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그 오브 발할라-87화 (87/208)

# 87

87화. 영웅은 들이받는다 (1)

활 쏘기 시합의 규칙은 간단했다.

바다 위에 부표를 띄워 두고, 배 위에서 활을 쏜다. 번갈아 가며 쏘아 상대방보다 3회 더 맞추면 승리.

흔들리는 배 위에서 떠다니는 부표를 맞춘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궁술이 뛰어나지 못한 오디슨에게는 더욱.

‘전략가는 싸우기 전에 승리하는 법.’

오디세우스가 히죽 웃었다.

이것 하나만을 믿는 건 아니다. 그가 마련한 승리의 발판이 더 있었다.

“공평한 심판, 부탁드립니다!”

오디세우스는 두 사람의 심판을 초청했다.

‘공평한 것처럼’ 보이도록 애쓴 인선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나, 아폴론. 저 태양에 걸고 한 점 부끄럼 없는 판정을 내릴 테니.”

첫 번째 심판은 아폴론.

오디세우스는 오디슨에 대해서 잘 알았다. 수사 협력 요청 과정에서 오디슨에 대한 온갖 자료들을 읽었다.

그렇기에 아폴론이 심판으로 적합하다 여겼다.

‘칼리돈 일로 원한이 쌓였을 테니 말이야.’

TV로 나간 칼리돈 광고를 못 봤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 심판도 오디슨과 사이가 좋지 못했다.

“왕관은 합당한 승자의 몫이리니.”

프레이.

아폴론은 올림포스 소속, 아스가르드 소속도 하나 있어야 ‘공평한 것처럼’ 보이리라.

오디세우스는 프레이가 오디슨을 싫어한다는 걸 알았다.

프레이의 신민인 료스알프, 료나디가 그의 축복을 받아 오디슨과 싸웠다는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노골적인 시비였다.

‘낯선 환경, 그리고 적대적인 심판. 이 둘만 해도 내 승리는 거의 확정적이다. 하지만 역시 마지막은…….’

오디세우스가 진지한 표정으로 제 활을 쓰다듬었다.

마지막은 역시 활 솜씨에 달려 있었다.

전략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이길 환경을 다 마련한들, 상대가 지나치게 강하면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오디세우스는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스스로 자신이 있었으니까.

“선(先)은 양보하겠습니다. 쫓기는 느낌이 들면 실력 발휘가 잘 안 되지 않습니까?”

오디세우스가 선심 쓰듯 말했다.

사실 선을 잡고 실수할 경우, 동요가 더 크다는 걸 생각한 수법이었다. 어차피 한 바퀴만 돌면 먼저든 아니든 쫓기는 느낌은 똑같다.

오디슨이 퉁명스레 대꾸한다.

“쓸데없는 걱정이군.”

“후후후, 제 편할 대로 했다고 나중에 딴소리 나올까 봐 그렇습니다.”

“헛소리.”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이고 활을 들어 올렸다.

목표인 부표까지 거리는 대략 200미터.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니까.”

* * *

[오! 오디슨 님, 원래 저렇게 활을 잘 쐈나요? 명중, 또 명중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원래 활 솜씨가 좋다고 소문 나 있었지만… 이거 오디슨 님도 대단하군요!]

벌써 차례가 다섯 번 돌았다. 그사이 실패는 없었다.

TV로 그 광경을 보던 포세이돈은 쯧- 혀를 찼다.

“내가 오디세우스, 저 쥐새끼 같은 놈을 돕게 되다니.”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개인적인 악감정을 따지자면? 오디세우스가 오디슨보다 싫다.

제 계획을 망친 오디슨. 그리고 제 아들을 망친 오디세우스.

당연히 아들이 더 중요했다.

하지만…….

“눈을 잃은 아들은 고칠 수 없지만, 틀어진 계획은 고칠 수 있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잡았다.

제우스의 번개에 필적하는 힘을 지닌 신물(神物)이다.

바다를 조종할 수 있는 신물이었다. 다만 원리는 바다와 관계가 없었다.

‘그렇기에 더 좋지.’

TV 속 오디슨의 차례가 왔을 때, 포세이돈이 크게 삼지창을 휘저었다.

구오오오오-!

겁먹은 바다가 비명을 내지르고 몸을 뒤틀었다.

삼지창의 원리가 원래 이랬다.

파괴적인 힘은 바다를 위협한다. 그렇기에 바다를 조종할 수 있다.

[어? 어어! 바다가 갑자기…….]

[이게 뭔가요! 아앗! 화살이 빗나갑니다!]

포세이돈이 웃었다.

제 영토 내에서 활 쏘기 대회라니, 바보 같은 짓거리였다.

슬쩍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메시지를 보냈다.

1[보앗느녀?이심촌은저놈을아주시류어한단더.]

한참을 기다렸다. 하지만 메시지 앞에 붙은 1은 사라질 줄을 몰랐다.

포세이돈이 시무룩할 때, TV 속에서 아폴론이 하는 말이 들렸다.

[이번은 너무 갑작스러운 파도여서…….]

[원래 바다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네?]

[그건 그렇지만, 어쩐지 부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부자연스럽다?

아니, 그럴 리가.

“삼지창에 겁먹은 바다가 제멋대로 움직이는 것뿐.”

마법인가? 아니다. 권능인가? 역시 아니다.

그렇기에 들킬 염려는 없다. 허나 오디세우스를 돕는다고 의심받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그 쥐새끼를 돕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휘휘 저었다. 바다가 느슨하게 휘청거렸다.

TV 속 오디세우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저도 지금 쏘겠습니다. 그럼 됐지요?]

[…그렇다면야, 뭐…….]

아폴론이 꼬리를 내렸고, 오디세우스가 활을 쏘아 부표를 맞췄다.

“그렇지! 그리고…….”

포세이돈이 씩 웃었다.

오디슨의 차례가 되었을 때, 다시 바다가 설쳐댔다.

‘내게 감사하지 말아라, 오디세우스. 너를 돕는 게 아니라, 내 계획을 위해서니.’

아레스와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일이다.

…물론, 지금 당장 아레스가 지낼 집을 하나 사 주는 게 더 나으리라. 하지만 포세이돈은 아스의 근황을 몰랐다.

* * *

제국의 수도, 황성.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니만큼, 경비가 철저한 곳이었다. 하지만 요사이 훨씬 더 엄중한 경비가 펼쳐졌다.

점성술사의 예언 탓이었다.

“…그래서 그는 찾지 못했다?”

“예. 그렇사옵니다, 폐하.”

황성의 경비를 맡은 경비대장이 고개를 조아리며 대꾸했다.

황제가 한숨을 내쉬었다.

“몸도 아픈 노인네가 어떻게 갑자기 사라진단 말인가.”

그는 생각했다.

‘신들이 점성술사를 데리고 간 것인가?’

워낙 용한 예언을 해 댄 영감이다. 신들이 데리고 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그렇지 않다면 골골대던 노인이 갑자기 휙 사라지는 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었다.

황제는 그 예언을 다시 떠올렸다.

<젊은 늑대가 늙은 늑대를 이길 것이오. 그것은 전투도 전쟁도 아니리라.>

<빛나는 투구 아래 맨눈이 번뜩이리라.>

<단번에 두 군데가 꿰뚫리고, 남는 것은 차가운 땅.>

점성술사가 사라진 뒤, 모두의 관심은 그가 남긴 예언에 쏠렸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확실히 아는 이는 없었다.

해석이 필요했다.

혹자는 이렇게 해석했다.

“늑대가 의미하는 건 무리를 뜻하는 게 아니겠소? 비둘기파가 매파를 누를 거라는 예언이오. 전투도, 전쟁도 아닌 정쟁에서 말이오. 그 결과, 양 파 모두 큰 피해를 보고, 제국이 흉흉해진다. 그리 보이오.”

다른 이가 반박했다.

“그건 전형적인 보수 매파의 주장이오.”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이 늑대는 탐욕스러운 동물이오. 즉, 탐욕으로 봐야 한다 이 말이오. 젊은 늑대란 최근 득세하고 있는 상인들이오. 그리고 늙은 늑대는 땅을 많이 가진 부농들이고. 상인이 부농보다 더 높은 위치를 차지하는 게 어찌 전투고 전쟁이겠소? 시대의 흐름이지.”

그럴듯한 이야기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신나서 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빛나는 투구라는 건 결국 황금이오. 맨눈이 번뜩인다는 건 모두가 황금에 눈이 먼다는 소리요. 그 결과로 남는 게 농부들이 떠난 휑한 땅, 차가운 땅 아니겠소?”

경제적 접근이었다. 최근 상인들이 득세하며 나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은, 그러나 다들 떠올리는 해석이 있었다.

‘늙은 늑대는 나겠지. 젊은 늑대는 황태자일 것이고.’

황제는 생각했다.

황태자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는 건 전투도 전쟁도 아니다. 그저 권력다툼일 뿐이다.

빛나는 투구, 왕관을 쓰기 위한 다툼.

그 결과로, 황제도 황태자도 큰 상처를 입고 제국이 싸늘한 땅이 된다는 해석이다.

‘…황태자가 그럴 리 없다.’

황제가 예언을 무시하려고 해도, 불안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까득, 손톱을 물어뜯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지 않는가? 황태자가 그럴 리 없다 생각해도, 정말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차라리 욕심을 낸다면, 이 자리를 좀 더 빨리 넘겨줄 수도 있건만.’

흉금을 털어 놓고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와 동시에 제국에 만연한 불안감을 걷어 낼 필요도 있었다.

그 둘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답이 떠올랐다.

황제는 재상을 불렀다.

“연회를 준비하라.”

“연회 말입니까?”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 탓에 불안한 이들에게 나의 건재함을 알릴 것이오. 그리고 또 황태자와 한번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소. 녀석도 제국을 이어받으려면, 앞으로 많이 배워야겠지.”

“허, 묘안입니다! 황제 폐하께서 멀쩡하시다는 걸 알면 모두가 안심하겠지요. 게다가 후대까지 공고하게 다지신다면야,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겁니다.”

황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가장 화려한 연회를 준비하시오. 진귀한 산해진미를 준비하라 이르고, 가장 좋은 포도주를 꺼내 오시오. 바닥에는 동방의 귀한 카펫을 깔고, 천장에는 번쩍이는 샹들리에를 다시오.”

재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오늘, 마침내 연회가 열렸다.

* * *

아폴로가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럴 법도 하다. 지금 바다 꼴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니까.

아폴로가 말한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다.”

그에 오디세우스가 어깨를 으쓱였다.

“바다라는 게 원래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겨우 며칠 걸리는 거리를 귀환하다 10년간 표류했다는 거 모르십니까?”

“음, 원래 바다란 변덕스러운 법이지. 게다가 권능은 느껴지지 않는다.”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폴로가 눈살을 찌푸렸다.

오디세우스가 깐죽거린다.

“똑같은 조건 아닙니까?”

어찌 똑같단 말인가? 분명 내 차례일 때에 파도가 훨씬 더 거친데.

아폴로가 어이가 없어 외치려는 찰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똑같은 조건이면 그만이다, 이 말이더냐?”

반가운 목소리였다.

“헬이시여!”

“헤, 헬……? 왜, 왜, 왜 여길……?”

내가 반기고, 프레이가 기겁했다.

프레이가 왜? 어쨌거나 오랜만에 뵙는 헬이시다.

언제나처럼 핏기 없는 창백한 피부에 윤기 나는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신 분. 그녀는 차가운 눈으로 오디세우스를 째려보았다.

오디세우스가 눈알을 데구루루 굴렸다.

“그, 그야… 조건이 같다면야…….”

“그럼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따악- 헬께서 손가락을 튕기셨다.

쩌저적!

“허…….”

탄식을 터트렸다. 감히 감탄할 수 없는 광경이다. 오싹하기 이를 데 없다.

헬께서 지니신 힘은 도저히 가늠할 수도 없다.

“꿀꺽.”

아폴로나 프레이, 오디세우스도 마찬가지인 듯, 세 사람이 일제히 침을 삼켰다.

“자.”

헬께서 빙그레 웃으신다. 아까 차가운 표정보다 오히려 더 날카로운 웃음이었다. 서슬 퍼런 날이 선 곡도와 같았다.

“이제 어떠냐? 조건이 차이 날 일이 아예 없지 않으냐.”

“…그, 어, 으…….”

오디세우스가 슬쩍 프레이를 바라보았다.

프레이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오디세우스가 울며 겨자 먹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헬께서 그에게 따져 묻는다.

“이제는 좀 더 공평하게 할 수 있겠지?”

“…그, 그렇습니다.”

요동치던 바다가 얼어붙었다.

놀라운 풍경에 멍하니 있자니, 헬께서 내 어깨를 툭 치셨다.

“오디슨, 쏠 차례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헬께서 미소를 지으신다. 아까 서슬 퍼런 웃음이 아닌 부드럽고 따뜻한 웃음이었다.

“힘내. 응원할 테니까.”

예상 밖의 도움에 웃으며, 나는 활을 들었다.

바짝 얼어 굳은 바다에 있는 부표? 못 맞출 리가 없다.

시위를 당겼다.

쿠궁쿠궁!

얼음 아래, 물이 몸부림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배와 부표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시위를 놓았다.

* * *

포세이돈은 어이가 없었다.

[대, 대단한 광경입니다. 바다가 통째로 얼다뇨!]

[허, 과연 니플헤임의 주인이신 헬이십니다! 아! 오디슨 님, 활을 쏠 준비를 하시죠?]

[그렇죠. 이렇게 얼어붙으면 정말 활 솜씨를 겨루는 대결이 되지 않겠습니까?]

“…바다를 통째로 얼려? 감히! 누구 마음대로! 여긴 내 영역이다!”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휘둘렀다.

바다가 패닉에 빠졌다.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거친 삼지창에 겁먹고 달아나려 했다.

“흐아아아앗!”

쿠구궁! 쿠구구궁!

물살이 얼음을 깨부수려 애썼다.

하지만 늦었다.

퍼억! 오디슨이 쏜 화살이 부표에 박혔다.

[명중! 확실히 이상한 흔들림이 없으니 빗나가질 않습니다!]

[바다가 아무리 변덕스럽다지만, 이제까지는 좀 심했죠?]

[네, 그렇습니다.]

포세이돈이 으득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오디세우스의 차례건만, 포세이돈은 삼지창을 멈추지 않았다.

두꺼운 얼음을 깨려면 쉴 시간은 없었다.

그냥 모습을 드러내고, 바다를 얼린 데 대한 보상을 받아낸다? 무리다.

이제까지 삼지창으로 장난질을 치지 않았다면 모를까.

지금은 아니다.

지금 튀어나간다면, 다 보고 있었다는 증명밖에 되질 않는다.

“으으으윽!”

포세이돈이 이를 악물고 삼지창을 휘둘렀다.

[오디세우스, 시위를 당깁니다.]

포세이돈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를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쩌적- 쩌저적!

얼음이 금 가는 소리.

콰지직!

마침내 얼음이 깨졌다.

포세이돈은 나지막이 ‘빌어먹을’ 하고서 욕을 뱉었다.

그가 바라던 대로 얼음이 깨졌지만.

[오디세우스, 조준하고……! 어어어어!]

[아앗! 뭡니까! 빗나갔어요!]

하필이면 오디세우스가 활을 쏘는 때였다.

배와 부표가 크게 흔들렸고, 오디세우스의 화살은 어이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오디세우스가 억울한 듯 눈을 부릅떴다.

“…허. 빌어먹을!”

포세이돈이 으득- 이를 갈았다.

그때, 부르르! 핸드폰이 울렸다.

[아레스: 오디세우스를 방해하신 거요? 잘 봤습니다. 다시는 연락하지 마세요. 차단합니다.]

포세이돈이 부들부들 떨었다.

그의 분노에 반응해, 삼지창이 움직이지 않음에도 파도가 출렁였다.

그게 안 좋게 작용했다.

[오디슨 님, 명중!]

[아… 오디세우스는 운이 없었네요. 하필이면 그때…….]

포세이돈은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으아아아!”

콰앙!

삼지창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화풀이로 한 짓이라지만, 안 좋은 행동이었다.

포세이돈은 바다와 돌풍, 그리고 지진의 신이다. 그의 행동이 지진을 불러왔다.

쿠르르르릉!

지진이 승패를 결정 지었다.

[…허.]

오디세우스가 반짝이는 이마 아래, 자신감이 벗겨진 맨눈으로 바다를 바라보았다. 원망스럽다는 눈빛이었다.

오디슨이 어깨를 으쓱였다.

[바다는 정말 변덕스럽군그래.]

* * *

지진이 일어났을 때는 머리 위를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샹들리에 같은 게 떨어질 수 있으니 말이다.

단란하게 담소를 나누던 부자에게 불행한 사고가 일어났다.

"폐, 폐하아아아!"

제국에서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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