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화
“아, 으읏…….”
아론은 내가 떠나고 나자 나를 따라가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고 했다. 전투를 최단 시간에 끝내고, 정화 작업을 밤새 하고, 친분 있는 나이트를 불러오고, 그래서 제 일을 맡기고. 그런 뒤 휴가를 떠난다는 그를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고 했다.
“말레드레드를 놓치면 안 되잖아요.”
음험하게 속삭인 그가 내 귓불을 빨았다. 그의 손은 이미 내 커다란 가슴을 완벽하게 휘감고 있었다. 봉긋한 가슴을 제 것인 마냥 주무른 그가 턱 주변을 핥으면서 유두를 꼭 쥐어 버리자 내 신음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아-!”
“너무 보고 싶었어요.”
겨우 이틀이 흘렀을 뿐이다. 그런데도 갈증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며 그는 정신없이 애무를 해 댔다. 그의 입술이 내 목덜미를 지나 가슴골에 이르자 나는 숨을 작게 들이켜고 말았다. 곧 그의 혀가 내 유두를 감으면서 아찔하게 움직였다.
“하읏…….”
“너무 선명해요, 피부 하나하나가.”
그는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갔다. 내 몸 전체를 핥아 버리겠다는 시도에 나는 벗겨진 채 헐거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만 봐야 했다. 곧 그의 혀가 내 배꼽을 파고들었고, 두 손이 허벅지를 만지면서 자극을 더하자 나는 울듯이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절 보고 싶으셨죠?”
아니라고, 나는 너를 떠나 쉬려고 했다고 이 순간 어찌 말할 수 있을까. 아론의 목소리는 정겨움을 발라 놓은 꿀처럼 애틋했고 달콤했다. 나는 흐릿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그의 혀가 닿는 곳마다 열기가 짜릿하게 올라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예쁜 눈으로 내 몸을 먹겠다는 듯이 핥는 그가, 어찌 자극적이지 않을까. 평소의 그가 얼마나 절제되고 세련된 남자인지 알기 때문에 나는 더욱더 크게 흥분하고 말았다.
“아, 아……!”
그의 혀가 마침내 내 다리 사이에 닿았다. 살짝 벌어진 틈을 파고드는 붉은 열기는 너무나 강렬하다. 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헐떡였고, 그에 따라서 몸도 펄떡거렸다.
“아, 아론……!”
혀가 날름날름 움직일 때마다 나는 덴 것처럼 신음을 질렀다. 강렬한 자극이 머릿속에 흰 줄을 만들고, 그리고 다시 붉은 줄을 가로지른다. 그것은 쾌락과 쾌감이 날실과 씨실처럼 꿰어져 가는 모습이었다. 아론은 내가 흥분하는 것을 느꼈는지 더욱 깊게 안쪽을 파고들었다.
“흣! 아!”
신음이 작은 방안을 울렸다. 이러려고 그를 데려온 게 아닌데……. 나는 이곳에서 잘 쉬고 있노라 말해 주고 싶었다. 그를 내 방 입구까지 데려왔을 때에도 나는 그와 이별할 생각이었다. 그가 나를 만나러 왔지만, 나는 홀로 있는 게 휴가라고 말하면서, 잘 가라고.
“저를 느껴요, 말레드레드.”
“아……!”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몸을 정신없이 겹치게 된 걸까.
아론의 혀가 깊은 곳을 자극하고, 멍울을 건드린다. 혀의 빠른 움직임에 손발이 저릿했고 눈앞이 흐릿했다. 이것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쾌락이다. 아론은 그 감각에 젖어 황홀해하는 내게 더 대단한 것이 있다면서 입술을 떼었다.
“이 안쪽에 더욱 자극적인 것을 넣어 줄게요.”
아론의 눈빛은 음험했다. 잴 수 없는 탐욕을 뭉쳐 놓은 것처럼 그의 음욕이 폭발했다. 그는 그대로 내 위로 몸을 겹쳐 왔다. 그의 성기가 음부에 닿는 순간, 그리고 그 살점 사이로 미끄러지는 순간, 나는 열광했다. 두 다리를 벌리면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이 진리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다.
“아, 아아……!”
그가 안쪽으로 깊게 들어올 때, 황홀함이 꽃 피었고, 느릿하게 빠져나갈 때, 아쉬움이 강처럼 흘렀다. 자극이란 본디 평범함 속에 이질적인 것이 도드라질 때 극대화된다고 누가 말하지 않았던가. 나는 그가 같은 동작 속에서 안을 다양하게 찌르는 시도들에 신음을 연달아 질러야 했다.
“어, 어?”
한차례 내 몸을 달구던 성기가 빠져나갔다. 나는 당황했다. 아론은 내 몸을 살짝 뒤집은 채로, 내 볼에 입술을 대면서 말했다.
“말레드레드의 모든 곳을 느껴 보고 싶어요.”
아론은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서 삽입을 시도했다. 굵고 긴 성기가 아까와는 다른 각도로 찌르면서 들어가자 나는 진한 쾌감이 물결치듯 몰려오는 걸 느꼈다.
“이쪽도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하면…….”
“아, 아론, 그, 그러면……흣!”
아론의 손이 결합 부위를 눌러 댔다. 체액으로 푹 젖어 있는 그곳을 마구잡이로 누르는 그의 행태는 괘씸할 정도로 난잡했다. 나는 숨을 헐떡였고 벽에 이마를 짓눌렀다. 얼마나 아릿한지 온몸의 열기가 파악 오르는 기분이었다.
“안이 좁고 뜨거워요. 제 손가락에 달라붙는데, 말레드레드도 느껴지죠?”
“흐읏, 으응, 아읏, 그, 그래…….”
“좋아요?”
“조, 흣, 아……!”
내 말에 아론의 동작이 더욱 커졌다. 그는 웃는 것처럼 입가를 올리면서 내 볼을 제 뺨으로 비볐다. 내 등 뒤에 바짝 붙어서 나를 벽으로 몰아붙인 채 뒤에서 삽입하고 있는 그는, 그 정숙한 성기사 아론나이드라고 보기 힘들었다. 아론은 나른하게 내리깔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하고 싶은 게 많아요.”
“으읏, 아으흣…….”
“그동안 못했던 게 있으니까 더더욱.”
아론은 그를 증명하듯이 허리를 튕겼다. 그가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허벅지로 체액이 흘러 떨어졌고, 민망하게도 침대 천이 흠뻑 젖어 들어갔다.
얼마나 했을까. 내 숨결이 벽에 장식된 것처럼 붙어 버렸다고 느꼈을 때, 아론이 떨어졌다.
“너, 너무…….”
인정할 수밖에 없다.
“좋았어.”
아론을 선택했던 내 감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아론은 예전보다 능숙해져 있었고 매우 음란해져 있었다. 나는 숨을 가쁘게 내쉬며 그를 보았다. 어느새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아론, 나는…….”
마음이 복잡하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말을 목에 건 채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론은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말레드레드, 덥지 않아요?”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았다. 아론은 내 눈을 쳐다보고 내 숨결을 느끼더니 창문으로 눈을 돌렸다.
“열고 해야 할 거 같아요.”
“뭐? 더 한다고?”
벌써 해가 지고 있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어둑해진 것을 느꼈는데, 아론은 이제 시작이란 듯이 말했다.
“휴가잖아요. 실컷 해야죠.”
“아읏…….”
아론의 입술이 가슴 사이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사이를 핥으며 다시 성욕의 불을 지피려 하고 있었다.
“말레드레드가 저만을 생각하도록.”
아론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을 때, 나는 심장을 관통하는 정념을 느끼고야 말았다. 그 무섭도록 진한 감정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 문득 생각했을 때 아론이 다시 몸을 겹쳐 들었다.
“아……!”
창문을 연 채로, 아론은 뜨거운 쾌락을 선사했다. 나는 누가 내 신음을 듣기라도 하면 어쩌나 부끄러웠으나 이내 그것도 아론 아래에서 헐떡이며 잊고 말았다. 그저 좋았다. 그가 나를 난잡하게 탐하고 있다는 것이. 창틀에 매달려서 그의 성기를 끝없이 받아들이면서도 나는 인정하고 말았다. 나라는 사람이 쾌락과 욕정에 약하다는 것을. 그리고 아론이란 남자에게 약하다는 것을.
“으음…….”
얼마나 했을까. 완전히 해는 기울었고 이슥한 빛이 공간을 점령했다. 나는 완전히 늘어져 있었다. 졸음이 내 머리를 반쯤 채웠을 때, 아론의 손길이 느껴졌다. 아론은 내 옆에 누워서 땀으로 젖은 은발을 천천히 넘겨 주고 있었다.
“……약초는 찾았어요?”
노곤하고 흐릿한 의식 속에서 아론이 가만히 물어 왔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나를 따라서 아론이 그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말린 꽃잎을 발견했다.
“임신이…… 안 되게 해 준대. 한 달 동안…….”
나는 순진하게 고백했다가 멈칫하고 말았다. 혹시나 그가 그걸 가져가 버리면 어쩌나. 걱정스런 시선으로 바라보았으나 아론은 그렇군요, 짧게 대꾸하고 관심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아쉽네요. 저와 말레드레드를 닮은 아이가 보고 싶었는데.”
“…….”
“하긴. 말레드레드가 그 아이만 보고 있으면 질투 날 거예요. 당신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지 않으니까.”
설사 자식일지라도 말이죠. 아론은 독점욕이 가득한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나는 가물거리는 시야 속에서 간신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아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입술을 달싹거리니 그의 눈길이 따라온다. 그는 내 몸을 부드럽게 쓸면서 집요하게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난…….”
마왕과 관계를 한다, 마왕과 유희를 즐긴다.
“잠에, 들면…….”
“…….”
그러나 수마가 덮친다. 저항할 수 없이 강렬하게.
“다……, 다른…… 곳……으로…….”
그러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의식을 잃고 말았다.
마왕의 성이라는 것은 천장을 보자마자 알아차렸다. 마왕은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지독하게 탐했나 보군.”
소환되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를 보면서 마왕은 혀를 찼다. 눈빛은 매몰찼지만 나를 내리누르는 동작에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렇다면 뜸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아, 잠깐…….”
나는 간신히 말했으나 이미 그의 성기가 내 아래로 푹 들어와 버렸다.
“흣!”
몸을 관통하는 거대한 것. 뜨겁고 흉흉한 열기를 품은 것이 속살을 꽉 채우며 밀고 들어와 버리자 머릿속이 텅 비어 버렸다. 나는 마왕의 어깨를 꽉 쥔 채로 몸을 들썩이고 말았다.
“안이 아주 촉촉하군.”
“읏, 흐읏…….”
“얼마나 사정했는지 안 봐도 알겠어.”
커다란 성기는 안을 꾹꾹 찔러 댔다. 나는 그때마다 소스라치듯이 허리를 비틀었다. 마왕은 그 모습에 잔인하게 웃었다. 입가를 올린 채로, 그는 살짝 고개를 아래로 내려서 내 다리 사이로 빠져나오는 체액들을 유유자적하게 살폈다.
“소리가 들리나? 그 성기사의 것이 울컥하고 빠져나오는 게 말이야. 눈으로 봐도 장관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