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화 디비전 시리즈 04
“타임!”
2사 2루.
포수 클로이드가 마운드로 향했다.
“마린, 2사야. 어렵게 가지 말자고.”
클로이드가 마운드를 방문한 것은 탬파베이 쪽으로 쏠린 분위기를 한 번 끊어주기 위해서였다.
마린이 마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알고 있어.”
“패스트볼 위주로 가고, 슬라이더를 승부구로 쓰자.”
“존으로 들어가는?”
“승부구는 무조건 존에 넣어야지. 케니히 녀석은 선구안이 좋으니까.”
2번 타자 케니히.
그는 뛰어난 타격 능력을 지닌 타자는 아니었지만, 쉽게 넘어갈 수 있는 타자가 아니었다.
두 번째 공은 바깥쪽 패스트볼.
슉!
케니히는 이 공에 배트를 냈지만, 1루 관중석에 떨어지는 파울이 되고 말았다.
“카운트 0-2, 마린 주자를 2루에 보냈지만,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습니다.”
마린은 타자를 코너에 몰아넣은 뒤 잇달아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나 브라이튼은 견제에도 불구하고 리드폭을 줄이지 않았다.
“짧은 안타라도 홈으로 돌진하겠다는 뜻이군.”
파출리아 감독은 브라이튼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에 미간을 좁혔다.
“피치아웃이라도 하나 했어야 했는데.”
그는 초구 도루를 허용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슉!
세 번째 공도 빨랐다.
이번에는 안쪽.
케니히는 배트를 내지 않은 채 멈췄다.
‘너무 깊어.’
그러나 주심의 판정은 볼.
“카운트 1-2, 케니히가 좋은 눈을 과시합니다.”
케니히는 전광판을 확인하곤 배트를 다잡았다.
‘브라이튼이 어렵게 만든 기회를 쉽게 날릴 수는 없지. 다음 공은 아마도 유인구.’
마린은 오늘 경기에서 스플리터를 새로 선보였지만, 기본 적으로 체인지업이 좋은 투수였다.
‘스플리터든 체인지업이든 종으로 떨어지는 공이 올 가능성이 크다.’
브라이튼은 배트를 세운 뒤 헤드를 살짝 눕혔다.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린다.’
마린은 승부구를 던질 타이밍이 되었다고 판단했다.
‘승부구는 슬라이더라고 했지.’
그는 슬라이더 그립을 잡은 뒤 강하게 던졌다.
슉!
한가운데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공.
케니히는 눈을 크게 떴다.
‘슬라이더!’
스트라이크존에서 빠지는 공이라면 지금 당장 배트를 멈춰야 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이라면 어떻게든 그것을 커트해야 했다.
‘이건…… 스트라이크다!’
케니히는 몸을 앞으로 숙이면서 끝까지 공을 따라갔다.
‘어떻게든 커트해야 해!’
탁!
배트 끝에 맞은 공이 포수 뒤쪽으로 흘렀다.
“파울!”
오클랜드 배터리는 케니히의 필사적인 저항에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여기서 끝낼 수 있었는데 아쉽군.’
‘그걸 커트할 줄이야. 존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빠지는 공을 던졌어야 했나.’
케니히는 공을 커트했지만, 아직 카운트는 1-2로 투수에게 유리했다.
“마린이 다시 사인을 냅니다.”
-가운데에서 떨어지는 체인지업
포수는 마린의 사인에 미트를 두드렸다.
‘슬라이더가 먹히지 않는다면 체인지업도 나쁘지 않지.’
마린은 2루 주자를 한 번 확인하고 투구에 들어갔다.
‘2사야. 타자만 잡으면 끝난다.’
슈욱!
패스트볼과 같은 폼으로 날아온 공이 홈플레이트 앞에서 떨어졌다.
케니히는 스플리터를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타이밍이 다소 빨랐다.
‘좋지 않아.’
잘해야 커트.
안타는 꿈도 꿀 수 없다고 생각했다.
툭.
배트에 공이 맞은 순간 케니히는 속으로 파울을 외쳤다.
그러나 공은 뒤가 아닌 앞으로 튕겨져 나갔다.
‘파울이 아니야.’
인플레이 타구.
내야수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빗맞은 타구!”
엉성한 타구였다.
코스도 별로 좋지 않았다.
유격수 정면으로 가는 타구.
메이저리그 수비력을 지닌 내야수라면 99% 처리가 가능한 타구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전력질주하는 브라이튼과 타구가 겹쳤다.
“유격수 버나드가 공을 놓칩니다!”
“주자와 타구가 겹쳐서 버나드가 순간 공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버나드는 떨어진 공을 급히 잡아 1루에 송구했다.
하지만 한발 늦은 송구로 발이 빠른 케니히를 잡는 건 무리였다.
“주자 1, 3루! 올 세이프입니다!”
“심판들이 모이고 있습니다. 아마 조금 전 브라이튼의 주루가 수비 방해가 아닌지 상의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고의적인 수비 방해라면 브라이튼의 아웃으로 이닝 종료였다.
하지만 정상적인 플레이로 간주된다면 오클랜드는 최악의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판정은 세이프입니다.”
“심판들은 정상적인 주루 플레이로 보았군요.”
파출리아 감독은 답답한 듯 클럽하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포스트 시즌의 악몽인가? 10월만 되면 왜 이렇게 플레이가 꼬이는 것인지 모르겠군.’
그가 고개를 돌리자 윌리엄이 타석에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2사 주자 1, 3루 타석에는 윌리엄입니다.”
윌리엄은 자타공인 탬파베이 최강 타자였다. 그의 역할은 오클랜드의 호세와 같았다.
마운드에 선 마린이 낮게 중얼거렸다.
“승패의 갈림길이군.”
여기서 윌리엄을 잡는다면 더 이상 실점 없이 후반으로 경기를 끌고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여기서 윌리엄에게 장타를 맞는다면?
오늘 경기는 이것으로 끝이었다.
“해볼 수밖에.”
마린은 윌리엄과 정면 승부를 택했다.
초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그러나 이 공은 하나 정도 빠지는 볼이 되었다.
카운트 1-0.
두 번째 공은 안쪽을 찌르는 패스트볼.
윌리엄은 이 공을 당겼지만, 타구는 3루 라인을 벗어나고 말았다.
카운트 1-1.
“만만치 않아.”
“어렵군.”
두 사람의 승부는 쉽게 결판이 나지 않았다.
탁!
파울이 잇달아 나오면서 관중석이 술렁거렸다.
“7구까지 가는 긴 승부! 카운트는 어느덧 풀카운트입니다.”
윌리엄의 집중력은 승부가 길어질수록 올라가고 있었다.
‘공이 보인다. 칠 수 있어.’
8구.
이번에는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이었다.
윌리엄의 두 눈에 브레이크를 걸면서 떨어지는 공이 보였다.
‘마린…… 내가 아닌 아울을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이런 공에 내가 속아줄 것이라고 생각했나?’
그는 앞으로 나가던 배트를 멈췄다.
팡!
포수 미트에 들어온 공은 명백한 볼이었다.
“볼, 볼입니다! 윌리엄, 8구 승부 끝에 1루로 걸어 나갑니다.”
마린은 글러브를 빼곤 두 손을 비볐다.
“2사 만루. 나쁘지 않아. 타자만 잡는다면…….”
그는 상황이 2사 2루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주자와 상관없이 배터 박스에 서 있는 타자만 잡으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김민은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마린이 코너에 몰렸군. 냉정함을 유지하기가 힘들겠어.”
그는 팀 공격이 너무 길어져 잠시 캐치볼을 쉬고 있었다.
볼튼이 다가와 말했다.
“티처, 그래도 2사라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지 않을까? 한 타자만 잡으면 되잖아.”
“티처라는 말은 그만두라니까. 2사, 한 타자만 잡으면 된다는 마음. 그러나 같은 2사라도 2루와 만루는 차이가 커.”
“하긴 베이스에 꽉 들어찬 주자들은 투수에게 압박감을 주니까.”
“그뿐만이 아니야. 투수는 주자가 쌓일수록 던질 코스와 구종이 줄어들어.”
볼튼은 김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주자가 3루에 들어간 순간 원바운드 공은 봉인이란 말이지?”
“초구가 중요해. 초구가 볼이 된다면, 볼넷이 주는 압박감이 마린의 어깨를 짓누를 거야.”
주자 만루.
안타가 아닌 볼넷 하나만 줘도 상대 팀은 점수를 뽑을 수 있었다.
‘초구를 반드시 스트라이크존에 넣어야 하는 상황. 아울 같은 타자가 그것을 놓칠 리 없지. 마린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윌리엄과 승부했어야 했어.’
김민은 마린이 너무 위험한 상황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탬파베이 4번 타자 아울은 베이스에 꽉 찬 주자들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또 이런 상황이군.’
그는 뛰어난 3번 타자 윌리엄 때문에 저평가를 받는 일이 많았다.
특히 위기 상황이 되면 더욱 그러했다.
투수들은 윌리엄을 고의사구나 유인구 승부로 거르곤 했다.
아울은 배트를 세우곤 마린을 주시했다.
‘마린이 윌리엄을 내보낼 때는 날 반드시 잡는다는 자신이 있었겠지. 이래저래 얕보이는군.’
그는 초구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패스트볼을 예상했다.
‘자신이 있는 만큼 복잡하게 가지 않을 거야.’
마린은 아울의 예상대로 복잡하게 승부를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주자 만루, 나쁠 건 없어. 내야수가 모두 정위치에서 수비할 수 있으니까. 초구는 스트라이크존에 그대로 꽂아 넣는다.’
주자 만루.
수비 위치만 보면 주자가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것보다 나았다.
슉!
95마일(153km)짜리 패스트볼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초구 패스트볼! 너무 얕보지 말란 말이야!’
아울은 바깥쪽 공을 가볍게 밀었다.
딱!
짧은 타격음과 함께 공이 1루수 키를 넘었다.
“공이 1루 베이스를 넘어 1루 선상에 떨어집니다!”
파울이냐? 페어냐!
모두의 시선이 1루 파울 라인으로 향했다.
팍!
공이 바운드를 일으킨 순간 1루심이 오른손을 아래로 내렸다.
“페어! 페어입니다!”
모든 베이스에 가득 찼던 주자들이 일제히 속도를 높였다.
“3루 주자 홈인! 2루 주자도 홈에 들어옵니다!”
우익수 카를로스가 공을 잡았을 때는 상황이 모두 끝나 있었다.
“주자 모두 홈에 들어옵니다! 싹쓸이 2루타! 아울이 해냅니다!”
2루에 들어간 아울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냈어!”
스코어 4-0 탬파베이 리드.
오클랜드 팬들은 전광판을 보고 길게 탄식했다.
“믿기지 않아. 마린이 이렇게 쉽게 무너지다니.”
“윌리엄을 거른 게 컸어. 그때 제대로 승부했어야 했는데.”
“마린은 운이 없는 거야. 수비가 도와주지 못했잖아. 케니히의 땅볼 타구를 잡았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어.”
오클랜드 내야수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월드시리즈로 향하는 첫 관문에서 그들은 잇달아 실책을 범하거나 실책성 플레이로 마린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던 것이다.
마린은 5번 타자 그렉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곤 자신이 아직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탬파베이! 그렉스의 삼진으로 5회 초 공격을 끝냅니다. 그러나 이번 5회에 3점을 뽑아 4-0으로 앞서 나갑니다.”
이반 감독은 아울의 2루타가 터진 순간 경기 승패가 결정 났다고 생각했다.
“킴의 컨디션이 아주 나쁘지 않은 이상 이 경기는 우리가 잡았어.”
바이슨 수석 코치도 반쯤은 승리가 넘어왔다고 보았다.
“승리의 여신이 우리 팀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것 같습니다.”
5회 말.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마운드에는 김민이 있었다.
그는 오클랜드 타자들이 급하다는 것을 이용해서 맞춰잡는 투구를 펼쳤다.
탁!
배트에 맞은 타구가 유격수 정면으로 흘렀다.
“브라이튼의 좋은 수비입니다. 선두 타자 콜론, 유격수 땅볼로 끝납니다.”
“콜론이 너무 성급하게 초구를 공략했습니다. 킴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구종을 보유하고 있는 투수입니다.”
6번 타자 영도 콜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3구까지 버텼지만, 스나이더의 품에 안기는 직선타로 물러나고 말았다.
“순식간에 투 아웃. 킴, 투구에 여유가 있습니다.”
파출리아 감독은 두 눈을 감았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체력이 떨어져서 허술한 모습을 보일 거라고? 차라리 하늘에서 비가 떨어지기를 바라는 게 빠르겠어. 마크의 보고서는 완전 꽝이군.’
그는 눈을 뜬 뒤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오클랜드의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 맑았다.
“비가 올 리가 없지.”
그가 낮게 중얼거린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7번 타자 테일러가 힘 한 번 써 보지도 못한 채 룩킹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킴, 5회 말을 완벽하게 틀어막습니다!”
오클랜드 전력분석팀장 마크의 얼굴은 검은빛이었다.
경기는 그의 분석과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킴……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어.”
호이스트가 펜을 굴리며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킴은 그냥 공략이 어려운 투수라고.”
그는 김민이 아직 100%로 던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킴은 시프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어. 이건 피칭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야.’
호이스트는 속으로 탬파베이와 오클랜드의 시리즈가 길어지기를 바랐다.
‘시리즈가 4차전 안에 탬파베이의 승리로 끝난다면 챔피언십 시리즈에 킴이 일찍 등판할 수 있다. 이 시리즈, 가능하면 5차전까지 가줬으면 좋겠군. 킴이 등판하더라도 1번밖에 던지지 못하도록 말이야.’
그는 머릿속으로 양키스가 5차전 안에 탬파베이를 제압하는 미래를 그려 보았다.
‘그런 미래가 아니라면 챔피언십 시리즈가 어려워질 거야.’
6회 초.
파출리아 감독은 마린을 빼고 보그너를 투입했다.
“마린 5이닝 4실점으로 오늘 투구를 마감합니다. 파출리아 감독, 오늘 경기를 포기한 것일까요?”
“파출리아 감독이 경기를 포기한 것은 아닐 겁니다. 다만 오늘 경기 승리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것이겠죠.”
오클랜드 팬들은 아직 경기를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뭐야! 벌써 백기야? 파출리아 감독으로 포스트 시즌은 무리야.”
“포스트 시즌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는 감독은 아무리 정규 시즌에 잘해도 안 된다니까.”
“빌리 단장은 왜 파출리아 감독을 자르지 않는 걸까?”
빌리 빈은 아직 파출리아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내려놓지 않았다.
“마린을 일찍 내린 것은 다음 등판을 위한 것이다.”
그는 1차전에 패한다고 해도 2차전과 3차전을 잡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킴이 나오는 경기 승률은 잘해야 50%라고 생각했다. 우리 포스트 시즌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야.”
빌리 빈은 마크의 보고서가 어긋난다고 해도 챔피언십 시리즈에 올라가는 것은 오클랜드라고 생각했다.
6회 마운드에 올라온 보그너는 안정적으로 2이닝을 막아 냈다.
문제는 타선이었다.
오클랜드 타선은 김민에게 꽉 막혀서 점수를 뽑지 못하고 있었다.
7회 말.
3번 타자 호세가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섰다.
“호세, 이전 타석에서 김민을 상대로 안타를 쳐낸 바 있습니다.”
오클랜드 팬들은 호세가 반격의 물꼬를 터줄 것으로 기대했다.
“호세! 호세! 호세!”
몇몇 팬들은 오늘 경기에 패한다고 해도 호세가 홈런을 쳐준다면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호세, 배트를 세웁니다!”
팽팽한 긴장감.
김민은 단 하나의 공으로 이 긴장감을 깨뜨렸다.
휙!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은 메이저리그 최저속을 자랑했다.
팡!
미트에 공이 들어온 순간 주심이 오른손을 들었다.
“스트라이크!”
김민이 던진 공은 50마일(80km)짜리 이퓨즈였다.
호세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록튼에게 돌렸다.
“너무하는군. 제대로 된 공을 던져 주지 않는 건가?”
록튼이 미트에서 공을 빼며 말했다.
“킴은 제대로 공을 던지고 있다고, 전광판을 보라고.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았어.”
호세는 미간을 좁혔다.
“하나 더 그런 공을 던지면 펜스 밖으로 넘겨버릴 거야.”
그러나 이퓨즈를 두 번 연속 던지는 투수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슉!
두 번째 공은 초구와 극단적으로 차이가 나는 빠른 공이었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백네트에 꽂혔다.
“파울!”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5마일(153km).
호세가 배트를 아래로 내리며 말했다.
“이제야 제대로 된 공을 던지는군.”
그는 장갑을 고쳐 낀 뒤 다시 배트를 세웠다.
‘다음 공이 승부구다!’
김민은 공을 낭비하는 것을 가장 싫어하는 투수였다.
그는 어떤 상황이라도 투 스트라이크가 되면 승부에 들어갔다.
슉!
안쪽 빠른 공.
‘온다!’
호세의 배트가 힘차게 돌았다.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높이 뜹니다!”
호세는 공이 배트에 맞는 순간 패배를 깨달았다.
‘둔탁한 감각…… 나의 패배군.’
둔탁한 느낌은 공이 배트 중앙에 정확히 맞지 않았음을 뜻했다.
1루로 걸음을 옮긴 순간 중견수 머레이의 글러브에 공이 빨려 들어갔다.
“킴! 호세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냅니다!”
“호세, 고속 슬라이더에 히팅 포인트가 어긋나고 말았습니다.”
1경기 호세의 타격은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김민은 이후 실점 없이 8회와 9회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덕분에 호세는 대기 타석에서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9이닝 2피안타 무실점 8K
흠을 잡을 수 없는 완벽한 피칭이었다.
“디비전 시리즈 1차전 승리는 탬파베에게 돌아갑니다!”
“오늘은 킴의 호투가 눈부셨습니다. 오클랜드 2차전까지 내주면 시리즈 스윕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반 감독과 동료들은 큰 박수로 승리 투수를 맞이했다.
“최고의 피칭이었어!”
“킴, 네가 있으면 어디까지라도 올라갈 수 있을 거야!”
김민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눈 뒤 짧게 말했다.
“시리즈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