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32화 (132/296)

132화 슈퍼스타 콜 02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홀리스입니다!”

홀리스는 지난 시즌 제레미와 함께 양키스로 이적한 올스타 레벨 3루수였다.

몇몇 양키스 팬들은 홀리스의 이적이 아니었다면 탬파베이와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홀리스군. 저 친구라면 킴의 상대로 손색이 없지.”

기자들은 홀리스와 김민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다.

김민은 지난 이틀 동안 홀리스의 타격 메커니즘을 상세하게 분석했다.

‘홀리스는 공을 예측하고 치는 게 아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코스에 들어오는 공만을 친다.’

원하는 코스에 들어오는 공만을 친다.

이와 같은 타격 패턴은 두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는 투수가 원하는 공을 던져 주지 않을 때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패스트볼을 원하는 상황에서 투수가 체인지업이나 변형 패스트볼만 던진다면, 룩킹 삼진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는 시프트에 취약하다는 것이었다.

원하는 코스의 공을 공략하는 타자의 경우 자신이 선호하는 코스가 뚜렷했기 때문에 타구의 방향이 한쪽으로 몰리는 경우가 많았다.

홀리스는 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오른쪽으로 타구가 상당히 몰려 있었다.

이는 바깥쪽 공을 밀어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홀리스는 파워가 있지만 생각보다 당겨 치는 타구가 적어.”

“공을 보고 배트를 내기 때문에 그럴 거야.”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김민이 초구를 던졌다.

슉!

초구는 홀리스가 좋아하는 바깥쪽 패스트볼이었다.

홀리스는 바깥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보곤 잠시 멈칫했다.

‘날 모르는 건가? 이 코스는 배팅볼이나 다름이 없는 것인데…….’

멈칫거림도 잠시.

홀리스의 배트가 공을 향해 나아갔다.

툭.

배트 끝에 맞은 타구가 바운드를 일으키곤 뒤쪽으로 흘렀다.

“파울!”

홀리스는 파울 타구를 보곤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 그렇지. 패스트볼로 승부할 리가 없지.”

김민이 던진 초구는 커터였다.

“킴, 홀리스를 상대로 첫 카운트를 잡았습니다.”

“이번에는 볼끝의 움직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양키스의 토린 감독이 하머스 투수 코치에게 고개를 돌렸다.

“저 친구 오늘 배트에 맞는 공이 많군.”

“맞춰 잡는 투구로 투구수를 줄이려는 것 같습니다.”

토린 감독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이틀간 탬파베이는 불펜 소모가 많았지. 오늘 킴이 길게 던져 주지 않는다면 앞서고 있다고 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거야.”

“타자들을 조금 기다리게 할까요?”

토린 감독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럴 필요 없어. 이대로 가지.”

그는 양키스 타자들의 힘을 믿고 있었다.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타구가 1, 2루 사이를 향해 날아갔다.

“홀리스! 1, 2루 사이를 빼는 안타를 터트립니다!”

김민은 2루수 칼튼의 글러브를 살짝 빠져나간 공을 보곤 어깨를 으쓱했다.

‘시프트를 쓴다고 해서 다 잡을 수 있는 건 아니군.’

그는 홀리스가 좋아하는 바깥쪽에 집중적으로 공을 던져 오른쪽 타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타구는 간발의 차이로 시프트를 벗어나고 말았다.

“양키스, 1사 후에 주자가 나갑니다. 그리고 이제 타석에는 포사다입니다!”

포사다는 김민과 2년 연속 올스타전에서 배터리를 이룬 바 있었다.

‘킴, 올스타전에서는 동료였지만, 리그에서는 아니라고.’

배트를 세우자 김민이 초구를 던졌다.

슉!

‘바깥쪽!’

포사다는 배트를 내지 않은 채 공을 지켜보았다.

팡!

바깥쪽 코너를 찌르는 공.

그러나 주심의 손은 올라오지 않았다.

“빠졌다고 본 건가?”

“오늘 바깥쪽이 유난히 좁은 것 같지 않아?”

“그런가? 난 잘 모르겠는데.”

기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이반 감독이 더그아웃을 뛰쳐나갔다.

“스트라이크잖아!”

그의 외침을 들은 주심이 고개를 돌렸다.

“한마디만 더 하면 퇴장입니다.”

이반 감독은 경고에도 물러나지 않았다.

“퇴장시키려면 퇴장시켜 보던가!”

주심이 미간을 좁히며 제스처를 취했다.

“퇴장! 퇴장입니다! 이반 감독! 이틀 연속 퇴장당합니다!”

이틀 연속 퇴장.

100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반 감독의 항의가 지나쳤을까요? 또 퇴장이 나오고 맙니다.”

트로피카나 필드를 가득 채운 팬들은 홈팀 감독의 퇴장에 야유를 퍼부었다.

“우우우우우우!”

토린 감독이 주심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정도 야유면 저 친구도 버티기 힘들겠군.”

“사무국에서 조사라도 나올 판이군요.”

로마 타격 코치는 지나친 편파는 양키스에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편파 판정에 익숙해지면 그렇지 않을 때 크게 당황하게 된다.’

슈퍼 팀이라고 해도 언제나 득이 되는 판정을 받을 수는 없었다.

특히 플레이오프같이 주목하는 사람이 많은 무대에서는 심판들이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했다.

김민은 야유가 가라앉은 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슉!

이번에도 바깥쪽.

포사다는 하나 더 공을 기다렸다.

파앙!

이번에도 바깥쪽 코스에 꽂힌 공.

주심은 손을 올렸다.

“스트라이크!”

이반 감독의 퇴장과 관중들의 야유가 심판을 움직인 것일까?

호이스트는 이번 스트라이크를 이렇게 평가했다.

“편파를 감추기 위한 스트라이크군.”

그도 편파 판정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리그 흥행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는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마이클 조던이 은퇴한 뒤 NBA의 인기는 추락했다. 시청률과 티켓 판매, 리그 관련 상품까지…… 모든 매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스타 한 명의 은퇴에 리그 자체가 후퇴한 것이다. 그 뒤를 잇는 스타가 나오지 않는다면 NBA의 추락은 계속될 것이다.’

2002년 현재 NBA는 넥스트 조던으로 불리는 코비와 심장으로 농구하는 사나이 아이버슨 등이 대활약하며 인기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었다.

호이스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킴, 편파 판정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전국에서 주목하는 스타가 되라고.”

그는 사이영상 후보 0순위 선수에게 더 높은 곳에 올라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김민의 목표는 호이스트가 생각하는 이상이었다. 그는 전국구 스타를 넘어 메이저리그의 마이클 조던이 되고자 했다.

‘카운트 1-1, 상대는 어느 쪽으로도 타구를 보낼 수 있는 포사다. 다음 공은 이게 좋겠군.’

그는 록튼과 사인을 교환한 뒤 세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 다시 바깥쪽을 향했다.

포사다도 이번에는 참지 않았다.

‘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같은 코스에 3개라니.’

탁!

배트에 맞은 공이 마운드 근처에서 바운드를 일으켰다.

포사다는 자신이 친 공이 앞선 2개와 달랐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라이크존에서 반 개 정도…… 빠졌어.’

포수였기 때문에 그는 다른 타자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김민은 코너에 스트라이크를 넣을 뿐 아니라 그것을 하나 또는 반개까지 움직일 수 있었다.

‘믿기지 않는 제구력이군.’

포사다는 1루를 향해 전력으로 뛰었으나 유격수 브라이튼의 송구에 아웃되고 말았다.

“포사다! 1루에서 아웃 됩니다. 그 사이 홀리스는 2루에 들어갔습니다.”

“2사 2루, 양키스의 찬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7번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것은 2루수 홀랜드였다. 그는 오스번과 마찬가지로 양키스 왕조를 건설한 공로자 중 한 명이었다.

“전성기 홀랜드라면 킴의 좋은 상대가 되겠지. 하지만 지금 홀랜드는 무리야.”

호이스트의 말대로 37세 노장 홀랜드는 김민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바깥쪽에 꽉 찬 스트라이크에 룩킹 삼진.

양키스의 찬스는 잔루 2루로 끝나고 말았다.

2회 말.

탬파베이 역시 2루에 주자를 보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쪽도 2사 이후 주자가 2루에 들어갈 수 있었다.

딱!

경쾌한 타격음.

그러나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터! 환상적인 플레이로 타구를 잡아냅니다!”

내야 타구가 빠르기로 소문난 트로피카나 필드.

이곳은 원정 유격수들의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지터의 수비력에는 빈틈이 없었다.

“지터다운 수비군.”

“지터만큼 대중이 만든 이미지에 가려진 선수는 없을 겁니다.”

미스터 뉴욕 지터.

그는 뉴욕을 대표하는 타자로 화려함의 상징이었다.

몇몇 팬들은 그가 여배우들과 스캔들이 없었다면, 4할을 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양키스의 그 누구보다 열심히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였다.

“지터는 연습량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집중력에서는 단연 최고야.”

로마 타격 코치는 그 누구보다 지터를 잘 알고 있었다.

‘지터처럼 훈련한다면 그 누구라도 메이저리그가 될 수 있지.’

양키스는 지터의 호수비 덕분에 실점 없이 2회를 마칠 수 있었다.

3회 초.

양키스의 선두 타자는 8번 타자 알렌.

“평범한 팀이라면 쉽게 갈 수 있는 8번 타자입니다. 하지만 양키스는 아니죠.”

“알렌은 이번 시즌 0.266에 13홈런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타율은 리그 중위권이었지만, 알렌은 하위 타선에서 20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였다.

“킴은 실투를 조심해야 할 겁니다.”

해설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큰 타구가 나왔다.

따악!

“왼쪽으로 높이 날아갑니다!”

그러나 타구는 펜스를 넘지 못한 채 워닝 트렉에서 잡히고 말았다.

“케니히가 공을 끝까지 잘 따라갔습니다.”

“공이 너무 떴군요. 조금만 포물선을 낮게 그렸더라면 펜스를 넘어갔을 겁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이반 감독이 퇴장당한 뒤 그 전권을 위임받았다.

그가 케니히의 캐치를 보고 낮게 중얼거렸다.

“사람들은 케니히를 준수한 타자로만 생각하는데 케니히는 골드글러브를 다툴 만큼 수비가 좋은 선수야. 킴은 그의 수비를 믿고 패스트볼로 승부한 거야.”

김민은 9번 타자 에드를 3루수 플라이로 잡아낸 뒤 1번 타자 지터와 맞섰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지터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지터.

그는 이번 타석부터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킴, 제구력으로 타자의 배트를 유인하는 것은 이제 끝났어.’

지터는 김민의 패스트볼과 커터에 포인트를 맞췄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밀어 친다면 1, 2루를 충분히 뚫을 수 있다.’

그는 탬파베이가 시프트를 쓴다고 해도 타구가 빠르면 충분히 안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민의 초구는 그가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초구에 커브라고?’

지터가 움찔하는 사이 공이 미트에 들어왔다.

팡!

“한가운데 커브가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습니다!”

“너무 높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이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을 듯합니다.”

록튼의 미트는 홈플레이트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미스터 뉴욕을 위한 슈퍼스타 콜인가? 아니면 스몰마켓인 탬파베이를 떨어뜨리기 위한 콜인가?’

어느 쪽이든 스트라이크가 볼로 변했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주심에게 항의하는 대신 마운드로 향했다.

“킴, 오늘 스트라이크존은 신경 쓰지 말게.”

김민이 글러브로 입을 가리며 말했다.

“조금은 신경 쓰고 있습니다.”

“그럼 곤란해.”

“아뇨. 스트라이크존을 이용해서 양키스 타자들을 잡아낼 작정입니다.”

바이슨 수석 코치는 김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인가?”

“지금부터 보여드릴 겁니다.”

김민의 말에 바이슨 수석 코치가 반신반의했다.

‘불리한 스트라이크존을 이용해서 양키스 타자들을 이겨낸다. 가능하다면 그게 최고겠지만,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그것까지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가 마운드를 내려오자 경기가 재개되었다.

“카운트 1-0, 지터에게 유리한 카운트입니다.”

지터는 다음 공으로 무조건 스트라이크가 들어온다고 생각했다.

‘킴은 유인구를 많이 던지는 투수가 아니야. 특히 불리한 카운트에서는 거의 유인구를 던지지 않는다.’

그는 배트를 바짝 세웠다.

‘무조건 스트라이크다.’

가장 유력한 공은 안쪽 패스트볼.

그 이유는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이 편파 논란이 나올 정도로 짜기 때문이었다.

‘가운데에서 바깥쪽으로 빠지는 커터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지터의 생각을 멈추게 한 것은 김민의 손을 떠난 빠른 공이었다.

‘바깥쪽 패스트볼!’

타이밍은 나쁘지 않았다.

‘안쪽 아닌 바깥쪽. 하지만 같은 타이밍이다. 히팅 포인트만 바꿔 주면 안타를 때릴 수 있…….’

생각이 미처 끝나기 전에 공이 홈플레이트를 지났다.

“스윙 스트라이크!”

지터는 허공을 친 뒤 고개를 전광판으로 돌렸다.

“96마일(154km)이라고?”

코너를 찌르는 꽉 찬 패스트볼이 아니었다.

김민이 방금 던진 공은 구위로 타자를 누르는 ‘더 빠른 공’이었다.

‘볼이 되도 좋다고 생각한 건가?’

김민은 록튼에게 공을 받은 뒤 로진백을 만졌다.

‘유리함에 취하면 긴장감이 느슨해지지. 월드시리즈 때와 같은 긴장감이었다면, 이번 공에 헛스윙이 나오지 않았을 거야.’

그는 같은 타자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집중력이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김민은 1루 주자를 확인한 뒤, 패스트볼 그립을 잡았다.

‘생각이 많으면 두 번째 공도 이겨낼 수 없을 거야.’

그의 손을 떠난 공이 미트를 향해 돌진했다.

하이 패스트볼.

지터는 미간을 좁혔다.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킴이 나하고 힘 싸움을 하려는 모양이군. 난 힘에서 그 어떤 투수에게도 눌리지 않는다고.’

그의 배트 스피트는 100마일(161km)짜리 패스트볼도 안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배트는 하이 패스트볼을 쳐 내지 못한 채 허공을 치고 말았다.

“스윙 스트라이크!”

지터는 크게 배트를 헛돌린 뒤 헬멧을 벗었다.

“큭, 완전히 타이밍이 어긋났군.”

전광판에 표시된 구속은 92마일(148km)에 불과했다.

지터의 헛스윙을 본 포사다가 말했다.

“이건 4마일(6.4km) 구속 차에 당한 겁니다.”

김민은 패스트볼 구속 차이로 지터의 타이밍을 빼앗았던 것이었다.

홀랜드가 펜스 난간을 잡으며 말했다.

“좋은 피칭이야. 특히 빠른 공을 먼저 보여 준 게 주요했어. 덕분에 지터의 배트가 공이 들어오기 전 홈플레이트를 통과하고 말았지.”

포사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느린 패스트볼을 먼저 보여 줬다면, 더 빠른 공을 보여 줄 기회도 없이 안타를 맞았을 겁니다. 이번 스윙은 앞에 들어온 96마일 패스트볼이 만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카운트 1-2, 김민은 유리한 시점에서 승부구를 던졌다.

슉!

‘안쪽!’

지터는 배트에 힘을 주었다.

‘역시 승부구는 이거였나?’

좁은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피해 안쪽 코너를 공략한다.

지터가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던 공이었다.

‘그대로 당긴다!’

딱!

배트에 맞은 공이 3루 라인을 타고 총알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지터의 타구는 내야를 빠져나가지 못했다.

“안데르센! 타구의 길목을 지키고 있습니다.”

안데르센은 빠른 타구를 몸으로 막은 뒤, 그것을 다시 잡아 1루에 송구했다.

과정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아웃 카운트를 잡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웃!”

1루심의 판정과 함께 지터의 고개가 꺾였다.

‘이런, 이런…… 내가 볼을 치고 말다니.’

김민이 안쪽에 던진 패스트볼은 스트라이크존에서 반 개 정도 벗어나는 공이었다.

양키스에 판정이 유리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볼이 될 가능성이 큰 공이었다.

그러나 지터는 안쪽 패스트볼을 처음부터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이 공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김민은 마운드를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이 좁다고 안쪽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3이닝을 마친 현재 그의 투구수는 27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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