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라이트 앤 다크-195화 (195/220)

195화

말레드레드의 아름다운 육체를. 아론은 어두운 욕망이 깃든 눈으로 말한다. 더 이야기해서 뭐하겠는가. 나는 홀린 것처럼 옷을 벗었다. 달빛이 비추는 대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난다는 부끄러움도 잠시, 아론의 뜨거운 시선에 마음이 온화해진다. 아론은 굶주린 듯한 눈으로 말했다.

“어서요, 말레드레드.”

그의 위로 올라가 허벅지를 벌려 앉자 아론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뿜어져 나온다. 아론의 육체는 더할 나위 없이 뜨거웠다. 피부에 닿는 그의 살결 모든 곳이 펄떡이는 맥박을 소유한 것만 같다. 밀착할수록 더욱 뜨겁게 달라붙었고 부족하다는 듯이 성을 냈다. 그의 것은 벌써 흥분에 찬 야수처럼 하얀 애액을 폴폴 흘리고 있었다.

나는 성난 그의 것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아론이 말했다.

“아직 젖지 않았잖아요.”

그의 목소리는 다정하기 짝이 없었다. 그윽한 그의 눈빛에는 야릇함이 넘쳐흘렀다.

“몸을 돌려서 제 얼굴로 다리를 가져와요.”

“뭐?”

“어서요.”

아론은 거부는 없다는 듯이 단호했다. 나는 망설이다가 겨우 자세를 바꿨다.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다리를 살짝 벌려 아론의 얼굴 쪽으로 엉덩이가 향하게 누웠을 때, 내 눈앞에는 우람하게 솟은 그의 것이 있었다.

할짝.

그가 갑작스럽게 혀를 쓰자 나도 모르게 허리를 들썩이고 말았다. 짜릿한 감각이 마치 벌레가 문 것처럼 번져 왔다. 나는 마비된 것처럼 더듬거려 고개를 돌렸다.

“살짝 젖어 있어요.”

아론은 유심히 내 다리 사이를 바라보았다. 수치심과 민망함, 그리고 알 수 없는 굴욕감이 고개를 쳐든다. 꽁꽁 묶인 그에게 내 스스로 자진해 다리를 벌리고 있다니. 아론은 그곳을 알 수 없는 눈으로 깊이 들여다보고 있었다.

‘설마.’

무언가를 느낀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두려워졌다. 나는 몇 시간 전에 마왕과 정사를 했다. 서재에서 평범치 않은 자세로, 그의 것을 받아들이고 신음을 내질렀다. 그 뒤 목욕을 했지만 혹시 또 아는가. 무언가 흔적이 남았을지. 나는 서둘러 다리를 오므리고 자세를 바꾸려 했다. 그러나 아론이 가만있지 않았다.

“……흣!”

그의 혀가 여린 망울을 파고들었다. 집요하게 핥고 빨았다. 나는 눈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걸 느꼈다.

“아……!”

자궁 깊은 안쪽에서부터 전율이 흐른다. 나는 고개를 수그리며 신음하고 말았다. 좀처럼 등줄기를 곧게 뻗을 수 없었다. 그가 핥을 때마다 눈앞이 흐려지고를 반복했고 신경이 화끈거리며 반응하고 있었다.

“으, 으읏……!”

아론은 끈질겼다. 가장 예민한 곳을 돌기 가득한 혀로 핥는 그의 동작에 나는 흐느끼듯이 신음하고 말았다.

“아, 흣, 으읏……!”

이럴 수가. 단순히 혀만 움직였을 뿐인데 배가 욱신거리며 절정이 가까워졌다는 신호를 보낸다. 나는 당황해서 그를 돌아보았다. 내 다급한 표정을 읽고서도 아론은 짙은 눈으로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더욱 게걸스럽게 핥기 시작했다.

“으, 읏……!”

몰려오는 쾌감은 가히 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무언가가 느껴진다. 나는 그에 저항할 수 없다.

“아-.”

결국 탄성을 내지르며 몸을 나른하게 이완하고 말았다. 아론이 혀를 할짝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민망했고 난감했다. 겨우 바르르 떨며 몸을 돌리자 아론의 진득한 눈동자가 보인다. 애액으로 젖은 입술. 어두운 금색의 눈동자는 독점욕으로 가득했다.

“맛있어요.”

“…….”

“그 어떤 것보다 달게 느껴지죠.”

그의 목소리가 서서히 깨어난 쾌감을 자극하고 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말레드레드의 안을 맛보고 싶어요.”

아론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나는 그 짙고 강렬한 눈빛에 홀린 것처럼 눈을 깜박였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가 뭘 원하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하체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읏.”

허리를 내려 그의 커다란 것에 젖은 부위를 갖다 대자 나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려진다. 아론은 그런 나를 꿰뚫을 것처럼 강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모든 것을 내보인 채로 허리를 힘주어 내렸다.

“……흣.”

그의 거대한 성기가 속살을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지독하게 선명하다. 나는 온몸을 다시 작게 떨었다. 허벅지가 움찔거리고 등 뒤쪽에 땀이 흐를 때, 나는 고개를 젖히며 그의 것을 거의 삼킨 상태였다.

아론은 깊어진 숨소리를 냈다. 그의 눈빛은 방금 전보다 더욱 짙어져 있었고 내 몸으로 인해 느끼는 자극들로 거칠어져 있었다. 아론이 말했다.

“좋아요, 지독하게.”

그의 말 한마디마다 강렬한 가시가 세워져 있는 것 같았다. 그 가시는 쾌감의 가시로 자신이 얼마나 이 자극에 선명하게 반응하고 있는지 나타내는 증거였다. 나는 마침내 그의 강렬한 시선 속에서 그의 것을 모두 담을 수 있었고, 그 순간 등줄기를 따라 힘이 쫙 빠지는 걸 느꼈다.

“아…….”

고개를 수그렸다가 간신히 들자 아론의 뜨거운 눈빛이 따라온다.

“움직일 수 있겠어요?”

나는 조금 망설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허벅지를 바닥에 지탱한 뒤 나는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것을 머금었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속살에 달라붙는 뜨거운 그의 성기는 그에 따라서 더욱 부풀어 올랐다.

“으, 흐읏….”

나는 절로 터지는 신음을 느꼈다. 내가 움직이자 그의 성기가 변하는 것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것들은 열을 가득 머금을 대로 머금어서 내 안에 토해 내고자 커지고 있었다. 내 속살들은 그 변화에 화들짝 놀라서 어쩔 줄 몰라 하며 기뻐한다. 나는 행복했다. 그 자극들이 완전하게 느껴졌다.

“제가 조금 도울게요.”

아론은 허리를 흔드는 나를 보며 욕정이 진하게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돕는다는 것일까. 생각했을 때, 아론의 허리가 들썩였다. 밧줄에 속박된 상태라서 그 움직임은 크지 않지만 내게는 커다랗게 다가왔다.

“아, 아앗……!”

작게 몰려오던 쾌감들이 갑자기 날개를 달고 솟아오른다. 나는 그 오싹한 쾌감에 방금보다 더 큰 신음을 내고 말았다.

“으응, 아흣……!”

신음이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저 안쪽을 강하게 찔러 오는 아론의 성기가 좋았고 미치도록 황홀했다. 빛이 안에서 폭발하듯이 번지는 느낌이었다. 나는 그 지독히도 강렬한 쾌락 속에서 아론을 흘겨보았다. 그 또한 나와 다르지 않았다.

“좁고, 뜨거워요!”

아론의 탄성 같은 감탄사는 그의 심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그는 좋아 죽겠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뜬 상태였고 숨을 몰아쉬는 중이었다.

“마, 말레드레드!”

그리고 마침내, 그가 절정으로 치닫는 게 느껴졌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배 안에서 춤을 추던 모든 감각들이 하나로 뭉쳐져 고조되는 게 느껴진다. 나는 그 감각의 끝에서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을 향해서.

“……아!”

뜨겁게 번져 가는 그의 체액. 나는 그것을 생생하게 느끼며 그의 가슴팍에 쓰러졌다. 그 동작이 조금 거칠었는지 아론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괘, 괜찮아?”

나는 간신히 눈을 움직여 그를 보았다. 아론은 자신이 이런 소리를 낼 줄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곧 입가를 올렸다.

“물론이죠.”

아론의 표정은 감미로움에 젖어 있었다.

“수백 번도 괜찮아요. 말레드레드가 제 위에 쓰러진다면.”

아론은 왜 이리 상냥하고 다정할까. 나는 그의 뺨을 어루만졌다. 땀이 흘렀지만 여전히 맑고 깨끗한 피부다. 마치 그라는 존재가 뼛속까지 어떠한지를 보여 주는 것처럼.

“좋고, 좋아요.”

아론은 그 말을 반복하진 않고선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살짝 졸린 듯이 보이는 그를 보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그의 것이 뻐근하게 내 안을 찔러 온다. 풀이 죽은 듯 보였지만 내가 움직이자 바로 고개를 드는 그의 상징이다. 나는 그것을 달래듯이 부드럽게 말했다.

“이제 그만할게.”

“……더하고 싶은데.”

아론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론은 자신의 몸을 속박하고 있는 밧줄이 원망스럽다는 듯이 덧붙였다.

“이 밧줄만 아니라면, 말레드레드를 놔주지 않을 거예요.”

“알아.”

나는 그의 뺨을 가볍게 쓸며 말했다.

“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아론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이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로 더운 점막으로 내 아래를 빨았겠지. 그런 생각을 하자 그의 입술이 더욱 사랑스러워졌고 어여뻐 보였다. 나는 그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너무 잘 알아.”

그래서 문제일 것이다. 그가 나를 너무도 원한다는 것이 그를 두고 떠나는 걸 어렵게 한다는 것을. 나는 그의 이름을 조용히 불렀다.

“아론.”

“……네?”

아론의 눈은 반쯤 잠겨 있었다. 밧줄에 얽매이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밤늦어서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멋진 기사로 자라 줘서 고마워.”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렸을 적 울보 아론에서 근사하게 성장해 버린 기사를. 그의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정열과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말레드레드?”

“그냥 인사하고 싶었어. 한 번쯤.”

별거 아닌 듯이 말했다. 실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나는 그의 뺨을 쓸던 손을 떼었다. 아론의 눈은 여전히 내 얼굴에 꽂혀 있었다.

“이제 푹 자 둬.”

나는 빙긋 웃었다.

“내일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할 테니까.”

“…….”

“내일 보자.”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며 나왔다. 그의 곁에 있으면 왠지 편히 잠들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이 오는 것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그하고 있었던 시간이 너무 좋아서. 헤어지기가 싫어서.

따라서 나는 그의 체액이 가득한 몸으로, 이성보다 흥분이 가득할 때 3층을 나섰다. 2층으로 내려가는 동안 날 방해하는 자는 없었다.

그렇게 방으로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웠다.

알고 있었다. 이제 떠나야 한다는 것을. 나는 내일, 마왕에게로 가기로 결심하고는 눈을 감았다. 인간으로서의 마지막 밤. 이런 거창한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왠지 잠이 오지 않는다. 나는 억지로 눈을 붙이려 노력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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