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5
Restaurant 274. 삼계탕 쿡방 속 만렙
2019년 8월 1일.
지한 객잔이 오픈 열흘째를 맞는 날이었다.
아울러 오늘이 지한 객잔에서 만족도 포인트를 얻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하루 영업을 끝내고 직원들이 퇴근해 혼자 남은 강지한은 누적된 만족도 포인트를 확인했다.
총 523,190 포인트가 누적되어 있었다.
환전 하면 5억이 넘어가는 큰돈이 된다.
물론 강지한은 환전하지 않고 포인트를 그대로 놓아두었다.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
식당 문을 닫고 나와 차에 올라타며 강지한이 혼잣말을 흘렸다.
요리에 푹 빠져 살면서 이런저런 일에 손을 대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갈수록 시간의 흐름은 더 빨라지는 것 같았다.
리어카에서 엉망진창인 떡볶이와 어묵을 팔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지한 푸드의 대표로서 여덟 개 브랜드의 영업체를 가지고 있었다.
하나같이 불황을 모를 정도로 승승장구해 나가는 중이었으며 새로 오픈한 지한 객잔 역시 갈수록 일 매출이 상승했다.
사실 지한 객잔은 호중원이 새로 들어오지 않았다면 내부적인 인력 문제로 삐그덕거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호중원은 중식 덕후의 특성으로 요리 레벨이 무섭게 오르더니 지금은 일한 지 일주일 만에 18까지 올라갔다.
강지한은 여기에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 세 장을 사용했다.
해서 현재 호중원의 요리 레벨은 21이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메인으로서 일을 해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무서운 성장속도를 보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크게 될지 가늠하기조차 힘들었다.
호중원은 아이템 사용을 제외하면 일주일 간 요리 레벨이 무려 6이나 올라갔다.
비록 그 요리 레벨이 중식에만 적용되는 것이기는 하나, 어차피 다른 분야는 건들지 않을 것이기에 상관없었다.
아울러 강지한에 대한 호중원의 신뢰도는 직원으로 받아들인 다음 날 바로 100을 찍었다.
황태규처럼 강지한을 등지고 떠나갈 걱정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다.
지한 객잔에서 나온 강지한은 집으로 갈까 하다가 생각을 바꿨다.
그가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지한 분식이었다.
건물 앞에 주차를 하고 내려선 강지한이 지한 분식의 간판을 지그시 바라봤다.
그러다 현관문 근처에 잘 고정되어 있는 리어카로 다가갔다.
“여기서부터 시작했었지.”
강지한의 얼굴에 만감이 교차했다.
이제 리어카는 낡을 대로 낡아 고물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런데도 강지한은 분식집의 마스코트가 된 이 리어카를 버릴 수가 없었다. 아니, 앞으로도 절대 버리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가 잠긴 분식집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늦은 밤, 아무도 없는 분식집 내부는 달빛만이 은은하게 비추어 고즈넉했다.
딸깍.
주방의 불을 켜고 분식집 구석구석을 살폈다.
주걱, 국자, 컵, 의자, 테이블, 바닥이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레벨 업이 가능하다는 뜻.
분식집의 물건들은 현재 최종 단계까지 레벨 업 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주걱, 국자, 컵의 경우는 레벨 업을 시켜봤자 손님에게서 얻는 만족도 포인트가 올라가는 것뿐이니 실상 투자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의자와 테이블, 바닥은 입수 만족도에 플러스 점수를 얹어주는 것이 아니었다.
의자와 테이블의 경우 레벨 업을 할수록 디자인과 착석감이 좋아져 손님이 한결 쾌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바닥은 직원들의 피로를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럼에도 강지한이 이 두 부분을 레벨 업 하지 못했던 건 다른 곳에 신경 쓰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강지한이 지금이라도 포인트를 투자하려 할 때였다.
[지한 분식의 레벨 업 상황을 현재의 운영 체제에 맞게 재구성 가능합니다. 재구성될 경우 모든 레벨 업 효과가 초기화됩니다. 재구성하시겠습니까?]
강지한은 생각할 것도 없이 대답했다.
“응.”
실상 현재 지한 분식의 레벨 업 상태는 시스템을 얻은 초기에나 어울릴 법한 형태였다.
[재구성이 완료됐습니다. 모든 레벨 업 효과가 초기화되었습니다.]
[10만 만족도 포인트를 투자해 지한 분식을 지한 식당의 레벨 업 상태와 동기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 이거지.”
역시나 만족도 포인트는 쓰일 데가 있었다.
강지한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바로 10만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러자 지한 분식의 창문, 식기구, 조명, 실내 공간, 수도 배관, 가스 배관, 간판이 전부 지한 식당과 같은 효과를 발휘하게 되었다.
레벨 업 관련해서 나타나는 메시지들을 기분 좋게 확인한 강지한은 문득 무슨 생각이 났는지 분식집을 나섰다.
잠시 후, 다시 분식집 안으로 들어온 그의 손에는 각종 방송 장비용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 * *
“안녕하세요, 강지한의 심야식당입니다.”
강지한은 지한 분식 주방에 방송 장비를 설치한 뒤, 쿡방을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오늘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여기가 어딜까요? 제가 처음으로 장사다운 장사를 시작했던 지한 분식 주방이에요. 직원분들은 다 퇴근해서 잠시 주방을 빌렸습니다. 어쩐지 옛날 생각에 적적해지는 날이라 이렇게 컨셉을 잡아봤어요.”
강지한이 유연하게 멘트를 하는 와중 그의 방송을 찾은 시청자의 수가 빠르게 늘어났다.
그러는 사이 강지한은 오늘 해먹을 메뉴와 재료들을 소개했다.
그가 준비한 건 삼계탕이었다.
벌써 초복과 말복이 지났는데 아직 제대로 된 몸보신을 하지 못한 터였다.
그래서 조리가 간편하고 맛도 좋은 삼계탕을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일단 닭부터 손질하게요.”
강지한은 싱싱한 6호 닭 네 마리를 빠르게 손질했다.
날개, 꼬리, 목덜미 부분의 불필요한 지방 부분을 잘라낸 뒤, 배 속에 있는 지저분한 이물질들을 찬물에 깨끗이 씻으며 손으로 긁어 냈다.
다음으로는 닭의 밑부분을 통해 찹쌀과 마늘, 대추, 인삼을 넣은 뒤 다리를 꼬아 실로 꼭 묶었다.
그리고 큰 냄비에 황기와 대추, 마늘을 더 넣고 닭을 투하해 센 불에 끓이기 시작했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삼계탕이었다.
“아, 하나 빼먹었네요.”
잊은 재료가 없나 살피던 강지한이 전복을 꺼내 들었다.
그가 전복 8미를 깨끗이 손질해서 아직 끓기 전인 육수에 넣었다.
한데 바로 그때였다.
[손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절대 감각을 얻었습니다. 손끝의 감각이 더욱 섬세해지며 손놀림이 빨라지고 정교해집니다. 모든 식재료의 무게를 들어보거나 쥐는 것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최고 레벨입니다.]
‘어?’
영원히 오르지 않을 것처럼 더디게 오르던 손의 경험치가 100이 되어 레벨 업을 했다.
강지한이 반사적으로 레벨 업 현황 창을 열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6 만족도+5 (숙련도 99/100)
혀 LV6 미각+5 (숙련도 99/100)
목소리 LV6 (숙련도 99/100)
손 LV7 (MAX)
눈 LV5 (MAX)
.
.
.
‘와.’
얼굴과 혀, 목소리의 숙련도도 일괄적으로 99였다.
전부 레벨 업을 앞두고 있는 상황.
사실 강지한의 부위 중에서 가장 레벨이 높은 건 손과 입이었다.
직업이 요리사인 만큼 요리를 하고 맛을 보는 두 부위의 숙련도가 가장 빨리 오르는 건 당연했다.
한데 지한 객잔을 오픈하기 전, 몇 달 정도 주방일을 그만두고 방송에 집중하면서 말을 많이 하고 미소를 자주 짓다 보니 얼굴과 목소리의 숙련도가 손과 입을 따라잡았다.
‘이거 어쩌면?’
오늘 방송을 하면서 나머지 부위의 숙련도도 전부 올릴 수 있을지 모를 일이었다.
* * *
삼계탕은 푹 끓여서 고기가 야들야들해져야 제맛이다.
강지한은 삼계탕이 익어가는 동안 자신이 아는 요리 팁이나 지식들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며 소통해 나갔다.
분위기가 마치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 메뉴가 삼계탕으로 잡히는 바람에 다른 때보다 더 말을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하하.”
강지한이 말을 하며 웃었다.
그때였다.
[목소리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낭랑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묵직한 음성은 상대방에게 감미로운 음악을 듣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들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됩니다. 음식의 맛이나 조리법을 설명할 때 상대방이 크게 몰입합니다. 최고 레벨입니다.]
‘오케이.’
목소리의 레벨도 만렙을 찍었다.
그로 인해 얻게 된 능력은 앞으로 방송을 진행할 때 크나큰 도움이 될 것이었다.
그때쯤, 삼계탕이 완성되었다.
강지한은 냄비에 가득 들어 있는 삼계탕을 거대한 뚝배기 네 개에 나누어 담고 한 번 더 끓인 뒤 본격적인 먹방을 시작했다.
“그럼 맛있게 먹어보겠습니다.”
그가 야들야들한 다리 하나를 뜯어 입에 넣었다.
다리는 혀에 닿자마자 뼈와 살이 사르르 분리되었다.
강지한이 입안에서 굵은 뼈 두 개만 뱉어내고 한입 가득 들어온 살을 씹어 삼켰다.
꿀꺽!
“와, 진짜 꿀맛이에요, 여러분.”
그가 앉은 자리에서 닭 한 마리를 5분도 안 되어서 해치웠다.
그 대단한 먹성에 시청자들이 난리가 났다.
-지한 사마! 저도 한 입만 ㅠㅠ
-책임지세요! 이 밤중에 삼계탕 주문했어요!!!
-여윽시 믿고 보는 지한님 방송♡♡♡
-국물도! 국물도 떠먹어 주세요!+_+
현재 강지한의 방송을 보는 이들은 1,500명이 조금 넘었다.
강지한이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을 보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국물도 먹어볼게요.”
그가 국물을 그릇에 덜어서 후후 불고는 꿀꺽꿀꺽 마셨다.
닭의 풍미가 가득 담긴 진한 국물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그때, 또다시 반가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혀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절대미각을 얻었습니다. 음식을 먹으면 사용된 재료의 종류를 전부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최고 레벨입니다.]
‘드디어.’
강지한은 그동안 시스템의 효과와 스스로의 노력으로 절대 미각에 준하는 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완벽한 절대미각은 아니었다.
한데 혀가 최고 레벨에 도달하며 드디어 절대미각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강지한은 자신이 만든 닭 육수를 한 번 더 맛보았다.
순간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이 그림처럼 머릿속에 주르륵 떠올랐다.
물론 그가 직접 만든 것이기에 어떤 재료가 사용된 것인지 알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히 전과는 느낌이 달랐다.
이를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강지한이 지한 분식의 냉장고를 열었다.
뭔가 먹을 만한 것이 없을까 싶어서였다.
각각의 재료들이 깔끔하고 청결하게 정리된 냉장고 한편에 누가 먹다 남긴 수제 초콜릿이 있었다.
용성우와 고중만은 단 것을 싫어한다. 아마 이리나의 것일 터.
강지한이 초콜릿 한 조각을 맛보았다.
그리고 맛을 음미하자 그 안에 들어간 재료들이 무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절대미각의 효능을 확인한 강지한은 기분 좋게 방송을 이어나갔다.
손과 목소리, 혀의 레벨이 차례대로 만렙을 찍자 기분이 좋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에 얼굴의 레벨까지 올라갔다.
[얼굴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미소 짓는 것만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최고 레벨입니다.]
단순히 미소 하나만으로 타인의 기분을 편안하게 만들어 준다니.
거의 최면 수준 아닌가.
어쨌든 이것으로 강지한의 모든 능력들이 최고치를 찍었다.
더 이상은 올려야 할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강지한은 구름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방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오늘따라 유독 그의 음성과 미소가 아름답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