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48화 (48/330)

# 48

Restaurant 47. 요리 조언자

[변화의 구슬이 작동합니다.]

[구슬의 힘으로 레벨 업 시스템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강지한의 눈에 턱 박혔다.

‘레벨 업 시스템의 구조 변화?’

어떤 식의 변화인지 의문을 품는 순간 다른 메시지들이 주르륵 올라왔다.

[변화 시, 음식에 포인트 투자가 불가합니다.]

그것은 포인트의 투자로 음식의 레벨을 올릴 수 없다는 얘기였다.

[지금까지 레벨을 올린 음식들의 퀄리티는 저하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리과정에서 실수를 하거나 레시피를 실수하게 되면 완성된 음식의 레벨이 다운됩니다.]

여태까지는 6레벨 음식을 만든다고 하면 떠오르는 레시피대로 몸이 그냥 움직이는 느낌인지라 실수가 없었다. 하나 이제부터는 정신 차리고 조리하지 않을 경우 실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 음식 외의 것들엔 지금까지처럼 포인트 투자가 가능합니다.]

[음식은 스스로 연구하고 만들어 레벨을 높여야 합니다.]

[메뉴 등록 슬롯이 해제됩니다.]

메뉴 등록 슬롯의 포인트는, 등록한 음식들의 레벨을 포인트 투자로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포인트 투자가 불가능한 시점에서 메뉴 등록 슬롯은 의미가 없어진다.

[특수능력 ‘요리 조언자’를 얻게 됩니다.]

[요리 조언자는 모든 요리들의 수준을 수치화해서 보여줍니다.]

[요리들은 기존처럼 정해진 레벨에 따른 퀄리티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강지한 님께서 음식을 만들고 나면 요리 조언자가 만들어진 요리의 완성도를 파악해 적정 레벨을 알려줍니다.]

‘이거다.’

강지한이 쾌재를 불렀다.

그가 쉼 없이 요리 연구를 하고 연습을 하면서도 슬롯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요리들의 레벨은 2 이상으로 발전시킬 수 없었다.

한데 이런 시스템이 된다면 기존에 그를 옭죄고 있던 사슬이 풀어진다.

[강지한 님의 업그레이드된 얼굴, 혀, 목소리, 손, 눈의 능력치가 시스템의 단순 동기화를 넘어서서 완벽하게 이식됩니다. 이식된 능력들은 동기화 상태일 때보다 레벨 업 하는 데 더욱 많은 포인트를 필요로 하게 됩니다.]

[구조 변화, 능력 이식에 필요한 비용은 15만 포인트입니다. 지불하시겠습니까?]

15만 포인트.

큰 액수다.

돈으로 환전하면 1억 5천에 달하는 돈이었다.

하지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구조의 변화와 능력 이식은 1억 5천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가치를 강지한에게 안겨줄 테니.

강지한은 이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응.”

[15만 포인트를 지불했습니다. 레벨 업 시스템의 구조가 변화합니다.]

[‘요리 조언자’를 얻었습니다.]

[시스템의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몇 가지 사항에 변동이 생깁니다.]

[레벨 업 현황에서 ‘음식’의 카테고리가 사라집니다. ‘특수 능력’이 ‘김치’ 대신 ‘요리 조력자’로 바뀝니다.]

[보너스 스테이지의 보상이 ‘빈 메뉴 슬롯 세 개’에서 ‘단골 포인트 20’으로 바뀝니다.]

[단골 포인트 상점의 ‘음식’ 카테고리의 판매 상품이 ‘반찬 5가지’에서 ‘일본 요리 장인의 지식’으로 바뀝니다.]

[모든 능력치가 이식됩니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체감상으로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 같았다.

강지한이 바로 레벨 업 현황을 살폈다.

<레벨 업 현황>

[강지한]

얼굴  LV6 만족도+5 (NEXT LOCK)

혀   LV6 미각+5  (NEXT LOCK)

목소리 LV6     (NEXT LOCK)

손   LV6     (NEXT LOCK)

눈   LV3     (숙련도 12/100)

[특수 능력]

요리 조언자

.

.

.

[설탕이 LV9]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굴러, 점프: 행복+8

특수 능력: 물어오기 LV2 (숙련도 10/100)

누적 포인트: 24,184

단골 포인트: 13

메시지에 나온 대로 음식 관련 항목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특수 능력이 김치에서 요리 조언자로 바뀌었다.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레벨을 열심히 올린 음식과 김치의 레시피가 사라지거나 한 건 아니었다.

“한 번 해보자.”

강지한이 무언가 요리를 하려다 말고 그냥 컵라면 하나에 뜨거운 물을 받아 완성했다.

그러자 컵라면의 위로 창 하나가 나타났다.

[컵라면]

요리 등급: LV1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컵라면. 1레벨도 조금 아깝다.

“이렇게 되네.”

요리 조언자는 요리 등급을 표기해주며 그에 대한 사족까지 곁들였다.

“그럼…… 떡볶이를 만들어보자.”

강지한은 주방으로 향해 떡볶이 재료들을 꺼냈다.

집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떡볶이 육수가 없었다.

그가 냄비에 물을 받아 멸치, 양파껍질, 무, 파뿌리, 건새우, 다시마 등등을 넣고 우려내기 시작했다.

육수가 끓자 맑게 걸러내어 프라이팬에 적당량을 옮겨 담았다.

거기에 집에서 숙성시킨 양념을 꺼내 크게 두 숟갈을 푼 뒤, 오뎅은 큼직하게, 파는 어슷썰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떡볶이 떡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접시에 담아냈다.

그러자 컵라면 때와 마찬가지로 떡볶이 위에 창이 나타났다.

[강지한의 고급 떡볶이]

요리 등급: LV5

-누가 먹어도 맛있는 떡볶이. 단, 좋은 양념을 육수가 따라오지 못한다.

‘이거 봐라?’

육수는 오래도록 우려내기에도 피곤하고 재료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은 터라 가볍게 만들었다.

그랬더니 당장 그 점을 꼬집었다.

‘만약 양념의 완성도도 육수처럼 조금 낮아진다면 어떨까?’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강지한이 바로 즉석에서 양념을 만들었다.

사과와 배, 양파를 갈고 조청과 식용유, 고추장, 고운 고춧가루, 간장을 약간 풀어 섞어서 당장 활용할 양념을 완성했다.

들어가는 재료들 중 조청을 빼면 특별할 건 없지만, 중요한 건 비율이었다.

어떠한 비율로 재료들을 섞느냐에 따라 양념의 맛은 천차만별로 변한다.

강지한은 자신만의 황금비율로 양념을 만들어 다시 한 접시의 떡볶이를 내놓았다.

[강지한의 상당한 수준의 떡볶이]

요리 등급: LV4

-여느 분식집에서 맛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것이 맛의 끝은 아니다.

“재미있네, 이거.”

강지한은 요리 조언자의 기능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걸 해보자.”

시스템이 바뀌었으니 지금껏 차도가 없었던 다른 요리들의 등급도 변화가 있으리라.

그동안 강지한이 꾸준히 만들어왔던 메뉴는 제육덮밥이었다.

그가 냉장고에서 요리에 필요한 재료를 꺼냈다.

주방 조리대 앞에 선 그의 손이 바람처럼 움직였다.

보름 동안 하루에 몇 번이나 만들어봤던 요리다.

머릿속에 각인된 레시피를 따라 양념이 만들어지고 생고기가 프라이팬으로 들어갔다.

먼저 뿌려진 것은 설탕.

그리고 야채가 들어가 함께 볶아지다가 양념을 투하했다.

순식간에 제육볶음이 완성됐고 상태창이 나타났다.

[강지한의 맛있는 제육볶음]

요리 등급: LV3

-우연히 들어간 분식집 사장님의 요리 솜씨가 평균 이상이라면 맛볼 수 있는 수준. 큰 특징은 없다.

‘됐다.’

그 전까지는 레벨 2를 벗어나지 못했던 요리가 레벨 3으로 측정되었다.

막혀 있던 레벨 업의 제한이 풀렸다는 게 실감됐다.

강지한은 짜르르한 쾌감에 만세를 불렀다.

“좋아!”

그 순간 멀리서 강지한을 바라보고 있던 설탕이가 다가와 폴짝 뛰어올랐다.

“엇!”

강지한이 가슴께로 날아든 설탕이를 두 손으로 급히 안았다.

왕! 헥헥헥!

설탕이가 반갑게 짖으며 강지한의 뺨을 마구 핥았다.

근 보름간 설탕이는 강지한의 웃는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다.

항상 어딘가 힘이 빠져 있거나 무언가에 무섭게 몰두하는 모습이 전부였다.

그러다 이렇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설탕이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강지한이 설탕이를 안고 빙글빙글 돌다가 소파에 몸을 파묻었다.

“설탕아, 고마워. 네 덕분이야.”

변화의 구슬 마지막 조각은 설탕이가 물어온 선물 상자에서 나왔다.

그 덕분에 이렇게 빨리 강지한이 원하던 걸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동안 형이 계속 늦게 자서 기다리느라 힘들었지? 오늘은 같이 일찍 자자.”

강지한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건지 설탕이가 꼬리를 마구 흔들었다.

* * *

시스템이 변화된 이후 사흘이 흘렀다.

그동안 강지한은 새로운 메뉴들을 열심히 연구했다.

그는 손님 식탁에 음식을 내놓기 위한 커트라인을 레벨 4로 정했다.

해서 사흘 동안 그 커트라인을 통과한 하나 더 탄생했으니 제육덮밥이었다.

제육덮밥은 포인트를 사용해 레벨을 올린 게 아니어서 강지한에게 더욱 의미가 있었다.

아울러 강지한은 모든 음식에 신선한 재료와 천연조미료를 사용했다.

천연조미료는 멸치분말, 표고버섯분말, 새우분말 등을 직접 만들었다.

멸치의 경우 팬에 기름 없이 볶아내 완전히 식힌 뒤, 믹서기로 곱게 갈면 끝이다.

새우 역시 건새우를 팬에 볶아내야 하는데, 이때 청주를 조금 넣어주면 잡냄새를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물기가 사라질 때까지 완전히 볶은 새우를 믹서기로 갈면 끝.

표고버섯의 경우는 제일 쉬웠다. 표고버섯을 바짝 말린 뒤 잘게 썰어서 믹서기에 곱게 갈면 되는 일이다.

그 외에도 강지한이 만든 천연조미료는 홍합 가루, 다시마 가루, 시금치 가루 등이 있었다.

전부 사흘 동안 요리 연구를 하며 필요에 의해 만든 것들이었다.

그냥 사서 해도 상관없었으나 그래서는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들을 직접 만들고 시도해 봐야 했다.

점점 늘어나는 메뉴만큼 주방은 더욱 바쁘게 돌아갔고 손님은 늘어났다.

손님들 중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씩 찾아오는 단골이 있는가 하면, 오늘 처음으로 방문한 이들도 있었다.

“여기 맛집인가 보네.”

“그러게요. 우리 들어오자마자 웨이팅 걸렸어요.”

“으하암~! 오늘 하루 공쳤는데, 밥이라도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다.”

최인정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그러자 맞은편에 있던 정민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형은 그게 문제예요. 행복회로를 너무 돌려. 끼니를 거지 같이 해결하더라도 공치질 말아야죠.”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간 일에 미련두지 말자.”

“하아……. 사람처럼 웃는 강아지라고 했을 때부터 느낌이 싸하더라니.”

정민석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INTV 동물예능프로그램 ‘신비한 동물의 세계’ VJ들이었다.

최인정은 정민석보다 일 년 선배였고 낙천주의자인 반면, 정민석은 현실주의자였다.

해서 두 사람의 스타일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금 몇 마디 오간 대화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서울까지 언제 다시 가냐.”

정민석의 한숨은 멈출 줄을 몰랐다.

“좋게 생각해. 우리가 이런 일 아니면 언제 또 춘천에 오겠냐.”

“허위제보 아니었으면 춘천 올 시간에 더 영양가 있는 제보 찾아 영상 하나라도 더 따냈겠죠. 근처에 어디 천재견 같은 애들 없나.”

그때 두 사람의 테이블로 이리나가 음식을 서빙했다.

“주문하신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먹자, 민석아.”

“와, 여기 알바 예쁘네요.”

“하여튼 여자라면 정신을 못 차리네.”

최인정이 피식 웃고서 김치찌개를 한입 떠먹었다.

한데 그 순간 그의 눈이 홉떠졌다.

“어?”

“왜요?”

음식을 먹고 튀어나온 최인정의 이상한 반응에 정민석이 물었다.

그러나 최인정은 대답 대신 찌개를 한 번 더 떠먹었다.

“와.”

“맛있어요?”

“장난 아니야. 먹어봐.”

정민석이 살짝 기대하며 김치찌개를 맛봤다.

“후~ 후~”

입김에 살짝 식은 김치찌개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정민석은 저도 모르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어우, 대박인데?”

“여기 인기 비결이 김치찌개인가 보다.”

“에이, 아닌데요. 손님들 이것저것 골고루 주문해 먹는데?”

“김치찌개 맛집 저리 가라 할 정돈데 이게 주력 메뉴가 아니라고?”

최인정이 주변을 둘러봤다.

후배의 말대로 손님들은 김치찌개뿐 아니라 김밥, 라면, 떡볶이, 된장찌개 비빔밥 등, 여러 가지 메뉴를 고루 즐기고 있었다.

그 말인즉, 다른 메뉴들도 김치찌개에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와, 어떻게 춘천에 왔다가 이런 집을 찾았지?”

“여기 생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 하아, 지금 이 순간 내가 동물예능을 찍고 있는 게 한이 되네요. 휴먼 예능 쪽 VJ였으면 썩 괜찮을 텐데.”

“분식집에서 이 정도 퀄리티면 아이템 좋지. 근데 다 부질없는 생각이잖냐. 밥이나 먹자.”

“그럽시다.”

이후로 두 사람은 오고가는 말 없이 오로지 김치찌개의 맛을 음미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때였다.

주방에서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소화하고 있는 강지한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설탕이의 레벨이 10이 되었습니다.]

‘설탕이 지금 애견 카페에 있는데?’

설탕이가 강지한과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레벨이 오른 건 처음이었다.

기본적으로 강지한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애정을 받아도 애정도가 오르는 시스템이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잠겨 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물어와’를 얻었습니다.]

[레벨 10이 되어 지능이 상승합니다.]

[교감도가 높아집니다.]

[교육을 함으로써 능력을 얻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특수 능력 ‘명성’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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