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6화 (16/330)

# 16

Restaurant 15. 새로운 메뉴들

떡볶이와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메뉴가 바로 라볶이다.

떡 대신 라면 사리를 더 많이 넣어서 떡볶이 소스에 볶아내는 음식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강지한이 새로운 매장 주방에서 라볶이를 만들고 있었다.

홀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로 단 간판 역시 불이 꺼져 있었다.

강지한은 어제 장사를 일찍 마치고 조리도구와 식기류를 사서 매장에 가져다 놓았다.

그리고 오늘은 장사가 끝나자마자 요리 재료를 사서 매장에 왔다.

식당이 오픈하면 내놓을 요리들을 주 무대가 될 매장 주방에서 직접 만들며 연습해 볼 셈이었다.

‘떡볶이의 요리 레벨은 이미 올려놨으니 그 요리법에 떡 대신 라면만 넣으면 돼. 그렇게 하면 메뉴 슬롯에 굳이 등록 안 해도 맛이 좋을 거야.’

강지한의 그런 생각은 적중했다.

처음으로 만들어 본 라볶이의 맛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대박이다.”

이것으로 메뉴 슬롯 하나를 아꼈다.

메뉴 슬롯이 한정적이기에 팔 수 있는 메뉴는 늘려가되, 슬롯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발견한 것이 라볶이였다.

이제 남은 건 김밥과 라면을 만들어 메뉴 슬롯에 추가하는 것이다.

사실 김밥과 라면에 굳이 포인트를 투자해 가며 만들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뭐니뭐니 해도 김밥과 라면은 싼값으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분식집의 대표 메뉴였다.

기본의 맛에 충실하는 것은 물론, 주방에서 내놓는 모든 메뉴들은 최고의 맛을 손님들에게 안겨줬으면 하는 것이 강지한의 욕심이었다.

무엇보다 그 정도의 음식은 강지한이 장사 첫날부터 끼워 넣어도 쉽게 적응해서 나가게 할 자신이 있었다.

“해보자.”

강지한은 우선 라면을 끓였다.

나름대로 맛을 내보겠다며 파를 썰어 넣고 계란도 풀었다.

그렇게 한 그릇 완성하고 나니 메시지가 나타났다.

[라면을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메뉴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등록되었습니다.]

이어서 강지한은 김밥도 만들었다.

특별한 재료는 넣지 않았다.

밥, 단무지, 구운 햄, 우엉, 볶은 당근을 김에 넣고 말았다.

태어나서 난생처음 만들어본 김밥은 참 가관이었다.

울퉁불퉁 두께는 일정치 않은 데다가 옆구리가 터졌다.

맛도 그다지 없을 것 같았다.

“손의 레벨이 높아서 쉬울 줄 알았는데.”

손의 레벨이 높으면 요리하는 실력도 좋아진다.

하지만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었다.

다만, 기존의 사람들보다 더욱 빨리 그 음식을 능숙하게 만드는 데 익숙해지게 된다.

[김밥의 완성도가 63퍼센트입니다. 완성도 80퍼센트 이하의 음식은 요리로 인정되지 않아 메뉴에 등록 불가합니다.]

[팁: 요리 속 재료를 좀 더 풍성하게 넣어, 굵기를 일정하게 말 경우 80퍼센트 이상의 완성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이고. 이런 것도 있었네.”

친절하게 팁까지 적혀 있었다.

강지한은 다시 김밥 말기에 도전했다.

이번엔 기존의 재료에다 계란 지단을 추가해서 말았다.

그런데 모양이 엉망이라 또다시 커트라인에 닿지 못했다.

결국 세 번이나 더 도전하고 나서야 비로소 일정한 모양으로 말아진 김밥이 탄생했다.

[김밥을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메뉴로 등록하시겠습니까?]

“응.”

[등록되었습니다.]

라면에 이어 김밥까지 등록되었다.

이제 메뉴 슬롯의 다섯 칸이 전부 채워졌다.

식당은 아직 오픈 전이라 업그레이드가 불가했으나 메뉴는 5레벨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6레벨의 업그레이드는 잠겨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강지한의 누적 포인트는 5,419였다.

“볶음밥이랑 라면, 김밥 전부 네 단계 레벨 업.”

강지한이 모든 음식을 5까지 레벨 업 시키려 했다.

하지만 레벨 업이 되는 대신 이런 메시지가 나타났다.

[중급자의 난이도가 적용됩니다.]

[메뉴의 레벨 업은 하루에 1단계씩만 가능합니다.]

“맞다. 그랬었지. 어쩔 수 없네. 전부 1단계 레벨 업.”

그러자 세 가지 요리의 레벨이 한 단계씩 오르며 새로운 레시피가 머릿속에 나타났다.

라면은 아무것도 넣지 않고 정석대로 끓이는 것이 전부였다. 물의 양과 끓이는 시간을 정확히 지키면 반 이상은 맛있게 끓이는 것이 가능했다.

김밥은 밥을 조금 더 차지게 지은 뒤, 참기름과 맛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완성된 김밥 겉면에 참기름을 바른 뒤 깨를 뿌려야 한다는 것이 추가되었다.

마지막으로 떡볶이 볶음밥은 잘 익은 김치를 잘게 썰어 넣는 것 하나가 레시피의 팁으로 제공 됐다.

강지한은 새로운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 보고는 확실히 그 맛이 더 뛰어나졌음에 감탄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할까.”

만족스럽게 하루를 마무리한 강지한이 식당을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 * *

오늘은 리어카의 만족도 시스템이 마지막으로 적용되는 날이었다.

마지막 날인 만큼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팍팍 내어주었다.

곧 오픈할 매장에 대해서는 계약을 한 다음 날부터 지금껏 열심히 홍보했다.

오후 4시.

준비한 모든 물량을 팔아치운 강지한이 리어카를 접었다.

이제 더 이상 리어카로 장사를 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제법 정이 들었는데 여러모로 참 아쉬웠다.

그가 리어카의 손잡이를 쓸어내리며 혼잣말을 흘렸다.

“고생 많았다. 중고로 샀는데 일 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말썽 부리지 않아줘서 고마웠어.”

그때 리어카의 위로 메시지가 나타났다.

[리어카의 만족도 동기화가 종료되었습니다. 리어카에 투자한 포인트는 식당의 물건들로 계승됩니다.]

[식당의 모든 국자, 주걱, 컵들의 레벨이 4가 되었습니다. 국자와 주걱으로 담기는 음식을 먹는 손님들과 컵을 사용하는 손님들의 만족도가 3 추가됩니다.]

이것으로 정말 끝이었다.

리어카는 이제 평범하고 낡은 리어카로 되돌아와 있었다.

강지한은 그 리어카를 한참 바라보다가 도저히 버릴 수가 없어서 식당까지 끌고 와 앞에 묶어두었다.

“도저히 못 버리겠다. 넌 그냥 우리 식당 마스코트 하자.”

그렇게 리어카는 지한 분식의 마스코트가 되었다.

“이제 내일부터 오픈이다!”

강지한은 이틀 동안 세 가지 신 메뉴의 레벨을 4까지 올렸다.

내일이 되면 5로 레벨 업이 가능했다.

그러니 바로 지체 없이 장사를 시작하면 될 터였다.

매장의 깔끔한 간판을 바라보는 강지한의 얼굴에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며 나타났다.

내 식당을 갖는 것.

일 년 동안 쉬지 않고 일해도 이룰 수 없었던 꿈이었다.

한데 만족도 시스템을 만나고 나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룰 수 있었다.

“아빠, 엄마. 저 이제부터 제대로 시작합니다. 잘해 나갈 테니 지켜봐 주세요.”

내일부터 드디어 스테이지2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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