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217화 (217/220)

에필로그 1

휘장이 쳐진 방은 무척이나 고급스러웠다. 황제를 대면하기에 앞서 기다리는 곳인 그곳은 현재 뜨겁고 색스러운 숨결로 가득했다.

“아……!”

신음은 주로 은빛 머리를 가진 여인에게서 터져 나온다. 그녀의 사제복은 가슴까지 내려가 커다랗고 실한 살굿빛 젖무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남자가 크게 쳐올릴 때마다 출렁이는 큰 가슴이 옷에 적나라하게 뭉개졌다. 붉어진 살결, 터질 듯이 눌린 젖가슴에 드러난 분홍빛 유두는 포실하게 도드라져서 타액에 젖어 있었다. 누가 보았다면 한참을 빨았구나, 바로 알 정도로.

“후으!”

그러나 여인은 가슴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장소 때문이었다. 바로 옆방엔 기사들과 가신들이 즐비했고, 조금 더 떨어진 곳에 황제가 누워서 정사를 돌보고 있었다. 이런 장소에서 이렇게 될 줄이야……! 신관과의 약속 전에 잠깐 남자를 만난다는 것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 남자는 작별하려는 여인을 끌어당겨 입을 맞췄고, 어느새 그녀의 옷을 반쯤 벗기며 능숙하게 그녀의 몸을 더듬어 가고 있었다.

“너, 너무 그렇게 찔러 올리면, 으음-.”

여인은 저항했지만 애초에 남자의 애무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남자는 여인을 빠르게 점령해 가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여인이 금세 표정을 흐리면서 자신에게 속수무책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는 지점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이미 여인은 자신의 손아귀라는 듯이.

“아, 흐읏, 우-.”

굵은 성기가 꾸역꾸역 좁은 구멍으로 파고든다. 이미 정액으로 가득 찬 그곳에 들어온 성기는 하얀 정액을 물컹 밀어냈다. 그녀의 눈앞이 흐려짐과 동시에 아래가 조여 왔다. 배 속이 찌르르 울릴 만큼 강한 자극이었다.

“우, 우읏……!”

요즘 남자가 자신을 향해서 멈출 줄 모르는 욕정을 드러낸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런 데서까지 이럴 줄이야. 여인은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으, 음.”

장소를 의식해서 그녀는 소리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남자의 성기가 안쪽을 크게 찌를 때마다 허벅지가 덜덜 떨리며 목에서 절로 소리가 빠져나온다. 그녀는 그 무참함을 견딜 수 없어서 울상이 되어 남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강한 남자 냄새가 코를 찔러 오자 기분은 더욱 아득해졌다.

“아, 아……!”

남자는 뭘 하고 온 걸까. 그는 근래 몹시도 바빴다. 귀족들을 밤낮으로 만나며 좋아하지도 않는 사냥과 만찬을 즐겼다. 그러면서도 훈련을 빼먹지 않는 그가 대단할 뿐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그의 몸에서는 늘 땀과 향수 냄새가 섞인 채로 풍겨 왔다. 귀족들이 좋아하는 고급 향수, 아찔할 정도의 시원한 향내는 그의 남자다운 체향과 합쳐지면 저항하지 못할 유혹의 향을 자아내곤 한다. 여인은 이번에도 그 향에 정신이 혼미해지자 이지를 잃지 않기 위해 입술을 질끈 깨물어야 했다. 남자가 눈치 빠르게 속삭여 왔다.

“너무 악물지 마요. 상처 남으면 속상하니까.”

“으, 너, 너무…… 자, 자극적이라.”

“그래서 소리를 참는 거예요?”

남자의 목소리엔 웃음기가 배어 있었다. 평소엔 다정하기 끝이 없는데 섹스를 할 때만은 짓궂은 정력남이 되어 여인은 난감할 정도였다. 남자는 아쉽다는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목소리 듣고 싶은데.”

“읏!”

“제 것에 흐느끼는 소리가 좋은데.”

“우으-!”

여인은 연달아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일부러 그랬다는 듯이 남자는 소리 없이 웃었다. 여인은 이내 그를 노려보았지만 남자는 짙은 황금빛 눈동자로 그런 여자가 사랑스럽다는 듯이 볼 뿐이었다.

“소리를 내도 돼요. 이미 제국 전체가 인정하는 연인 사이인 걸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여인, 아니 말레드레드는 진정 이유를 모르는 거냐고 속이 답답해져 묻고 싶었지만 곧 그를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빠르게 허리를 위로 쳐올린 것이다.

“아, 아……!”

검붉은 성기가 선액으로 번들거리는 구멍을 들락날락하기 시작했다. 고환이 바짝 닿을 만큼 강하게 안을 찍자 말레드레드는 죽겠다는 듯이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자지러지는 교성이 막무가내로 빠져나왔다. 남자는 그런 그녀를 만족스럽게 쳐다보며 속삭였다.

“다리를 벌려요. 더 깊게 박아 줄게요.”

이미 깊다. 지나칠 정도로. 그런데도 남자는 무엇이 부족한 걸까.

마왕을 이긴 뒤로 그는 해소되지 못할 욕정에 시달리는 것 같았다. 대외적인 일정이 없는 날, 아니 시간대면 늘 말레드레드와 함께 있으려 했고, 그녀를 품으려 했다. 난잡하고 음탕한 정사를 좋아하는 말레드레드가 차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음란하게.

“좋아서 금방 헐떡거리게 될 거예요.”

‘이미 그러고 있잖아……!’

말레드레드는 그 말을 간신히 삼키며 그의 목에 매달렸다. 남자는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그녀의 귓바퀴를 혀로 간질였다. 살살, 슥슥 문지르며 애타게 하는 솜씨가 기가 막혔기 때문에 여자는 어쩔 수 없이 허벅지를 조금 더 벌리고야 말았다.

“읏!”

푹, 푹-. 찌르는 동작이 더욱 커졌다. 말레드레드는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자극체가 된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감히 이 자극을 견뎌낼 수 없는 것처럼 강한 쾌감이 머릿속을 뒤흔든다. 말레드레드는 허벅지까지 찌릿한 것을 느꼈다. 온몸을 통과하는 감각이 통증인 것처럼 사납게 그녀를 휘젓고 있을 때, 남자는 갑자기 속도를 늦췄다. 여인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은 것이다.

“조금 느리게 해 볼까요?”

실컷 박아 놓고서 느리게는 무엇일까. 말레드레드는 헐떡이며 흐린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의 팔은 힘이 빠졌다. 남자가 엉덩이를 받치지 않는다면 그에게서 떨어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남자가 그럴 리가 없었다. 남자는 오히려 정사에 오히려 더 힘을 얻은 것처럼 그녀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살집이 느껴지는 포실한 엉덩이는 그의 성기를 더욱 단단히 발기하게 만들었다.

“아, 아응……!”

찌걱, 찌걱.

체액이 가득한 음부를 드나드는 성기의 소리가 적나라하다. 말레드레드는 그만 얼굴이 빨개지고 말았다. 평소에도 야한 소리라고 느꼈지만 대기실에서 들리니 더욱 천박하고 음탕하게 전달된다. 남자는 당황하는 말레드레드를 보면서 짓궂게 벌어진 입술을 핥았다.

할짝, 할짝, 찌걱, 찌걱.

체액들이 비벼지는 소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이 난잡하다. 말레드레드는 쾌감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머리가 아찔해지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았다. 자신의 몸을 들락날락하는 거대한 성기에 집중하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깥을 신경 쓰기엔 너무 먼 길을 왔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단단한 성기를 따라서 점점 뜨거워지는 말레드레드는 멍하니 이게 몇 번째의 절정인가를 생각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한 번, 점심 먹고 산책하고서 한 번, 그리고 황제를 대면하기 앞서 하니 총 세 번이다. 기필코 어제가 아닌 오늘 시점으로만 센 것인데도 이러하다.

‘아론이 이렇게 굶주린 남자였나…….’

그동안 얼마나 절제했던 걸까. 새삼스럽게 그의 자제력과 앞으로의 정욕이 무서워지는 말레드레드였다.

“……전하.”

밖에서 남자를 부르는 가신의 목소리가 있었다. 말레드레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그의 가슴팍을 밀었는데, 남자는 오히려 태연하게 고개를 내려 그녀의 드러난 유두를 물었다. 말레드레드가 흠칫하며 뒤로 몸을 젖혔다.

“아, 아……!”

얼른 입을 한 손으로 막았지만 색스러운 소리가 조금 밖으로 새고 말았다.

“……아, 아론나이드 님, 아니 전하!”

당황한 듯한 가신의 반응이 들려왔다. 말레드레드는 울상을 지었지만 아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유두를 빨기 시작했다. 마치 못 먹어 본 진수성찬을 먹듯 달고 야하게 빠는 그의 모습에 말레드레드는 아연해지고 말았다.

“우, 우읏, 그, 그만, 아……!”

말레드레드가 애원하자 아론이 슬쩍 눈만 위로 올린다. 그의 눈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밑이 빠져 버린 거대한 욕망의 항아리라도 된 것일까. 어쩌면 자신이 여태 아론에 대해 선입견이 있었을 수 있다. 언제나 그가 정중하고 다정했기에 그의 욕정도 그러할 거라고. 따라서 성적인 면에서는 그와의 밤만으로는 부족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그게 오판이었음을 말레드레드는 근래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아론은 멈출 줄도 지칠 줄도 몰랐으며 상당히 뻔뻔했고 체면도 챙기지 않았다. 장소 상관없이 말레드레드를 탐할 기회만 있으면 그녀를 가졌고, 노골적인 애무와 체위도 일삼았다. 딴생각을 조금도 할 수 없었다. 말레드레드는 그의 아래에서 늘 허덕였고, 그의 아래에서 질액과 신음을 흘렸다. 그를 떠나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도록.

따라서 그녀는 오늘도 의식이 혼미해져 기절하기 전까지 할까 서둘러 말했다.

“나, 나머지는.”

그녀는 제 유두를 노련하게 자극하는 그의 솜씨에 억지로 신음을 참아 가며 말했다.

“바, 방에서, 으흣.”

그러자 아론이 인상을 썼다.

“오늘 밤에도 일정이 있어요. 중립을 고집하는 귀족들을 만나야 하거든요. 제국 전체에 무역 유통로를 가진 자들이요. 돈줄을 쥐고 있는 자들이니 확실하게 제 편으로 만들어야 해요.”

유두를 입 안에 넣은 채로 우물거리며 말하자 그조차도 자극된다. 배 안쪽이 크릉크릉 들끓었다. 말레드레드는 전율이 일어나는 몸에 소스라치면서 말을 이었다.

“그, 그럼, 아응, 우, 우린 내일 하면 되잖아, 흐……?”

“역시 그래야겠죠? 아쉽지만.”

아론은 입술로 강하게 유두를 빨아들이고는 입을 뗐다. 말레드레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떨어진 아론은 금세 제 바지를 올리며 단정함을 되찾았다. 애초에 그는 정복을 갖춰 입고 바지만 내린 채였다. 순식간에 반 나신이 되다시피 한 말레드레드와 달리 금발 머리를 뒤로 쓸어 넘기면 세련됨을 곧바로 갖추는 남자였다.

말레드레드는 어이가 없어졌다. 제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정액의 찜찜함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터라 기분은 더더욱 그랬다. 아론은 그녀를 살피며 말했다.

“아무래도 긴 망토를 걸쳐야겠군요.”

아론은 깊어진 눈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발그레해진 얼굴. 달아오른 살결. 드러난 유두는 퉁퉁 부어올라 있고, 그녀의 귀와 머리카락은 타액으로 젖어 있다.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희부연 체액은 그중에서도 압권이었다.

아론은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천천히 그녀의 허벅지를 쓸어 올렸다. 음부까지 닿게 깊숙이 쓸자 여인이 움찔하며 표정을 흩뜨린다. 그런 표정에 정액으로 찬 음부까지. 다시 자신의 중심부가 뜨거워지고 만다. 스스로 구제 불능이라고 생각하며 아론은 빙긋 미소 지었다.

“누가 보면 안 되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