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37화 (37/330)

# 37

Restaurant 36. 달콤하고 아픈 추억

그곳은 하늘 분식의 간판이 걸려 있는 건물이었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문 앞에는 매매 문의 연락처가 붙어 있었다.

“여기 사장이 건물 내놨더라고. 손님이 들지 않아 망해서 나간 거라 권리금도 싸. 어차피 분식집 했던 곳이어서 내부 인테리어 그대로 갖다 쓰면 될 거고. 돈 좀 있으면 이 건물 사는 게 어떨까 싶은데.”

“하하, 그렇긴 한데 제가 매매할 정도의 돈은 없어서요. 일단은 월세로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런가? 그럼…… 2, 30평으로 두 군데 더 돌아보지.”

“네.”

강지한이 예경천의 차에 올라탔다.

차창 밖으로 하늘 분식의 간판이 멀어지고 있었다.

* * *

강지한은 도통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장소도, 가격도 그의 생각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그에 예경천이 넌지시 제안을 해왔다.

“강 사장, 이러면 어때? 지한 분식 옆에 피자집 있잖아. 거기가 이달 말에 나가요. 그럼 가운데 벽 터서 두 매장 하나로 합쳐 가지고 운영해 보는 건?”

“네? 그게 가능해요?”

“사실…… 그게 원래 30평 매장이 18평, 12평 둘로 쪼개진 거거든. 뭐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이 있었어. 아무튼 강 사장이 벽을 트면 다시 원래대로 복구시키는 셈이 되는 거지.”

“그럼 매장 두 개를 제가 사용하게 되는 건데 월세가 좀…….”

“월세는 내 지금보다 딱 30만 더 받겠네. 요새 30평이면 아무리 상권 안 좋은 상가라도 80은 족히 받는 거 알지? 무려 20이나 싼 거야.”

“보증금은요?”

“보증금은…… 동결!”

“그래도 되겠어요?”

“소린이한테 들었어. 강 사장이 설탕이를 일부러 카페에 맡겨준다며? 고 녀석이 유치하고 있는 손님의 비중이 장난이 아니라던데. 카페 매출이 고 앙증맞은 녀석 때문에 껑충껑충 뛴대.”

강지한은 예소린을 위해 일부러 설탕이를 집에서 데리고 나온 것이 아니다.

설탕이를 혼자 둘 수 없으니 예소린에게 맡겼던 것이다.

한데 그녀가 얘기를 그런 식으로 한 모양이었다.

참 속이 깊은 여자였다.

예경천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내가 그게 고마워서 언제고 보답을 하려고 기회만 봤는데 지금이 그 기회인 것 같아. 벽 트는 것도 공사비가 많이 들진 않을 거야. 어떤가?”

강지한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제안이었다.

굴러 들어온 복을 발로 걷어찰 강지한이 아니었다.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예경천이 두 손바닥을 탁! 마주쳤다.

“역시 시원시원하시네, 우리 강 사장! 거절했으면 나 무안할 뻔했어요! 하하하하!”

예경천이 솥뚜껑 같은 손으로 강지한의 양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 * *

큰 문제를 해결하고 난 강지한은 비로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귀가할 수 있었다.

그가 새로 얻은 집의 철문 앞에 섰다.

“어색하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멋쩍게 웃고는 철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러자 집 안에서 설탕이의 반가운 짖음이 들려왔다.

왕왕! 왕!

그에 옆집 사는 개가 따라 짖었다.

월월월월!

그러자 맞은편 사는 집에서도, 건너건너 집에서도 동시다발로 개들이 짖어댔다.

멍멍멍!

워러러러러러!

왈왈!

“하하하, 개판이네.”

마치 개들이 텃세를 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이런 환경이라면 설탕이도 마음 놓고 짖을 수 있는 데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것도 가능하니 강지한은 그저 좋았다.

철문 너머에는 낡은 집 두 채를 품은 마당과 그 뒤로 탁 트인 텃밭이 있었다.

그것들을 눈에 담으며 현관문을 열었다.

순간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설탕이가 확! 하고 뛰어 올랐다.

조그만 녀석이 점프력 하나는 기가 막혔다.

가슴 높이까지 솟구친 설탕이를 강지한이 얼른 받아 안았다.

설탕이는 꼬리가 빠질 듯 팽팽 돌리며 강지한의 뺨을 마구 핥아댔다.

“하하, 혼자 잘 놀고 있었어?”

왕! 헥헥헥.

“그래그래.”

설탕이의 애정도 하트가 또다시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조금만 더 애정을 주면 레벨 업을 할 것 같았다.

강지한이 설탕이의 사료를 챙겨주려 했다.

그러자 설탕이가 신이 나서 짧은 발로 강지한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토다다다다!

앙증맞은 발톱이 장판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퍽 귀여웠다.

강지한은 사료를 설탕이 전용 밥그릇에 부어주고는 말했다.

“설탕이, 앉아.”

착!

설탕이가 번개처럼 엉덩이를 깔았다.

그러면서도 눈은 사료에 집중되어 있었다.

입에는 군침이 가득 맺혔다.

“엎드려!”

넙죽!

설탕이가 대번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면서 사료와 강지한을 번갈아 쳐다봤다.

“하하. 알았어, 먹어먹어.”

설탕이가 짧은 꼬리를 마구 흔들며 밥그릇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유, 귀여워라.”

강지한이 그런 설탕이의 머리를 살짝 만져주었다.

그러자 밥 먹는 도중에도 손길이 닿는 게 좋았는지 하트 안의 애정도가 가득 차올랐다.

하트의 테두리가 미세하게 커지며 속이 텅 비었고 그 안에 숫자 6 대신 7이 나타났다.

[설탕이의 레벨이 7이 되었습니다.]

[잠겨 있던 능력 중 하나가 개방됩니다.]

[‘빵’을 얻었습니다. 레벨 업 현황을 확인하세요.]

<레벨 업 현황>

.

.

.

[설탕이 LV7]

핥기, 손, 앉아, 엎드려, 하이파이브, 빵: 행복+6

설탕이가 밥을 다 먹고 물까지 마신 후, 다시 강지한에게 다가오려 했다.

그때 강지한이 설탕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빵!”

그러자 설탕이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부들부들 떨면서 옆으로 픽 쓰러지더니 눈을 감고 고개를 툭 떨궜다.

그 광경에 놀란 강지한이 설탕이의 몸을 천천히 흔들었다.

“서, 설탕아?”

강지한의 부름에 설탕이가 눈을 뜨고 벌떡 일어나서는 격정적으로 품에 안겨들었다.

“헐, 연기한 거야?”

강지한이 혀를 내둘렀다.

보통의 강아지들은 그저 쓰러지기만 하는데 이 녀석은 완벽한 연기를 해냈다.

“야, 설탕아. 너 아직 애긴데 벌써부터 이러면 나중에 천재견 소리 듣는 거 아니니? 아, 연기를 잘하니까 영화나 드라마 같은데도 출연 가능하려나? 스타견 어때?”

강지한이 설탕이를 마구 쓰다듬으며 즐거워했다.

벌써부터 자식 바보의 기질이 보이는 그였다.

“먹었으니 운동하자!”

강지한은 설탕이를 데리고 마당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여기저기로 마구 달리니 설탕이가 그 뒤를 우다다다 쫓아왔다.

“나 잡아봐라!”

왕왕!

“으하하하!”

강지한은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것처럼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설탕이도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모습이었다.

한참을 그러고 놀다 지쳐서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니 설탕이가 달려들어 품에 와락 안겼다.

그런 설탕이의 털에 강지한이 뺨을 문질렀다.

이제는 정말 설탕이가 완전한 가족으로 느껴졌다.

그러자 행복하다는 기분과 함께 잊혔던 기억 하나가 갑작스레 떠올랐다.

‘지한아~ 아빠 잡아봐라!’

‘아빠~ 같이가아~’

‘더 빨리 달려야지!’

‘아빠아~ 으악!’

‘헉! 지한아 괜찮아?’

‘으아아아아아앙! 아빠 미워어! 으아앙!’

‘미안해, 미안해. 뚝! 아빠 왔잖아. 사내놈이 고작 무릎 까진 걸로 울면 되겠어?’

‘으흐윽! 흐윽! 끄윽!’

‘그렇지. 씩씩하다, 우리 지한이.’

‘그래도 아빠 미워…….’

‘오늘 집에 가는 길에 아빠가 햄버거 사줄까?’

‘햄버거? 정말?’

‘엄마한테는 비밀이야? 햄버거 몸에 안 좋다고 엄~ 청 싫어하는 거 알지?’

‘응!’

‘그럼 이제 아빠 좋아?’

‘최고 좋아! 헤헤.’

‘나도 우리 지한이가 최고 좋아! 하하.’

‘아빠. 나중에 나 이렇~케 커도 지금처럼 업어줄 거야?’

‘그때는 네가 아빠를 업어줘야지.’

‘헤헤! 알았어! 그럼 내가 아빠 업어줄게! 어디 가면 안 돼?’

‘아빠가 우리 지한이 두고 가긴 어딜 가.’

‘다른 친구들 보면 막 아빠가 해외 나가기도 하고 그런댔어.’

‘아빠는 쌀밥 안 먹으면 장이 꼬여서 해외 못나가. 지한이 옆에 계속 있을 거야.’

‘응! 아디 가면 안 돼!’

“어디 가면 안 돼…….”

다섯 살 강지한이 철없이 내뱉었던 말을 스물아홉의 강지한이 말했다.

그가 설탕이를 더 꽉 끌어안았다.

강지한의 뺨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어디 안 간다더니…… 내가 아직 업어주지도 못했는데…….”

설탕이의 털에 강지한의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제 주인을 설탕이가 밑에서 올려다봤다.

그에 갑자기 설탕이가 낑낑거리는가 싶더니 강지한의 눈물을 혀로 핥아 닦아주기 시작했다.

“설탕아…….”

왕! 끼잉. 끼잉-

“형 괜찮아. 이제 네가 있잖아. 정말 괜찮아.”

왕! 헥헥헥.

강지한이 눈물을 닦고 설탕이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달콤한 추억은 아픔도 함께 동반하곤 했다.

* * *

한바탕 뛰고 울고 들어와 설탕이와 샤워까지 했더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강지한은 이사 오면서 큰 맘 먹고 장만한 소파에 앉았다.

싼값에 얻은 낡은 집이었으나 넓은 거실에 부엌과 작은 방 하나, 큰 방 하나가 있는 데다가 화장실까지 깨끗한 좌변기로 개조해 놓아서 살기엔 무리가 없었다.

걱정했던 외풍도 심하지 않았다.

게다가 따로 창고까지 존재했다.

아울러 강지한이 짐을 푼 집 말고 옆으로 작은 집 한 채가 더 있었다.

한데 그 집은 생활하기에는 너무 낡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강지한은 전에 사용하던 텔레비전을 버리고 42인치 텔레비전을 구입했다.

이불도 새로 장만했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김치 냉장고를 세 개나 들여놓았다.

숙성 김치를 손님상에 내놓기도 하고 팔기도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 외에는 크게 돈을 쓰지 않았다.

“이제야 좀 실감이 난다. 여기가 내 집 이라는 게.”

강지한이 혼잣말을 내뱉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옥탑방과의 동기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옥탑방에 투자한 포인트는 마당 있는 집으로 계승됩니다.]

[마당 있는 집의 벽, 바닥, 새로 산 이불, 새로 산 TV의 레벨이 3이 되었습니다.]

메시지가 사라지자마자 집 안에 전보다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며 외풍이 완벽하게 차단됐다.

보일러를 낮게 틀어놨는데도 이 정도면 어지간할 때는 틀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강지한이 소파에 편하게 드러누웠다.

그러자 바닥에 있던 설탕이가 눈을 반짝 빛내더니 그대로 점프해 강지한의 배 위로 턱! 착지했다.

“큭!”

깜짝 놀란 강지한의 복부에 힘이 빡 들어갔다.

설탕이가 강지한의 얼굴에 머리를 마구 부비며 애정을 표시했다.

“이놈이, 애교는.”

강지한이 설탕이를 품에 안고 어루만져 주다가 눈을 감았다.

* * *

“으음.”

설탕이의 포근한 온기에 저도 모르게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서 시간을 확인하려고 스마트폰을 보니 부재중 전화가 다섯 통이었다.

이리나와 용성우한데 온 전화였다.

“무슨 일들이지?”

메시지도 두 통이 와 있었다.

-사장님! 전화 안 받으시네요! 오늘 이사가신다면서요! 리나한테 들었습니다! 지금 리나랑 같이 짐 정리 도와주러 가겠습니다[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지한 오빠. 설마 이 시간에 자는 거 아니죠? 성우 오빠랑 집들이 가도 되죠? 일찍 가려고 했는데 오전 중에 제가 약속이 있어서^^;; 택시 탔어요!

“……이게 다 뭐야?”

강지한이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왕! 헥헥!

설탕이가 신나서 현관문 앞으로 달려갔다.

거의 동시에 누군가가 문을 두들겼다.

똑똑.

“사장님! 우리 왔습니다! 여기 맞지?”

“응. 이 주소 맞아요.”

강지한이 문을 열어주니 강지한을 본 용성우와 이리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빠, 이사 축하해요.”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어……. 고마워, 둘 다. 일단 들어와. 근데 갑자기 무슨 집들이야? 나 집에 없었으면 어쩌려고?”

“오빠 주말마다 집에만 있는 거 다 아는데요, 뭐.”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이리나와 용성우가 들어왔다.

두 사람의 손에는 술과 먹을거리들이 담긴 봉투가 들려 있었다.

“설탕아~ 오래간만이야!”

헥헥!

이리나가 설탕이를 품에 안았다.

설탕이는 거부하지도 않고 그런 이리나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그러는 사이 용성우가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바닥에 쫙 깔았다.

이리나는 설탕이를 내려놓고 잽싸게 주방으로 가서 수저와 컵을 가져왔다.

“사장님! 한 잔 받으시죠.”

“그래.”

용성우가 강지한의 잔에 술을 채웠다.

강지한이 다른 두 사람의 잔에도 술을 채워주었다.

“새 집으로 이사 오신 거 축하드립니다! 헤헤!”

“축하해요, 오빠!”

“다들 고맙다.”

세 사람은 이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술을 나눴다.

강지한은 두 사람에게 식당을 증축하게 된 이야기를 전했다.

이리나와 용성우는 강지한의 말을 들으며 진심으로 환호했다.

강지한의 식당이 발전해 나가는 것이 본인들의 일인 양 감격스러웠다.

이리나는 눈물까지 글썽였다.

“울고 그러냐, 너는.”

강지한이 그런 이리나의 눈가를 닦아줬다.

‘…….’

말은 못했지만 순가 이리나의 심장이 철렁했다.

하나 강지한은 그런 이리나의 마음은 전혀 모른 채, 화제를 돌리려고 용성우에게 물었다.

“그런데 성우는 집에서 뭐라고 안 해? 부모님은 회사 다니길 바랐다며.”

“그게…… 좀 죄송하긴 한데 어쩌겠어요. 제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요리산데요. 태어나서 딱 한 번만 불효하죠 뭐.”

“그래. 이왕 시작한 거 최고가 될 때까지 해봐.”

“사장님이 계신데 제가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이 인자 하겠습니다! 헤헤.”

“엄살은.”

“아, 그리고 사장님 차는 뽑으셨습니까?”

강지한은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난 뒤, 저렴한 소형차를 구입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사농동은 외진 데다가 교통이 불편하니 매일 출퇴근하려면 차 한 대는 필수였다.

“다음 주에는 나올 거야.”

“그 전까지 카풀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고맙다, 성우야.”

“근데 오빠. 김치는 언제부터 팔 거예요?”

강지한이 술 한 잔을 홀짝 넘기고서 대답했다.

“증축 끝나면 바로.”

* * *

집들이를 하고 난 이후 4일이 지났다.

지한 분식의 옆에 있던 피자집이 예정보다 일찍 매장을 나갔다.

강지한은 분식점을 열고 처음으로 휴가를 냈다.

기간은 열흘.

벽을 트는 공사에, 리모델링을 해서 내부 분위기를 맞춰야 하고 테이블, 의자도 피자집 것을 버리고 새로 구입해야 했다.

아울러 새로운 공간에 강지한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으므로 열흘을 잡은 것이다.

덕분에 이리나와 용성우도 덩달아 휴가를 얻게 됐다.

직원 공고도 냈다.

주방은 괜찮은데 홀이 넓어지면 리나 혼자로는 감당이 되지 않을 터였다.

해서 홀 알바를 한 명 더 뽑기로 했다.

이제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리면 됐다.

모처럼 쉬게 된 날인데…… 강지한은 그다지 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무심코 달력을 봤는데 부모님 기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즘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하마터면 놓치고 지나갈 뻔했다.

‘뵈러 갔다 와야겠네.’

꼭 기일이 아니더라도 그리울 때마다 찾아가기는 했지만…… 갔다 오고 나면 더 큰 공허함이 가슴에 남았다.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었기에.

그런 생각을 하니 울적한 기분이 강지한을 휘감았다.

한데 타이밍 좋게도 스마트폰이 울렸다.

스마트폰을 들어 액정에 뜬 이름을 본 강지한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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