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턴 투 플레이어-185화 (185/332)

# 185

185. 혼돈의 대지(2)

“특종이다, 특종이야!”

세계가 안정화 된 이후, 그동안 사장되어 있던 일들이 되살아났다.

뉴스와 신문이 바로 그 예이다.

기능을 상실했던 방송국을 새롭게 개편하고 플레이어들이 새롭게 방송을 시작했으며, 각종 신문과 사설들이 만들어졌다.

정부도 안정화되었으며 이제 어느 정도 나라 구실을 찾아가고 있었다.

다만 달라진 점은, 정부나 언론이나 핵심 인물들은 유명한 플레이어라는 점이다.

“이것만 취재하면 새롭게 생기는 대전 지부 국장은 내 차지가 될 게 분명해!”

가벼운 인상을 한 남자가 중얼중얼 떠들며 거리에서 방송중인 뉴스를 보며 입을 달싹였다.

건물의 벽을 장식한 거대한 스크린에선 최근 일어난 지진의 원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최근 세계 각지에서 발생한 지진의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그 이유는 태평양 연안에서 떠오른 대륙이었습니다.」

앵커의 말과 함께 화면이 바뀌며 태평양 연안 상공에서 촬영한 영상이 나왔다.

비행이 가능한 플레이어들이 하늘에서 촬영한 영상 같았다.

다만 대륙 근처에는 몬스터가 워낙 많아 근접 촬영이 어려웠던 터라 어렴풋이 윤곽이 보이는 정도였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섬의 크기는 대략 대한민국의 두 배 크기이며 새로운 생태계와 몬스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각 국가 정부는 갑자기 바다에 나타난 정체불명에 대한 대륙 건으로 세계 회의를 소집하여……」

얼마 전까지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각 세계의 정부나 이런 뉴스도 게임의 시스템 때문에 자유롭게 방송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뭣보다 퍼블리셔의 GM들이 언론을 통제한 터라 텔레비전은 지난 몇 달 간 먹통이 되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전의 사회와 비슷해졌으며, 단지 플레이어와 ‘게임 시스템’이 버무려진 상황이었다.

“각 국가를 대표하는 플레이어? 하하하! 그건 바로 나지!”

남자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 크게 말했음에도 그의 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허언을 일삼는 플레이어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었으니까.

‘난 헤르메스의 아바타라고.’

마음 같아서는 크게 외치고 싶었지만 자신의 신에게 밉보일까 싶어 감히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신도 그와 비슷한 성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입이 가벼운 플레이어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이러다 저 대륙에 못 가는 거 아냐?’

정부가 언제 플레이어들을 소집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름도 없는 플레이어를 보내줄 것 같지는 않았다. 물론 자력으로 갈 수 있는 플레이어라면 혼자서도 가겠지만 미지의 대륙인지라 혼자 가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남자는 고민하다가 한 가지 수를 내었다.

그렇다면 저런 사건에 반드시 참여할 수 있는 길드의 도움을 받으면 되는 것이다.

마침 그의 신은 한 길드와 친했다.

그 길드는 현재 한국, 아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길드 중 하나였다.

길드의 이름은 디어사이드.

플레이어보다 일반인이 훨씬 많은 특이한 길드였다.

***

“오빠, 이상한 사람이 입구에서 자기랑 대화 좀 하자는데 어쩔 거야?”

“내버려두면 알아서 돌아가겠지. 요즘 저런 사람이 한둘이냐?”

“하긴.”

민아는 밖에서 떠들고 있는 한 남자를 인터폰으로 보다가 신경을 껐다.

온갖 대형길드와 커넥션이 있는 디어사이드에 찾아오는 플레이어나 일반인들은 수없이 많았다.

물론 어째서 일반인들을 모으는지에 대한 건 엄중히 비밀로 관리되어 사회에 알려진 정보는 적었다. 그저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형길드들과 연결된 디어사이드에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뭣보다 유명한 사람이 좀 많은가?

악마들이라면 학을 떼는 지수도 있고, 세한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온갖 기상천외한 일을 벌인 플레이어였다.

‘까마귀’라고 하면 이제 모르는 플레이어가 없을 정도였다.

최강의 플레이어가 누구인가? 라고 하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세한이었다.

그 외에는 지수나 알데바란을 쓰러트렸던 금색의 플레이어, 아가트람의 길드장 등등 몇 명의 플레이어들의 최강의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근데 왜 나는 알려진 게 없담.’

내심 민아는 그것이 불만이었다.

자신이 관여한 굵직한 사건이 얼마나 많던가!

하지만 디어사이드에서 가장 유명한 건 세한과 지수, 그리고 무기를 제작하는 시우였다.

린의 경우엔 워낙 알려진 정보가 적어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근데 오빠는 요즘 표정이 별로네? 그 이상한 대륙 때문에 고민이야?”

미국에 다녀온 이후, 세한은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혹시 지수와 싸운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고 새롭게 떠오른 대륙 때문인 모양이었다.

“게임에서 새로운 필드가 추가되는 건 흔하잖아? 시스템이 관여한 거 아냐?”

“아니, 그건 원래 지구 내부에 잠들어 있던 거야. 현재 지구에 남아있는 유일한 신대의 땅이지.”

“신대의 땅?”

세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르뤼에라고 불러. 지금은 조용하지만 내버려 뒀다간 전 대륙을 침략해 올 게 분명해.”

“침략?!”

대체 그곳에 있는 존재가 무엇이기에 침략을 한 단 말인가.

하지만 그다지 걱정은 되지 않았다.

이드라가 게임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플레이어들의 수준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과는 전혀 달랐다.

“얕보면 안 돼.”

그런 민아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세한이 말했다.

“그곳은 전 우주를 뒤져도 손에 꼽힐 만한 마경이니까.”

“……전 우주?”

스케일이 너무 커서 짐작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어릿광대에게 전해줘. 미스틸테인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응, 알았어.”

미스틸테인은 이전에 어릿광대에게 세한이 부탁하며 주기로 했던 물건이다.

지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만 알았다.

어릿광대의 옵저버를 찾으러 가는 민아의 뒷모습을 보며 세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위험한 장소인 건 많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아.’

미스틸테인도 그중 하나다.

문제는 그만큼 위험하다는 것.

그리고 르뤼에의 내부는 세한도 자세히 알지 못했다.

르뤼에의 내부는 일정 주기마다 변화하는 터라 세한이 기억하는 르뤼에의 지도는 전혀 소용이 없었다.

대략 그곳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아는 정도다.

“…….”

“백설아, 너 언제 왔냐?”

“세한, 혹시 저도 거기 가야 하는 겁니까.”

언제 왔는지 백설이가 세한에게 물었다.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하려던 세한은 최근 갑자기 그녀를 부른 적이 많았던 터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막상 르뤼에에 가면 백설이의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았으니까.

“부르기 전에 적어도 쪽지라도 보내주세요…….”

“아, 알겠어.”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사라지는 백설이를 보자니 조금 양심에 찔렸다.

아무래도 저번에 도넛을 먹다가 날아온 것이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

나는 머리를 긁적인 뒤, 이드라의 방으로 이동했다.

최근 사원들이 열심히 일 해주는 터라, 이드라는 거의 백수와도 같은 상태였다.

큼지막한 사건이 있을 때만 이드라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최근 시스템적의 영향을 줄 만큼 큰일은 없었다.

르뤼에가 나타나기 전까지.

“무슨 일인 게냐, 나의 신이여.”

방으로 들어가자 침대에 누워있던 이드라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뭐긴 뭐겠어. 르뤼에 때문이지.”

“음, 과연. 예상보다 훨씬 빠르구나. 니알라토텝 녀석도 상당히 마음이 급한 모양이로다.”

이드라는 크게 하품을 했다.

정말 긴장감이 없는 모습이다. 하기야 르뤼에는 이드라에겐 지방 별장 정도의 느낌일 테니 긴장하는 게 도리어 이상했다.

“혹시 이번 르뤼에에 관련해서 메인 퀘스트를 부여할 수 있어?”

“메인 퀘스트는 보통 시스템이 관여하지 않으면 무리……였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긴 하지. 앞으로 발생할 메인 퀘스트 하나를 르뤼에 관련으로 치환하면 된다.”

샤이닝 트라페조헤드론을 사용한다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은 일이다.

포인트가 조금 많이 들지만, 이제 이드라에게 그 정도는 의미가 없었다.

우주 최고의 포인트 부자 중 한 명에게 고작 ‘조금 많은’ 포인트 정도야.

“그럼 메인 퀘스트로 만들면 되는 것인가? 그 외에 또 일할 게 있으면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최근 바빠서 말이야.”

“바쁘긴 무슨. 매일 방에서 잠만 자면서.”

“인간의 수면욕이란 내게 무척 신기한 것이다. 말하자면 탐구와도 같은 거지.”

황당해서 태클 걸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 녀석은 본인의 명칭이 ‘꿈의 마녀’라는 걸 잊은 모양이었다.

“미리 말하겠는데.”

아무튼 난 이드라에게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는 너도 갈 거야.”

“음, 나도 가는 거군. 알겠…… 응? 나?”

이드라는 손가락을 들어 자신을 가리켰다.

대체 왜 자기가 가야 하냐는 얼굴이었다.

“할 거 없잖아 너.”

말은 이렇게 하지만 그곳에서는 반드시 이드라의 도움이 필요했다.

2회차의 니알라토텝은 무슨 일을 벌일지 예상하기 힘들었으니까.

***

허나 내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점이 하나있었다.

이드라와 함께 르뤼에에만 가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될 줄 알았지만, 설마 가장 큰 문제가 이드라 본인이었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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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드라

칭호: 꿈의 마녀

특성 : 우주적 존재

신격 : 최상위급

힘 : F (7)

민첩 : F (5)

마력 : F (19)

체력 : F (1)

==

“음, 내가 능력치가 좀 안 좋아서 말이다.”

“이건 좀이 아니잖아.”

이드라의 능력치는 더럽게 저질이었다.

세상에 맙소사.

신이 플레이어가 된 건데 모든 능력치가 F등급 한 자리일 수가 있는 건가?

심지어 체력은 1이다.

이정도면 햄스터와 영역 다툼을 벌이고 근소한 차이로 질 수 있는 레벨이다.

‘……물론 몸은 인간이니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만.’

GM이자 이 게임의 운영자라고 할 수 있는 이드라지만, 그것은 ‘운영실’이 있는 길드 건물 내 한정이었던 것이다.

밖으로 나가면 그저 평범한 플레이어라는 걸 지금 알게 됐다.

신을 아바타로 삼고, 게임을 사본 건 이번이 처음이니 설마 이런 일이 발생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당연히 모든 능력치가 최소 B에서 A 사이로 생각했는데.’

이걸 이제야 알게 된 나도 등신이지.

“……신에서 변한 건데 왜 능력치가 이렇게 꼬져?”

“플레이어로 새롭게 생성된 육체니까 당연하다. 물론 죽는다고 해도 부활은 할 게다. 이건 분명 본체지만, 혼은 외신의 그것이므로 완전 소멸은 되지 않을 테지. SSS급 부활 플레이어라고 불러주게나.”

“FFF급이겠지.”

이드라는 만족한 얼굴로 웃었지만 난 웃을 수 없었다.

그저 한숨만 나왔다.

‘전승 스킬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당연히 능력치도 높다고 생각했는데.’

여태 보여준 모습이 전부 스킬빨이었을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거기다가 보정을 받는 장소가 아니면 이드라가 게임에 줄 수 있는 영향도 극히 적었다.

현재 길드건물 자체가 기존의 퍼블리셔의 운영시설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하자면 길드 건물 밖으로 나간 이드라는 초보자 플레이어라는 것이다.

지닌 스킬만 많은 허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샤이닝 트라페조헤드론에는 간섭할 수 있다…… 정도인가.

“끙…….”

머리가 띵해졌다.

이드라를 르뤼에에 데려가지 못하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힘들었다.

쩔을 해주자니, 능력치만 올려선 이드라가 조금 튼튼한 샌드백이 될 게 분명했다.

외부에서는 길드 내부에서처럼 외신의 힘을 발휘 못하니 사용할 수 있는 스킬도 지금 내가 가진 전부일 거다.

허수공간을 여는 것. 환상을 만드는 것.

꿈속에 들어가는 것. 환상의 세계를 구성하여 자신의 뜻대로 조정하는 것.

충분히 대단해 보이지만…… 지금의 이드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

환상의 세계를 만드는 것도 외부에서는 마력수치가 부족해서 열지도 못할 게 분명했다.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단 하나.

허수공간을 열고 닫는 거다.

심지어 그것도 한두 번밖에 못할 것 같았다.

“굉장히 귀찮고 성가신 쓰레기를 보는 눈을 하고 있구나.”

“그냥 네 저질 같은 능력치를 어떻게 올려야 할지 고민했을 뿐이다.”

나중에 쩔을 해서 급격히 능력치를 올린다고 해도, 우선 기본 호신술은 필요했다.

애초에 이드라의 본체는 인간도 아니니, 인간의 모습으로 싸우는 방법을 알 리도 없었다.

「앞으로 한 달 후, 각 국가의 수장들은 새로운 대륙으로 갈 플레이어들을 모집한다고 합니다.」

마침 밖으로 나오니 거대한 스크린에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계속 이슈가 되는 르뤼에에 관한 내용이다.

대략 한 달 후 조사대를 꾸려 르뤼에를 탐사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메인 퀘스트도 그때쯤 진행하면 되겠군.’

본래라면 메인 퀘스트가 발생하고 플레이어가 움직여야했지만, 이미 상황이 달라졌으니 순서도 바뀌게 된 것이다.

어차피 메인 퀘스트가 뜨면 국가에서도 더욱 적극적으로 플레이어들을 대륙에 보내게 될 것이다.

즉, 이드라와 함께 조사단에 참여하려면 한 달 안에 이드라를 일정 수준까지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고블린부터 잡아보자.”

“음! 좋다.”

언제나 플레이어의 입장이었던 나지만, PC온라인 게임으로 수많은 캐릭터들을 육성한 경험이 있기에 내심 자신이 있었다.

이드라도 뭔가 플레이어다운 일을 한다는 것에 흥미를 가지고 의욕이 생긴 모양이다.

‘우선 가장 약한 던전인 F급 던전에서 제대로 된 스펙을 확인해야겠어.’

능력치가 저질이고, 스킬도 그다지 사용하지 못하지만 이드라는 신이다.

‘적어도 보통의 플레이어들보단 빠른 속도로 상황에 적응하겠지. 최소 민아 정도는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런 생각이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후후후, 보았느냐? 이것이 ‘꿈의 마녀’의 힘이로다.”

이드라가 고블린 한 마리를 죽이는데 죽은 횟수는 무려 열 두 번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계속 지켜본 나는 정말 돌아버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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