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 하는 식당-13화 (13/330)

# 13

Restaurant 12. 오픈 준비

강지한은 합법적인 식당 장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알아봤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보건증이었는데 그것은 리어카 영업을 하기 전에 혹시 몰라 만들어둔 상황이었다.

다음으로 필요한 건 위생교육 수료증이었다.

위생교육 수료증은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으로 수료 가능했다.

강지한은 편안하게 방에서 온라인으로 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발급받았다.

마지막으로 필요한 게 영업신고증과 사업자등록증이었는데, 위생교육을 듣다 보니 벌써 저녁 무렵이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이 두 개는 내일 오전에 해결하기로 했다.

“그럼…… 매장을 청소하고 필요한 식기구들도 사야겠지.”

어차피 전 점주가 분식 장사를 하다 갔으니 주방이나 홀을 따로 리모델링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강지한이 그곳에서 평생 음식 장사를 할 건 아니기에 쓸데없이 돈을 들이기 싫었다.

“빨리 빨리 돈을 모아야지. 그래서 제대로 된 내 매장을 갖는 거야.”

이곳에서는 경험을 쌓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몇 년이나 있을 생각은 없었다.

“음……. 이참에 떡볶이 말고 다른 메뉴들도 좀 손대볼까.”

떡볶이 전문점도 좋지만 메뉴가 다양해지면 그만큼 여러 손님들이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음식의 맛과 질은 만족도를 투자하는 것으로 올릴 수 있으니 크게 무리는 없을 터였다.

분식집이냐 떡볶이 전문점이냐를 고민하던 강지한이 문득 창 너머로 시선을 돌렸다.

벌써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하루가 다 갔네.”

간만에 푹 쉬려고 했던 것이 다음 매장을 위한 준비를 하느라 소모되고 말았다.

“잘됐지, 뭐. 어차피 혼자서 뭘 하고 놀아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으다다다다!”

몸의 찌뿌둥함을 기지개로 털어낸 강지한이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분식집으로 떡볶이를 주력해서 팔자!”

메뉴를 만드는 것이야 레벨 업으로 인해 해결된다지만 그 외에 재료의 관리라던가 음식을 만들 때의 동선 이라던가 조리에 필요한 여러 식기들이라던가 등등.

일반적인 분식집을 하기에는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우선 떡볶이를 주력해서 팔다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메뉴를 하나둘 늘려갈 셈이었다.

식당 이름은 무난하게 ‘지한 분식’으로 가기로 했다.

* * *

그날 밤.

새로운 매장을 인수한 기쁨에 술 한 잔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강지한은 레벨 5 떡볶이와 어묵국을 1인분만 만들어 조촐한 혼자만의 파티를 열었다.

“잘 먹겠습니다.”

포크로 떡볶이와 어묵을 콕 찍어 입에 넣고 씹다가 소주 한 잔을 탁 털어 넣고 꿀꺽 삼켰다.

알콜의 알싸한 향과 쓴맛을 어묵국 한 숟갈로 달랬다.

“크으, 좋다.”

천국이 따로 없었다.

안주는 맛있고 소주는 청량하고 방은 따듯하고!

비싼 음식에 고급술에, 삐까번쩍한 집은 아니었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좋았다.

술술 넘어가는 술에 안주가 금방 떨어졌다.

소주는 사가지고 온 두 병을 채 다 비우지 못했다.

“반병이나 남았는데…… 밥 볶자.”

강지한이 떡볶이 양념에 저번처럼 밥을 볶았다.

“향숙이가 이거 보면 눈 돌아가겠다.”

그 식탐 가득한 녀석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순식간에 볶음밥을 완성하자 저번처럼 메시지가 나타났다.

[떡볶이 볶음밥을 완성했습니다. 새로운 메뉴로 등록하시겠습니까?]

레벨 5 떡볶이는 일주일 숙성된 소스 맛 자체가 환상이었다. 여기에 밥을 볶아 먹지 않는다면 말이 안 된다.

일반 즉석 떡볶이 매장들처럼 떡볶이를 다 먹고 남은 소스에 밥을 볶아주는 것이 아니다.

처음부터 식사 한 끼가 될 정도의 양으로 볶아서 내어놓아 독립 메뉴로 만드는 것이다.

“등록할게.”

[등록되었습니다.]

이어, 강지한의 눈앞에 <메뉴>라는 현황판이 나타났다.

<메뉴>

떡볶이 LV5

오뎅  LV5

떡볶이 볶음밥 LV1

빈 슬롯

빈 슬롯

*빈 슬롯이 두 개 남았습니다. 빈 슬롯을 추가하시려면 2,000포인트를 투자하세요.

“이런 것도 보여주네.”

메뉴에 등록 된 음식은 세 개였고 빈 슬롯이 두 개였다.

말인 즉 앞으로 두 개의 음식을 더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섯 개 이상의 음식을 등록하고 싶다면 빈 슬롯을 추가 구매해야 한다 이건가?”

빈 슬롯의 가격은 개당 2천 포인트.

현금으로 환전하면 200만 원이었다.

역시 투자 없이 얻어지는 건 없었다.

하지만 2천 포인트를 들였을 때 레벨 업 가능한 음식의 종류가 늘어난다면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 강지한의 판단이었다.

결국 그 음식들은 투자 포인트 이상의 가치를 그에게 안겨줄 것이기에.

하지만 당장은 아니었다.

“남은 빈 슬롯은 두 개니까 분식집에서 더 유용하게 쓰일 메뉴들로 구성을 해야겠지.”

강지한은 자신이 다녔던 분식집 메뉴들을 떠올렸다.

그러자 어렵지 않게 답이 나왔다.

“라면이랑 김밥.”

마음 같아서는 당장 만들어서 메뉴로 등록하고 싶었으나 집에 김밥에 들어갈 재료는커녕 라면 한 봉지도 없었다.

“에라, 오늘은 일단 마저 먹자.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자.”

강지한은 시스템에 대해 조금 더 알아낸 것으로 만족하고, 남은 술을 떡볶이 볶음밥에 비워나갔다.

* * *

이상한 일이었다.

어제 술을 마시다 보니 흥이 올라 결국 두 병을 더 사와서 마셨다.

총 네 병을 들이부운 것이다.

강지한이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지만 술고래도 아니었다.

네 병을 혼자 깠으니 평소 같았다면 바닥과 한 몸이 되어 점심나절까지 못 일어나야 맞았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눈이 떠졌다.

몸 상태도 개운했다.

머릿속이 맑았고 숙취는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와아, 신기하네. 이게 이불의 효과인가?”

레벨 3이 된 이불은 강지한의 피로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게 숙취까지 없애준 모양이었다.

“이러니 내가 레벨 업 시스템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기분 좋게 일어난 강지한이 씻고 밖으로 나가 어제 해결하지 못한 영업신고증과 사업자등록증을 등록했다.

이것으로 장사를 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당장 매장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필요한 식기구를 사놓고 주방에서 요리를 만들며 동선을 연구해야 했다.

메뉴판도 새로 만들고, 이왕이면 새로 추가할 메뉴들 역시 레벨을 좀 올려놓고 싶었다.

‘당분간은 리어카 장사를 계속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겠다.’

집으로 돌아온 강지한은 숙성해 두었던 레벨 5 떡볶이의 소스와 다른 재료들을 리어카에 실었다.

그리고 늘 장사하던 자리로 나갔다.

그런데.

“어?”

자신의 자리를 다른 리어카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리어카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하는 순간 강지한의 미간이 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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