
그는 발로 찬스를 만들 생각이었다.
“포수가 공을 2루에 쏩니다!”
오클랜드 포수 클로이드는 지난 도루에 자존심이 많이 상한 상태였다.
‘내가 2루를 내어줄 것 같으냐!’
그는 있는 힘을 다해 2루에 공을 던졌다.
하지만 브라이튼의 발이 조금 더 빨랐다.
“세이프!”
2루심의 판정과 동시에 오클랜드 팬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아웃! 아웃이야!”
“똑바로 판정하라고!”
오클랜드 팬들은 아웃을 주장했지만, 느린 화면에 비친 플레이는 분명 세이프였다.
“브라이튼까지 해준다면 이 경기 질 수 없지.”
이반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다승 팀을 상대로 전혀 물러섬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