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징 패스트볼-131화 (131/296)

131화 슈퍼스타 콜 01

프로 스포츠가 아마추어 스포츠와 가장 다른 점은 결과에 따라 돈이 오간다는 사실이었다.

몇몇 슈퍼스타는 플레이 하나만으로도 관중들과 스폰서를 열광시킨다.

그들의 플레이는 하나하나가 곧 돈이었다.

프로 리그를 운영하는 이들은 이점에 주목했다.

그들은 리그 안팎에서 슈퍼스타들을 우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슈퍼스타 콜이라 부르는 유리한 판정까지 만들어 냈다.

물론 슈퍼스타 콜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었다.

어떤 프로 리그도 슈퍼스타 콜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축구, 야구, 농구, 그리고 아이스하키와 미식축구, 모든 종목에서 슈퍼스타 콜은 존재했다.

뉴욕 양키스.

그들은 팀 자체가 슈퍼스타였다.

양키스의 승리와 패배는 스포츠 기사 1면에 실렸고, 참패나 대승을 거두었을 경우 메이저리그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와 뉴욕 양키스의 시즌 7차전 경기는 슈퍼스타 콜의 절정이었다.

탬파베이 투수들은 좁은 스트라이크존에서 진흙탕 싸움을 벌였고, 탬파베이 타자들은 태평양보다 넓은 스트라이크존에서 허우적거렸다.

탬파베이 2:11 양키스

최종 스코어는 탬파베이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어느 팀이 홈팀이야?”

“한 번만 더 이런 일이 있으면 가만두지 않겠어!”

경고와 분노 그리고 협박이 이어졌다.

그러나 다음 날 경기에서도 슈퍼스타 콜은 달라지지 않았다.

후반기 질주를 바라기라도 한 듯 심판들은 양키스에 유리한 판정을 쏟아냈다.

“세이프!”

관중들은 작은 판정 하나에도 야유를 보냈다.

“그게 어떻게 세이프야!”

“아웃이라고!”

이반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와 거칠게 항의했다.

“눈을 제대로 뜨고 판정해!”

지략가답지 않은 터프함.

그러나 결과는 퇴장이었다.

“이반 감독 퇴장을 당합니다!”

팀의 수장이 퇴장당한 탬파베이는 두 번째 게임도 참패하고 말았다.

이제 남은 게임은 팀의 에이스가 등장하는 시즌 9차전뿐이었다.

“탬파베이 데블 레이스,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양키스를 상대로 연패 탈출에 도전합니다.”

“탬파베이에게는 오늘 승리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합니다. 탬파베이는 어제 패배로 와일드카드 1위 자리를 애너하임 에인절스에게 내주고 말았습니다.”

아메리칸 리그 서부지구의 소리 없는 강자 애너하임 에인절스.

그들은 탬파베이가 2패를 하는 동안 시애틀을 연거푸 잡아내 와일드카드 1위로 올라섰다.

김민은 마운드에서 연습 투구에 들어갔다.

팡! 팡!

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지난 이틀간 심판들이 보여 줬던 스트라이크존은 평소와 달랐어.’

노골적인 양키스 밀어주기.

윌리엄은 이틀 동안 탬파베이가 받았던 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건 단순히 양키스만을 위한 콜이 아니야. 리그 사무국이 탬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그는 슈퍼스타 콜 이상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김민도 어느 정도는 윌리엄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윌리엄은 탬파베이에 온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우리보다 한 발 떨어져서 탬파베이를 바라볼 수 있다. 그의 말대로 사무국은 탬파베이가 플레이오프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가장 원하는 동부지구 플레이오프 진출팀은 빅마켓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일 것이다.

‘탬파베이가 시즌을 2위로 마친다는 것은 레드삭스가 시즌을 3위로 마친다는 말과 같아. 후반기…… 심판들의 콜이 짜질 거야.’

그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

돈에 흔들리는 스포츠맨십.

‘약물이 사용되고 있는 리그에서 스포츠맨십을 바란다는 것이 무리야.’

김민이 투구 준비를 마치자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플레이볼!”

호흡 조절을 마친 김민이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슉!

빠른 공이 바깥쪽으로 향했다.

‘킴, 또 바깥쪽이야?’

1번 타자 지터의 배트가 거침없이 나왔다.

탁!

배트 아래 맞은 공이 바운드를 일으키면서 1루 라인을 벗어났다.

“파울!”

지터는 김민이 던진 초구가 스플리터라는 것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였다.

‘패스트볼이 아니라 스플리터라. 지난 경기보다 신중해졌군.’

김민은 초구로 가장 많이 선택한 공은 바깥쪽 낮은 코너에 꽂히는 패스트볼이었다.

호이스트는 김민의 초구를 본 뒤 기록지에 V 표시를 했다.

“호이스트, 그 표시는 뭡니까?”

신입 팀원의 물음에 호이스트가 답했다.

“예상과 다른 공일 때 V 표시를 하곤 하지.”

“예상과 다른 공이라면…….”

“우리가 예상한 첫 번째 공은 바깥쪽 코너를 찌르는 패스트볼이었어. 하지만 지터가 친 공은 마지막 순간 아래로 꺾였지. 그 공이 뭔지 아나?”

신입 팀원인 웨스트가 재빨리 대답했다.

“스플리터였습니다.”

“그래, 스플리터였지. 그래서 V 표시를 한 거야.”

지터는 첫 카운트를 빼앗겼으나 상황이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올스타전 이후 타격감이 좋아. 지금이라면 어떤 공이 온다고 해도 대처할 수 있어.’

그는 이번 시리즈에서 8타수 5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었다.

‘두 번째 공이 온다.’

슉!

두 번째 공은 안쪽이었다.

‘흠, 로케이션인가?’

김민의 로케이션 승부는 이미 몇 차례 겪어 본 경험이 있었다.

‘구속으로 보면 스플리터군.’

지터가 스윙을 살짝 조정하며 공을 밀어냈다.

탁!

‘중견수 앞에 떨어지면 좋을 텐데…….’

하지만 공은 배트 상단에 맞은 뒤 중견수 머리 위에 떠올랐다.

지터는 1루로 향하며 미간을 좁혔다.

‘스플리터가 떨어지지 않았어. 아니야. 이건 스플리터가 아니야!’

그는 김민이 배리 본즈를 상대할 때 던졌던 페이크 패스트볼을 잊지 않고 있었다.

‘첫 타석부터 내게 그걸 던지다니, 킴…… 조금도 봐주지 않는군.’

“중견수 머레이가 그 자리에 서서 공을 잡아냅니다!”

“킴, 까다로운 첫 번째 타자를 잘 잡아냈습니다.”

탬파베이 팬들은 김민이 지터를 잡아내자 다소 목소리가 누그러졌다.

“역시 킴이군.”

“킴이 마운드에 올라온 이상 양키스도 어찌할 수 없을 거야.”

“그래도 조금 아쉬워. 킴이 이긴다고 해도 루징 시리즈잖아.”

우익수 윌리엄은 조금 더 경기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직은 몰라 두 번 모두 지터가 배트를 냈기 때문에 인플레이가 나온 거야.’

그는 타자가 배트를 내지 않았을 때 주심 판정이 어떻게 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더글라스입니다.”

더글라스는 양키스 팜에서 오랜만에 배출한 중견수였다.

“더글라스와 킴의 대결은 이번 시즌 처음입니다.”

“전 더글라스가 킴을 상대로 루키의 패기를 보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은 더글라스의 위아래를 훑어본 뒤 그립을 고쳐 잡았다.

‘겉모습만 보면 평범한 선수다. 하지만 시즌 성적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함 속에 재능을 감추고 있는 그런 선수인 모양이군.’

그는 더글라스를 상대로 안쪽 낮은 코스로 공을 밀어 넣었다.

슈욱!

더글라스는 후반기 두 경기에서 감각이 좋았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안쪽 공을 받아쳤다.

‘힘으로는 밀리지 않는다.’

딱!

배트에 맞은 타구가 빠르게 1, 2루 사이를 향했다.

“빠른 타구! 하지만 2루수 글러브에 들어갑니다!”

2루수 칼튼은 정확한 송구로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더글라스, 안쪽 공을 제대로 받아쳤지만, 탬파베이가 자랑하는 시프트에 걸렸습니다.”

“킴이 루키를 상대로 노련한 투구를 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본 양키스 전력분석팀 호이스트가 미간을 좁혔다.

“킴의 투구가 좀 변한 것 같군.”

웨스트가 그 말을 받았다.

“제가 보기에는 조금 더 제구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습니다.”

호이스트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이건 킴의 설계야.”

그는 김민이 지난 두 경기를 보고 오늘의 경기를 설계했다고 판단했다.

‘킴은 코너를 지르는 아슬아슬한 공으로는 스트라이크를 받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거야. 그래서 타자로 하여금 공을 치게 만들고 있어’

호이스트는 하이 패스트볼이나 고속 슬라이더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 증거라고 생각했다.

“이대로는 당하고 말겠군.”

그가 말을 마친 순간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공이 높이 떠올랐다.

“제레미! 힘으로 공을 밀어냅니다!”

“외야 가장 깊숙한 곳으로 날아가는군요. 중견수 키를 넘긴다면 2루타 이상입니다!”

제레미의 타구에는 막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펜스를 넘기에는 아주 조금 힘이 부족했다.

“머레이! 펜스에 기대며 공을 잡아냅니다!”

“킴이 수비의 도움으로 1회 초를 넘기는군요. 이번 타구는 아슬아슬했습니다.”

김민은 머레이의 호수비에 글러브를 높이 들었다.

“나이스 플레이!”

머레이는 공을 내야로 던지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런 공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고!”

블렛소 투수 코치는 김민의 투구에 고개를 끄덕였다.

“킴은 확실히 클래스가 다르군. 심판에게 어떠한 여지도 주지 않았어.”

김민은 세 타자를 상대로 다섯 개의 공을 던졌고, 제레미에게 던진 초구를 제외하곤 모두 타자들의 배트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정교하게 설계된 맞춰 잡는 피칭.

양키스 타자들은 김민의 함정에 빠져 아웃 카운트 3개를 순식간에 헌납하고 말았다.

“나이스 피칭.”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민에게 스미스가 손을 내밀었다.

김민은 스미스와 하이파이브한 뒤 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마지막 공은 위험했어.’

약물과 재능이 합쳐진 제레미 같은 타자를 맞춰 잡기 위해서는 운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번에는 성공했지만, 다음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김민이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진 순간 주심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트라이크!”

탬파베이 팬들은 반개쯤 빠진 공에 주심이 손을 들자 불만을 터트렸다.

“그게 어떻게 스트라이크야!”

“똑바로 공을 보라고!”

이반 감독도 불같이 화를 냈다.

“돈을 먹은 거 아니야!”

그의 목소리가 컸기 때문에 심판들이 일제히 1루 더그아웃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제의 퇴장 때문일까?

아직 퇴장 선언은 나오지 않았다.

“카운트 0-1, 브라이튼 다음 공을 기다립니다.”

브라이튼은 루키로 올스타에 출전한 두 번째 탬파베이 선수였다.

탬파베이 팬과 구단은 그가 탬파베이의 지터나 노라가 되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아이작이 신중하게 사인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양키스의 3선발 아이작은 이번 시즌 11승 6패에 4.0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팀의 상승세를 자신의 손에서 끊어지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킴이라고 해도 오늘만큼은 2, 3점은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내가 실점하지 않는다면 팀은 연승을 이어갈 수 있다.’

슈욱!

빠른 공이 바깥쪽 코너를 노렸다.

브라이튼의 눈에 공이 선명하게 보였다.

‘빼지 않고 바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건가?’

그는 카운트를 잡으려고 들어오는 바깥쪽 공을 밀어치려 했다.

하나 배트가 공에 닿으려는 순간 공이 바깥쪽으로 휘어져 나갔다.

‘패스트볼이 아니야! 이건 커터야!’

패스트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배트를 멈추기에는 너무 늦어 버렸다.

탁!

배트 끝에 걸린 공이 그대로 3루수 홀리스에게 향했다.

“홀리스, 강하게 1루에 송구합니다!”

파앙!

미트에 들어온 공이 묵직한 소리로 브라이튼의 아웃을 알렸다.

부르스는 홀리스의 강한 송구를 보곤 감탄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홀리스의 어깨는 참으로 대단하군.”

“난 홀리스의 어깨보다 홀리스와 제레미를 동시에 잡은 양키스의 재력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해. 저 녀석들 돈으로 리그를 파괴할 생각인 것 같아.”

렉터는 돈으로 로스터를 채우는 뉴욕 양키스가 못마땅했다.

“로스터만 돈으로 채우면 다행이게? 녀석들 심판을 돈으로 매수한 게 분명해.”

두 사람 뒤에 앉은 안데르센은 지난 판정에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에 렉터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 사무국 차원에서 밀어주는 팀이니 당할 수가 없지.”

아이작은 2번 타자 케니히를 삼진으로 3번 타자 윌리엄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곤 1회를 마쳤다.

“아이작 출발이 좋습니다.”

“이 기세라면 시즌 20승도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건강하게 로스터를 지킨다면 아이작은 후반기 14번의 등판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9승 이상을 거둔다면 시즌 20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18번 나와서 11승을 올린 투수가 14번 나와서 9승이라. 산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쉽지는 않을 거야.”

호이스트는 같은 팀이었지만, 아이작의 20승을 비관적으로 보았다.

그는 20승을 올리기 위해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거나 리그 타자들을 압도하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작은 좋은 투수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무기가 없어.’

2회 초.

김민이 마운드에 올랐다.

호이스트는 김민을 보며 생각했다.

‘킴은 아이작이 가지지 못한 무기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다.’

평균 이상의 회전수로 발생하는 라이징 패스트볼.

메이저리그 어느 선발 투수도 가지지 못한 다양한 구종.

2년 차라고 믿을 수 없는 볼 배합.

내야를 지휘하는 수비 시프트.

타자의 허를 찌르는 체인지 오브 페이스.

‘최근에는 여기에 페이크 패스트볼이란 구종까지 추가했지.’

그는 김민이 페드로 마르티네스 이상으로 양키스를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장 좋은 것은 트레이드로 킴을 데려오는 것이야.’

호이스트는 당장은 불가능하더라도 김민의 연봉이 대폭 상승하는 2, 3년 뒤에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킴이 2003 시즌까지 이런 기량을 유지한다면 2004년에는 바로 천만 달러(124억 원)짜리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거야. 탬파베이는 그 계약을 부담스러워하겠지.’

현재 탬파베이에서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는 그렉스였다.

그러나 그의 연봉은 천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스몰마켓인 탬파베이에게 천만 달러 이상의 연봉은 분명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홀먼 단장과 빈스 구단주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김민만큼은 잡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주심의 손이 올라가지 않았습니다. 이번 공은 볼입니다!”

김민의 초구는 코너를 찔렀으나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자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또 시작이냐!”

“전광판을 보라고! 저기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는 게 보이잖아!”

김민은 코너에 찌르는 공으로 오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공은 잡아 주지 않겠다는 뜻이군.’

그는 호흡을 조절한 뒤 두 번째 공을 던졌다.

슉!

빠른 공이 타자 눈높이로 날아갔다.

“스윙 스트라이크!”

4번 타자 오스번의 배트가 헛돌았다.

“오스번, 노리고 배트를 휘둘렀지만, 공을 맞히지 못했습니다.”

“패스트볼이 96마일(154km)을 기록했습니다. 킴, 마음먹고 하이 패스트볼을 던져 오스번을 눌렀습니다.”

오스번은 악의 제국 양키스에서 세 번이나 우승을 맞본 타자였다.

하지만 제레미가 온 뒤로 이인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내가 이인자라고? 제레미 녀석은 약의 힘을 빌리고 있는 것뿐이야.’

그는 제레미가 약물로 근육을 키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간을 좁힌 순간 세 번째 공이 날아왔다.

슉!

‘안쪽 빠른 공?’

오스번은 이번 공이 빠르긴 하지만 앞서 던진 하이 패스트볼보다 느리다는 것을 깨달았다.

‘90마일 전후. 패스트볼이 아니라 스플리터다.’

그는 지터와 마찬가지로 배트를 내리려했다.

한데 바로 그때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한마디가 있었다.

그것은 1회 초 지터가 아웃을 당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와 한 말이었다.

“킴은 스플리터와 똑같은 구속을 지닌 페이크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어. 다들 조심하라고.”

오스번이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페이크 패스트볼이라고 했던가? 가짜란 사실만 밝혀지면 아무것도 아닌 공이야.’

그는 스윙 각도를 조절하지 않고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다.

김민이 던진 공이 페이크 페스트볼이라면 그대로 펜스를 넘겨버릴 생각이었다.

탁!

배트 아래 맞은 공이 바운드를 일으켰다.

‘스플리터!’

오스번이 동그랗게 눈을 뜬 순간 유격수 브라이튼이 타구를 향해 달려들었다.

“브라이튼! 공을 잡아 1루에 연결합니다!”

호이스트는 오스번의 아웃을 보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오늘 경기는 틀린 것 같군. 킴의 설계에 완벽하게 걸려들고 있어.”

그러나 지터와 포사다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완벽해 보이지만 킴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을 뿐이야.”

“내 생각도 같아. 킴의 설계는 제구가 조금만 빗나가도 무너지게 되어 있어.”

두 사람은 두 번째 타순부터는 김민이 꽤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진짜 승부는 두 번째 타순이 돌아오는 4회부터인가?”

“아마 그렇겠지.”

포사다는 말을 던지곤 대기 타석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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