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205화 (205/330)

# 205

Restaurant 204. 지한 레스토랑

강지한은 현관문 앞에 서서 퀘스트를 멀뚱히 바라봤다.

[퀘스트-기존의 매장과 다른 메뉴를 파는 새로운 매장을 런칭하세요.]

[클리어 보상: S급 랜덤 박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퀘스트의 내용인즉, 강지한이 여태 런칭했던 분식점이나 식당, 김치전골집, 만두 가게, 김치 매장과 아이템이 겹치지 않는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라는 것이었다.

‘제한 시간도 없고 실패 시 페널티도 없어.’

언젠가 그런 매장을 런칭하기만 하면 퀘스트는 성공하는 것.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강지한이 퀘스트를 수락했다.

그리고 클리어 보상인 S급 랜덤 박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S급 랜덤 박스-랜덤 박스의 강화판. 상급과 최상급 아이템이 무작위 비율로 열 가지가 들어 있다.]

랜덤 박스는 단골 포인트 상점에서 단골 포인트 100을 투자해 살 수 있다.

랜덤 박스 안에는 투자한 포인트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고, 형편없는 아이템이나 투자 가치를 훨씬 웃도는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다.

말 그대로 도박이다.

그런데 S급 랜덤 박스는 상급과 최상급 아이템이 무조건 들어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떠한 아이템이 나올지 기대가 되는 강지한이었다.

‘그건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의 얘기니 아직 멀었고.’

지한 식당 분점을 낸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다.

그런데 새로운 사업체를 낸다는 건 힘든 일이었다.

그럴 만한 아이템도 없고 사람도 부족했다.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기로 하고, 집 안에 들어서려 할 때였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별채의 문이 열리며 조정호가 나와 인사했다.

“아, 네. 안 주무셨어요?”

“잠이 오지 않아서요.”

그렇게 대답하는 조정호의 얼굴에 고민이 엿보였다.

“무슨 고민거리 있으신가 봐요?”

“실은…… 의논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어서 기다렸습니다.”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만두 말입니다. 고기만두 말고 다른 만두도 좀 추가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다른 만두라고 하면…… 김치만두 정도밖에 떠오르지가 않네요.”

“맞습니다. 바로 김치만두를 추가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손님들이 김치만두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많이들 합니다.”

“음…….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두 가지 메뉴 무리 없이 소화 가능 하겠어요?”

“네, 사실 손님이 많이 드는 것에 비해 저 개인적으로는 여유가 제법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조정호의 대답을 들으며 강지한이 흡족해했다.

역시, 괜히 천재가 아니었다.

조정호와 함께라면 전덕진도 조금 더 편하게 일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다시 한 번 오늘의 결정이 베스트였음을 느끼게 된 강지한이었다.

그때였다.

조정호의 머리 위에 초록색 느낌표가 나타났다.

‘오늘도 한 번 터지니까 연달아 나오는구나.’

강지한이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조정호에게 김치만두 레시피를 전수하세요.]

[클리어 보상: 직원 능력치 1레벨 업권 10개.(랜덤)]

‘레시피 전수라.’

레시피를 전수한다는 건 맛집의 비밀을 오픈한다는 것과 마찬가지.

요식업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클리어 보상이 제법 컸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레시피를 전수하라 그랬다면 강지한도 퀘스트를 포기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조정호라면 믿을 수 있었다.

강지한은 퀘스트를 수락했다.

“들어와요, 정호 씨. 김치 만두소 레시피 알려드릴게요.”

* * *

과연 조정호였다.

그는 강지한이 알려준 레시피를 단 한 번 보고 거의 90퍼센트 가까이 재현해냈다.

“이 정도면 훌륭하네요. 일주일 동안 완벽히 정호 씨 것으로 만들어서 다음 주부터 판매하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저한테 이런 레시피를 쉽게 알려주셔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호 씨는 믿을 만한 분이에요. 그래서 괜찮아요.”

[퀘스트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얻었습니다.]

[직원 서빙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얻었습니다.]

[직원 청소 능력치 1레벨 업권을 두 개 얻었습니다.]

[직원 회계 능력치 1레벨 업권을 한 개 얻었습니다.]

[직원 설거지 능력치 1레벨 업권을 두 개 얻었습니다.]

[직원 화술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세 개 얻었습니다.]

[얻은 아이템은 레벨 업 현황에 기록됩니다.]

조정호의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아이템이 우르르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조정호가 강지한에게 인사를 건네고서는 별채로 갔다.

그러자 작은 방에 들어가 있던 도근한이 설렁설렁 거실로 나왔다.

“끝났냐.”

“응. 봐도 된다니까. 굳이 기어 들어가고 그래.”

“그런 식으로 네 레시피 뺏고 싶지는 않다.”

도근한은 강지한이 조정호에게 김치만두 레시피를 알려준다고 하자 바로 방에 들어가 버렸다.

“은근히 배려심이 있단 말이야.”

“나 원래 친한 사람들한테는 배려심 쩔어.”

“그 말은 지금 나랑 친해졌다고 공개 선언 하는 거야?”

“그런 닭살 돋는 멘트는 네 애인이랑만 해. 근데 네가 어떻게 그런 미인을 만났냐.”

도근한은 강지한과 함께 지내며 예소린과도 친분을 다졌다.

처음 예소린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예쁘다는 것이었다. 다음으로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왔다.

하지만 그러한 말을 입 밖으로 뱉을 수는 없었다.

아름다운 여인과 연줄이라도 만들고 싶은 남자들이 써먹는 구시대적 멘트가 아닌가.

특히 친구 애인에게 그런 멘트는 더더욱 금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근한은 그녀를 분명히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나저나 해답은 좀 찾았어?”

강지한이 물었다.

“아니.”

힘없이 대답하며 고개를 젓는 도근한이었다.

“그래도 네 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많이 배웠다. 어쩌면 그 점쟁이가 말한 것도 이런 의미였는지 모르지. 널 보고 배우면서 성장하라는 거.”

“서울 가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

“모르겠다, 나도. 아버지는 복귀하고 세 달 내로 성과 없으면 때려치우라고 노발대발하시고. 요리는 절대 놓고 싶지 않고. 근데 서른 다 되어가는 놈이 성과도 없이 꿈을 좇겠다고 하는 건 또 말도 안 되는 일이라서 답답하다.”

말미에 피식 웃어버린 도근한이 농담처럼 강지한에게 말했다.

“너 분점 하나 더 안 내냐? 그거 내가 이어받을게. 지영 누나 보니까 매일같이 입이 귀에 걸려 있더만. 장사 잘된다고.”

그때 도근한의 머리 위로 초록색 느낌표가 나타났다.

강지한이 바로 퀘스트를 확인했다.

[퀘스트-도근한은 요리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아버지의 등쌀에 가업을 이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가 요리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퀘스트 진행도-0/100]

[클리어 보상: 진행도가 10퍼센트를 달성할 때마다 아이템을 하나씩 받게 됩니다. 진행도의 수치가 높을수록 받게 되는 아이템의 양이나 질이 향상됩니다.]

[실패시 페널티: 무작위 직원 세 명의 무작위 능력치 하나씩이 영구 삭제.]

‘……페널티가 센데.’

이번 퀘스트에는 페널티가 존재했다.

그것도 제법 큰.

해서 클리어 보상에는 그다지 감흥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퀘스트 내용 자체가 강지한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었다.

‘근한이가 요리를 포기하지 않게 도와주라고?’

그 말은 머릿속으로 곱씹는 순간 조금 전 마당에서 얻게 된 퀘스트가 떠올랐다.

[퀘스트-기존의 매장과 다른 메뉴를 파는 새로운 매장을 런칭하세요.]

‘가만. 혹시 이거……?’

강지한은 퀘스트 시스템이 변화된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짚었다.

도근한은 스테이크 하우스가 잘되지 않아 강지한을 찾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퀘스트는 도근한의 요리 능력을 2레벨 올리라고 했었다.

아울러 도근한은 강지한의 곁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오늘, 새로운 매장을 런칭하라는 퀘스트와 도근한이 요리를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라는 퀘스트를 동시에 받았다.

그 모든 상황들을 연계시켜 멀리 내다보면 결국 최후엔 도근한과 강지한이 서로의 문제를 도와주는 그림이 그려진다.

‘양식집을 지한 푸드 계열사로 런칭해서 점주로 도근한을 앉힌다.’

그렇게 되면 강지한의 커다란 퀘스트 두 개는 해결이 된다.

아울러 지한 푸드의 영역이 넓어지게 된다.

이후 양식집의 성적이 괜찮게 나오면 도근한 또한 요리를 계속할 수 있게 될 터.

이거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그리고 강지한은 양식집 또한 성공시킬 자신이 있었다.

백 퍼센트라고 할 수는 없었으나 몇 번씩 새로운 매장을 런칭해서 성공시킨 경험에 더해 도근한의 확실한 실력이 받쳐주니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레벨 업 시스템은 강지한을 늘 바른 길로 인도해 주었다.

이번 퀘스트는 이제 그의 영역을 넓혀 나가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근한아, 나 지금 분점 낼 생각 없다.”

“농담이야, 자식아. 진지 빨기는.”

“근데 새로운 매장을 런칭할 생각은 있는데. 너 해볼래?”

“새로운 매장? 뭐?”

농담이라던 도근한의 눈에 약간의 기대감이 어렸다.

“지한 레스토랑.”

“레스…… 토랑?”

레스토랑.

명사로 보면 서양의 음식점이라는 뜻이다.

즉, 강지한은 그에게 양식당을 열겠다고 말을 한 것이다.

“네가 양식당을 열겠다고?”

“응, 혼자서는 못해. 믿을 만한 조력자가 필요하다. 너라면 믿고 같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때?”

강지한에겐 레벨 업 시스템으로 얻은 서양 요리 대가 고(故) 제이미 램지의 지식이 있다.

그의 지식과 지금까지 요리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적인 맛을 잡아낼 수 있는 메뉴들을 개발한다면 충분히 먹일 터.

중요한 건 도근한에게 남은 시간이 세 달밖에 없고 그 안에 승부가 날 만큼 레스토랑이 빨리 알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데 이미 강지한의 이름은 요식업계에 하나의 브랜드처럼 자리해 있었다.

그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으로 승부를 본다면 분명히 인지도를 올리는 데는 치트키처럼 큰 도움을 줄 게 분명했다.

도근한 역시 그걸 알고 있기에 분점 운운하며 농담을 던졌던 것이다.

때문에 강지한의 제안이 나쁘지 않았다.

“진심이냐?”

도근한이 물었다.

“응. 해볼래?”

“지한 식당은 어쩌고?”

“내가 잠깐 계산해 봤는데 네 식당 내 사업체로 흡수해서 리모델링하고 메뉴 개선한 뒤 재오픈하려면 최소한 한 달은 더 쉬어야 돼. 그동안에 난 서정혜 씨가 혼자서도 지한 식당 끌고갈 수 있을 만큼 성장시킬 거야.”

“그게 가능해?”

“정혜 씨라면 가능해.”

한식 특화라는 특수 능력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조정호에게 듣기로 그녀의 만두 빚는 속도는 이미 조정호와 비슷한 경지에 올랐다고 한다.

그 정도의 발전 속도라면 한 달이 부족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한 레스토랑을 오픈하면 난 거기서 너랑 함께 운영을 할 거야. 레스토랑이 완전히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판단될 때까지.”

“잠깐만……. 내가 아까 정혜 씨 얘기 때문에 놓친 부분이 있는데 지금 내 스테이크 하우스를 지한 레스토랑 건물로 사용하겠다는 거야?”

“응, 그 정도 투자는 해야지. 싫어?”

“아니, 나는 좋지. 있던 곳에서 하니까. 근데 네가 괜찮냐는 거야. 춘천을 떠나 있어야 하는데.”

“평생 서울에 있겠다는 것도 아닌데 뭐. 그리고 요새는 설탕이도 없어서 집에 들어오는 게 더 적적해.”

“미친놈아, 설탕이 생각만 하냐? 소린 씨 생각은 안 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사람이거든. 일 때문에 서울 가 있어야 한다면 이해해.”

“아니, 내가 말한 포인트는 그게 아니라…… 관두자. 연애고자 새끼랑 뭔 말을 하냐.”

“연애 잘하고 있는데 무슨 고자?”

“아, 그냥 더 말하지 마. 이 주제로. 속 터질라 그러니까. 아무튼! 너 진심으로 제안한 거지?”

“응.”

“그럼 나도 진심으로 받아들일게, 네 제안. 같이해 보자. 지한 레스토랑.”

도근한이 손을 내밀었다.

강지한이 그 손을 바라보다가 탁 내쳤다.

“치워, 간지럽게.”

“……샹놈아.”

[퀘스트 진행도-10/100]

[퀘스트 10% 클리어! 성공 보상이 지급됩니다.]

[직원 요리 능력치 1레벨 업권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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